일본 시장에서 분투 중인 두 기업 관계자의 조언
한국이 바라본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지리적으론 가깝지만 정서적 거리감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구 1억2천만 명, 국민연간소득 4만달러의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일본 시장의 트렌드 및 투자유치동향, 진출 노하우 등 창업가 및 업계 관계자들이 겪은 경험담을 듣는 ‘일본의한국인’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한우 리얼커머스 대표, 강모희 아이티앤베이직 일본지사 대표는 각각 일본의 창업가, 일본에 진출해 본 기업으로서 경험담을 청중과 공유했다. 그들은 빈틈, 독창성, 세그먼트를 찾아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운영하면 일본 시장도 어렵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하 두 연사 강연 정리.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2007년 창업 당시 일본의 EC화율(소매판매액 중 전자상거래 거래액 비중)은 0.9%로, 한국이 12%대를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였다. 내게 일본은 블루오션이었다. 최소한 국내 성장률만 좇더라도 10배 넘는 성장이 보장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모바일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 비해 좋지 않다. 그 때 집중한 건 일본 시장의 ‘빈틈’이었고, 그 틈에서 찾은 건 ‘독창성’이었다. 1억이 넘는 인구와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일본 시장엔 다양한 세그먼트가 존재한다. 돌 하나를 팔더라도 살 만한 고객이 한국보다 많을 수 있단 뜻이기도 하다. 이에 다양한 세그먼트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사무실 마련, 행정절차가 쉽지는 않았다.
초기 팀원은 3명으로, 모두 한국인이었다. 외국인이 차린 구멍가게같은 기업에서 기꺼이 근무할 일본인은 없었다.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리쿠르팅을 했다.
사무실을 얻기 위해선 일본 내 거주지 주소가 필요했다. 법인이 없을 때라 여러 사람을 거쳤다. 아는 업자를 소개받고 건물주인에게 부탁해 겨우 사무실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기업을 설립하려면, 외국인 파트너 혹은 기관 지원을 받아 주소지를 확보해놓은 후 법인을 설립하는 게 편하다.
일본에서 대리로 행정 처리를 하면 한국보다 2,3배는 더 비싸다. 때문에 비용이 부담스러운 초기 스타트업은 스스로 해야 한다. 거절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리도 5번의 거절 끝에 행정 절차가 마무리 됐다. 참고로 비자는 회사 및 직원이 근무한다는 걸 증명하면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다. 다만 연장은 여전히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이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은 아니다. 오히려 창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 사업에 필요한 법적 지식도 한국.일본간 큰 차이가 없어 어렵지 않다. 다만 일본은 외국인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 하는걸 부담스러워 한다.
한국스타일 방식을 도입하니 매출이 상승했다.
라쿠텐에 입점한 지 여섯 달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식’ 물건 소개 덕분이었다. 당시 일본 커머스는 상품의 정보를 보여주는 성향이 짙었다. 한국 커머스처럼 같은 물건이라도 우리 방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해 마케팅을 했다. 선주문 판매 원칙을 갖추니 재고 부담도 덜했고, 그 비용을 항공 물류에 쓰며 빠른 배송을 소비자에게 보장했다.
매출이 늘 때 일본 직원을 고용했는데, 이후 큰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로 성장했다. 현지에선 꼭 현지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서비스 품질부터 캐치프레이즈까지 현지인만이 잘 하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 이를 놓치면 안 된다.
도약이 있으면 위기도 뒤따른다.
선주문만으로는 광고 시스템에 대응하기 어려워 매입을 시작했는데, 이때 큰 자금압박과 함께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UV레깅스’라는 걸 개발해 기사회생했다. 당시 UV관련 제품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레깅스에도 UV차단을 도입하자는 취지에 제품을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어 그 해에만 10만장이 팔렸다. 이게 기폭제가 되어 라쿠텐 내에서 꽤 상위 업체로 랭크되었고, 사업적 평판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환율, 조직 붕괴, 정치 이슈 …바람 잘 날 없던 지난 3년
100엔이 750원으로 떨어졌다. 이전 1500원이던 것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것이다. 동시에 일본 내 소비세가 5%에서 8%로 상향 조정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속 함께할거라 여겼던 팀원 5명이 퇴사해 자신들의 회사를 세웠다. 백엔드 부문에서도 상당수 퇴사해 매출이 급격히 무너졌다. 양국 정치이슈로 하루아침에 모든 한류가 방송가에서 쫓겨났다. 사업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위기를 겪은 것이다. 일본에서 사업하려면 잘 알아야하고 살펴야하는 부분이다.
고정비를 줄이고 ‘피봇’했다.
전체 팀원 52명을 15명으로 줄이고 동대문 중심의 물건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서비스를 피봇했다. 다행히 BTS와 트와이스 등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10대들 사이에서 한류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및 크로스보더 컴퍼니로 도약 중이다.
“일본어 가능한가요, 사무실이 있나요. 연락처는 있나요”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사회생활도 현지사업을 담당했다. 10년 넘게 일본 시장을 지켜본 결과 우리의 경쟁력이 있는 곳임을 확신했고 여러 루트로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일본업계는 외국기업을 만나면 ‘자국어가 가능한지’, ‘일본에 사무실 및 연락처가 있는지’, ‘직접 만나 회의할 수 있는지’, ‘이슈 대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지’를 묻는다. 암묵적인 유구사항이다. 앞서 우리는 그것에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년 7월 설립을 논의한 이후 11월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에서 ‘집주소’는 정말 중요하다. 먼저 ‘거주지’를 해결하라.
일본에서 살 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서 일본 내 연락처를 요구했다. 그래서 휴대폰을 개통하려 갔더니 계좌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니 집 주소를 달라고 하더라. 이 문제는 등기가 가능한 쉐어 오피스 계약, 기업 내 전근 비자 전환, 일본인 대표자를 취임 시키며 해결했다.
일본 진출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시작단계에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기관의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시장 조사 및 현지 수요를 잘 확인한 뒤 일본 내 파트너 발굴, 사업 제휴를 추진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일본에선 일본 법을 따르는 것이다. 관습과 비즈니스 매너를 지켜 사업 시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