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 중국의 힙한 차문화를 선도하는 젊은 기업 ‘시차(喜茶)’
2017년 경 중국에 ‘크림치즈티’가 대유행이었다. 차(茶) 위에 크림치즈가 올라가 있는 익숙하지 않은 비주얼의 음료로, 중국 젊은이들은 그 음료를 먹기 위해 최대 6시간을 대기하기도 했다.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진도 소셜네트워크 상에 떠돌아다녔다. 지금은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정식 계약이 아닌 매장도 국내에 생겼다. 중국 차음료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시차(Heytea, 喜茶)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시차 매장
92년 생 창업자 녜윈천(聂云宸)이 설립한 시차는 2012년 중국 광둥성 3선도시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시차가 내놓은 색다른 음료군에 중국 빠링허우(80년 생)와 지우링허우(90년 생) 세대가 열광했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직영 매장이 오픈되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음료는 일평균 2000~3000잔으로 월 매출은 1억 위안(약 162억원)을 초과했다.
시차의 가능성은 투자사들이 먼저 알아봤다. 2016년 IDG 캐피탈로부터 1억 위안을, 2018년 4월 메이투안디앤핑(美团点评)의 자회사 룽주자본(龙珠资本)으로부터 4억 위안(약 677억 원) 규모의 B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시차가 단시간 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젊은세대를 사로잡는 이색 음료와 시즌별로 달라지는 한정 메뉴, 장시간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입소문 마케팅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특히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색깔을 꾸준히 어필한 것이 소비자의 두, 세 번째 발걸음을 유도한 보이지 않는 바탕이다.
브랜딩이 핵심, 시차의 브랜드 철학 및 이미지
시차는 ‘차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스타일이자 삶의 방식이다’라는 모토 하에 ‘Cool, Inspiration, Zen, Design’이라는 키워드로 브랜딩을 전개했다. 매장 인테리어부터, 홍보물까지 여타 프렌차이즈와 차별화되는 소비자 경험 및 공간 경험을 제공해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시차 매장 내부
디자인적으로 시차를 상징하는 바탕은 심플하고 현대적이며 다양함을 수용하는 무채색이다. 메인 캐릭터는 차를 마시는 사람의 옆모습으로, 단순하게 라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는 시차의 음료컵에 상징적으로 프린팅되어 있다. 투명한 컵은 다양한 음료가 채워져 각기다른 형태로 시각화된다.
간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로고타입 역시 심플하다. 흰 배경에 단색으로 ‘HEYTEA 喜茶’ 텍스트가 간결하게 적혀있다. 매장 역시 과한 장식적 요소는 없다. 단순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이러한 심플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도화지 삼아 시차는 다채로운 디자인 요소를 더한다. 딸기, 망고 등 과일차에서 원색적 요소를, 메인 캐릭터에서 확장한 일러스트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젊은층에 어필하는 새로운 차음료로서의 건강한 이미지 요소를 부가한다.
‘Inspiration of Tea’, 차를 마시는 행위를 재정의하다
시차의 ‘티리스타(TeaRista 블렌딩한 차를 우리는 사람)’들은 음료를 젓지 말고 45도 각도로 기울여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짭짤한 크림치즈 토핑을 얹은 시차의 음료를 마시는 방식이다. 이는 메인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시차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중국 젊은이들이 차를 소비할 수 있게 했다.
시차는 현대적인 외형을 띄고 있지만, 중국 전통 차문화 전승을 목표로 한다. 특히 차의 품질을 중시한다. 가루 차를 사용하는 여타 매장과 달리 모든 매장에 품질 좋은 찻잎이 담긴 유리병을 자랑하듯 디스플레이한다. 매장 카운터의 시그니처와 같다.
시차의 모든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찻잎
‘크림치즈’는 중국 차와 젊은이들을 잇는 매개체다. 쓴 맛이 나는 차를 선호하지 않는 젊은층에게 크림치즈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증폭시켜 차를 마시는 행위에 호감을 갖게 했다. 크림치즈차를 비롯해 과일블렌딩차, 시즌 한정차 등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차 마시는 행위를 즐기게 한다.
더 나아가 차를 마시는 공간과 의미 역시 변형시켰다. 지금 중국 젊은층 상당수가 습관적으로 셀카를 찍고 소셜네트워크에 올린다. 시차는 색다른 음료, 섬세한 디자인, 다양한 굿즈, 모던하고 예쁜 매장으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게 만들었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소비되게 유도한 것이다.
시차 음료 이미지
과일 색을 담는 시차의 시즌 음료,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신메뉴
시차의 대표 음료는 크림치즈티지만, 근래 차에 색을 입힌 메뉴가 큰 인기다. 과일블렌딩차, 시즌 한정차 등을 통해 차의 이미지를 확장시킨 것이다. 과일을 활용해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메뉴들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더 자극시켰다. 아울러 원색의 과일은 시차에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더했다.
시차 시즌 음료(딸기, 복숭아)
신메뉴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시차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다. 때로는 패션 소품과 접목시키고, 때로는 색조 메이크업과 그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음료를 패션 트랜드와도 연결시켜 더 젊고 힙한 느낌을 전달하려는 의도다.
시차의 신메뉴 버블티(보보차,波波茶)를 도트 패턴과 연결하여 홍보했다
시차의 음료는 시각적 요소를 부각시켜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는 소셜네트워크에 게시되어 퍼진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시차가 어필하는 음료와 이미지를 소비한다.
컨셉의 확장,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차랩(Heytea Lab)’ 매장
매장 인테리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대변한다. 아울러 매장의 매력도에 따라 재방문 여부가 결정된다. 시차 매장은 차와 사람,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콘셉트이다. 기본적으로 시차의 매장은 심플하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흰색 벽에 나무, 콘크리트, 메탈 등 소재와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부자연스러운 장식은 배제되어 있다.
시차는 2017년 1월 광둥성 선전에 쿨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부각시킨 ‘시차블랙(Heytea Black)’을 선보인다. 화이트톤으로 채색된 기존 매장과 달리 블랙, 골드 컬러를 적극 활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부가한 형태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메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곳에서만 특별히 판매하는 홍차(Black Tea)를 마시기 위해 이 매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시차블랙 매장 전경 및 시차블랙에서만 판매하는 홍차 음료
시차는 블랙 매장 뿐만 아니라 빵을 함께 판매하는 ‘시차믹스(Heytea Mix)’, 여성향 분위기의 ‘시차핑크(Heytea Pink)’, 중국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테마로 유명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력해 문을 연 DP점(Daydreaming Project) 등 다양한 컨셉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차를 마시는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해 소비자가 계속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시차핑크 매장
베이징 중관촌에 소재한 시차 DP점, “Listen to the Rain”를 테마로, 중관촌의 기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와 자연의 이미지를 결합 매장
중국의 고전적인 풍경인 능선과 사람들이 모이는 방식을 탐구하여 디자인된 선전 DP점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매장 경험, ‘시차고(Heytea Go)’
시차는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차고(Heytea Go)도 그중 하나다.
시차는 처음에는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다. 배달하면서 차의 맛이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긴 시간을 대기해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에선 마케팅을 의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돌았다.
시차의 대안은 ‘시차고’였다. 시차고는 위챗에서 QR코드를 스캔하면 샤오청쉬(미니앱)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통해 바로 주문과 시간을 지정한 예약 주문, 배달 주문이 가능해졌다.
시차고 매장은 계산대가 없다. 고객은 모바일로 음료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아가면 된다. 여전히 매장 앞에 음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꼭 주문을 하는 줄은 없어진 것이다. 커피에 이어 차 브랜드에서도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디지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차는 스마트 솔루션이 결합된 디지털 서비스를 적극 수용해 차를 마시는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차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위챗 미니앱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시차고는 올해 6월 선전에 첫 번째 매장이 오픈된 이후 점차 수가 늘어나는 중이다. 주로 공항, 사무실 건물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상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매장은 미니멀리스트 디자인으로 현대적이고 기술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흰색 알루미늄 판과 흰색 인조석을 사용하여 단순하지만 우아하다. 기본적인 기능과 단순하지만 순수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계산대 없이 앱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시차고 매장
시차와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시차는 지금까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의 눈길을 끄는 한편 젊고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시차의 콜라보는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더 많이 언급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손을 잡고 한정 음료와 운동화를 출시했고, 중국 연인의 날(7월 7일)에는 콘돔, 화장품 브랜드와도 함께 콜라보를 진행했다.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Clinique)와 함께 브러쉬와 블러셔, 시차 할인쿠폰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트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시도는 스스로를 젊은층을 대변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브랜드라는 어필이다.
나이키 고고 농구 리그 때 선보인 시차와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
시차와 콘돔 브랜드 오카모토의 콜라보레이션시차와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의 콜라보레이션
이 외에도 로레알, 베네피트, W호텔, 앱솔루트 보드카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차와 로레얄, 베네피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시차와 앱솔루트보드카, W호텔과의 콜라보레이션
마치며
시차가 중국 최고의 음료 브랜드라고 하긴 힘들다. 성공이라 평가하는 것도 성급하다. 중국의 식음료 부문은 수많은 브랜드가 생멸하는 시장이다. 중국의 커피체인 시장은 2017년 220억위안(한화 3조 5,956억 원, 유로모니터 리포트 기준), 2020년엔 280억위안(4조 5,76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차와 루이싱의 급부상으로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자타공인 선도기업은 스타벅스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시차가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시차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중국인들의 심리와 부합된다는 것이다. 신선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에 최적화 되어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시차의 제품과 서비스, 이미지에 만족하며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한다. 중국 기업 성공의 바로미터인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시차는 중국을 뛰어넘어 해외로 그 발을 내딛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해 중국 문화와 서양 문화를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말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해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홍콩 매장오픈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시차가 중국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시차가 어떤 방식으로 중국 차를 세계화할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