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성공할까
8일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는 우버와 디디추싱을 연상시켰다.
타다는 사용자의 현재 위치가 출발지로 자동 설정되기 때문에 원하는 목적지만 입력하고 호출을 선택하면 됐다. 출발지까지의 이동 거리 등 요소들을 계산해 사용자의 근접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승객의 호출 내용이 보여지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으로 배차가 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기사용 앱에서 운행완료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앱 설치 때 등록한 카드에서 자동결제까지 이루어진다. 차량의 이동경로를 실시간 지도로 볼 수 있기에 사용자는 출발시간 예측도 가능하다.
타다의 운영사는 2011년 설립된 스타트업 브이씨엔씨(이하 VCNC). VCNC는 같은해 모바일 커플 소셜네트워크 ‘비트윈’을 출시해 글로벌 2600만 건(7월 기준)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낸 기업이다. 회사는 올해 7월 쏘카의 자회사로 편입되었으며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확장을 발표했다. VCNC측은 타다를 데이터와 기술기반 최적화된 이동경로, 교통약자의 이동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이라 설명한다.
기자가 타다를 이용한 것은 주말인 14일, 광진구 광장동에서 용산구 이태원으로 이동하면서 했다. 이태원서 열리는 문화축제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호출 후 차량은 바로 잡혔다. 차량번호와 드라이버 이름이 안내되었다. 출발지 도착까지 예상 대기시간은 13분, 예상 이용요금은 14000원에서 17000원 사이였다. 다섯 명이 이동해야 했기에 첫 승차 프로모션 할인(1만 원)을 감안하지 않아도 무난한 요율이었다. 차량은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11인승 RV(기아 카니발)였다. *이태원까지 17000원, 이태원에서 귀가할 때는 14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다.
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으며 2열로 구성된 차량 내부는 쾌적했다. 담배 등으로 인한 역한 냄새도 없었다.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폰 충전도 가능했다. 실내 음악도 탑승자를 우선으로 했다. 드라이버는 우선 인원수를 체크하고 서비스 가이드북을 줬다. 이후 개정 도로교통법에 근거한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를 설명한 뒤 탑승자가 원하는 이동경로를 청취하고 그 의견대로 길을 갔다.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질문에는 친절히 응대했다. 이는 서비스 매뉴얼에 근거한 것이다.
드라이버는 VCNC가 용역업체를 통해 계약한 인력이다. 소위 대리기사인 셈이다. VCNC는 향후 원하는 시간에 일하려는 개인사업자형 드라이버 뿐만 아니라 직접 근로계약까지 검토하고 있다.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드라이버의 범죄이력은 철저하게 조사된다. 운전 테스트 허들이 높기에 통과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고 한다.
타다의 이용 방식은 기존 택시 예약 형태이지만, 법적인 형식은 이용자와 제공자 간 ‘차량 임대’다. 때문에 서비스가 완료되면 타다 요금 상세내역(운전비용+자동차 대여비용) 영수증 및 계약서가 메일로 온다. 임차인(기자)과 임대인(쏘카) 간 자동차 대여 계약서와 계약자와 운전기사간 운전 용역 계약서다. 이는 2016년 등장한 카쉐어링 모델 벅시의 그것과 같다.
본인이 타지 않더라도 차량을 예약할 수 있다. 배차된 차량 번호만 탑승자 당사자가 알면 되기 때문이다. 결제는 호출한 사람의 카드에서 된다. 이는 디디추싱에서 느낄 수 있었던 편리함이다.
타다의 라인업은 베이직과 어시스트, 그리고 플러스다. 기자가 이용한 베이직은 일반 실시간 호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이다. 어시스트는 휠체어 미탑승 장애인 고객, 플러스는 고급 택시 이용 고객이다.
사실 서울에서 목적지까지 빠른 이동을 생각한다면 택시를 잡는게 낫다. 오며가며 타다 차량을 기다리는 10여 분 동안 5~6대의 빈 택시가 지나갔다. 서비스 초기이기에 서울에서도 연신내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바로배차가 안 되기도 했다. 게다가 택시보다 약 20%가량 더 비싸다. 하지만 어떤 차량을 불러도 균질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타다가 더 좋은 선택이다.
타다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자 택시업계는 “승합렌터카·기사 제공은 불법”이라고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예상되었던 반응이다. 여객법 상 국내서 택시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유료로 승객을 태워다 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다만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는 있다(여객법 시행령 제 18조 2항).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로 운행되기에 차랑 호출 서비스를 제공 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렇다고 택시단체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간 다수의 카쉐어링 서비스가 이들과의 갈등으로 서비스를 접거나 정체된 상황이다. 택시업계와 손을 잡고 택시서비스를 론칭한 카카오도 카풀 서비스 출시를 발표하자 반대 시위의 대상이 되었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하는 정치권도 난감한 상황이다. 빅마우스로 꼽히는 택시업계에 반하는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VCNC는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박재욱 대표는 9일 기자 간담회서 관련 이슈 질문에 “이동 수단의 최적화를 위해 점진적 혁신을 추구한다. 특히 택시 등 기존 산업과의 협력을 도모한다. 타다를 통해 더 큰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의 중요 미션 중 하나”라고 답했다.
택시업계와의 이해 조율이 큰 관문이긴 하지만, 타다의 성공을 보증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바로미터는 VCNC와 쏘카가 추구하는 기술 플랫폼이다. 현재 진행하는 오픈 베타 테스트는 시장 수요 확인이자 경험 축적 및 데이터 확보차원이다. 기술을 통한 합리적이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은 팬을 만들어내고 허물어지지 않는 성을 쌓게 해준다. 인터넷 시대에서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