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대표 “‘창업’ 몰라서 할 수 있었고, ‘놀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2주년을 맞이했다. 2016년 9월 50여 개 스타트업 회원사로 출범한 코스포는 10월 현재 540여 개 스타트업이 동참하고 있으며 내년 회원사 1000여 개를 내다보고 있다. 코스포 회원사 115개사의 누적 투자금액은 1조 3854억 원, 공개된 326개사 임직원만 9,518명이다. 스타트업 외 네이버·우리은행·카카오·KG이니시스·나이스페이먼츠·카카오모빌리티 등이 특별회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16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2주년 기념 포럼에서 김봉진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 변화와 생태계 조성은 답보 상태에 처했다. 미국, 중국, 유럽을 넘어 동남아까지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차산업혁명’은 곧 디지털 경제다. 디지털 경제가 우리의 미래이며 그 최전방에 스타트업이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020 플랫폼 산업, 다양한 디지털모빌리티산업, 핀테크 산업을 언급하며 디지털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테크놀로지 활성화, 창업가정신과 투자환경 조성, 사회안전망과 인재육성 정책 개혁을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스타트업 혁신을 주제로 스타트업, 정부, VC관계자가 참여한 노변정담도 진행되었다. 패널로는 김봉진 의장, 한훈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이 참여했다. 이하 패널토크 전문.
코스포가 2주년을 맞이했다.
한훈 정책관: IMF 위기 이후 반짝하다 침체되었던 창업,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 법인 창업 숫자도 늘었고, 벤처 투자규모와 회수실적도 늘었다. 성공한 벤처도 다수 등장했다. 정부의 역할은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된 데에 코스포가 큰 역할을 해줬다. 정부에 의견개진도 많이 했고, 창업 생태계와 정부 간 가교 역할도 해줬다. 김봉진 의장, 이재용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위 의장이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창업자들의 목소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적은 없을거다. 저성장 극복의 모멘텀 역할을 스타트업이 해주길 바라고 있다.
서경미 대표: 2년 전 코스포 출범자리에 있었지만 포럼이 회사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코스포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반성을 했다. 코스포를 통한 생태계 변화를 느꼈다. 코스포가 스타트업이 보편적인 개념이 되게끔 많은 역할을 했다.
박희은 심사역 : 알토스벤처스는 운좋게 이 자리에 함께한 우아한형제들과 링크샵스에 투자했다. 2년 전 김봉진 대표가 코스포 의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다소간의 의문이 있었다. 또 코스포라는 단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2년 간 코스포는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가 되었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이정도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2년 전 코스포를 창립했을 때 목표는 뭐였나. 그게 얼마나 이루어졌나.
김봉진 의장 :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 코스포는 내가 만들자고 주창한 것이 아니다. 임정욱 센터장(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역할이 컸다. 임 센터장이 스타트업을 모아놓고 대표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하는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사실 나는 등 떠밀려서 한거다.
지난 2년 간 규제로 인해 사업하기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코스포도 힘이 없어서 정부쪽에 계속 그 부분을 이야기했다. 어느것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린 것이 없어 안타깝고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는 기재부 등 정부 부처에서 창업자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현실적 해결 방안을 위해 여러 대안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거다.
규제와 관련된 정부 역할은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이해관계 충돌에서 스타트업이 이긴적이 없다. 스타트업 편을 들어준 곳도 많지 않다. 생태계 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더 빨리 달리고 있다.
한훈 :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는 그 어떤 때보다 높다. 성과라면 국회에서 규제샌드박스 5개 법 중 3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를 통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법적인 장치가 생긴거다. 인터넷 은행 관련 법도 개정 중이고, 의료기기와 데이터 관련해서도 규제를 풀기위해 노력 중이다. 모빌리티 분야는 첨예한 부분이다. 정부도 설득을 위해 보상시스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간 비교도 치열하게 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여러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했다. 내년 6월까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빠르지는 않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하고 있다. 한 쪽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접지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없으면 혁신성장도 없다고 본다. 이는 개인적인 사견이 아니라 정부의 추진 의지이자 정책기조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딱 하나 개선되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다면.
서경미 : 딱 하나만 말하자면 ‘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이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 정부의 규제는 중요치 않았다. 팀빌딩을 하고 투자를 받는게 우선이었다. 회사가 성장하며 규제가 눈에 들어왔다.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사업의 배경은 동대문 시장이다. 여기에서도 여러가지 걸리는게 많았다. 정부기관에 문의를 해도 답변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가려면 정부가 스타트업 입장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알토스벤처스는 여러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왔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싶어하는 VC라 평가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리고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보는 스타트업은 어딘가.
박희은 : 아직 성공을 말하긴 이르다.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고 결론은 나봐야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대단한 투자 기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많이 만난다. 특히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들이 소개한 회사는 다 만난다. 많이 만나다보니 학습이 되었고, 그게 투자로 이어졌다.
알토스벤처스는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우린 해외에서 많은 투자자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한국과 다른나라를 비교해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꽤 많은 부분에서 한국 시장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한국인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가장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속에서 한국 창업자들은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가장 좋았던 회사는 다음주에 기사로 확인할 수 있을거다.
신용카드 결제에서도 불편한 규제가 많다. 해결방안은 없나.
한훈 : 정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젠다다. 신용카드 관련해서 소상공인 쪽에서 수수료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많이했다. 그래서 소상공인 페이를 서울시와 추진 중이다. 쉽게 이용할 수 있을거라 예상을 하고 있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득공제 등을 함께하려고 한다.
스타트업 지원제도 중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이 유독 많다. 창업에 나이가 중요한가.
한훈 : 다른 사업에 비해 창업 지원 사업의 연령이 높다. 제한 연령이 29세인 경우(청년 창업 연령은 만 39세)도 많다. 지원 연령이 높은 시니어 창업 지원 사업도 있다. 나이가 문제가 안 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역량이 부족하고 마인드셋이 안 된 상황에서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역량은 뭐라고 보나.
서경미 : 꿈으로 선택했든, 밥벌이로 선택했든 간에 스타트업은 장난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놀이나 재미, 하나의 이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작은 회사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대표는 같이 하는 직원,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결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미로 사업을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창업은 타이틀이 아니다.
김봉진 : 조금 다른 관점이다. 만약 내가 지난 8년간 겪을 걸 미리 알고 있었으면 창업을 못 했을거다. ‘놀이’라고 생각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 운영도 놀이처럼 재미를 느끼며 해왔다.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도전정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창업을 더 잘 하지는 않을거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거다. 창업을 하면 정말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도 재미다. 사실 재미든 책임감이든 창업에 정답은 없다. 인생을 사는거랑 같다. 처음부터 꿈을가지고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도 있고, 재미로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도 있다.
사업을 하다보면 팀원과 많은 이별을 겪게 된다. 좋은 직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떻게 극복했나.
김봉진 : 경영을 하며 직원이 어느날 갑자기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잘리는 느낌이다. 구성원들과 관계형성에 많이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뭔가 부족하거나 아니다 싶을 때는 직접적으로 훈계를 했지만, 지금은 그냥 이해를 한다. 나도 직장생활을 할 때 열정적인 직원은 아니었다. 내가 대표가 되었다고 남한테 그걸 기대할 수는 없는거다. 월급을 준다고 해서 잔소리를 할 수는 없다. 잘 하는 친구를 더 잘 하게 하는것을 신경쓴다. 열정이 부족하고, 주변 팀원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되면 보직을 바꿔주는 등 변화를 주고 기다린다. 일부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회사에 불만을 안 가진 상황에서 퇴사하기도 한다. 입사하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퇴사자는 어떤 문제로 나갔든 연락해서 격려를 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바꾸기 힘들다. 회사에 안 맞는 팀원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하며 가족에게 미안했던 적은 없나.
서경미 : 나 스스로가 불효자다. 그래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아이 둘을 임신한 과정에서, 만삭일 때도 IR을 했다. VC로부터 걱정과 의심도 있었다. 아이 낳기 일주일 전에 PT를 했고 아이낳고 몇일 뒤에 일하러 갔다. 불효자이자 나쁜 엄마였다. 잘 되고 나면 보상이 될거라 생각해 열심히 하고 있다.
투자 심사역으로 스타트업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면.
박희은: 알토스는 시장, 숫자, 사람을 중요하게 본다. 시장이 큰지, 시장의 방향성과 회사의 성장 지향점이 같은지 등이다. 전체 마켓의 15%를 가져간다고 했을 때 시장이 충분히 큰지를 본다. 1000억 정도는 작다고 상정한다. 아울러 인접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분석한다. 기업 방향성은 시장 파도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반대로 가면 제자리일 수 밖에 없다. 파도가 치는 방향에 있어야 빠르게 간다. 회사 지표에선 리텐센 비율을 중요시한다. 그것이 보장되면 매출은 따라온다고 판단한다. 창업자, 팀의 성격과 비즈니스 성격도 맞아야 한다. 우아한형제들과 링크샵스를 김봉진 대표나 서경미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맞지 않다고 봤을거다. 양 기업의 서비스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서비스에 필요한 역량을 창업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 전 창업자의 레퍼런스체크를 면밀히 한다. 쉽게는 소셜네트워크 확인부터, 주변 지인까지 만난다. 세 명의 투자심사역이 이를 기반으로 토론해서 최종 결정한다.
투자 IR이나 피칭 등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박희은: 나도 스타트업 창업자였을 때 주변 대표들과 VC 욕 많이 했다. 그런 세태가 없어지려면 스타트업이 더 경쟁력이 있으면 된다. 한국스타트업이 성공하고 잘되는 추세면 VC가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투자업계도 해외 VC가 들어오기에 경쟁이 치열해 지는 중이다. 여기있는 스타트업이 더욱 더 잘 되어야 한다. 코스포와 같은 포럼에서 피해야 할 VC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VC 심사역 중 창업을 한 뒤 강하게 자기반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잘 몰랐다고 한다.
정부에서 규제 문제를 풀 의지가 있다고는 하는데, 실행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한훈 : 기재부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창업 관련 업무를 여러번 했다. 2011년 벤처 현장에선 자금 지원 및 인센티브 부활을 건의했다. 그 요구를 대부분 부응했다고 본다. 아울러 민간과 함께하는 생태계 조성도 이루었다. 반면에 규제는 풀기 어려운 난제다. 다른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영역이지만 규제는 여러 것이 얽혀있다. 스타트업와 대척점에 있다고 여기는 상대편이 있다. 그들은 스타트업과의 관계를 제로썸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있다. 정부의 행동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부는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재부에서는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고민하지만 스타트업에서도 함께 고민해달라.
마지막으로 코스포 2주년을 각자 입장에서 정리해 보자.
박희은 : 과거 대중은 스타트업을 잘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다니는 미용실 실장도 아는 것이 되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가장 빠른 변화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 변화의 목소리를 대외에 잘 전달해주고 창업자의 고민을 나누는 코스포를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 주변부에 있는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서경미 : 창업하는 이들은 고민이 있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한다. 코스포 인연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를 받았다. 포럼을 통해 들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도움이 되었고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스타트업이 잘 하는 게 만나고 소통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 아니겠나. 포럼에서 그걸 해보려 한다.
한훈 : 얼마전 베이징 중관촌에 갔다. 이른 시간에 처쿠카페에 가보니 밤새 작업을 하고 엎드려 자는 창업자들이 있더라. 제조강국인 중국에서 청년들의 강한 창업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쿠카페에선 메일 두 개 업체가 투자자 앞에서 IR을 하고 그 자리에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창업과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간다는 위기감을 들었다. 코스포에서 창업의지를 가진 이들을 만나며 우리도 중국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정부 부처, 부서가 혁신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하면 국가에 도움이 될거라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대한 인프라를 깔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봉진 : 2년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긴 호흡으로 바꿔나가야 하기에 찡그리기 보다는 서로 힘이 되게끔 노력하고 있다. 코스포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고 사업적으로 네트워킹하길 바란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