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人사이트] 2주에 한 번, 오전 7시 45분에 시작되는 네트워킹 모임을 책임져온 사람
민관협력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주에 한번 ‘테헤란로커피클럽’이라는 스타트업이 모이는 작은 장을 연다. 평일 아침 7시 45분에 시작되는 이벤트임에도 매번 3,40명의 청중이 모인다. 이 모임이 오늘(31일) 100회를 맞이했다.
테헤란로커피클럽은 왜 시작된 걸까. 이 행사에선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출근 전에 참석해 듣는 걸까. 2016년 1월, 37회부터 이 모임을 맡아 3년 간 운영해온 신나리 팀장은 ‘본질을 잊지 않은 채로 세부적인 사항을 챙겨야 지속 가능한 행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어 만든 행사
커피클럽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듣는 정보성 이벤트이자 스타트업 간 네트워킹을 유도하는 행사다. 아울러 우리가 스타트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육기관이 아니어서 일종의 미디어처럼 객관적으로 스타트업을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입주사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엮인 팀도 없다.
콜로라도 ‘오픈커피클럽’에서 영감…버티컬하게 다듬어 지금 형태로 완성했다.
브래드 코헨 작 ‘스타트업커뮤니티’에 콜로라도 보울더에서 열리는 ‘오픈커피클럽’이란 모임이 언급된다.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열리는 모임이다. 그 내용을 보고 임정욱 센터장이 아이디어를 얻어서 도입했다. 일본의 ‘모닝피치’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다. 모닝피치는 노무라증권-딜로이트 펀드가 오전 7시에 진행하는 모닝피치는 주제별 5팀씩 발표를 하는 데모데이 형식으로, 청중은 기업 관계자다.
2014년에 시작된 커피클럽은 내가 입사했을 때 30회를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2016년 1월 37회부터 이 행사를 맡았다. 이전까지 두 팀씩 나와 발표하는 형태였는데, 특정 주제의 팀들이 나와 발표하는 게 낫겠다 싶어 보완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재미없게 느껴졌다. 또 같은 분야로만 섭외할 경우 경쟁 업체가 동시 선정될 수 있어 버티컬한 주제로 구분했다. 실례로, 최근 ‘공간’을 활용한 스타트업 두 팀으로 커피클럽을 진행했다. 인테리어, 부동산 스타트업이라면 동종으로 뭉치겠지만, ‘공간’이라는 큰 주제를 나누면 일이 다른 기업이 선별된다. 그렇게 ‘남의집 프로젝트’와 ‘취향관’을 선정했다.
올해 초부턴 스타트업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 초기 스타트업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어 선호한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청중을 위해 팀 선정부터 발표까지 세세하게 챙긴다.
발표 팀은 초기 투자자, 스타트업을 다루는 기자들에게 조언을 듣고 정한다. 2주에 한 번 진행되는 만큼 섭외에 난항을 겪을 때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주변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하면 양질의 스타트업이 어김없이 물망에 오른다.
기본적으론 행사의 세부구성을 신경 쓴다. 과할 정도로 자료 피드백을 한다. 동시에 ‘세일즈 피칭’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대신 이 일을 하는 이유, 시장의 문제점, 해결하기 위한 기업만의 방식 등을 말해 달라고 한다. 디테일을 신경 쓰는 이유는 관객석에 앉아있는 청중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른 아침에 온 이유는 기업의 MAU, DAU를 들으러 온 건 아닐거다. 발표기업이 얘기를 잘 풀어내면 자연스레 기업 내부 사정을 궁금해할거라 본다.
‘초기 스타트업이 서고 싶은 무대’로 여겨지는 것 기뻐.…날씨는 행사의 큰 변수
여행 스타트업 ‘트리플’은 커피클럽에서 발표한 다음날 100억 원의 펀딩 소식을 알렸다. 또한 최근 펀딩을 받은 독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섭외 요청을 하기 1년 전부터 꾸준히 커피클럽에 나온 기업이다. 인연이 닿아 제안하니 감회가 새롭다 했다. 어떤 팀은 ‘커피클럽’에 선 것이 영광이라는 과분한 칭찬도 해주었다. 이 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어서 기쁘다. 또한 다녀간 팀이 좋은 소식을 알려오면 생태계에 작은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침 7시 45분에 시작되는 행사여서 사전 준비를 하려면 새벽에 나와야 한다. 치르고 나면 종일 피곤하지만 보람이 크다.
다만 행사 당일 날 날씨가 궂으면 노쇼가 급증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 되면 더욱 심해진다. 행사 중간에 우르르 나가 행사 흐름이 끊기는 것도 아쉬운 것 중 하나다.
테헤란로 벗어나 홍대, 광화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열리는 행사로 만드는 게 꿈
공공기관에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프로젝트매니저로 행사를 맡는 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은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지라, 지금의 일을 하는게 좋다.
향후 강남을 넘어 종로/광화문, 홍대에서도 커피클럽 행사를 치러보고 싶다. 이미 부산에서 행사를 치뤄본 적이 있지만 단발성 행사로 끝난게 아쉬웠다. 한 달 2번, 연간 24회 씩 커피클럽이 열리고 있다. 이 꾸준함이 이어진다면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록으로 남겨 콘텐츠로도 쌓아놓고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많은 이들의 참석과 애정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행사에 아낌없는 격려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