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베이스, ‘어반 스니커즈 컨퍼런스 2018’ 통해 건축계의 디지털 혁신 본격화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지난 11월 7일 논현 SJ쿤스트할레서 ‘어반 스니커즈 컨퍼런스 2018’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350여명의 젊은 건축가 및 IT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이 건축의 기존 틀을 깨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새로운 방향을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Reboot: Architecture> 테마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어반베이스가 주최하고 주관했다. ‘스니커즈’라는 행사명에 걸맞게 관객과 연사 모두 스니커즈를 신고 참석했으며, 컨퍼런스의 기존 형식을 벗어던지고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크게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를 포함해 ‘건축+ɑ’를 만들어 가고 있는 루키들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는 ‘스니커즈 토크’와 관객과 스피커가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살롱드비어’로 구성됐다.
성균관대 건축학과 김성아 교수는 “건축을 전공해 ‘설계’라는 한 방향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잘 융합되는 건축이 필요한 때”라며, “이 자리는 건축가 스스로 가둬 두었던 업역의 경계를 허물고 변화하고 있는 건축가의 역할과 다가온 미래에 대해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다섯 명의 연사들은 혁신, 과정, 확장, 실험, 기술 등 테마별 스피치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건축업계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으며,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하이테크를 건축에 접목했을 때 비로소 건축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혁신 테마의 스피치를 맡은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는 증강현실이 JPG, PNG처럼 글로벌 포맷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기존의 어반베이스 AR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건축가용 3D 클라우드 기반 증강현실 프레젠테이션 서비스 ‘AR스케일(AR Scale)’을 처음 공개했다.
건축가들은 자신의 설계안을 제3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이상 밤을 새워 실제 모형을 제작하지 않아도 되며, AR Scale의 1:1 스케일 모드를 활용해 실제 건축 부지에서 3D 모델을 띄어 놓고 주변 환경과 건축물의 조화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어반베이스는 그간 건축물의 평면도를 단 몇 초 만에 3차원으로 변환하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아파트 중심의 3D 공간데이터를 자체 생산하는 구조였지만, AR Scale이 전 세계의 모든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의 3D 공간데이터를 건축가들과 함께 구축해 나가는 그림을 그리게 될 예정이다.
하진우 대표는” 3D 공간데이터는 AR/VR과 융합해 공공, 게임, 커머스, IoT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데 건축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스페이스 워크’의 조성현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부동산 개발 솔루션이 개발에 적합한 토지 탐색부터 정체성 평가, 조건에 맞는 건축 기획설계까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별 토지의 사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비정형 건축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위드웍스’의 김성진 소장은 자동차, 선박, 항공 등 비정형 곡면 디자인의 발전이 활발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과정의 도입으로 기존 재래식의 현장 시공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다양한 형상과 곡면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삶것’ 양수인 소장은 네이버 창업자 중 한 명의 인터뷰 기사를 예로 들며 스타트업도 일단 빠르게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들을 수시로 반영해 나가는 게 주효하듯 설계도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즉,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구상하는 지식보다도 그 아이디어가 진짜 작업이나 공간이 되게끔 만드는 과정에는 본능적인 몸싸움과 발전의 과정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건축 설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에이랩 건축연구소 이태현 소장을 통해서는 자연의 유기적 형상을 디지털화 하는 등의 실험적 건축을 통해 기존에 보지 못했던 건축의 형태나 공간들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노하우가 전달됐다.
살롱드비어의 패널토크인 ‘건축가들의 대나무숲’에서는 이양재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나서 건축업계의 고령화를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장벽들과 그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건축사 시험의 폐쇄성, 건축계 특유의 도제식 교육,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 건축 교육과 문화 등의 이슈가 다뤄졌다.
이외에도 건축에 테크를 접목한 전시존들이 쿤스트할레라는 컨테이너 공간과 만나 이색적인 즐거움을 제공했다. 특히, 연사들의 대표 작품들을 증강현실로 배치해보고 감상할 수 있는 ‘AR건축존’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건축기획사 심영규씨는 ”건축의 경계를 넓히는 뾰족한 작업을 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또한 경계를 넓히는 것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난다면 결국 큰 변화의 물결을 만들 것이고 특정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건축계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어반베이스의 건축가용 증강현실 프레젠테이션 서비스는 내년 1월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