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콘2018] 양경준 대표, “혁신을 추구한다면 인간의 욕구에 주목하라”
국가경쟁력 재고를 위해 각국의 4차산업혁명 대비가 한창이다. ‘대항해 시대’에 빗대어 혹자는 현재를 ‘대혁신 시대’라 말하기도 한다. 대중창업 만중혁신, 테크시티, 프렌치테크, 스타트업 칠레, 이레지던시 등 나라마다 시그니처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 저성장시대 경제 활성화 핵심 전략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혁신, 융합, 창의, 그리고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혁신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크레아 홀에서 개막한 ‘스타트업콘(STARTUP:CON) 2018’에 양경준 크립톤 대표가 연사로 나서 ‘창의적인 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양 대표는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 ‘인간의 욕구’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국내서 가장 오랜기간 활동한 액셀러레이터다. 그가 이끄는 크립톤(전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은 2000년 설립된 인큐베이터이자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투자사다. 거쳐간 기업은 100여 곳. 이 중 12개 기업이 IPO를 했다. 이하 양 대표 강연 요약.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
우리가 ‘창의’와 ‘혁신’을 고민하는 이유는, 현재가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제의 기술과 오늘의 기술이 기하급수적 차이가 있다. 라이프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비롯해 모든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는 매일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법을 모른다. 산술급수적인 시대에서는 과거 경험 등 데이터를 통해 해법 도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또 과거부터 누적되어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지만, 그 해법도 모른다. 일례로 플라스틱은 과거 신기술이었지만, 과하게 늘면서 환경문제의 주범이 되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공지능(AI)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 인공지능에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걸 기반으로 알고리듬 설계가 잘 되어야 한다. 현재 데이터는 쌓여있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알고리듬 설계도 완벽하지 않다.
인류는 지금까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왔을까. 정보 전승 방식의 변화.
그간 인류는 우연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우연히 발견과 불과 도구를 사용하는 반복적인 경험에서 지식을 축적해왔다. 깨진돌에서 구석기와 신석기가 시작되었다. 농업혁명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연이 혁명을 일으키는 단계까지 간거다. 하지만 이젠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시대는 끝났다.
농업혁명에서 전문가가 등장했다. 낫이나 칼, 추수, 저장 등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부와 권력도 누렸다. 우리는 여전히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전문가는 기원전 7000~10000년 전에 등장했는데 여전히 존재한다. 10대는 경험이 없어 전문가를 찾고, 2~30대도 방황할 때 전문가를 찾는다. 창업자도 스스로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액셀러레이터나 투자자 등 전문가를 찾는다. 여전히 전문가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1만년 전 방식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20년 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문제 해결방법을 바꿔놓았다. 인터넷의 가장큰 영향력은 흩어진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연결을 통해 집단지성을 만들었다. 더 이상 옆에 있는 전문가가 아닌 네이버와 구글이 물어본다.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찾는 시대로 변모한 것이다.
집단지성에 물어보는 사업모델이 나오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시대는 정답이 없는 시대다.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간 전문가 등 혁신가가 인류를 진보시켰고 정답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그게 골치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아무도 정답을 모르고, 정답도 하나가 아닌 시대다.
앞으로 지식을 거래하는 시장을 넘어 해법을 거래하는 시장이 등장할 것이다. 찾아내려는 전문가 집단이 많아졌고 그걸 찾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들도 다수다. 이러한 현상을 증명하는 것으로, 엑스(X) 프라이즈재단이 있다. 엑스프라이즈는 비영리 재단이지만 해법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최악의 사고라고 했던 맥시코만 유출사건 때 이 재단에 모인 집단지성이 문제해법을 제시했다. 각각의 해법이 연결되어 전문가 집단보다 몇 배 나은 솔루션을 보여줬다. 이러한 것이 더 많이 생길거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법은 ‘린(lean)’ 전략으로 귀결된다.
‘린 전략’은 스타트업에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대기업과 정부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것이 골자다. 대부분 학교에서 가설을 세우는 방법을 배웠지만, 평소에 사용을 안 할거다. 정답에 익숙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 프레임을 벗어나면 불안해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짜여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도 해법을 모르기 세상에서 프레임에 갖혀있으면 안 된다. 정답은 없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수 밖에 없다.
4차혁명시대에는 누가 더 정답에 가까운 가설을 세우느냐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할거다. 가설을 세웠으면,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실험을 해야한다. 이 단계는 속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 결론을 정해놓고 과정을 맞추는 시대는 지났다. 각각의 단계와 종합하는 능력에서 실력의 차이가 드러날거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도 개인의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 4차혁명시대의 전문가가 되러면 이런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개인과 기업가치를 바꾼다. 답이 안 나오는 시대의 모든 문제해법은 이렇듯 린 프로세스로 압축된다.
‘경우의 수’와 ‘논리 전개’는 곱하기다.
관통의 키워드가 있다. 경우의 수와 논리 전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곱하기가 되어야 한다. 하나만 잘하면 결과가 잘 못 나오거나 답이 제로(0)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제에서 바뀌는 것은 경우의 수 뿐이다. 논리전개 능력은 바뀌지 않았다. 창의적인 혁신이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구시대 프레임은 걷어내야 한다.
시장은 인간 욕구의 해법을 연결해주는 거래소다. 바뀌지 않는 것 ‘인간의 욕구’를 주목하라.
바뀌지 않는 것을 찾으면 된다. 그게 팩트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제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인간의 욕구’다. 인간의 욕구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변수가 상수화되면 상식이 되는거다. 인간의 본질은 욕구 충족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본질은 인간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다.
인류가 아무리 진화해도 인간의 욕구는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는 오래전에 나온 이론이다.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를 맨 먼저 채우려 하며, 이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면 안전해지려는 욕구(safety needs)를, 안전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면 사랑과 소속 욕구(love&belonging)를, 그리고 더 나아가 존경 욕구(esteem)와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그 5가지 욕구로 귀결된다. 이걸 벗어나는 것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상수이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란 것은 인간 욕구의 해법을 연결해주는 거래소인 것이다.
어떤 욕구를 공략할 것인가.
예술을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인간의 욕구 중 어떤 것을 해결할지를 선택하면 된다. 연간 스타트업 관계자 1000명을 본다. 그들에게 질문을 해보면, 공통된게 하나 있다. 다들 우주정복, 세계최고를 추구하고 바란다. 하지만 어떠한 욕구를 해결하는 모델인지 물어보면 쉽게 답을 못 한다. 음식 하나를 팔아도 잠재고객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는지 생각을 해야한다.
대중이 가깝고 저렴한 카페를 안 가고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가 뭘까. 스타벅스를 가면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그걸 안다. 사람은 다들 자신만의 공간을 원한다. 하지만 분리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공공 공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다. 국내 대부분의 프렌차이즈는 그걸 생각하지 못 했다. 스타벅스가 여전히 성공하는 이유다. 어떤 욕구를 공략하는지가 관건이고 그게 정해지면 절반 이상은 성공한거다.
욕구를 충족시킬 솔루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인간의 욕구라는 상수를 두고, 어떤 욕구에 타겟팅할지 정하고, 그걸 충족시킬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자식 수학문제를 가르쳤고, 1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상장시켰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지만 솔루션은 단순한 논리다. 이걸 못 할 이유는 없다. 도전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