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현 대표, “핀테크는 밧줄 위에서 필사적 도약을 하는 것”
“‘살토 모탈레(Salto Mortale)’, 이탈리아어로 ‘죽음을 각오한 도약’이라는 의미이자 ‘밧줄 위에서 공중재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핀테크 영역이 이 말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직면하고 있는 환경에서 각자의 믿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한국의 핀테크라고 본다.”-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
20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최로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는 개막한 ‘2018 핀테크 컨퍼런스’에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가 ‘금융산업 진화와 한국형 핀테크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데일리금융그룹은 세계100대 핀테크 기업에 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선정된 유이한 한국기업이다.
신 대표는 “미래를 도모하려면 청사진을 그리기 전에 현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돈의 흐름과 금융현황을 통해 핀테크 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인에이블러(Enabler)에 대한 전통 금융기관의 관심이 급증하고, 경쟁구도가 아니라 금융기관과 신시장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가 주목받을거라 예상했다. 또한 비효율 해결사가 플랫폼 강자가 될거라 말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신승현 대표의 발표 내용 전문.
“핀테크 산업의 주요 변수…돈의 발권, 이동, 저장 현황”
-MONEY: MAKE-MOVE
돈이라는 건 만들어지고, 이동하고, 저장하는 게 전부다. 우리는 그걸 금융이라 불러왔다.
2017년 기준 한국에서 154조의 시드머니가 발행됐다. 그 돈들은 4500조까지 커져 이 세상을 돌아다닌다. 현재 이 시장 안에는 어떤 흐름들이 발생하고 있을까.
통화가 얼마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시장을 돌아다니는지를 수치화한 M2통화승수와 M2통화유통속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100원의 시드머니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창출하는 유동성, 즉 신용창출, 자금중개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거대한 기조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와 맞닿아 있다.
유동성이 확보된 4500조라는 돈은 가만히 있지않고 매일매일 이동한다. 2017년 기준 하루에 약 64조 원의 돈이 이동한다. 전체 유동성의 1.5%가 매일매일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것이다. 비율로 보면 76%가 계좌이체, 4%가 카드, 20%가 어음수표다. 하루에 돌아다니는 64조의 돈 중 50조는 계좌이체로, 3조는 카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뱅킹은 43조까지 올라왔고, 모바일뱅킹은 4조까지 올라왔다. 모바일 뱅킹이 급격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간편결제나 송금의 경우 하루에 900억 원, 간편 송금은 하루에 560억 정도 이뤄지며 뚜렷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간편결제는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며 2배 반 정도, 간편송금의 경우 다섯 배 정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에 새로운 비즈니스가 도입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MONEY : STORE
돈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것을 봤다. 그렇다면 돈의 ‘저장’ 현황은 어떨까. 전세계 자산의 수익률을 보면, 어떻게 저장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낸다. 2017년 한국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전체 순자산이 1경 3,557조다. 우리나라는 총 4개의 경제주체가 1경 3천 조를 갖고 있고, 그 부는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으로 구분되어 저장되어 있다.
이중 가계는 8천 조의 규모이다. 1600조를 빌려서 금융자산에 3600조 정도, 비금융자산에 6000조를 저장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의 성장률을 보면 금융자산은 16%, 비금융자산은 8% 정도 성장하고 있다. 가계를 기준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1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리가 갖고 있는 3600조의 금융자산은 20%의 주식과 펀드, 43%의 현금과 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부분은 예상외로 변화가 완만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다. 비금융자산은 90% 이상이 토지, 건물로 이것 역시 큰 변화 없을 것이다. 전체 비중에서 비금융자산이 조금씩 감소하는 흐름으로 갈거라 본다.
가계부채 1600조 85% 이상이 부동산과 관련된 것이다. 눈 여겨 볼 만한 부분은 우리나라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무척 크다는 점이다. 60대 이상의 80%, 20대도 50% 정도가 금융자산이 아닌 비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한국의 특성이다.
돈의 발권, 이동, 저장 현황이 핀테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신용창출과 자금중개 모델의 약화”
-FINANCIALS
돈이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신용창출 및 자금중개의 기능을 하는 곳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이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먼저 은행은 성장은 GDP 성장률만큼 유지되고 있으나 수익률은 감소 중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거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2017년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110조 규모다. 최근 몇 년 간 성장률과 수익률 모두 낮아졌다. ROA 기준으로 봤을 때 2007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증권업의 경우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수익률은 은행이나 보험과 다르지 않지만, 증권사의 영업수익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산운용사의 펀드규모도 성장세에 있다. 즉 성장성 측면에서는 은행, 보험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신용카드사나 상호금융사, 저축은행 등도 유사한 흐름 위에 있다. 금융기관들이 성장을 찾겠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돈이 만들어져 이동한 후 저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창출과 자금중개 기능의 수익모델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돈의 흐름이 금융시장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여기서 핀테크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6가지로 금융 현황을 요약할 수 있다.
“제한된 성장여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것…효율성 개선”
성장여력이 제한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효율성 개선이 금융산업 또는 핀테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모든 금융업을 전부 합쳤을 때 자산은 5200조에 달한다. 이 자산의 수익률은 지속감소하고 있다. 보험의 경우 우리나라 보험밀도(한 사람이 지급하고 있는 보험료)는 400만 원 수준이다. 보험 침투율(GDP 대비 보험료 수준) 은 일본보다 높다. 성장은 어려울거다.
인구구성을 보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3%였다. 14% 이상이 넘어가면 고령사회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고령사회가 됐고, 초 고령사회로 일컬어지는 20%의 수치는 2025년이면 도달하게 될거다. 자연성장여력이 확보되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이다. 국내외 은행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무척 큰 갭을 갖고 있다. 이 갭을 메꾸는 것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판매와 유통시장 혁신 요구 증가”
금융에서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유통 및 판매하는 영역이다. 보험의 경우 6년이 지나면 절반 가까이가 해약된다. 절반 가량의 반품이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연간 예적금의 해약 규모는 50조가 넘는다. 우리나라 예금 550조, 적금 50조가 되는데, 이 수치를 생각해 본다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은행은 연간 중도상환수수료로 2000억 정도를 받고 있다. 80조 원의 대출을 받았다가 중도상환을 하며 나타나는 돈이다. 관리만 잘 했으면 내지 않아도 될 거였다. 국내 전체 대출 규모가 1600조인 걸 고려한다면, 5%정도는 우리가 조금만 더 고민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다.
판매유통 시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대출은 금융기관 내부에서 처리해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없으니 제외하고, 1년에 펀드와 보험, 신용카드 판매사에게 약 11-12조가 되는 돈이 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큰 비율의 해약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는 게 무척 중요한 화두가 될 거다.
“적극적인 위험부담 기조…대형화”
금융이 성장한계를 타개하려면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투자도 더 위험하게 해 고수익을 노리게 되고, 대출도 더 위험한 곳에, 그리고 보험도 더 위험한 보험을 인수하게 된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아이리쉬 보험(Irish Life)은 아일랜드 1위 보험사다. 이 보험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 중에 ‘표준하체연금(Substandard Annuity)’이란게 있다. 생활습관이 좋지 못해 기대수명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에게 연금을 증액해서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다. 영국의 ‘흡연자 연금보험’의 경우 의사에게 최근 10년 간 하루에 10개비 이상의 담배를 태웠다는 소견서를 받아가면 보험을 받아준다. 이런 위험을 부담하려면 금융은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핀테크 핵심 데이터와 분석 기술에 대한 사용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이를통해 많은 금융기관들은 대형화가 될 것이다.
“업종 간 경계 모호”
지금까지의 금융은 법에 의해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 증권사가 전자지급결제 대행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도 업권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성장을 촉진시키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새로운 성장을 찾기 위해 업권의 경계 쪽으로 기업이 확장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도 역시 핀테크 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 금융으로 진입”
한국과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비교하면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크게 줄진 않을 거다. 일본의 2008년과 2014년의 가계 금융자산의 구성을 살펴보면, 현금 예금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투자상품에서는 큰 변화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금융자산의 6%가 바뀌었다. 큰 돈이 이동한 것이다. 가계 금융자산 중 보험과 연금의 비중을 보면 일본과 한국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주식 비중을 보면, 한국, 일본, 미국이 10% 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핀테크 사업자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아울러 2016년 기준 전 세계 금융자산, 비금융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점차 금융자산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심화될거다.
“적정자본 유지비용 증가”
금융사가 더 큰 위험을 부담할거고, 글로벌 이슈들이 우리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아울러 금융사의 자본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것 역시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트렌드다.
돈의 흐름과 금융시장의 환경을 살펴봤다. 이 흐름에서 핀테크가 당면한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미래가 도래할까.
“인에이블러(Enabler)에 대한 전통 금융기관의 관심이 급증할 것”
여전히 금융기관은 채널에 욕심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정부정책 등 환경도 그렇게 구축될 것이다. 구체화된다면, 제휴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도 활발해질거다. 이를 발판으로 여러 사업모델들이 급격히 나올거다.
“신시장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지금 금융기관보다 더 잘한다고 강조하는 플레이어보다는, 금융기관이 잘 접하지 못했던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는, 상품을 공급해준다는 서비스가 선호될 거다.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수익률 경쟁을 통해 자산운용사에서 고객을 가져오는 모델보다 기관이 자산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업체에 더 가치부여가 될 것이다.
“자산운용 및 투자자문 산업은 더 견고해 질 것”
자연성장이 일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투자와 운용쪽이다. 투자운용 분야는 단순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 보험을 판매하던 GA나 새롭게 등장한 IFA, FA 또는 앞으로 나올 전문 플랫폼도 있다. 이들이 큰 가치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금융의 비효율을 답습하는 것은 우려”
많은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모델이 판매나 중개, 유통으로 가고있다. 이 추이에서 우려되는 점은 기존 금융의 비효율을 그대로 확장해 수익화한다는 점이다. 비효율을 답습해 확장시킨 모델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원래 생각했던 가치를 갖고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을 제공해야만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거다.
“비효율 해결사가 플랫폼 강자가 된다”
핀테크는 결국 돈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비금융자산의 85%가 부동산이고, 사람들은 부동산과 보험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 뒤에 저축을 고민한다. 사람들이 돈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영역이 부동산인 것이다. 하지만 무척 모호한 부분도 부동산이다. 이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플랫폼의 최강자가 될거다. 먹고 마시는 것과 다르게 돈은 단순히 편하고 쉬운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이득을 줘야 의미가 있다.
“신탁업 관련 신규 사업모델이 등장할 것”
우리나라의 신탁자산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종합자산을 관리하는 신탁이 아니라 법적, 실무적 이슈로 금전신탁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만 쓰이고 있다. 최근 금융위에서 올해 혁신 과제로 신탁업의 개혁을 꼽았다.
개인에게 종합 자산관리를 개인에게 해준다면 가장 좋은 수단은 신탁계좌다. 증권 CMA든 은행의 예금계좌는 유동성을 관리해주는 계좌이고, 증권사의 예탁은 투자상품을 관리하는 계좌, 신탁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종합자산관리계좌가 돼야한다. 최근 이런 흐름이 많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탄생될거라 본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핵심”
머신러닝을 통한 예측, 비대면 인공지능 등이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고있다. 인에이블러의 핵심이 될거다.
“데일리금융그룹이 핀테크 영역에서 추구하는 것”
우리는 앞서 언급한 이 모든 것을 전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는 돈이 아니라 데이터와 가치의 이동으로 바뀌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기술을 블록체인이라 보고있다. 그리고 가치가 저장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고민하며 내놓은 것이 DFG의 인공지능과 스마트 웰스매니지먼트 사업이다.
“살토 모탈레(Salto Mortale)” 핀테크는 ‘죽음을 각오한 도전’
마무리는 ‘살토 모탈레(Salto Mortale)’로 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이탈리아어로 ‘죽음을 각오한 도약’이라는 의미이자 밧줄 위에서 공중재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핀테크 영역이 이 말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핀테크 기업이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직면하고 있는 환경에서 각자의 믿음으로 만들어 가는 무엇이 한국의 핀테크가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