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올린 모든 콘텐츠는 돈이 됩니다’, 제프리 후앙 미스릴 대표
제프리 후앙(Jeffrey Huang) 대표는 보기 드문 연예인 출신 창업가다. 90년대 내한해 서태지와 공연할 만큼 중화권 유명 스타였던 그는, 약 20년 간 종사했던 엔터테인먼트 산업 경험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미스릴(Mithril) 프로젝트를 들고나왔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용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이 그를 블록체인 산업으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미스릴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귀중한 광물이다. 쓸모가 많고 아름다워 모든 종족이 탐내는 만능 금속이라는 설정으로, 후에 수많은 작품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제프리 후앙 대표가 미스릴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에 더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그를 직접 만나 물었다.
90년대 서태지와 함께 공연했던 가수였었다고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가수로서 상당히 활발히 활동했었습니다. 내한해서 서태지와 공연을 한 적도 있고요. 바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오래 종사하다가, 창업가로 변신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힙합 음악을 했는데요. 힙합 정신이 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요. 힙합 가수들은 늘 야심을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죠. 가난한 스트릿키즈들이 언제나 특정 지역에서 큰 보스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 힙합 뮤지션과 기업가는 그런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많은 사업을 했습니다. 레스토랑도 운영해보고, 운동화 가게도 차렸었죠. 그 가게는 잘 되진 않았지만요.
실패했었군요.
그렇죠. 제 신발 가게는 한국으로 치면 압구정 같은 번화가에 있었는데, 그래서 경쟁이 치열했어요. 수많은 라인업을 갖춘 대형 체인점에 이길 수가 없었죠. 저는 장사가 안되니까 제가 모았던 한정 아이템들을 시중가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었는데, 젊은 손님들이 그걸 사가서 몇 배 더 비싸게 팔아 해치웠죠.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지만, 배운 것은 있었습니다.
IT 사업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23살 때였어요. 회사 가치를 2100만 달러로 평가받을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시리즈 A에 700만 달러, 시리즈 B에 1700만 달러를 투자받을만큼 성장했었죠.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그 후에 뛰어든 것이 라이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17미디어(17MEDIA) 였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광팬이었어요. SKT T1과 같은 게임 팀도 소유하고 있었죠. 그 전에 제가 게임을 해서 트위치(Twitch)라는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리곤 했어요. 정말 재밌었죠. 이 경험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기회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페리스코프와 같은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비슷한 컨셉의 17미디어를 내놓았고, 대만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시켰습니다.
새로 들고나온 미스릴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4~5년 전 주변 지인으로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당시에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스스로 논문을 읽는 등, 공부하며 흥미를 갖게 되었죠. 제가 오랫동안 속해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것이 미스릴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기존 소셜네트워크에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올리죠. 하지만 그 보상은 저작권자가 아닌 플랫폼에 돌아가요. 페이스북에 나에 대한 정보를 올리지만,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은 페이스북이지 사용자가 아니죠. 이 부분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어요.
미스릴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나요.
미스릴에서는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보상으로 이더리움 기반의 미스릴토큰(MITH)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은 가족과 찍은 자신이 사진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엔 분명히 감상적 가치(Sentimental Value)가 있어요. 또 플랫폼 내에서 트래픽을 발생시키죠. 트래픽은 곧 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번 돈은 사용자와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스릴의 자체 소셜네트워크인 릿(Lit)에서는 콘텐츠를 올리고, 광고를 시청하고, 좋아요를 누르면 미스릴토큰을 획득할 수 있어요. 이것을 저희 내부에서는 ‘소셜마이닝(Social Mining)’이라고 부르죠. 파이파이(Piepie)라는 쇼트비디오 플랫폼도 만들어서 이 시스템을 실험했습니다. 릿과 파이파이는 저희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최소 요건 제품(MVP)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미스릴이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요?
미스릴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총체적인 생태계입니다. 릿과 파이파이로 약 10개월간 이 시스템을 실험한 이후에 성공을 거뒀고,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인 이모스(Yeemos)와 함께 파트너쉽을 맺고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에서도 미스릴의 SDK를 통해 소셜마이닝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에 미스릴이라는 생태계 자체를 기름처럼 주입해 주는 것이죠. 자체 앱이 아닌 B2B 사업이 저희 사업의 중심입니다.
얼마 전 비슷한 콘텐츠 보상 체계를 가졌던 스팀잇(Steemit)이 직원 70%를 감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스릴은 그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까요?
스팀잇의 경우 기술은 있었지만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반면 저희 팀은 이미 17미디어 운영을 통해 사용자와 콘텐츠를 늘리는 방법을 배웠죠. 17미디어에는 2천 명이 넘는 스트리머(Streamer)가 있고, 그들 각자가 최소 5천 명에서 10만 명 이상의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노하우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분명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17미디어 운영 당시 정부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어요. 블록체인 역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산업이죠.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나요.
물론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만약 당신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계속하라고요. 법적, 도덕적으로 틀린 일이 아니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만약 명확한 규제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면, 아마 늦을 거예요.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 산업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조만간 대만에서는 오프라인에서도 미스릴토큰을 통해 결제할 수 있게 된다고요.
대만의 압구정과 비슷한 지역의 카페, 옷 가게 등에서 미스릴토큰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영화관 등과도 협업 예정이고요. 향후에는 비트코인을 미스릴토큰으로 환전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공항에서 제가 미화를 한화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요. 음악 산업에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팬이나 청자들이 직접 토큰을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있나요?
미래에는 한국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 있습니다. 작년 12월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했죠. 미스릴에게 있어서 한국은 큰 시장이예요. 암호화폐 열풍이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현재의 정부 규제 상황, 시장 분위기를 볼 때 당장 진출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재는 무절제한 확장보다는 프로덕트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블록체인 업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이 대만보다 인구가 약 2배 많지만, 두 국가의 창업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창업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블록체인 산업은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규제든 정부든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렵고 소음이 많은 시장일수록 경쟁자는 적은 법이죠. 앱,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제 와서 뛰어들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블록체인은 아직까지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입니다. 뛰어들기에는 좋은 타이밍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