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서 시작한 일정 데이터 스타트업 ‘히든트랙’의 2년
‘히든트랙’이란 스타트업을 처음 인지한건 2017년 5월 이매진컵 한국대표 선발전과 11월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학생 창업팀 데모데이 때였다. 당시 대학생 팀이었던 히든트랙은 ‘린더’라는 일정관리 솔루션을 발표했고 여러 기업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히든트랙은 린더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2년 사이 빠른 성장속도를 보인다. 2월 현재 300개 이상의 캘린더가 있으며 5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윤민창의투자재단,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기관 투자유치를 비롯해 팁스 프로그램 지원기업에 선정되었다.
‘린더’는 스포츠 경기, 아이돌 스케줄, 화장품 세일, 페스티벌 일정 등 관심있는 일정들을 캘린더 형태로 받아보는 일정 구독 플랫폼이다. 주요 일정에 대해 알림 기능을 설정할 수 있으며 가격, 출연진, 승패 등 일정에 대한 핵심 정보에 대해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서울창업디딤터(센터장 김희정)에서 열린 입주기업 성과보고대회에서 오정민 히든트랙 대표가 특강형식으로 연단에 서 자신의 창업 과정을 공유했다. 이하 강연내용 정리.
자취방서 과제를 하다 시작
2016년 11월 학교(고려대) 재학생들과 함께 시작했다. 자취방에서 수업 과제를 하다가 공모전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2주간 타이트하게 개발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잘 맞는다는걸 알았고, 오래 함께해도 될거라 생각했다. 같은해 12월 고려대 ‘파이빌(학생 창업공간)’에 입주했고 2017년 1월 코파운더 5명이 모였다.
회사명은 학교앞 맥주집 이름에서
‘히든트랙’이란 회사명은 학교 앞 술집 이름에서 따왔다. 그 가게에서 맥주마시다가 정했다. 회사와 맥주집이 같은 지역에 있어 술집이냐는 전화도 자주 받았다.
2017년 초에는 학교 강의실을 사무실처럼 썼다. 방학기간이어서 가능했다. 아울러 당시에는 법인없이 서비스를 만들었다.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사업초기는 좌충우돌의 연속
사업초기 에피소드도 많다. 일례로, 2017년 3월 햄버거 숫자를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5명이 있는데, 내가 안 먹기로 하고 4개를 시킨게 단초가 되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해야되는거냐”고 누군가 불만을 제기하더라.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 싸웠다.
2017년 4월 고려대학교 일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했다. 당시만해도 해보고 싶은걸 다 하느라 완성된 서비스는 없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자고 결심하고 버텼다.
5월 이매진컵 수상(2위)을 했고, 6월 법인을 설립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성과가 있었다기 보다는 1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기위해 만들었다. 많은 생각을 안 하고 접근했는데 대출이라는 것이 꽤 심각한 일이더라. 그걸 갚느라 노력했다.
6월 ‘린더’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서비스 출시 10일 만에 1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7월 팀원들과 첫 회고 자리를 마련했다. 회사와 서비스 문제점과 개선점을 말하는 자리였는데, 많은 부분에서 이슈가 제기되었다. 당시 의견을 살펴보면, ‘목표설정이 비합리적’, ‘월급이 적음’, ‘수직적임’, ‘자금이 모자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됨’ 등이었다. 그걸 냉장고 겉면에 포스트잇으로 붙여가며 공유했다.
2017년 8월까지만 해도 모두 재학생이었는데, 한 두명씩 졸업을 했다. 나도 작년 초에 졸업했다. 2017년 12월 일진창업지원센터를 졸업했다.
2년 간 이사 12번… 그때마다 마일스톤 달성 노력
창업지원 공간을 다니며 우리가 어떤 성장을 하고있는지 꾸준히 점검했다. 모든 지원공간은 입주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때마다 마일스톤을 정해서 다음 스텝으로 가려고 했다. 그렇게 2년간 이사를 12번 했다. 우리한텐 사무실에 입주할 돈보다는 서비스를 키우는 마케팅에 쓸 돈이 더 필요했다.
동아리 형식으로 시작해 2년사이 사업이 되었다. 다양한 일이 있었다. 입사, 퇴사, 감정싸움, 목표달성, 회식, 여행, 워크샵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한다.
린더의 최종 목표는 일정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시키는거다. AI 유행한다고해서 따라가는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AI킬러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러 캘린더 일정 데이터와의 연동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 협업을 하고있고, SKT와 LG, 네이버 등에 우리 서비스가 들어가고 있다.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히든트랙은 평균 연령대가 27.4세인 젊은 팀으로 지르고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사업은 패기만으론 안 된다. 하지만 후회를 안 남기려 노력 중이다. 후회로 끝내지 않고 개선하자라는 마인드다. 적극적으로 여러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투자도 유치했고 정부지원사업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팁스에도 선정되었다.
사용자에게는 정보, 우리에겐 광고
린더는 일정기반에 맞춘 타겟 광고를 한다. 린더는 사용자에게 광고가 없다고 칭찬받지만, 사실 우리 입장에선 광고가 많이 게재한 서비스다. 기업광고가 사용자에게 정보가 되는 형태다. 광고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정을 홍보할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받고싶어 보는 콘텐츠라 인식된다. 그게 우리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클릭율도 타사 서비스 대비 매우높다. 캘린더별 타겟팅을 하기 때문이다.
일정 데이터는 변동성이 있다. 예를들어, 우천으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었다거나 공연장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크라우드 소싱 형태의 사용자 제보도 받는다. 파트너와 사용자가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올해 목표는 캘린더 수를 1000여 개로 늘리는 것이다.
네비게이션 같은 필수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
우리의 비전은 ‘린더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것이다. 지금은 네비게이션이 필수 서비스가 되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없던 서비스다. 우리 서비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사용자가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하는것을 지향한다.
(이하 오정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상당수 사용자가 구글캘린더를 쓴다. 왜 린더를 써야하나.
개인 캘린더에 일정이 많아지면 불편해지는 문제가 있다. 회사 스케줄과 스포츠 경기, 공연, 약속 등이 곂쳐보이면 일목요연하게 일정을 확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상당수 유저가 우리 앱을 세컨드 캘린더 개념으로 쓴다. 편리한 기능을 더 부가해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가려고 한다. 린더는 모든 캘린더에서 연동해서 쓸 수 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 타사 서비스 위주로 쓰면 트래킹이 힘들다. 그래서 자체 앱을 사용해달라 요청하고 있다.
국내외 캘린더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린더에 상업적인 요소를 넣어 관리를 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 서비스는 일정관리에 방점이 있지 않다. 린더는 유틸리티 앱이다. 여러 캘린더에서 가능한 수정, 편집을 린더에서는 할 수 없다. 소비를 하게 UI를 만들었다. 모든 포털에 캘린더 서비스가 있는건 아니다. 유지하는데 리소스가 많이 들어 몇몇 포털은 접기도 했다. 캘린더라는 형태로는 수익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은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서비스가 수익화되는 걸 우려한다.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기존 캘린더 형태에서 수익화를 하면 사용자의 반감이 클거라 본다. 유틸리티 기반 서비스를 유료나 프리미엄으로 하는 구조보다 콘텐츠 소비 기반 광고플랫폼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재 린더에 300여 개의 캘린더가 있다. 이중 가장 인기가 있는 분야, 주제는 뭔가.
아이돌과 셀럽 캘린더의 반응이 좋다. 아이돌이 전체 비중의 약 40%, 뷰티 및 쇼핑이 30% 비율이다. 그다음이 문화, 스포츠 순이다. 우린 페스티벌이나 화장품, 스포츠 등에서 수익을 내고있다. 스포츠는 미리 알아야 참석률이 높다.
창업하면서 목표 고객을 설정했을거다. 2년 사이 바뀐 것이 있나.
타겟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포츠, 학사일정, 아이돌 등 캘린더를 다 만들었고 데이터가 많이 나오는 것에 집중했다. 여러 분야를 해보니 ROI가 잘 나오는건 아이돌이었다. 그래서 아이돌에 집중했고 그게 성과가 나서 투자도 받았다. 사용자를 모으는 것 외 수익화도 차근차근 준비했다. 인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적절하게 섞으면서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27일 열린 서울창업디딤터 입주기업 성과보고대회에선 오정민 대표의 특강 외 카카오톡 챗봇 기반 포켓서베이를 제공하는‘얼리슬로스’ 이재원 대표, 운동시설 통합회원권 판매 플랫폼 다짐(多Gym)을 운영하는‘스톤아이’전혁진 대표, 관심사 기반 외국인 친구 오프라인 매칭 플랫폼 트리프렌드를 운영하고 있는‘위아프렌즈’조계연 대표가 패널토론 형식의 사례발표도 진행했다.
또한 킹슬리벤처스, COMPANY B,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투자자 및 창업지원기관 멘토링도 진행되었다.
이날 축사자로 나선 유정호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생태계 구성원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도전 중인 모험가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정 서울창업디딤터 센터장은 “창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사업과정에서 필요한 기관을 연결하겠다. 그리고 성공을 하려는 본질은 행복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CEO와 팀원이 행복한 곳으로 디딤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