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국인2019] 왜 또 창업했어요. 그것도 미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기업용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창업자인 이창수 대표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창업을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대표의 첫 창업은 파이브락스다. 파이브락스는 2014년 미국 탭조이에 M&A 되었으며, 이 대표는 탭조이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탭조이 본사 부사장 및 파이브락스 대표를 겸임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인 올거나이즈는 시작단계부터 일본 VC 글로벌브레인 등으로부터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의 투자를 유치를 하며 순조롭게 출발을 했다. 글로벌브레인은 파이브락스 시절 투자사이기도 하다.
2일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연사로 이창수 대표가 나서 재창업을 한 이유와 인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하 강연정리.
직장인으로 6년 반, 창업자로 9년 반
2004년 한국에서 공대를 나와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다. 그때만해도 내가 창업을 하게될지, 15년 뒤에 미국에 있을지 몰랐다. 나는 장기적 플랜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첫 창업은 한국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이어진 파이브락스다. 파이브락스는 2014년 탭조이에 M&A되었고, 나도 탭조이에 적을 두게 되었다. 두 번째 창업은 지금의 올거나이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인으로 6년 반, 창업자로 9년 반을 보냈다. 첫째는 일본에서 낳았고, 둘째는 한국에서, 그리고 막내는 미국에서 낳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 미국, 일본의 창취업 환경과 산부인과 시스템까지 알게되었다.
왜 또 창업했어요. 그것도 미국에서
“엑싯까지 했으면서 왜 또 창업했느냐”, “한국이 아니고 왜 미국에서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발표의 주제인 ‘어디서 살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애두른 답이다.
탭조이에 들어간 뒤 VP(상무급)로 시작해 SVP(부사장 혹은 전무급)까지 되었다. 월급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와서 다시 창업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선 메가트랜드가 보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고려한다면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시장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면 밖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모른다. 나도 무슨 일을 할지 생각했고, 잘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시장이 바뀌고 10~15년 뒤 세상을 뒤바꿀 메가트랜드를 살폈고, 나는 그게 AI라고 판단했다. 손정의 회장도 ‘AI가 전체 산업을 재정의한다’고 했잖나. 그리고 장소는 미국이 적합하다고 봤다.
AI 중 NLU에 집중…비즈니스는 B2B
AI 중 딥러닝 기반 고성능 자연어 이해(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NLU) 기술에 집중했고 B2B를 추구하기로 했다.
NLU라고 하면 구글 듀플렉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거다. 듀플렉스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식당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개인서비스다. 구글 순다 피차이 CEO는 미국 60%의 스몰비즈니스가 예약시스템이 없기에 듀플렉스를 시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영역에서는 아직 듀플렉스 같은 서비스가 없다. 여전히 보험사에서 플랜을 바꾸려면 전화를 해야하고 한참동안 기다려야 한다. 우린 NLU가 비즈니스 영역에 적용되면 빠르게 바뀔거라 생각했다. 실제 우리 기술은 사람의 말을 다 알아듣는다. 유사한 형태의 챗봇 서비스는 많지만, 제대로 안 된다. 막상 물어보면 이해를 못 했다는 답을 듣기 일쑤다.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올거나이즈는 자연어 AI 원천기술을 개발하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M&A사례는 왜 드물까
파이브락스와 같은 글로벌 M&A사례가 왜 잘 안 나오냐는 질문도 듣는다. 결론은 ‘크로스보더 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걸 떠나 M&A는 그 자체로 어렵다.
파이락스시절 제휴 기업과 협업과정에서 공통으로 들었던 말이 M&A가 열려있냐는 것이었다. 데이트 신청을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한데 받은거다. 그 중 한 곳인 탭조이에서 회사의 주요인물과 와서 딥하게 발표해달라고 하더라. IR후 5장짜리 인수의향서(LOI)가 오고가길래 마무리 단계인줄 같았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엄청난 협상이 진행되었다. 파이브락스는 한국 회사인데 일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상황이었고, M&A는 미국회사가 하는 형태였으니 복잡할만도 했다. 5년에 걸쳐 무슨 이슈가 생기든 책임진다는 내용 등을 적어야 했다. 언어, 문화, 세금, 법률 등 이슈가 있다. 발생할법한 이슈 모든 것을 적어야 했다. 언어의 차이도 느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도 어렵다고 하더라.그런 디테일한 내용을 적다보니 150장짜리 영문 계약서가 나오더라. 그나마 우린 빠르게 한 편이었다.
‘인연’은 사업에서도 중요하다.
사업을 하며 의미있는 인연이 여러번 있었다. 우선 노정석 대표는 파이브락스를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그와 만남도 우연이었다. 형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 만난게 인연이 되서 같이하게 되었다.
파이브락스 시절 스타트업 행사에 연사로 나갔을 때 스피커룸에서 나이든 일본사람이 보이길래 VC라고 생각하고 명함을 내밀었다. 그 사람이 바쁘다고 하길래 5분만 시간달라고 하고 서비스를 소개했다. 그 사람이 글로벌 브레인 유리모토 야스히코 대표다. 그게 이어져서 한 달 뒤 글로벌 브레인으로부터 투자유치를 했다. 그것이 지금을 있게 했다.
또 한 사람은 당시 글로벌 브레인의 스즈키씨다. 탭조이로 M&A가 마무리되고 미국에 있을 때 스즈키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양국에 세금 신고를 해야하는데 서류 하나가 빠져서 내야할 돈이 많다고 하더라. 과정도 미국과 일본에서 해야하는거라 복잡했다. 그걸 중간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회사일도 있었고 두 번째 창업을 준비 중이기도 해서 사실 좀 번잡스러웠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잘 처리해서 최대한 피해 범위가 작게 끝나게 커버했다. 그게 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스즈키씨가 미쓰비씨 자회사 대표로 가면서 올거나이즈를 하면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귀찮았고 성의없이 할 뻔했는데 정성을 다하니 그 다음이 좋았다.아울러 파이브락스 당시 투자자 모두가 올거나이즈 투자자가 되었다 .
사업에도 인연은 중요하다.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오늘 이자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이 5~10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