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이 ‘겜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배운다면
올여름 기자의 중학생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보였다. 약칭 ‘롤(LOL)’이라고도 불리우는 PC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실력이 뒤처져서 친구들에게 자주 핀잔을 듣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깟 게임 못 하는게 대수인가 싶겠지만, 14살 아이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 그 모습을 보자니 90년대 책에 줄쳐가며 스타크래프트를 공부했던 기자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때마침 취재로 다녀온 데모데이에서 게임을 가르쳐 준다는 스타트업의 발표가 생각났다. 프로게이머가 음성 채팅으로 한 회 두 시간씩 함께 게임을 하며 가르쳐 주는 형태의 서비스로, 막 베타 껍질을 벗은 참이었다. 오프라인 학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 60여 만원에 달하는 수강료는 둘째치고 거리자체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아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하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도 덩달아 배우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니 아들이 게임을 잘 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못 한다는 소리는 없어졌다. 종종 친구들에게 뻐기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는 ‘롤린이(롤 초보자)’를 벗어났다. 프로게이머 수준을 기대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당초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이에 멈추지않고 두 사람은 한동안 더 수강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자에게 게임을 가르쳐주는 서비스는 온라인 게임교육 플랫폼 ‘게임에듀’가 론칭한 ‘겜방’이라는 서비스이다.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와 PC방 열풍으로 E스포츠가 시작되었지만, 당시에는 산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 했다. 하지만 현재는 아시안 게임 종목 채택, 전용경기장 설립이 발표될 정도로 문화스포츠로 변모했다. E스포츠 시장은 최근 3년간 30%씩 꾸준히 성장해 오고 있다.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1조 3천억 규모, 몇년 내 2조 규모 시장이 된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종목이 E스포츠이다. ‘페이커’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이상혁 의 경우 인센티브를 뺀 연봉만 30억원으로 프로야구 연봉 1위인 이대호보다 많다. 이는 인센티브를 뺀 금액으로 합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이상혁은 국내외 게이머들에게 K팝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상혁이 앞도적인 원톱이지만, 국내 ‘롤’ 프로 선수들의 연봉도 적지 않다.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은 1억 8천만 원 대, 북미 유럽은 3억 원 수준이다.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들의 연봉은 2년 계약에 미니멈 연봉 5~7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10대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커리큘럼을 갖춘 교육기관은 국내에 드물다.
1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127회 테헤란로 커피클럽에 발표자로 나선 정정훈 게임에듀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E스포츠 시장에서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게임교육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온라인상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했고 E스포츠 코치 총 4명과 함께 론칭한 서비스가 ‘겜방’이다. 게임에 교육이라는 가치를 더한 형태”라며 “수강생은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이들부터 취미로 배우는 라이트 유저까지 다양하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수강하는 사례도 있다. 수강생이 지향하고 얻어가는 가치는 각각 다르다. 수강생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목적성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겜방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 게임 위키, 동영상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강사 한 사람이 여러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게임이 끝난 후에는 저장된 동영상을 바탕으로 리플레이를 통해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위키피디아 형식으로 제작된 텍스트 컨텐츠는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의 키워드를 검색창에 검색하여 제공되는 텍스트와 동영상을 찾아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우리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이용한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3등급의 실력 향상을 보여줬다. 해당 수치는 일반 게이머들이 250시간을 소요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이지만 겜방의 수강생들은 2주, 23시간을 들인 것만으로 달성했다. 96%의 만족도를 보였고, 최근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90%에 달한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E스포츠 교육 영역은 강사 수급 불균형이 크다. E스포츠 교육이 가능한 코치의 수는 수강생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강의 채널과 퀄리티의 한계에 있다. 아울러 수강생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현재 E스포츠 오프라인 학원은 서울과 부산에 몇 군데 뿐이다. 온라인 강의 시장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게임에듀는 250여 명의 강사 풀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E스포츠 강사를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게임을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어느정도 기준점은 필요하지만,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잘 가르치는 사람이 교육하는 것이 더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겜방은 태동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아직 궤도에 오른 서비스는 아니다. 정 대표도 현재 상황을 ‘실패와 성장의 반복 과정’이라 말했다.
그는 “매일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기회로 삼아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하나하나 검증하고 있다. 일례로, 유료서비스를 론칭하며 상정한 주타겟은 10대였는데, 실제 결제를 통해 교육에 임한 층은 20대였다. 10대가 접근하기에 상품 가격이 높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10대도 접근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다. 실패가 믿거름이 되고있다. 실패와 성장을 반복하고 있다”라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한편 게임에듀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롯데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엘캠프 5기에 선정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윤민창의투자재단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교육에 집중하고 있지만, 2020년 교육 과목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