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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人사이트] 워크맨은 선을 넘고, 펭수는 소통하고, 백종원은 비책을 내놓았다

31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18회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화’ 현장. (왼쪽부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고동완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PD, 이슬예나 EBS PD ⓒ플래텀

공중파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 간 경계가 무너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누구나 영향력 있는 영상 미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생태계도 무르익었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 보는 사람만 주목했지만, 지금은 특정 층에 한정되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가 이 플랫폼에서 지식과 재미를 찾는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유튜브 채널 개설도 붐이다. 근래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추세이다. 방송사의 편성을 기다릴 필요없이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내용, 팬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빠르게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창작 환경이 조성되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소리 없는 메아리도 아니다. 팬과 구독자는 날것에 가까운 콘텐츠에 즉각 반응한다. 단순하게는 소통 용도지만 종국에는 브랜딩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조회 수에 따라서는 금전적 소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백종원의 요리비책’과 ‘워크맨’, ‘자이언트 펭TV’이다. 전문가 그룹이 뒷받침된 세 채널은 등장한지 얼마 안 되어 한국에서 가장 활성화 지수가 높은 채널이 되었다. 아울러 현 세대에 소구력이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대표가 개설한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요리 레시피를 비롯해 외식업 창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이다. 채널 오픈 사흘 만에 구독자 수 100만을 넘어, 1월 현재 33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가 찾고 있다. 워크맨은 직업 체험 에피소드 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는 채널이다. 구독자 수는 386만. 2018년 와썹맨을 성공시킨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하고 있다. 와썹맨에서 박준형이란 캐릭터가 있듯 워크맨은 장성규라는 선을 넘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교육방송 EBS에서 제작하는 자이언트 펭TV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열 살 자이언트 펭귄 펭수의 이야기를 담으며 전 세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화제성에 힘입어 최근 공중파 3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콜라보 콘텐츠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월 현재 구독자 수는 202만.

31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구글코리아 주최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화(18회차)’에 세 채널의 기획자 격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고동완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PD, 이슬예나 EBS PD가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자리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까. 그리고 뭘 하고 싶은 걸까. 이하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유튜버가 장래희망인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잘 못 됐다고 본다. 수익을 내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우선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더 깊이 들어가고, 고난을 이기고 성과를 낸다.” – 백종원 대표

세 채널은 지난해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대중성을 확보했다. 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나.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은 뭐였나. 

백종원 대표 : 채널을 만들기 전부터 유튜브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유튜브를 할 거란 생각은 안 했었다. 처음에는 시청자 입장이었다. 게임을 안 하게 되면서 유튜브를 탈출구로 삼았다.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 한편, 궁금하던 것을 많이 배웠다. 유튜브는 백과사전이 아닌 대형서점이다. 백과사전은 같은 수준의 내용이 담겨있지만, 대형서점에서는 전문서적 뿐만 아니라 2~3살 아이가 보는 책도 있잖나. 유튜브는 특정 주제를 초보 입장에서 다루기도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다루기도 한다. 그런 다양성이 재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이 내 갈비찜 레시피를 물어보더라.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금방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확인해보니 내가 말한적이 없는 방식이 백종원 표 레시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채널 개설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혼자 하려고 했다. 간단하게 카메라 하나 놓고 찍어서 편집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어렵더라.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있으니 좋은 취지로 하더라도 완성도가 없으면 안 된다’라고 아내가 조언해서 편집자 등 팀을 구성하고 준비 작업을 거쳤다.

공중파 방송에 비해 완성도는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요리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가 좋은 것은 자유로움과 진정성이라고 본다. 그래서 거침없이 말하며 찍는 편인데, 편집팀이 다 잘라낸다. 편집팀이 1순위로 반대하는 건 생방송은 안 된다는 거다.

고동완 PD : JTBC 입사 시험을 치를 때, 최종 면접 대기실에서 ‘유튜브 판 체험 삶의 현장’을 생각했다. 장성규 아나운서는 입사 3일 째 되는 날 술자리에서 만났다. 사실 그전까진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평범하고 진솔한 사람이었고,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캐릭터가 있더라. 장성규를 통해 진정성을 뽑을 수 있겠다 싶었다. 장성규에게 제안하니 바로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보 없이 재미로만 콘텐츠를 만들면 한계가 있다. 두 가지가 어우러져야 오래간다. 직업을 주제로 한 아이템은 흔한 편이기에 기획이 대단한 건 아니다. 다만 풀어가는 방식을 다르게 하려고 했다.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정확한 시급 공개였다. 다른 직업 체험에선 받은 금액을 공개하지 않거나, 연예인이라고 해서 더 챙겨준다. 하지만 워크맨에선 일이 끝난 뒤 더도 덜도 없이 시급을 공개한다. 그게 진정성이라 봤다. 기존 미디어에서 탈피하는 형태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슬예나 PD :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그렇듯 우리도 위기감이 있다. 채널을 부모가 선택하는 유아는 EBS를 보지만, 초등학생만 돼도 잘 안 본다. 원인은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이상 연령층과 대화를 해보면 성인 예능을 선호하더라. 본질적으로 웃음 코드도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생 이상의 시청자, 어른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교육의 가치와 선한 영향력을 지키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선에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했다. 이상적인 캐릭터가 아닌 솔직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자이언트 펭TV이다.

EBS 캐릭터 대다수는 대의를 가진 캐릭터이다. 보통 우주에 있는 어느 별에서 지구로 와서 정의를 추구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에 한정되어 있다. 우린 직접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캐릭터, 현실에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펭수다. 펭수는 설정상 지구에 있는 남극에서 왔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솔직함이 있다. 우리의 철학과 세계관은 유지하되 짜인 각본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다. 펭수는 권력이나 위계질서에 굴하지 않는 수평적이고 따뜻한 화법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그게 대중에게 공감을 얻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플래텀

“보통 방송국은 콘텐츠를 제작하면 컨펌이 위로 가는 게 룰이다. 반면에 우리는 영상을 제작하면 밑으로 간다. 우리가 찍은 걸 후배나 인턴들에게 보여주는데, 그들이 타깃층이기 때문이다. 윗 분들이 인정하는게 재미있는 건 아니다. 이 세대와 소통하려면 꼰대 마인드를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그들과 내가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용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 고동완 PD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실버 버튼과 골드 버튼을 동시에 받을정도로 급성장했다. 주목을 받은 이유는 뭘까. 

백종원 : 우선 내가 어느 정도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던 것이 컸다고 본다. 유튜브라는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눈에 들어오는 걸 집어 든 거다. 본질적으로 채널이 주목받는 건 따라 하기 쉬워서다. 구독자 눈높이에 맞춰 한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내가 요리를 배우면서 고생한 것이 있어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제작진도 많은 편이다.

다른 채널도 자주 보나. 평소 디지털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나.

백종원 : 먹는 거, 해외 돌아다니는 거, 술 등 내가 좋아하는 거 위주로 많이 본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건 공부하기 싫어서다. 그래서 외국어를 잘 못 하는데, 그게 좀 아쉬울 때가 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음식 사업하면서 외국어 공부를 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다.

이슬예나 PD는 앞서 다큐멘터리 제작도 했다. 펭수TV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그리고 언제 보람을 느끼나.

이슬예나 : 미니멀라이프를 주제로 다큐 제작을 했었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블로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실천했다는 후기를 보며 시청자와 교감한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 웹드라마도 했는데, 그때 진심이 담긴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걸 보며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다. 내 입장에서 방송과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단계는 별반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아이템의 재미와 소통 부분이다.

고동완 PD는 공중파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을 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뭔가.

고동완 : 3년 전쯤 중국에서 요리를 주제로 디지털 예능을 만들었다. 살펴보니 중국인들은 집에 있는 TV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런 트렌드가 오겠다 싶었다. 귀국하고 유튜브와 모바일 콘텐츠, 숏폼 콘텐츠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찍어봤다. 우연찮게 ‘뇌피셜’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많이 배웠다. 밥 먹을 때 어린이들이 유튜브 틀어놓고 보잖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크게 바뀔거라 봤다. 그래서 TV를 떠나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게 됐다.

워크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팀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 편집과 자막 등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고동완 : 작가 없이 나와 조연출, 편집자 등 다섯 명의 PD로 구성되어 있다. 제작비를 감안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적 구성을 했다. 내가 타깃층 대비 나이가 많기에 팀원은 젊은 편이다. 작가가 없는 이유는 예산 측면도 있지만, 촬영 시 대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워크맨은 이렇다 할 틀 없이 직업 선정만 하고 간다. 대신에 6시간 동안 일하는 것을 찍는 긴 촬영을 한다. 가장 고민하는 건 기존 TV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다. 늘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역발상을 생각한다. 그게 지금의 워크맨 자막 형태인듯싶다.

백 대표는 방송에도 많이 출연했다. TV와 유튜브의 차이는 뭔가.

백종원 : 공중파는 100여 명 규모가 움직이는 작업이다.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결정이 되면 변경이 불가능하다. 반면에 유튜브는 주제와 일정에서 자유롭다. 오래 고민한 것보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아이템이 반응이 좋을 때도 많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창의적인 방향 설정 부분은 유튜브가 가진 매력이다.

콘텐츠 퀄리티가 높다. 편집자 등 같이하는 팀원이 탄탄해서 일거다. 

백종원 :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내 레시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방점이 있다. 외국인에게 우리 외식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기도 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상한 음식점에 가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을 막고 싶다. 한국의 제대로 된 문화 콘텐츠를 보면 관광에도 도움이 될거다. 유튜브를 잘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이걸 하는 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척’을 하려는 거다. 그걸 제대로 하기 위해 현재 10여명의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조만간 12명이 될 거고, 20명 정도로 늘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홍보하던 친구들로 팀원을 꾸렸는데, 얼마 전에는 방송국 출신도 합류했다. 그들은 나랑 함께 해서가 아니라 내가 말한 방향성에 공감해서 일한다.

지금껏 제작한 콘텐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는 뭔가. 

백종원 : 개인적으로 골목식장 현장에서 유튜브 골드 버튼과 실버 버튼을 동시에 받은게 기억에 남는다.

이슬예나 : 구독자가 얼마 없을 때 펭수가 어느 초등학교에 찾아간 1~2화가 먼저 생각난다. 걱정도 많았는데, 그림이 좋았다. 학생과 교사도 전학생처럼 잘 대해줬고. 구독자 2만 명 수준일 때 팬사인회도 인상적이었다. 펭수가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것을 예상했는데 번호표가 동날 정도로 꽉 찼다.

고동완 : 대중적으로는 에버랜드 편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억에 남는 건 첫 촬영이다. 업로드 순은 영화관이 먼저였지만, 첫 촬영 장소는 야구장이었다. 프로그램의 첫 촬영이자, 장성규와의 첫 촬영, PD 입장에서 구성없이 막무가내로 현장에 간 첫 촬영이기도 했다. 당시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영화관과 야구장 두 군데를 하루에 찍었다. 3시간씩 6시간 만 찍으면 두 편이 될 거라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촬영이 힘들더라. 장성규도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했고 시청자 반응도 높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일주일에 하나만 찍고, 제작진이 힘들더라도 출연자를 챙기려고 노력 중이다.

고동완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PD ⓒ플래텀

“제작비도 적고 리소스가 적게 들어가는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는 자발성과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출이 빠지는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고 어려워진 거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때 통제하겠다는 태도로는 어렵다. 그렇다고 방관하면서 내버려 두는 것도 답은 아니다. 상황을 잘 설계하고 게임처럼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나는지 설계, 디자인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슬예나 PD

편집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뭔가. 호감과 비호감 경계를 잘 구분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조심하는 건 뭔가.

고동완 : 구독자가 안 보고 싶어 하는 건 뺀다. TV에서는 필요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에는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거다. 연결상 필요하더라도 여백의 미를 둔다. 그게 다음 것을 더 보게 하고, 끝까지 시청하게 하는 힘이 된다. 워크맨의 캐릭터 설정은 선을 넘는 거다. 심의가 없는 콘텐츠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주제를 정할 때 피하는 건 종교, 정치, 젠더 이슈이다.

백종원 : 있는 그대로, 평소 말투로 한다. 평상시와 다른 모습으로 촬영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편집팀에도 자잘하게 실수하는 건 반영해 달라고 말한다.

이슬예나 : 10분 정도 길이의 영상이기에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너무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대상이기에 정보를 안 넣을 수도 없다. 좋은 영향력이라는 대전제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 편견, 정치, 개인 희화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캐릭터를 추구한다. 짜인 각본은 없다. 누구를 현장에서 만나더라도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게끔 사전에 소통을 많이 한다. 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게 중요하다.

구독자의 반응, 피드백은 어떻게 콘텐츠에 반영되나. 

고동완 : 댓글에 직업 추천이 들어오면 액셀로 정리해서 가장 많은 걸 했다. 장소 섭외나 마케팅 문제로 안 되는 게 꽤 있지만, 구독자가 궁금해하는 직업 위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게 구독자와의 1번 소통이 아닐까 싶다

백종원: 가능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걸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는 건 쉬운 메뉴이다. 맛남의 광장에 나온 메뉴 레시피는 지역 특산물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넣기도 했다.

이슬예나 :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을 늘 고려하고 있다. 아이템보다 펭수라는 캐릭터에 대한 의견, 요청이 많아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해서 콘텐츠를 만든 적도 있다.

유튜브 광고 수익만으로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 제작팀이 꼭 필요할까.

고동완 : 한 사람이 진행하고, 운영하고, 편집까지 하는 것은 힘들다. 제작진을 꾸리는 건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출연자가 진행에만 신경을 쓴다면 퀄리티도 좋아진다. 워크맨의 광고 수익은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는 않다.

이슬예나 : 제작진이 있으면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 콘텐츠를 객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다수의 크리에이터가 편집자 혹은 MCN 회사와 협업한다. 조회 수만으로 큰 수익을 얻는 건 어렵다. 다만 캐릭터가 팬덤을 가질 때 부가적으로 생겨가는 접점이 많아진다.

백종원 : 내가 수익을 생각했다면 유튜브를 시작하진 않았을 거다. 편집팀을 꾸린 건 다른 일도 많은데 혼자 편집하는 게 어렵고 시간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튜버가 장래희망인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잘 못 됐다고 본다. 수익을 내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식당은 수익이 나야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한다면 권하지 않는다. 우선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더 깊이 들어가고, 고난을 이기고 성과를 낸다.

사견인데, 유튜브는 많은 사람이 취미생활처럼 하면 좋겠다. 자신만의 관점을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건 의미 있다고 본다. 유튜브를 게임처럼 즐겼으면 좋겠다. 게이머가 돈을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지옥일 거다. 좋아하던게 잘 돼서 직업이 된거다.

세 채널의 공통점은 세계관과 캐릭터가 있다는 거다. 그걸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고동완 : 처음에는 장성규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워크맨 출근길에는 사진 찍자거나 사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방송에도 종종 반영하는 편이다. 하지만 출근하고 일 하는 과정에서의 사인, 사진 요청은 콘텐츠에서 걸러낸다. 직원으로 몰입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슬예나 : 자주 듣는 질문이 펭수의 내면에 대한 질문이다. 답하기 어려운 문의이다. 가급적 펭수의 스케줄이 무리가 없게 촬영을 떨어트려서 잡고 소통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백종원 :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손잡아 주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찡하다. 외국인이 좋아한다는 피드백을 줄 때도 기분이 좋다. 금전적 성취감 못지않은 뿌듯함이 있다. 메뉴 구성을 더 잘 하고, 더 따뜻하게 해야지, 해외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해야지 다짐도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콘텐츠에 반영이 되면 퀄리티도 높아진다.

방송 때문에 내가 했던 말이 내 삶에 선한 영향력과 변화의 동기가 되었다. 선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행동은 사업에도 순기능이 된다.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때 좋은 경험은 바람직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경영자들에게 유튜브를 권하고 싶다. 방송에서 말을 뱉으면 실천해야 하잖나. 스스로를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슬예나 EBS PD ⓒ플래텀

“내가 노하우를 공유하면 거기에 다른 누군가 덧칠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결국 내게 돌아와 새로운 경험과 지식이 된다.” – 백종원 대표

웹 예능 등 디지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PD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해 준다면.

고동완 : 보통 방송국은 콘텐츠를 제작하면 컨펌이 위로 가는 게 룰이다. 반면에 우리는 영상을 제작하면 밑으로 간다. 우리가 찍은 걸 후배나 인턴들에게 보여주는데, 그들이 타깃층이기 때문이다. 윗 분들이 인정하는게 재미있는 건 아니다. 이 세대와 소통하려면 꼰대 마인드를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그들과 내가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용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슬예나 : TV 콘텐츠나 디지털 콘텐츠나 의외성이 중요하다. 제작비도 적고 리소스가 적게 들어가는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는 자발성과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출이 빠지는 건 아닐거다.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고 어려워진 거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때 통제하겠다는 태도로는 어렵다. 그렇다고 방관하면서 내버려 두는 것도 답은 아니다. 상황을 잘 설계하고 게임처럼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나는지 설계, 디자인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노하우가 있는 데 유튜브에 공유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백종원 : 20년 전 음식을 찾아 세계 구석구석을 다닌 적이 있다. 태국 시골에서 고기구이집을 봤는데, 아이템이 좋아 보이더라. 한국에서 하면 잘 될 것 같아서 메뉴를 물어보니 한국 불고기라고 하더라. 식당 주인이 한국에서 불고기 식당을 보고 돌아와 비슷하게 만든 게 현지 문화가 된 거였다. 한국 불고기인 줄 몰랐으면 내가 한국에서 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깨달은 건, 노하우를 공유하면 거기에 다른 누군가 덧칠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결국 돌아와 새로운 경험과 지식이 된다는 거였다. 실제 그렇게 된 경우도 많다. 내가 시작한 것이 새로운 메뉴가 된 것도 종종 본다. 정보화 사회에서 음식에 대한 정보가 널리 공유되면 우리한테 도움이 된다. 대중의 입이 까다로워지면 식당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실력과 서비스를 갖춘 음식점이 많아지면 먹는 사람에게도 득이 된다. 지식이나 노하우를 풀어놓으면 누군가가 변주해 새로운 지식이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거라 본다.

세 채널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는 뭔가.

백종원: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음식 초보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의도로 제작한다. 향후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도 고려하고 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외국인이 한국에 오게 하고 싶다. 나도 하겠지만, 주변국 크리에이터가 한국에서 유튜버 활동을 하게끔 돕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이슬예나 : 구독자가 늘기 전까지 펭수라는 캐릭터만 있었다. 이렇다할 테마가 없다는 지적도 들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힘, 펭수의 힘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하고 싶은건 많다. 나 혼자만의 꿈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제작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고동완 : 지금은 을의 입장인 알바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갑의 입장, 고충도 콘텐츠로 만드는 걸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직업 영역을 떠나 대중이 공감하는 새로운 캐릭터를 찾으려고 한다.

향후 계획과 연결되는듯싶다. 올해 목표는 뭔가.

이슬예나: 롱런하는 게 목표다. 펭수가 이렇게 빨리 스타가 될지 몰랐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펭수의 인기가 거품이 안 되게 진정성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다져 나가려 한다.

고동완 : 디지털 콘텐츠는 오래가는 게 쉽지 않다. 6개월 1년 정도가 한계라고 한다. 식상함을 깨는 다양한 캐릭터와 포맷을 끊임없이 개발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론 나이를 먹더라도 꼰대 마인드가 안 되는거다.

백종원 : 국내 거주 구독자에게는 최대한 많은 음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고, 해외 거주 구독자에게는 우리 채널만 틀어놓으면 일주일 동안 한식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거다. 외국인에게는 한식이 만들기 쉽다는 인식을 주려고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가서 뭔가를 먹어봐야지’라는 동기부여를 하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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