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人사이트] CES “제대로 된 제품, 뻔뻔한 직원과 함께 가라”
세계 3대 IT 전시회로 불리는 CES, MWC, IFA는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다.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각 기업은 신제품과 신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의사결정자들이 모여 미래 비즈니스를 위한 합종연횡을 발표한다.
3대 전시회는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스타트업이 세계와 접점을 만드는 자리이기도 하다. 유레카파크(CES), 4YFN(MWC), IFA 넥스트(IFA) 등 스타트업 특화관은 글로벌 IT기업 못지않게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CES 유레카파크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1200개 스타트업이 자사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 스타트업 200개사도 유레카파크에 부스를 꾸렸다.
다만 자금과 인력에 제약이 있는 스타트업은 전시회는 참가만으로 만족할만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만반의 준비가 없으면 성과 없이 돌아오기 쉽다.
지난 1월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런치클럽에서 김영덕 더.웨이브.톡(이하 더웨이브톡) 대표가 현실적인 CES 참가 경험담을 공유했다.
더웨이브톡은 CES에서 IoT 물 센서와 누구나 쉽게 수질 검사가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회사는 물이나 음료를 샘플 용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수초 이내에 탁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홈 IoT 물 센서를 통해 올해 CES 이노베이션 어워드(혁신상)를 수상했다.
김 대표는 “보여줄 제품이 있을 때 CES에 나가는 게 좋다. 부스의 위치가 중요한데, 돈 안 들이고 효용성을 높이려면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하는 것이 답이다. 언론을 상대할 때는 직접적인 회사 홍보가 아니라 시장 니즈와 기술 트렌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민관 기관의 CES 참가 지원에 대해서 “각 기관마다 따로 뽑는 건 좋은데, 한 군데 모아 놓으면 좋겠다. 같이 있으면 힘도 생기고 위상도 높아진다. 한국 스타트업의 역량이 잘 발휘되지 못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하 김영덕 대표의 발표 내용 및 질의응답 전문)
CES는 ‘기업이 미래 가능성 있는 사업을 선보이는 대언론 홍보의 장’
더웨이브톡으로는 올해 처음 부스를 꾸려 참여했지만, 이전 창업을 포함해 10번 정도 CES 현장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CES는 ‘미래 가능성 있는 사업을 선보이는 대언론 홍보의 장’이라 본다. 큰 기업들은 본 행사 전에 미디어데이 행사를 여는 등 회사 홍보에 많은 가치를 둔다.
우리 회사가 창립 3년 반 만에 CES에 참여하기로 결정한건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CES와 같이 볼거리가 많은 이벤트에서 제품이 없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 부스를 꾸린다고 해서 현장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고객이나 투자자를 만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제품이 어느정도 준비되었고, 기관의 참가 지원을 받게되어 다녀왔다. 언론에 우리를 알리고 보유한 제품군을 무작위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 볼 때, CES 참여는 내부 팀원에게 줄 수 있는 성과보상으로 좋다. 가면 시야가 커진다. 그리고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기업, 정부, 미디어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고객의 니즈도 알 수 있다. 부스를 꾸리지 않아도 비슷한 사업 분야에 있다면 가서 볼 것이 많다.
“발품 팔아 물어보며 준비했다.” CES 경험자를 찾아 성공담과 실패담 듣기
CES는 ‘불친절한 전시회’라고 한다. 행사 내용이나 미디어 컨텍포인트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입 수능 보듯 준비해도 전부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제일 좋은건, 기존에 부스를 설치해 참여했던 기업을 직접 만나 뭐가 중요한지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도 전년에 참여했던 스타트업에 찾아가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중요도를 체크하는 등 컨설팅을 받았다. 알아야 되고 찾아야 할 컨텍포틴트를 미리 찾아 놓지 않으면 자리만 지키다 돌아올 수 있다.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을 노려라. 그리고 미디어에 회사와 제품을 우회적으로 알려라.”
CES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을 내심 바랐다. 수상을 하면 CES 홈페이지에도 게시되고, 국내외 미디어에 회사와 제품 소개가 되기에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배제한 채 부스를 준비하는 건 절반은 날리는 것과 같다. 불완전한 제품이라도 CES가 가는 방향과 맞으면 어워드 수상은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언제 신청하는지, 발표는 언제 하는지 잘 몰랐다. CES 현장에서 선정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미리 신청해야하는 것이더라. 날짜가 코앞이라 부랴부랴 2~3일 만에 자료 만들고 영상 첨부하고 양식에 맞춰 보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수상했다. 덕분에 국내 5대 일간지를 포함해서 10군데 이상의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갔다.
이노베이션 어워드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전 세계 미디어에 우리를 알리는 것이다. CES에 가면 기자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콘퍼런스가 있다. 큰 데는 300명 이상이 들어온다. 거기서 발표할 수 있으면 정말 큰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준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기자들은 회사 홍보를 해주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트렌드에 맞는 기술 동향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이야기를 하며 살짝 회사의 이름을 넣어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CES는 미리 준비해도 비싸고, 나중에 준비하면 더 비싸다.”
CES는 미리 준비해도 비싸고, 나중에 하면 더 비싸다. 올해 행사에 나를 포함해 네 명이 갔는데, 제품 준비 비용을 빼고도 5000만원 정도 들었다. 5천만 원은 많이 들어간 경우고, 인원을 줄이고 필요한 것만 컴팩트하게 준비한다면 절반 이하로도 할 수 있을거다.
CES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해야 되는 건 미디어와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미팅 요청을 하는 것이다. 전시회에 오는 사람들 상당수는 C레벨(경영자급 임원)이다. 그들을 현장에서 만나려면 미리 미팅 약속을 잡는 게 필요하다. 독일에 있는 150년 된 필터회사의 C레벨 3명이 유레카파크 어딘가에 있는 우리 부스를 찾아 오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카지노에서 돈 따는 것만큼 확률이 낮다고 본다.
기자 리스트를 확보해 회사 소개자료를 보내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핵심은 자료를 잘 보내는 것이다. 긴 전시자료를 한 번에 보내지 말고, 짧은 내용을 꾸준히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우린 기관에서 영상제작을 지원받아 멋진 모델이 등장하는 회사 홍보 자료를 만들었지만 그렇게 효과가 크진 않았다. 그보다는 자체 제작한 임팩트 있는 짧은 영상이 훨씬 나았다. 제대로 된 제품과 여러개의 짧은 소개 영상, 그걸 보여주는 큰 스크린만 있으면 기본은 한다. 디자인, 로고, 명함, 선물, 명함통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CES는 회사에서 두 명이 가면 좀 벅차고, 세 명이 가면 좀 여유가 있다. 제품을 영어로 잘 설명하는 사람은 현지에서 채용할 수 있다.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게 비행기 타고 가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아르바이트 인력에게 대단한 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 한 1분 정도 키노트 설명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바이어 상담까지 이뤄지게 할 수는 없잖나. 단순하게 “이게 뭐예요? 뭐 하는 거예요? 팔고 있나요? 언제 나오나요? 가격은 얼마예요?” 에 대한 대답만 원활하게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좋은 위치가 좋은 고객을 만든다.”
수많은 기업이 참가하기에 CES는 전시공간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스가 위치한 홍보관이 주목도가 떨어지는 위치에 있다면 양적, 질적으로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미리 알리고 초대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CES는 친절한 전시회가 아니다. 이노베이션 어워드 개별 전시장과 상장에 대한 별도 안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 기업, 미디어 등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게 계기가 되어 국내에 제품과 회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우리 제품과 접점이 있는 회사들도 많이 참석하기에 유의미한 미팅이 많이 이루어졌다. 사전미팅 요청이 필요한 이유다.
이노베이션 어워드에 선정되어 좋은 또다른 이유는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별도의 전시공간이 있어 회사와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스를 크고, 이쁘게 꾸려도 동선이 안 좋으면 돈만 많이 들어가고 큰 효과가 없다.
핵심은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받는 것’, 그리고 ‘기자 홍보’, ‘사전미팅 약속’
정리 하자면, CES에 갈까말까 고민한다면 보여줄 제품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제품이 있으면 나가는게 좋다. 참가 인원은 두 명 정도에 현지인 파트타임 채용이면 충분하다. 부스의 위치가 중요한데, 돈 안 들이고 효용성을 높이려면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하는 것이 답이다. 프레스 기자회견은 회사 홍보가 아니라 시장의 니즈에 대한 기술 트렌드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알려야 된다. 핵심은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받는 것’, ‘미디어 홍보’, ‘사전미팅 약속’이다.
시간도 여유있게 잡아야 한다. 일단 왔다 갔다하면 열흘 이상 소모된다. 이노베이션 어워드와 제품 준비까지 감안하면 4~5개월은 생각해야 한다.
숙소도 에어비엔비로 미리 예약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갈 수 있다. 여러명이 묵을 수 있는 거실있는 방을 에어비엔비로 예약하면 하루에 두 사람이 100달러면 묵을 수 있다. 하지만 호텔은 저렴하더라도 인당 200달러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체류한다면 차이가 커진다.
“보여줄 수 있는 제품, 뻔뻔한 팀원과 함께 가라”
CES는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말 잘하는 뻔뻔한 사람과 함께가는 것이 적합하다. 명함 한 통을 다 써도 모자를 정도로 네트워크 할 일이 많은데, 가만히 앉아만 있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뻔뻔한 직원과 제대로 된 제품이 없으면 방문객은 우릴 보지 않는다.
단독 부스를 꾸릴 것이 아니라면,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사견이지만, 힘센 기관에 선정되는 것이 좋다. 그런 곳이 부스도 크고 자리도 좋다. 디자인도 중요하겠지만, 다 비용이다. 엣지있는 영상으로 디자인을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좋을듯 싶다.
CES는 비즈니스적인 부분도 있지만, 개인에게 영감을 주는 행사이기도 하다. 호기심 많은 직원을 보내면 열 배를 벌어온다.
(이하 질의응답)
올해 CES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업과 전시물은 무엇이었나.
임정욱 센터장: 현대자동차가 플라잉카로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 기대되었고, 미래 스마트시티 개념도 인상적이었다. 제품 중에서는 소니의 전기차 비전S가 기억에 남는다. 소니라는 기업이 자동차 영역에 깊이 발을 들여놓는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사실 매년 CES에서 보이는 것은 비슷하다. 뭐가 엄청나게 좋았다고 찝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김영덕 대표 : CES에 가면 삼성과 LG 부스에는 꼭 간다.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멋지게 전시장을 꾸미고 관객도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현대와 우버의 협업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기술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대기업, 스타트업 간 경계가 없어짐을 볼 수 있었다.
우버가 근래 우여곡절을 겪었다. CES에서 모빌리티 기업의 반등 가능성일 봤나.
임정욱 센터장 : 우버, 리프트, 디디추싱 등 모빌리티 기업의 밸류를 새삼 느꼈다. 세 서비스는 대중의 이동을 책임지는 주요 플랫폼이기에 많은 회사가 연결을 바랄거라 본다. 현대자동차도 그런 측면에서 우버와 플라잉카 제휴를 시도했을 거다. 개인이 플라잉카를 많이 사지는 않을거다. 중요한 건 어떻게 모빌리티 플랫폼에 연결하느냐다. 델타항공도 리프트와 협력해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라스트마일을 연결하려고 시도 중이다. 심리스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데 있어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거다. 한편으로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없다는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임정욱 센터장은 매년 트렌드를 보러 CES에 가는데, 일반 참관객 입장에서 관전 포인트를 말해 준다면.
임정욱 센터장 : 우선 미리 등록하는 게 중요하다. 미리 등록하면 무료지만, 현장에서 등록하면 300달러 정도 입장료를 내야한다. 미디어로 등록을 하고 가면 대기업 CEO들이 연사로 나서는 미디어 콘퍼런스와 키노트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관련 행사는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CES는 큰 행사이기에 자기가 보고 싶은 영역이 어디에 있는지 숙지하고 다니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저녁에 만나서 네트워킹 하는 자리가 많다. 거기서 생각을 교류하면 배우는 게 있다.
CES에 참여한 금융기업, 기관, 핀테크 기업 중 인상적인 곳이 있었다면.
임정욱 센터장 : 금융쪽은 많지 않았다. 국내 은행권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디지털 머니’라는 세션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난다. CES는 보이는 하드웨어 전시회라 그럴거다.
강연에서 CES 참가 지원을 힘있는 기관에서 받으라 조언했다. 다음에 선택한다면 어디에서 하고 싶나.
김영덕 대표 : 개인적으로 CES 전시공간은 자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서울관의 위치가 좋았다.
임정욱 센터장: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중 안 좋은 목에서 전시를 해 본 뒤 이듬해 자립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구나’를 학습한 거다.
올해 CES는 28개 기관이 참가 지원을 했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혜택을 받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영덕 대표 : 각 기관마다 따로 뽑는 건 좋은데, 한 군데 모아 놓으면 좋겠다. 같이 있으면 힘도 생기고 위상도 높아질 텐데 말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역량이 잘 발휘되지 못 하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임정욱 센터장 : 지난 10년 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아지기 보다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