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45. 스타트업 매각 조건을 협의하기 전 주의할 것
스타트업의 대표가 대기업, 대형 IT 회사 또는 PEF로부터 M&A 제안을 받는다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최근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에도 가장 이슈가 크게 되었던 것이 4조 8천억원이라는 인수 규모, 즉 기업가치(valuation)였던 것처럼 아마도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valuation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Valuation이 높으면 주식 1주당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이므로 ‘valuation이 높으면 창업자, 피인수자에게 유리하다’는 말은 일반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valuation이 높으면 다른 조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케이스를 가정하여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CASE 1. 대기업 S 전자가 (1) 500억원 valuation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15%는 신주로 취득하고, 36%는 구주로 취득하는 경우, (2) 450억원 valuation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100% 구주로 취득하는 경우와 (3) 400억원 valuation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51%만 구주로 취득하는 경우, 셋 중 어떤 구조가 가장 창업자들에게 유리할까요?
CASE 2. 대기업 L전자가 (1) 500억원 valuation으로 거래를 하는데 진술 및 보장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무제한으로 하는 경우와 (2) 480억원 valuation으로 거래를 하는데 진술 및 보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상한은 30억원으로, 기한은 2년으로 하는 경우 중 어떤 거래가 창업자들에게 유리할까요?
이 외에도 많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위 예에 대한 제 의견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Case by case)’입니다.
CASE 1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창업자, 즉 기존 주주는 초기 거래에서 각각 180억원, 450억원, 210억원을 주식매매대금으로 받게 됩니다. 단순하게 금액만 생각하면 100% 구주를 매각하는 경우가 창업자들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창업자들이 추후에 나머지 지분 49%를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회사의 가치가 처음보다 올라간다’고 전제한다면 창업자들인 이후에 더 큰 금액으로 지분을 매각하게 되므로, 오히려 100% 구주를 매각하는 경우가 다른 경우보다 창업자들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을 100% 매각하지 않는 방법으로 회사를 M&A할 때에는 ‘창업자들이 추후에 나머지 지분 49%를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put option을 설정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내용이 복잡하므로 이번 글에서는 상세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다음, CASE 2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두 경우 중 어떤 조건이 더 유리한지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할 지 결정하기 위하여는 먼저 회사의 상황이 어떤 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절차가 필요합니다(이는 매도인 실사를 통해 파악합니다).
쉽게 말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회사 매각 후에 기존에 근무했던 임직원들이 초과수당 미지급 등을 이유로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아니면 경쟁사업자가 특허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이 주요 검토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 매각 이후에 세무조사가 나와서 예상치 못한 세금 80억원이 부과된다면 valuation 480억원에 손해배상액 상한으로 30억원을 둔 경우가 유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 두 가지 케이스에서 살펴본 것 외에도 거래 구조에 따라 세금이 언제 얼마나 부과되는지 여부도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되고, 경영권을 누가 가질 것이며, 경영권을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양도할 것인지 여부 등등도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으니 다른 조건들도 최대한 유리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지 짧은 글에서 모두 설명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valuation이 고려해야 할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창업자들에게 문언상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창업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거래 관행, 법률에 위반되는 주장을 한다면 거래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꼭 거래 관행과 법률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원문: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73. 스타트업 매각을 위해 주요 조건을 협의하기 전,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 글: 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