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3]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시대의 전략 “완벽한 것보다 완성하는 것이 더 낫다”
당신은 마스크를 몇 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근 중국에선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마스크를 자랑하는 현상이 나와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플렉스(flex)는 원래 힙합에서 자신의 성공 혹은 부를 뽐내고 과시한다는 의미로 쓰인 말인데, 마스크를 마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일종의 ‘마스크 플렉스’를 하여 빈축을 산 것이다.
전략을 사전에 모두 계획해 놓을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앞을 내다보면서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명확하게 의도하기보다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이고, 이때마다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서 전략의 일관성이나 패턴이 형성되는 것이다.
– Henry Mintzberg –
이제는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시대가 된 것이다. 아마 올해 초에 마스크 산업이 이런 어마무시한 모멘텀을 찍으리라고 예상한 자는,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순히 황사에 대비하는 수준 정도이었을 거다. 이럴 때 필요한 전략적 마인드와 행동 가이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연하게 삽시다. 때로는 찰흙처럼 조몰락거려 보아요.
당신의 손가락으로 마치 찰흙을 만지듯, 조몰락조몰락하는 것이 전략이다. ‘Craft Strategy’- 이는 필자가 좋아하는 HBR Article에 나오는 내용이다. ‘완벽(Perfect)한 것보다 완성(Done)하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리하고 재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하라!’가 핵심이다. 이는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가 제안했다. 민츠버그는 2008년 ‘세계 경영 대가(大家) 20인’(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뽑힌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50대 경영 사상가’중의 한 명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誌)는 그를 ‘평생 현직에 몸담고 경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훈계하는 구루 (Guru) – ‘미스터 쓴소리’’라고 평가한다.
민츠버그는 전략을 바로 찰흙 (Clay)으로 은유한다. 찰흙은 어떤가. 본질 자체가 유연하다. 그래서 완전히 굳기 전까지는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불확실 것만이 확실’한 이 세상에서 예기치 못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이에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물론 유연함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일관성을 상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축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할 수 없다. 그러기에 당신이 당면한 상황에 맞는 유연한 실행이 더욱 중요하다. 치밀한 ‘Plan–Do–See’ 가 아닌 우발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당신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계획한 전략이 현실에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른 수정을 통해 수립된 일종의 ‘창발적 전략’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에게는 ‘계획과 우발’ 이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왜냐면, 앞을 내다보는 계획이 전혀 없다면 사소하고 간단한 행동이라도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거창한 계획도 소용이 없다. 또한 잘 세운 계획은 행동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을 통해 계획은 전략적으로 보완될 수 있어야 한다.
‘미스터 쓴소리’는 이렇게 표현한다. “①계획 ②우발이라는 두 개의 다리로 걷는 것이 전략 수립의 핵심이다. 전통적인 전략에서는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엇인가를 고안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Craft Strategy에서는 새로운 패턴이 형성될 때까지 하나의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고 그때 그때 익힌 경험을 통해서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면서 전략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전략가들이 하는 것이다”
Case Study : 계륵이 닭이 되다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창발적 전략’을 일본의 혼다 사례를 통해서 설명한다. ‘혼다’는 미국 오토바이 시장에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경계하고 해당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서구 강자들이 혼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BCG는 ‘일본 기업은 국내 생산량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 낮은 가격으로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소형 오토바이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에서 새로운 오토바이 시장을 공격함’이란 요지로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켄지의 경영 전략 연구가인 리처드 파스케일(Richard Pascale)은 위의 가설에 의문을 품었다. 파스케일은 혼다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BCG의 분석과는 다른 결론을 얻었다. 원래 혼다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 대형 오토바이 시장만이 존재한다고 가설을 설정하고 대형 오토바이 판매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혼다의 오토바이는 고속도로를 질주하기에는 성능이 모자랐다고 고장도 잦았다. 혼다의 대형 오토바이는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린다. 이런 경우 ‘성능을 개선해 진출한 시장에서 버티기’가 일반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다. 이때 미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근거리 외출용으로 타고 다니던 50CC 소형 오토바이에 우연히 주목했고, 그걸 미국 시장에 적용해 경이로운 히트 상품이 탄생한다. 이는 애초 계획한 것이 아니다. 혼다는 미지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배우고, 깨닫고, 시도해서 결과를 낸 것이다. 어떤 한가지에 앵커링되어 하던 것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춰서 현명하게 변화했다. 결국 이러한 마인드와 태도가 혼다에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다.
당신은 코로나19로 인한 예상치 못한(Emergent)상황을 마치 팝업창을 보는 것처럼 경험하고 있다. 이럴 때는 선택해야 한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기존의 계획만을 고수할 것인가, 혹은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할 것인가?
Case Study : 당신의 주방을 공개할 준비가 되었는가
골리앗처럼 큰 기업보다는 다윗처럼 작은 기업이 유연한 대처에 더 능동적일 수 있다. 아무래도 큰 기업보다는 체계가 덜 갖춰져 있고, 몸집이 작아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다윗처럼 영리한 기업의 이야기다. 안경 유통기업 와비파커는 초기에 〈보그〉, 〈GQ〉에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리고, 론칭 48시간 만에 주문이 2천 건이나 들어오는 등 호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온라인 서비스에 미처 ‘품절 기능’을 넣지 못해 폭주하는 주문을 모두 소화할 수 없게 된 것. 그들은 고객 한명 한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내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다. 그러자 이게 또 웬일인가? 소비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인다. ‘굳이 집으로 배달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매장으로 가서 살게요. 쇼룸이 어디죠?’와 같은 우호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또 이게 또 하나의 난관이 되었다. 론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쇼룸을 가지고 있을 턱이 있겠는가? 예기치 못한 우발적 상황에 와비파커의 대응은 재치 만발이었다. 그들은 ‘우리는 쇼룸이 없어요’라고 하지 않았다. 매출을 올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응대한다. ‘소비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쇼룸도 없으면서 어디로 초대한다는 말일까? 초대 장소는 창업자의 아파트다.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 조악하지만, 작은 쇼룸을 마련하고 놀러 오라고 한 것이다. 그것도 부엌 식탁에 안경을 전시해 놓고. 언뜻 보기엔 어설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깜찍한 재기 발랄함에 무척 즐거워했다. 당신도 남의 집에 정식으로 초대받으면 약간 설레지 않던가. 부엌 식탁에 마련한 간이 쇼룸은 브랜드에 대한 친근함을 선사해 주었다. 이에 와비파커는 온라인 기업이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사업 초기라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에는 자본이 부족했다. 지금이야 첼시 등에 단독 매장도 있고, 대형 쇼핑몰에 Shop in Shop으로도 입점하여 있지만. 그 시절 오프라인 매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매출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을까? 오! 당연히 아니다. 이 브랜드는 이동식 매장을 오픈한다. 스쿨버스를 개조한 쇼룸 버스를 뉴욕 등의 대도시에서 운영한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다.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한 치 앞을 모르는 비즈니스 세계에 살고 있는 당신이 택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당신의 계획과 실행을 변화무쌍한 세상에 맞춰가면서 부드러운 Clay를 문지르듯 Pivoting 하라. 하지만 변치 않는 고유의 원칙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지는 말자. 그렇다면 Pivoting 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필자 생각에는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다르다’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본 내용은 도서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의 ‘탐험도구를 잘 다루는 9가지 기술’ 중 하나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 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