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4]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시대의 전략 “당신을 정체시키고 옭아매는 닻을 끊어라”
“젊은이는 규칙을 알지만, 노인은 예외를 안다.
(The young man knows the rules, but the old man knows the exceptions)
Oliver Wendell Holmes, Sr.”
소설 ‘개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내는 상상력 퀴즈를 잠시 풀고 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출간》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림에 9개의 점이 나란히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이 9개의 점을 펜을 떼지 않고 4개의 직선으로 연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의하면, 이 해답을 찾아내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 저 9개의 점이 위치한 경계선 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이 그림안의 박스 영역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정답은 그림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퀴즈에는 그림의 박스 영역안에서 해결하라는 지시문이 결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그 안에 갇힌다. 이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당신이 어떤 체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선상에서, 우리 인간이 지닌 본연의 심리적 기질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이다. 앵커링 효과는 배가 항구에 닻을 내려 정박하는 것처럼 생각이 어딘가에 기대어 닻을 내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처음 얻은 정보를 기준으로 그 주변에서 생각하고 답을 구하는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람은 불확실한 무엇인가를 측정할 때,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준점을 닻(Anchor) 삼아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앵커링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본인이 처음 얻은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성향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는 잠재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각은 어떤 한가지 방식으로만 사물을 지각하도록 조건 지어진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경험한 것에 따라서, 자신만의 프레임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기 쉽다.
혹시 우리는 완벽한 서비스가 혹은 우수한 기능이 탑재된 제품만이 최선이라는 Anchoring에 빠져 있지 않을까. 특히, IT 강국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기획자들은 본능적으로 경험적으로 ‘완벽함으로 무장한 멋진 서비스’에 Anchoring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서비스는 경쟁자보다 더욱 좋아야 한다고.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유형의 제품과 서비스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관점에서 소중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도와주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니 말이다.
하지만, “Perfect” 혹은 “Excellent”이라는 Anchoring”에서 벗어나 보자. 다음의 발칙한 사례를 통해서!
Case Study 1.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현명한 ATM
미국의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인 Wells Fargo & Company는 시가 총액으로 미국 내 최대 기업이며, 자산 기준으로는 네 번째로 큰 은행이다. 이 회사는 현금 지급기 앞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두려움 즉 pain point에 대한 해결 방안을 IDEO에 의뢰했다. 현금 지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얼마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밤에 현금 지급기 앞에 서 보았는가. 돈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행여나 뒤에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피기도 한다. 소비자의 이러한 불안을 해결해달라는 웰스파고의 제안에 아이데오는 온갖 브레인 스토밍을 시도한다. 현금 지급기 앞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는 물론이고 잠망경 같은 값비싼 부가설비도 총동원해서 말이다. 아이데오의 명성에 걸맞게 새롭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그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그런데 그 유명한 아이데오는 시가 총액 최대 기업인 웰스파고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정말 거창하고 신박해 보이는 그야말로 최신의 IT 기계가 동원된 해결책을 제안했을까?
아니다! 아이데오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다.
‘현금 지급기 바로 위에 1달러 80센트짜리 어안 (魚 眼)거울을 설치하자.’
세계적인 은행과 세계적인 에이전시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치고는 너무 싱겁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 돈으로 2천원 남짓한 ‘어안 거울’이 해결책이라니! 하지만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이데오가 첨단 기술을 몰라서 저가의 어안 거울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 웰스파고가 돈이 없어서 이를 수용한 것도 아니다. 아이데오는 분명 고가의 하이테크 제품을 제안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명료한 것이 최고 중의 최고가 됨을 알고 있었다. 또한 웰스파고도 이의 효용성과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하고,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무언인가 즉, Something Different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심화되면 당신도 모르게 갇혀 있는 Anchoring일 수 있다. 요즘 세상에는 독특하고, 신기하고, 멋진 제품들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색다르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 을 수 없다고 고민하는 당신의 마음에 물론 공감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하고 장기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는 당신의 아름다운 욕심이 다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 ‘태양 아래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새로운 것이 보이곤 한다.
Case Study 2. 불황기에는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통한 핵심 End -Benefit에 집중하자
폴 폴락(Paul Polak) 박사는 “(1) No! 큰 투자 (2) Yes! 누구가 쉽게 사용 (3) Okay ! 현지 사정에 맞게 개발” 이라는 특징을 지닌 ‘적정기술’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빈곤으로부터의 탈출(Out of Poverty)의 저자이자 ‘Brave Thinker’로 불리기도 한다. 폴 폴락이 설립한 ‘국제 개발 기업(IDE)’은 개발 도상국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27억 명의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품 보급을 통해 사회적 공헌과 영리라는 2마리 토끼를 잡는 혁신을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개발 도상국가의 영세 소농들을 연상해보자. 삶이 녹녹치 않다고 그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는 빈곤의 연속으로 이어지므로 누군가는 이 연결을 끊어야 하지 않을까. IDE는 영세 소농들에게 저비용의 농업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이들에게는 서양의 농민들처럼 고가의 첨단 설비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 혹은 대출받아서 이를 몇 년에 걸쳐서 상환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 답보되어 있다면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이들에게는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한 첨단 설비보다는 차라리 싼 가격에 부담없이 구매해서 단기간에 보다 많은 수익창출을 도와주는 설비가 더욱 절실한 것이다.
IDE는 개발 도상국 영세농들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직시한다. 그래서 인도 영세농에게 농작물 육성에 필요한 즉, 적수관개(파이프를 통해 식물에 물을 주는 방식) 설비를 제공하는데, 접근 방법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설비는 서구 사회 농민들을 위한 “내구성”, “기술성”, “편의성” 등의 일반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비용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오로지 기본에만 충실한, 고작해야 1-2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설비를 설계한다. 영세농들이 이같은 저렴한 설비를 보다 쉽게 구매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다. 또, 보다 빨리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재투자도 가능해진다.
IDE가 집중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영세농들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기술 지향적 사고 방식을 지닌 그 누군가는 이를 근시안적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고작 1-2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설비는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비효율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관점에서는 “Anchoring”이지 않을까!
모두가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다. 당연히 소비자가 요구하는 그 무엇도 당연히 다르다. IDE는 이와 같은 저비용 시스템에 대한 수요 증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 성공한다. 폴 폴락 박사는 ‘세계 50명의 주요인물'(Scientific American 선정)이자, ‘올해의 사업가’(Earnst & Young 선정)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의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는 일찍이 SMART 프로젝트 즉, Simple(단순하고), Manageable friendly(다루기 쉬운), Affordable(저렴하고), Reliable(믿을 수 있고), Timely to market(적시적인) 상품 개발을 진행하여 성공한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 이용하는 ‘태아 심장박동 진단기’는 초음파 기술이 탑재된 이유로 인해 프리미엄 장비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도, 미국, 독일 소재의 연구 개발센터가 협력하여 특수 마이크로폰을 활용한 가격이 저렴한 ‘FHM’을 출시한다. 물론 이는 원래 인도시장의 구매력이 낮은 계층을 개발된 제품이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농촌 거주 임산부들에게 사용될 수 있는 향후 글로벌 제품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아이이다. 연구에 의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선진국에서도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고 유럽은 고령화로 인해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 시장이라고 해도 모두 프리미엄 제품만 구매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 수익을 빨리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IDE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적수관개 설비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 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멘스의 FHM처럼 이는 예상외로 많은 타겟 커버리지를 보장해 줄 수 있을 수 있다. 즉, ‘적정 기술’과 ‘적정 가격’으로 탑재된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 구매력을 기준시, BOP(Bottom of Pyramid)에서부터 더 상위의 단계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당신의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빨리 얻어갈 수 있는 End Benefit에 공략하자. 당신이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 있는 Anchoring에서 탈피하자.
*본 내용은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중 탐험도구 Big5와 탐험도구를 잘 다루는 9가지 기술의 내용을 종합한 것입니다.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 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