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이 닥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인도 ‘주가드 혁신’
“모든 것이 여러분에게 불리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 비행기는 바람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바람을 거슬러 이륙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When everything seems to be going against you, remember that the airplane takes off against the wind, not with it.)” – 헨리 포드/ Henry Ford
브라이언(Brian)이라는 전략가는 인도 시장을 VUCA적 특징을 지닌 것으로 이야기한다. Volatility(변화가 심하고), Uncertainty(불확실하고), Complexity(복잡하고), Ambiguous(모호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시대 또한 VUCA를 정확히 반영하는 듯하다. 바로 ‘코로나 위기의 시대’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역습의 사태는 그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했다. 참으로, 진실로, 대략 난감하다. 이럴 때, 당신의 마케팅은 어떤 통찰력을 지니고 이에 대응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럴 때, 필자는 많은 것을 “Reverse” 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프레임 내에서 “주가드 이노베이션(Jugaad Innovation)”에 한 번쯤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인도의 영세한 농촌의 상황 및 VUCA의 특징에 대응하여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초기에는 인도 농촌에서 소박한 수준의 제품 개발에서 시작하지만 이후 인도의 대도시는 물론, 외국의 다국적 기업의 제품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친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모델이다.
그럼 여기서 여러 학자들이 분석하는 주가드 이노베이션의 특징을 한번 훑고 가자.
첫째, 종래의 기술 혁신이 자본 집약적 방식을 취한 것과 달리 이는 자본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검약적 기술혁신(frugal innovation)이라고도 한다. 이는 또한 기술 형성과정에서 유연성을 요한다. 즉, 기술 개발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기존의 알고리즘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대안적인 알고리즘을 채택한다. 구매력이 낮은 인도의 저소득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이는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둘째, 기존의 기술 혁신이 주로 과학자, 연구원 등의 전문가에 의해 주도된 특징을 지닌 반면, 주가드 이노베이션은 전문가는 물론이고 시골 농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의해 주도된다. 왜냐면 이는 고도의 정교화된 기술이 아닌, 현재에도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과 성능이 단순하고 사용이 용이하다. 결국 단순성(simplicity)이다! 제품의 핵심적 기능을 제외한 불필요하고 복잡한 기능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신제품 수용 및 확산에 크게 기여하는 요소이다.
넷째, 가격이 저렴해도 ‘내구성’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다. 예를 들어, 인도는 전력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언제 단전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규칙한 전력 공급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견고함은 필수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주가드 이노베이션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를 한번 보자. 이러한 사례를 통해 당신의 업에 적용 가능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아카시’라는 브랜드의 태플릿 PC이다. 이는 영국의 벤처 기업인 데이터 윈드와 인도의 기술대학이 협력하여 개발한 것으로 웹브라우징, 동영상 재생, 와이파이, 문서 작성 소프트 웨어의 핵심적 기능을 지닌 것으로 2011년도에 출시되었다. 농촌 거주 지역 주민을 위해서 태양광 전원 옵션 기능을 지녔다. 5년간의 연구 기간을 통해 탄생한 것으로 어메이징한 것은 가격이 35달러, 한화로 4만원대이다. 연구 개발을 통해 가격을 10-20달러 더 낮출 수도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원격 강의를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없다. 일각에서는 IT 디바이스를 구비하지 못해 비대면 원격 강의가 힘든 학생에 대한 우려감도 높은 실정이다. ‘아카시’는 인도 교육 시스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도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제품이다. 당신의 생각을 Reverse 해보라. 과연 이런 단순한 태블릿 PC가 과연 인도의 농촌 주민에게만 필요할까. NONONO. 당신은 태블릿 PC에서 주로 어느 기능을 사용하는지 살펴보라. 물론 당신이 Tech-Savvy하다면 해당되지 않겠지만.
두 번째는 소아과 의사인 사티야 제가나탄 박사가 만든 미니멀 인큐베이터이다. 평균 1천 명당 39명의 높은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 나무 상자, 플랙시 글래스로 만든 뚜껑, 100와트의 백열전구로 유아의 체온을 유지하는 그야말로 미니멀 기능의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학병원의 유아 사망률을 절반으로 감소시킨다. 서구의 인큐베이터가 2만 달러에 달해 각 병원에 비치하기 어려운 현실을 해결한 것이다. 이러한 인큐베이터는 인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2014년 그 유명한 영국의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에서도 23세 대학생이 만든 저렴한 인큐베이터인 MOM이 수상한다. 유럽 등에선 인큐베이터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존 인큐베이터의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개발도상국이나 재해 지역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상식을 뒤집은 제품이다. 아코디언처럼 접이식 제품으로 기존 인큐베이터 대비, 90% 이상 값싼 것이 대중적 확산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이 과연 인도와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만 유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시 NoNoNo,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미티쿨 진흙 냉장고이다. 진흙이라니, 정말 창의적이지 않은가. 그야 말로 주가드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여러 지역에서 마실 물을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진흙 항아리에서 착안한 것으로 50달러 정도에 구입가능한 친환경적 제품이다. 전기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인도의 농촌 환경에 정말 딱 “Fit” 되는 제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도의 대표적인 FMCG 그룹인 고드레지는 인도 시골 주민들을 위해 6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 일반 냉장고의 절반 수준의 전력량만 사용해도 되고 이사가 잦은 빈민들을 위해 8kg정도의 가벼운 초투쿨(Chotukool) 냉장고를 출시하여 첫해에만 10만 개 이상을 판매한다. 시골 주민들의 애로사항과 경제 사정을 고려해 ‘더 작게, 더 싸게 (Make it Smaller, Make it Cheaper)’에 집중한 것이다. 그런데 영리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 제품은 처음에는 BOP(Bottom of Pyramid) 계층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높은 이동성’이라는 장점을 활용하여 풀장, 도심형 가족파티, 오피스용 등의 다양한 TPO를 창출하여 구매력이 높은 Upper 계층의 second 냉장고로 포지셔닝하여 성공을 거듭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카드를 긁지 않는다. 많은 경제 지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분간은 일반 중산층의 구매력은 슬프게도 BOP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의 비즈니스가 멈춰야만 하는 가, 우리 모두가 마스크 사업에 진출할 수는 없다. 어찌하든 이 시기를 버티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략을 “Reverse”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럴 때, 자원 제약을 염두에 두고 자본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기존의 활용 가능한 기술을 찾아보라. 그래서 단순하고 사용이 편리하여 부담없는 가격대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창출하라. 창조적이고 융통성있는 주가드 이노베이션 개념을 적용해서! 그래서 이 시기를 지내자. 곧 좋은 시기가 오면, 지금의 시기를 버텨준 당신만의 주가드 이노베이션은 다소간의 리뉴얼 혹은 리포지셔닝을 통해서 다시 구매력이 상승한 소비자에게 먹힐 수 있게 변신시키면 된다. 인도의 초투쿨(Choutukoo) 냉장고가 최초에는 BOP를 겨낭했지만 후에는 구매력이 높은 계층으로 이동했듯이 말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당신 소비자들이 지닌 가장 위급한 Pain Point를 찾아보라. 그리고 가장 위급한 고통에만 집중하라. 나머지 아파하는 것들은 또다시 도래할 꽃피는 시절에 보강하면 된다.
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 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