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스마트폰 주문하면 1시간 내 배송… 코로나19가 바꾼 라스트마일
장야징은 안후이(安徽)성 화이난(淮南)시에서 10년 넘게 스마트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이다. 지난 9년 간 그에게 춘절 연휴는 대목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매출이 0에 가까운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장양징은 “2개월 가까이 폐점한 뒤 일을 재개할 때 어떻게 매출을 내야할 지 고민이 깊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라이브스트리밍에서 찾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신형 스마트폰과 소개하며 자신의 매장에서 구입하면 좋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판매된 스마트폰을 택배회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배송했다. 배송은 매장 동료들이 차를 몰고 나가 고객 손에 바로 전달했다. 호응이 따라왔다.
장양징은 “전염병 발발 이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이라 판단했다. 잠재 수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라이브스트리밍을 선택했다. 판매된 제품은 바로 배송을 했기에 구매자들의 호응도 좋았다. 빠르면 30분 내에도 가능했다. 이를 통해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서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스마트 디비이스에 대한 수요가 재점화되고 있다. 5G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가 시장에 등장했고, ‘보상소비’, ‘보복소비’라 불리우는 소비 트랜드가 이에 호응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정보통신기술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2175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이 출하돼 2월보다 240%나 공급량이 급증했다. 특히 5G 스마트폰 신제품은 지난달에만 24개 이상 출시되어 5G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621만대를 넘어 2월보다 160% 증가했다.
중국 내 전자업체들은 소비 회복 시류를 읽고 소비자와 접점이 닿는 유통 구조를 찾는데 매진하고 있다. 특히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를 책임지는 생활 플랫폼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어 난관을 해결 중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가 경제에 타격을 입혔지만, 스마트폰 판매는 증가세”라고 밝혔다. 런정페이는 3월 말 신제품 출시 회견에서 “화웨이는 현재 중국에서 매일 45만 대 가량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더 회복되면서 올해 말 월 판매량이 2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 양위안칭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PC, 태블릿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 대한 수요증가는 디바이스 제조업체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중국 1분기 컴퓨터, 통신장비, 기타 전자제품 생산량은 9.9% 증가했다. 또 스마트 제조업 분야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렉신핀테크가 운영하는 중국 최초의 할부결제 전자상거래 플랫폼 ‘휀킬’의 소비 동향 데이터도 중국 수요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휀킬 측은 “이번 코로나19가 소비를 위축시킨 측면이 있지만, 중국 소비시장의 지배세력인 젊은 중국 소비자들을 위축시키지는 않았다. Z세대는 여전히 새로운 스마트폰과 같이 유행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휀킬이 최근 중국 내 20개 지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G 스마트폰과 애플 제품군은 중국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또 “특히 애플 등 유명 브랜드 5G 스마트폰은 코로나19 이후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조사되었다.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휀킬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전월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판매 루트는 이전과 달라졌다. 오프라인 대면 구조가 기피되는 상황이기에 비대면, 컨텍트 프리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기업이 라스트마일 배달업체와 제휴해 물건을 배송 중이다. 아울러 직접적인 채널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메이투안의 경우 플랫폼에서 스마트폰 판매도 진행 중이다. 음식을 주문하듯 스마트폰을 주문하면 바로 배송까지 진행하는 형태이다.
베이징 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근무하는 마빈 씨는 이달 초 음식배달 앱을 통해 쌀국수를 주문하다 최신 5G 스마트폰 판매 프로모션 링크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잠시 고민했지만,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결국 구매 버튼을 눌렀고, 불과 30분 만에 스마트폰이 음식과 함께 그의 손 안에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마씨는 “인터넷 트랜드에 나름 밝다고 자부했는데, 이번에는 놀랐다. 음식 배달 앱에서 스마트폰을 사게 될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 했고, 스마트폰이 이렇게 빨리 도착하는 줄도 예상하지 몰랐다.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우시 소비자들은 음식 배달 앱 메이투안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배달의민족에서 스마트폰을 주문해서 바로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 19 이후 B2C는 물론 B2B 영역에서까지 각광받고 있다. 배경에는 같은 상품이라면 배송이 안전하고 빨라야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메이투안의 노하우는 중국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피터 리처드슨 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판매가 지지부진했지만, 이는 소비 행위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연되는 현상일 뿐”이라며 “대중의 활동이 어느정도 자유로워지면 예년 이상의 구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