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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7] 슬기로운 인터뷰어 탐구생활-1

당신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미팅을 주도해야 하거나 소비자 혹은 패널을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어떻게 해야할까. 또는 코로나19 시대에는 화상 서비스 시스템으로 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되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어떤 상황을 상정하고 준비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 필요한 실전 팁을 나열해 본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이다.

참석자들에게 집단 인터뷰 혹은 미팅(FGD) 진행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배를 탄 파트너’라는 공감대 형성에 힘써야 한다. 참석한 사람들 혹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모더레이터가 일일이 주목하지 않아도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참석자들끼리 서먹하지 않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기본 매너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아주 쉬운 비유를 들겠다. 노래방에서 당신이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당신의 노래를 듣지 않고 떠들거나, 노래방 책을 보면서 다음 노래를 찾는다면 어떨까. 당신은 샤우팅할 의지가 사라지지 않는가, 동일한 이치이다.

-결국 초반의 라포(공감대 : Rapport) 형성이 인터뷰와 미팅 품질을 좌우한다. 그룹의 특성에 따라서 당신은 다르게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주부 그룹은 참석자끼리 빨리 친해지는 편이다. 이것이 과도하면 신변잡기로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기에 주제가 산으로 가지 않게끔 해야한다. 반면, 미혼 여자 직장인 혹은 여대생들은 서로 간에 견제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씰쭉거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잘 보고 있다가 ‘왕언니(오빠)의 넉넉한 마음’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어야 한다. 견제 분위기를 풀어주는 은근한 멘트를 던져도 좋다. 가끔은 서로에게 예민할 수 있으니 이를 티나지 않게 중재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 그룹에서 야들야들한 분위기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군대’라는 계율 문화와 어느 정도의 직장 생활의 쓴 맛을 경험한 이들은 ‘사회적 통념’에 의해 은근히 눈치를 보는 편이다. 초반에 이를 잡아 주지 않으면 겉도는 피상적인 내용만 도출될 뿐이다. 일종의 ‘사회적인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런 의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굉장히 도덕적으로 정직해 보이는 의견만을 낸다. 사회자가 얻고자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은밀하고 위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말이다. 본인 개인의 의견이 아닌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만 들을 것이라면 인터넷 혹은 SNS의 내용만 확인해도 되는 것 아닌가.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조짐이 보이면 약간의 환기도 시켜주고, 주의도 주고, 때론 대놓고 편하게 부탁도 해야한다. 잘 부탁하면, 금방 ‘편안한 옆집 아저씨’의 자세로 잘 수용해 주고 도와주기도 한다. 미팅을 주도하는 사회자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런 분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Rapport 형성의 요령은 일종의 미러링(Mirroring)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서로를 모방하고 동조하는 가운데 타자와 자기와의 상호 의존성이 형성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상황에 맞게 사회자는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야 한다. 세상사가 다양하지 않던가. 마찬가지이다. 그룹별로 활기찬 분위기 혹은 조근조근한 분위기, 그냥 저냥 평범한 분위기 등 참으로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당신이 예민하다면 초반에 말꼬리를 트여 주는 일부 참석자에 의해 30분 안에 그 그룹의 전체적 성향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룹 유형은 다양하다. 가정에서 매우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오랜만에 수다 떨 기회를 만나 조금 귀엽고 우악스러움을 표출하는 주부들, 아직까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눈치도 보이고 자신감도 약한 학생들, 도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은 미혼 여성 직장인들, 회사에서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의 호칭을 통해 어느새 진중함이 익숙해진 남성 직장인들은 흔히 만나볼 수 있다. 가장 괴롭고 손을 쓸 수 없는 유형은 사회자의 질문에 Yes & NO라는 답변 외에 관심없다는 표정으로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남자 고등학생 그룹이다. 아주 미안한 표현이지만 이 그룹은 읍소가 답이다. 최후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너희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잘 안해주면 삼촌(이모)이 회사 사장님께 혼날 수 있어, 그러니 제발 말 좀 해줄래.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 측은지심을 지니고 도와주려고 한다.

이렇게 그룹별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당신의 모든 Tone & Manner를 맞춰보라. 공감대 형성이 빨라지면 솔직해진다. 그 그룹만의 개성에 집중된 가치있는 토론이 이루어 진다. 이때 회사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아주 가치가 있는 verbal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매너이자 배려를 표현하는 것이다. 존경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석자들이 말할 때, 따뜻하고 편안한 눈과 미소로 계속 끄덕여 주고, 가끔은 “엄멋멋 웬~일!! 어쩌나요!!!” 하면서 푼수도 떨어주고, 자기 표현이 서투른 사람에게는 그가 말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 우리도 누군가 내 의견을 잘 경청하는 사람을 만날 때, 더 신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나. 우리의 소소한  인간사의 그것을 똑같이 적용하라.

특정 의견으로 쏠림 현상을 반드시 꼭 막아야 한다. 이는 그 미팅 혹은 FGD가 잘 진행되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하는 “Key Factor” 이다.

-전체 참석자들이 몇몇 목소리가 큰 참석자들의 의견에 앵커링(Anchoring)된다면, 빨리 감지하고 막아야 한다. 개인의 의견은 당연히 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동일한 의견만을 개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품질이 낮아진다.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개진하다 보면, 어느 한 지점으로 ‘의견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면 그 파장이 총총총 물결을 형성하면서 나아가듯이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되어가는 것이다. 이 찰나의 순간 사회자는 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쏠림이 ‘진실’, ‘Fact’인가 혹은 ‘Anchoring’ 인가를 인지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부분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다 보면, 참석자들은 주의 사항을 금방 잊게 된다. 게다가 목소리가 크고 이 토론을 자신의 의견대로 주도하고 싶은 ‘작은 악마’가 그룹에 끼어있다면 파장은 더욱 커진다. 그럴 때는 또 한 번 주의를 주는 게 좋다. 그 다음에 쏠림이 발생한 의견에 대해서 ‘동조 (vs) 반대’인지를 다시한번 확인해야 한다. 어떤 소비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 이렇게 생각하면 저 분 의견이 정말 맞는 것 같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헛갈려요’ 이것 또한 수용해야 할 Fact이다. 과연 100% 동조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견해가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은 인정하라. 동시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경향성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지 파악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이슈에 사사건건 다 적용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에 정한 시간 내에 미팅 혹은 FGD가 종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질문을 해보라. 특히 쏠림 현상이 발생한 내용이 매우 중요할 경우에 해보라. 예를 들어, 쏠림이 발생한 A라는 의견에 대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요?’ 또는 ‘A와 반대되는 B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실 것 같은지요?’ 라고 질문하라. 그러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왜 그런 답변을 하게 되었는 지 맥락을 이해해 보라. 또 다른 Tip으로는 참석자들에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1-2분 정도 주고 다시 한번 본인의 의견이 어떤 쪽에 더 가까운지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도 유용하다. 이런 식의 잠깐의 쉼표(Pose)은 수준 높은 데이터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쏠림 현상을 사회자가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소비자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에 기반을 둔 마케팅 전략이 성공할까? 어쩌다 어른인 것처럼, 어쩌다 한번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또 중요한 한 가지는 이러한 쏠림 현상을 해석하는 영민함이다. 여기서 영리한 사회자와 현명한 클라이언트의 자질이 판가름 날 수 있다. 소비자들과 열띠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특정 브랜드에 대해 일부 참석자가 지닌 부정적 견해로 인해, 참여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 부정적 분위기에 쓰윽하고 따라가고 동조하게 될 때가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겠는가. 이를 벗어나는 것 또한 요령이며, 노련함이다. 일종의 마녀 사냥 몰이로 인해 나타난 것으로 곡해하거나 폄하하거나 실망하지 마라. 사람들이 왜 변덕스럽게 특정의 소수의 큰 목소리에 따라가겠는가. 그 브랜드(제품/서비스)가 그만큼의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당신은 이러한 것을 노련하게 캐치해야 한다.

별의 별 개성의 소비자 다양성을 인정하고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 그 가운데 “나는 당신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입으로 은근히 표현하라.

정말 다양한 개성을 지닌 소비자들의 유형을 몇가지로 구분해 보겠다.

우선 “Big Mouth Type”이 있다. 단어 그대로 말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자기 말만 하고 본인이 다른 사람의 의견까지 간섭하는 유형이다. 다음으로는 인터뷰와 미팅 내내 다른 사람 이야기 듣다가 참석비만 챙기고 집에 어서 가고 싶어하는 “Cherry Picker Type”이 있다. 이 두 유형을 만나게 되면 초반부터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즉, 사회자가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이 유형이 전체적인 Vibe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가차없이 행동해야 한다. 요령은 다음과 같다.

Big mouth에게는 가끔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쌩까는 것’도 필요하다. Big Mouth Type을 제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이들이 쏠림 현상의 주역이 되니까. 그래서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 보라.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으니까, 잠시만 쉬어 가 주세요. 원래 스타는 무대 맨 마지막을 장식하니까요, 제가 다른 분들 의견 다 듣고 나중에 들을께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역력히 보이는 체리 피커 타입에게는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주실 것 부탁드립니다. 당신도 직업이 있듯이 저도 이것이 직업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첫 타자로 지명해서 질문하라. ‘앞사람의 의견과 똑같아요’ 라는 클리쉐한 반응을 사전에 방어하는 것이다.

언급한 2대 유형 대비, 상대적으로 확률은 낮은 편이나 여러 타입이 존재한다. 오만가지 FGD에 다 신청하시는 ‘전문 꾼 Type’이 있는데, 교묘하게 피해가는 이 유형은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꾼이라도 상관없다. 솔직하게만 이야기해 다오”라고. 말 시키기 무서운 ‘사회 및 가정 불만형 type’도 있다. 이들은 계속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때로는 트집도 잡는다. 필자는 솔직히 한 번은 참다 참다 못해 이렇게 질문을 해봤다. (물론 얼굴에는 여유만만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원래 모든 일과 대상에 그렇게 항상 시니컬한 편인지요”라고. 자기는 원래 그렇다는 답변을 들은 기억이 난다.

다음으로는 이래도 좋아요 저래도 좋아요 하는 “우유부단 type”, 사람의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답답이 type 혹은 엉뚱이 Type”이다. 삶의 궤적에서 사회 경험이 부재한 층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타입은 조금 순발력이 떨어지고 반응이 느린 편이다. 그리고 방금한 질문을 자꾸 까먹는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심한 경우, 주제와 상관없는 방향의 질문을 많이 하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과 수다 삼매경으로 빠져버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는 말의 속도도 천천히 그리고 쉬운 문장으로 다시 친절히 설명하고, 참고 기다리고, 이상한 질문은 저지시켜야 한다. 너무 엉뚱한 답변은 그냥 의식적으로 반응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다.

(to be continued)

choi박소윤 : 마케팅 & 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 대표 및 Small Data 전문가. 경영학 박사 /경희대 겸임교수 外 홍익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마케팅 강의중이다. 대기업, IT회사,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기업 등에서 10년간 직장 생활 후, Lemonade&Co.를 설립해 다수의 광고 회사와 마케팅 &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교보문고예스24)>, <마케팅 관리론―핵심 실무 중심>이 있다.

외부 전문가 혹은 필진이 플래텀에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고문의 editor@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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