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1-1] 중국에서 실리콘벨리를 찾는다면?
중국진출을 생각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현지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 특히 직접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 현지법인이 없을 경우 제약이 많고(일례로 중국의 최대 앱마켓 360은 현지법인이 있는 회사에게만 등록을 허락하고 있다) 서비스의 현지화를 위한 과정에서 현지인력채용 또한 불가피 하기 때문에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도 있겠다.
미국에 실리콘벨리가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스타트업들이 선호하는 두 지역이 있다. 바로 베이징의 중관춘(中关村)과 상하이의 장쟝(张江)이다. 두 지역 모두 대도시에 기반을 둔 중국의 대표적 첨단산업지구 라는 점은 같지만 중관춘(中关村)과 장쟝(张江)은 서로 비교해 볼 점들도 많이 있다.
중관춘(中关村)과 장쟝(张江)
베이징의 서북지역에 위치한 중관춘(中关村)의 역사는 1988년 중국 정부가 이곳을 “베이징 신기술산업 개발 시범구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후로도 1999년과 2006년에 정부가 지속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주요 개발 정책을 실행하면서 중관춘(中关村)은 하이테크 기업 2만개 고등교육기관39개 연구기관 140개를 포함하는 지금의 거대 첨단산업단지로 발전하였다.
1992년 설립된 장쟝(张江)첨단산업단지는 상하이 중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1999년부터 상하이 시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면서 소프트웨어와 생물, 의학분야의 첨단산업을 위주로 발전해오고 있다. 2012년말 기준으로 등록된 기업만 9000개가 넘고 이 지역에서 일하는 인력이 27만이나 되는 중국 남부의 중심 산업단지이다.
사람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다. 그렇다면 중관춘(中关村)과 장쟝(张江)은 우수한 인재들과 네트워킹하고 함께 일 하는데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갖고 있을까?
베이징에는 중국 명문대학들이 집결해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인정받는 베이징대학, 칭화대학을 포함하여 150개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이 있고 매년 20만명이 넘는 대졸자들이 배출된다. 중관춘(中关村)에는 이런 명문대 출신 학생들의 창업이나 기술개발 등을 독려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들이 존재하고 있다. 과거 중관춘(中关村)에서 베이징대학의 방정집단, 칭화대학의 칭화동방 같은 학교기업들이 커다란 성과를 올렸는데, 이제는 큰 회사로 성장한 이들 기업은 학생들의 연구와 생산활동을 독려하는 명문대학과 이를 상업화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중관춘(中关村)의 산업생태계가 만들어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역시 우수한 인력풀을 갖고 있는 곳이다. 푸단대학, 지아오통대학 갖은 명문 대학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고등 교육기관이 있다. 이 학교들이 모두 이공계 학과의 기술연구와 산학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하이 역시 사람을 찾기에는 충분히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상하이는 국제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외국인들과 해외파 활동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에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인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쟝(张江)은 글로벌 기업이나 큰 회사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창업이나 스타트업 취업을 생각하는 인력들과 네트워킹 하거나 이들을 고용할 기회가 중관춘(中关村)에서 만큼 많지는 않다.
기업
베이징과 상하이 모두 중국의 유명 IT기업들이 많은 도시이다. 13년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했을 때 10대 인터넷기업 중 6개 기업이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있고 1개 기업이 상하이에 기반하고 있다.
두 지역에 헤드쿼터가 있는 기업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상이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 또한 중관춘(中关村)과 장쟝(张江)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최대 검색포탈 Baidu와 Sohu등은 전형적인 기술기업이다. 중국 인터넷 산업의 초창기부터 기술을 토대로 한 서비스를 통해 성장해온 이들 기업들은 상당 수가 중관춘(中关村)에서 시작되었다.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기업 특유의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조력자가 되고 있는 이들 기업은 중관춘(中关村)이 중국 최대의 IT산업 기지로 계속해서 발전해 가는데 구심점이 되고 있다. 또한 중국 로컬기업 말고도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R&D센터를 베이징에 둘 정도로 중관춘(中关村)은 중국에서 기술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구글의 엔지니어가 창업주 중의 하나인 샤오미(小米)(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제조사), 구글중국의 CEO였던 리카이푸(李开复)가 설립한 Innovation work 등의 사례를 보았을 때 중관춘(中关村)이 최고의 기술기업들을 유치하면서 파생된 긍정적 효과가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특징으로 중관춘(中关村)에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많다. 이는 중관춘(中关村) 전체 기업 중 중소규모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7% 이상이라는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관춘(中关村) 출신의 성공한 기업들의 선례를 지켜보며 스타트업들이 그들만의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상인문화가 발달 한 지역이기도 하며 실제로 중국에서 상업활동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하이의 특성상 상하이에서 성장한 많은 IT기업들도 이를 이용한 서비스 중심의 발전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trip을 빼놓을 수 없다. 호텔과 교통편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C-trip의 업무성격에서 알 수 있듯 상하이에서 자생한 IT기업들은 상당수가 기술중심이 아닌 서비스중심 기업들이다. 따중뎬핑(번역 : 대중의 평가)같은 생활정보 제공 서비스가 상하이에서 시작되었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회사들도 장쟝(张江)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장쟝(张江)은 GE나 HP같은 굴지의 외국기업과 대기업을 많이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은 좋은 편 이지만 스타트업의 수량은 중관춘(中关村)에 훨씬 못 미치는 편이며 심지어 중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관리하는데 매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은 많은 스타트업이 장쟝(张江)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