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2] 중국의 이동통신사업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까?
지난 2013년 12월 26일 중국의 공업 및 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이하 공신부)는 11개 기업에게 VNO사업자 인증을 발부하였다. 이번에 1차로 인증을 받은 11개 기업에는 완왕(万网), 찡동샹청(京东商城) 등 중국의 유명 인터넷 기업들이 다수 포합되어있다. 지금까지 VNO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 간의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와서 이번 결정이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표로서 VNO 서비스 보급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VNO 사업자들의 전화번호 앞자리는 170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VNO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유력시되던 Tencent나 Suning 등의 기업들은 이번 1차 발부에서 제외되어 업계는 이들 기업의 추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공신부에 의하면 VNO 사업자에 대한 업종의 제한은 없다고 한다. 음료제조업체이건 자동차 제조업체이건 능력만 되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외국기업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민영기업의 통신업 진출을 장려하여 그 동안 중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국영기업 3사의 시장구조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신청조건에서 실제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단서를 덧붙였는데 통신네트워크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규모와 경험이 필요하고 또 실제로 상품을 기획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유통능력 등이 요구된다. 이런 능력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중국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적절한 후보들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VNO사업자들의 통신업계 진출이 가져다 줄 변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차적으로 봤을 때 경쟁을 유발해서 중국 소비자들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잘 기획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VNO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역시 통신업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VNO 사업자들에게 좋은 가격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으로썬 더 지배적이다. 또한 VNO사업자들 스스로도 조금이라도 더 좋은 협상조건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신 3사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기획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으로는 VNO사업자들이 모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결합한 통신패키지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 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인 찡동샹청(京东商城)에서 핸드폰과 자사VNO의 SIM카드를 함께 판매하여 핸드폰 구매와 개통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할 수 있다. 또한 쇼핑몰에서 매월 일정액 이상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저렴한 통신비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만약 Tencent에서 VNO사업을 한다면 현재 3억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Wechat을 플랫폼으로 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차로 11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고 내년 7월까지 계속해서 자격조건이 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인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들 각자 자기만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중국의 VNO사업은 통신사들간의 경쟁에 앞서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VNO사업자들간의 힘겨루기가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VNO사업자들도 네트워크사업자들 중에서 협상대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 네트워크를 가졌다고 해서 마냥 배짱을 부릴 수 만도 없는 입장이다. 차이나 모바일이 현재 가장 많은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훗날 차이나 유니콤에게 VNO사업자들을 많이 빼앗긴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힘의 균형이 네트워크 사업자들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네트워크 사업자가 통화나 데이터에 가격을 책정하는 표준도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이에 대한 법령은 조사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하지 못하다는 점 양해를 구합니다) VNO들이 공정하지 못한 룰에서 경쟁하게 되는 일도 벌어질 것 같다.
공신부의 4G 주파수 할당에 연이은 VNO사업자 발표는 중국의 통신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산업의 이런 굵직한 변화들에 대응하는 IT산업 생태계의 변화들은 더욱 다양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위의 변화들이 확실히 시사하는 점은 중국 IT산업이 빠르게 모바일데이터 사용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중국에는 3G통신이 가능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보면 아직도 Wi-fi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앞으로 급변할 시장환경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