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고객으로 VC 이해하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할 때 알아야 할 것
사업의 가장 좋은 형태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회사를 키우려면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VC(벤처캐피털) 투자유치는 빠른 사업 확장 혹은 내실화의 동력을 얻는 것이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헥토콘’이라 불리는 모든 스타트업이 이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투자자나 창업자 공통으로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받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갚을 자신이 있을 때 받아야 하고, 사업 계획에 비추어 상환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풍부한 벤처 투자 자금이 시장에 풀려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에 기회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 VC 투자가 이루어질까. 그리고 VC는 누구고 어떤 공식으로 움직일까.
지난 8월 18일 비대면 온라인(줌미팅) 행사로 열린 ‘파이낸스살롱(Finance Salon)‘에서 스타트업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또 어려워하는 부분인 ‘투자 유치’ 분야를 다뤘다. 벤처 펀드와 VC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투자 유치 준비 과정과 유의사항,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방법론, 투자 유치 시기와 규모, 재무적 이슈와 실사, 계약 등 내용이 다루어졌다.
파이낸스살롱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시그니처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전문가 멘토의 지식 전달과 참석 스타트업 간 토론 및 사례 공유가 이루어지는 실무자 이벤트다. 이날 세션에선 참석자들이 청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투자 유치 사례도 공유했다.
파인드어스 김판준 대표는 “창업자에게 벤처 투자자는 또다른 고객이다. 스타트업에게 시장과 고객이 중요하듯 투자 시장과 VC를 고객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사가 리드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어디가 리드 투자를 잘 하는지를 살펴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심사역이 투자를 결심했다면 그때는 내 편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회사의 약점까지도 공유하면서 어떻게 메이크업하면 좋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심사역이 투심을 잘 하게 서포트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하 김판준 대표의 강연 내용 전문 정리.
벤처 투자도 마케팅이다.
벤처 투자도 하나의 상품이고 마케팅입니다. 스타트업에게 벤처투자라는 광의의 시장과 VC라는 고객이 있는 거죠. 우리가 팔아야 할 제품과 서비스는 회사일 수도 있고 IR(Investor Relations)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벤처투자 시장), 고객(벤처 투자자), 제품&서비스(회사 혹은 IR)로 벤처 투자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충분히 큰가.
창업자가 사업을 할 때 시장을 먼저 보듯 투자 시장을 먼저 볼 필요가 있겠죠. 우선 충분히 큰 시장인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가를 살피셔야 합니다. 최근 자료를 보면 투자 조합의 결성 금액과 투자금액에 꾸준히 커지는 추세입니다. 2020년 6.5조 원의 VC 조합이 만들어졌고 투자액도 4.3조 원 규모에 달합니다. 신기술 투자 조합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훨씬 더 큰 시장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벤처 투자 시장이 커질까요.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이기에 수익성 높은 자산이 더 이상 없습니다. 부동산이나 채권 쪽은 이미 성장 자체가 크지 않아요. 금리도 낮기 때문에 투자할 품목이 많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벤처, 스타트업 투자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정부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산업, 성장 동력이 벤처, 스타트업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유니콘이 되고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만 되고 회수가 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이 시장에 몰리지 않겠죠. 현재 회수 시장 역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IPO(상장) 시장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문이 열리고 있고, M&A 시장도 활성화되는 중입니다.
벤처 스타트업 투자는 사이클이 길어요. 스타트업이 IPO까지 가기까지 빠르면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회수하지 못 한다면 투자자들은 유동성 문제를 겪습니다. 이를 보조하는 정부의 정책과 민간 자본의 수요에 따른 세컨더리(Secondary Market) 마켓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회수 시장도 성장하는 거죠.
이렇듯 시장 규모는 충분히 크고 성장성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금이 몰리는 시장은 절대 단기간에 죽을 수가 없습니다.
‘고객’으로서 투자자 이해하기
창업자에게 벤처 투자자는 또다른 고객입니다. 가장 자주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고객이죠. 벤처 투자는 보통 자기 자본을 투자하는 형태와 투자 조합을 활용한 펀드 형태의 투자가 있습니다. 자기 자본 투자는 개인이나 회사 자금으로 투자하고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대신 리스크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다만 위험성이 높은 투자이기 때문에 자기 자본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투자 조합, 펀드 형태의 투자로 이루어집니다.
투자자들을 구분해 보죠. 초기 투자자들은 보통 개인 엔젤 투자자나 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 스타트업 성장 가능성을 보는 투자자들이죠.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리우는 창업기획자가 최근에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국내에 등록된 창업 기획자만 300개가 넘습니다. 이런 곳들이 초기 기업에 투자와 지원을 합니다.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만, ‘마이크로VC’라고 해서 기업 앞단을 전담해서 투자하는 곳들도 있고요. 그런 곳들이 초기 투자를 만들어 갑니다.
중기라 할 수 있는 시리즈A부터 B, C 라운드까지가 VC와 신기사가 커버하는 영역입니다. 대기업들도 전략적 투자를 목적으로 이 영역에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빈번하게 투자하는 사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후기 투자자들은 초중기와 조금 성격이 다른데요. 후기 투자자는 자본시장에서 탄생한 전형적, 고전적 투자자입니다. 이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도 보지만, 그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하나의 회사에 투자해서 10~ 20배 수익을 내는 것보다 큰 금액을 투자해서 안정적으로 연 수익률 10~20% 내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규모의 경제 영역이라고 알면 됩니다.
현재 국내 투자자 구성을 보면 액셀러레이터가 300개가 넘고, VC는 160여 개가 등록이 되어 있고, 신기사는 62개 정도가 등록돼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서 일부 겹치거나 라이센스 중복인 경우도 있는데요. 어쨌든 예전에 비해 투자사가 많이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벤처 투자자라는 고객의 성향은 타인의 자본을 끌어와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를 하고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위험 자산이지만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는 성향인 셈입니다.
벤처 투자자는 프로 스포츠 리그를 선호한다.
벤처 투자라는 시장이 있고 투자자가 고객이라면, 그에 걸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구성해야 합니다. 초기 투자자는 창업팀과 시장을 봅니다. 그래서 초기 투자자들을 만나면 기업이 노리는 시장이 얼마나 크고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팀에 어떤 역량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기 투자자에게는 초기에 검증한 BM(비즈니스 모델)과 PMF(프로덕트 마켓 핏)을 기반으로 현재의 성장세가 얼마나 좋고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는지, 시장 확대는 어디까지 가능하고 경쟁 우위는 어떻게 가져갈지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후기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통해 IPO가 가능한지, 아니면 추가적으로 한 번 더 밸류업을 해서 M&A가 가능한지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가 망할 위험이 없는지 등 펀더멘탈도 중요해요. 후기로 갈수록 재무적인 관점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좋은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한 IR은 투자자라는 타겟 고객에 맞게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벤처 투자자는 비인기 종목보다는 인기 스포츠를 선호합니다. 프로야구와 같이 큰 시장을 찾는거죠. 선수도 안타를 잘 치는 안정적인 플레이어보다는 일발 장타의 홈런 타자를 선호합니다. 아울러 부상률이 낮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찾는다고 보면 됩니다. 창업자의 회사가 거기에 맞는 회사인지, 그런 걸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하고, 어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퇴’라고 하잖아요. 결국 나 자신을 잘 알고, 그 다음에 우리가 상대할 투자사라는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들은 뭘 고민하고, 원할까.
벤처 캐피털 조합에 출자하는 LP(Limited Partner)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보통 LP는 연기금부터 금융사, 보험사 같은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입니다. 벤처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주나 채권에도 투자합니다. 여러 가지 투자 사업 중에서 일부 대안 투자로 벤처 투자를 합니다. 그들의 고민은 개인이나 기관의 자금을 받아서 키우는 데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기에는 리소스에 한계가 있기에 돈을 안정적으로 잘 불려줄 투자 회사를 찾죠. 한 곳에 다 맡기면 무리가 있을 수 있기에 그들도 분산 투자를 합니다. 그래서 LP의 관점은 어떤 VC가 트렉이 좋고, 시장에서 좋은 기업들을 많이 소싱하는지에 있습니다. 하나의 VC에 투자하기 보다는 각각의 섹터에서 잘하는 특색 있는 투자사를 선호합니다.
LP의 자금을 운영하는 곳이 GP(General Partner), VC(벤처캐피탈)입니다. 대부분의 벤처투자는 운용 자금을 활용해 진행됩니다. 남의 자금을 끌고와 투자를 하기에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자본시장은 상당히 냉정합니다. 기회를 줬는데 투자에 성과가 안 나면 그 다음 펀드레이징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레퍼런스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기 때문에 VC는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아울러 안정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예를들어 하나의 펀드에서 200%의 수익률이 나더라도 다른 펀드에서 마이너스가 나면 돈을 맡기는 관점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VC는 투자를 할 때도 한 번에 100억씩 투자하는 게 아니라 10억, 20억씩 쪼개서 투자합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익을 안정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VC는 펀딩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거에는 펀딩받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벤처 투자가 활성화가 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정부에서 모태 펀드를 통해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어요. 벤처 펀드의 30~50% 되는 금액들을 출자해 주고 목적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도합니다. 모태펀드 자금과 VC 본인의 펀드레이징을 더해서 하나의 조합을 만들어서 투자를 집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VC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미션입니다.
투자 심사역의 고민은 무엇일까.
투자 심사역은 일단 대리인 이슈가 있어요. 냉정하게 말해서 심사역 대부분이 월급쟁이예요. 투자 인센티브가 있다고 하지만 너무 롱텀이고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크진 않아요. 레퍼런스를 키워 나중에 자신의 하우스를 만들던가, 유명 투자사 임원이나 파트너로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점이기에 좋은 트랙 레코드를 만드는 게 중점이예요. 그래서 메이저 투자사가 리드 투자자로 참여하는 기업에 그룹 투자(클럽딜)를 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사는 1년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요. 1년에 투자 심사역이 200억의 투자를 해야 되고 20개 이상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면 모든 기업을 세세하게 다 볼 수가 없겠죠. 그래서 그들은 전략적으로 네트워킹 방식을 취합니다. 만약에 다섯 명이 네트워킹을 한다면, 그 중에 한 명이 1위 회사와 산업을 열심히 조사하고 “이 회사 정말 괜찮아. 내가 20억 낼 테니까. 나머지는 10억, 10억, 10억씩 들어와”라고 제안해서 믿고 투자하는 거죠.
결국 창업자와 스타트업은 리딩 투자사가 어떤 투자자고, 투자사가 리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어디가 리딩 투자를 잘 하는지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 쪽에서 유명하거나 최근에 투자를 많이 한 심사역을 컨택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심사역들은 처음에는 투자를 검토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투자심사 IR단계에서는 스타트업의 대리인이 됩니다. 회사를 정말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투심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안 생기기 때문입니다. 투자 심사역이 투자를 결심했다면 그때는 내 편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회사의 약점까지도 공유하면서 어떻게 메이크업하면 좋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 심사역이 투심을 잘 하게 서포트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돈을 벌까.
보통 VC는 창업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을 만들어서 운용을 하는데요. 규모는 평균 한 200억에서 500억 정도가 되고, 펀드 기간은 5년에서 8년 사이가 많아요. 그 기간 동안 다 투자를 하지는 않아요. 한 3~4년에 걸쳐서 투자하고 나머지 3~4년은 투자라기보다 소진을 다하고 회수하는 기간이예요. 다 회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세컨더리에 넘길 지 등 검토를 합니다. 창업자들은 이 투자 기간을 잘 고려해서 투자자가 엑시트(Exit, 투자 회수)할 수 있는 플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다해도 “회수 기간이 10년 걸린다”라고 말하면 “현재 펀드로는 투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더 많을겁니다. 그래서 투자사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때 그 VC가 어떤 목적의 펀드를 가지고 있는지, 투자 주목적은 무엇인지, 투자할 펀드 룸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셔야 해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먼저 해야 서로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VC펀드는 LP라고 하는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와서 나중에 투자 수익이 나면 배당을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VC가 어떻게 수익 구조를 가져가는지도 알아두시면 참고사항이 될겁니다. VC의 주 수익원은 관리 보수와 성과 보수입니다. VC 펀드를 만들게 되면 조합의 평균 2% 정도를 연 관리 보수로 받습니다. 100억 원 규모 펀드면 2억 원 정도겠죠. 그걸 매년 받아서 사무실도 운영하고 인력도 뽑아요. 그리고 나중에 청산하는 시점에서 성과 보수를 산정해요. 예를들어 200억을 넣어서 나중에 400억이 됐다면, 그 수익률에 따라 나눠요. 요구 수익률(IRR)은 6~8%정도 되는데, 통상 복리로 6%에 맞추고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 20%를 성과 보수로 가져갑니다. 앞단에서의 관리 보수나 이런 것들을 다 비용으로 공제하고 초과한 이익에 대해서 성과 보수를 받는 겁니다. 이런 구조로 VC는 운영됩니다.
목적 펀드를 이해하자.
목적 펀드는 전략적으로 살펴보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목적 펀드라는 건 50% 이상은 특정 분야에 투자를 해야하거든요. 예를들어 ‘푸드테크에 투자해야 된다’라는 명목으로 펀드를 조성했으면 50% 이상은 목적에 맞게 반드시 투자가 되어야 돼요. 그걸 못 채우면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목적 사업의 비율을 채웁니다. 주목적부터 채워놓고 남은 룸을 가지고 또다른 투자를 하는 겁니다. 참고로 주목적 투자에 해당하는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더 좋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을 수 있어요.
일반적인 VC 투자 프로세스
투자 유치를 계획한다면 우선 투자금은 얼마로 할지, 기업 가치는 어떻게 정할지, 어떤 VC를 만나야 할지, 어느 VC에서 받아야 할지 등 의사결정을 하고 거기에 맞게 타겟해서 IR덱(Deck,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회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 자료)을 작성해야 합니다.
이후 투자자를 컨택하고 IR자료를 배포한 뒤 투자자 미팅을 진행하는데요. 여기서 가벼운 오해가 투자자 미팅을 IR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진짜 IR은 투자 회사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IR을 통해서 투자할만한 회사라 판단되면 VC는 투자 심의라는 걸 하게 됩니다. 그때 담당 심사역이 투심 보고서를 작성하는데요. 엑시트 플랜이나 밸류에이션까지 구체적으로 정하게 됩니다. 투심을 통과되면 재무실사를 통해 지표들이 잘 맞게 관리되고 있는지, 리스크는 없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주요 계약 내용을 협의하고 세부적인 투자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투자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질문들
투자를 받으려고 할 때 여러 고민이 있을겁니다. “이번 라운드에는 얼마나 많은 투자금이 필요할까. 만약에 한 2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면, 무조건 투자를 받는 것이 좋을까. 대출이나 다른 방법으로 조달하는 것은 어떨까” 등을 생각하실거예요. 여기에 정답은 없어요. 대출이나 정부과제, 기타 지원금 이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사실 VC 투자는 회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높은 이자 비용을 내는 자금 조달’입니다. 다만 기관 투자는 여타 자금 조달 방식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 있어요. 투자를 받을 때 기업밸류라는 걸 찍어주잖아요. 그게 근거가 되서 회사 가치가 성장하고 좋은 인력을 영입할 수 있어요. 아울러 현재 회사의 신용으로 조달할 수 없는 큰 금액을 단기간에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요.
VC 투자는 어렵기도 하고 생각할 것도 많습니다. “투자 유치를 할 때 회사 기업 가치는 얼마로 할까, 다른 스타트업들은 어떤 기준으로 할까, 기간은 언제로 해야할까. 또 IR덱은 어떻게 구성해야 매력적일까. 어떤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할까. IR덱이 준비가 되면 도대체 어떤 투자자를 만나야 되고, 어떻게 만나고, 어떤 식으로 컨텍해야 할까. 그 과정 다음에서 이어지는 투자 실사는 뭐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까. 투자 계약이 복잡하다는데 어디서 어떻게 도움 받아야 될까” 등도 생각하실 거예요.
투자 규모는 얼마로 하면 좋을까. 어떻게 정해야 할까.
만나는 투자사마다 물어볼 겁니다. “대표님, 얼마나 필요하세요. 왜 필요하세요. 어디에 쓰시게요”라고요. 이런 질문에 미리 준비해서 대답을 해야 “이 회사는 자금 조달 요청에서 계획이 있구나” 라고 투자자가 생각합니다.
사실 투자 규모의 적정선은 정답이 없어요. 다만 투자규모를 정할 때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우선 회사의 버닝(Burn late, 현금소진)과 런웨이(Run way)가 얼마인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자금 조달 시점까지 시기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현재 자금이 얼마있고, 매월 얼마씩 버닝이 된다. 지금 남은 자금으로 어느 시점까지 가려면 얼마의 자금이 필요하다.”라는 계산을 하셔야 돼요. 자금 조달 플랜이죠. 이어 투자 유치가 완료되었을 때는 “우리는 어떤 마일스톤으로 사업을 할 거고, 마케팅 계획, 인력계획에 따라 버닝은 어느 정도다. 그 다음 라운드, 런웨이 기간까지 버텨야 될 것 같은데, 얼마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다.”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먼쓸리 파이낸셜 프로젝션(월간 재무계획)을 캐시 베이스로 만들어보면 좋아요. 러프하게 만들어도 상관없어요. 회사의 계획을 넣어서 “인력에 얼마가 많은 돈이 월 단위로 들어갈 거고, 투자 시점 이후로는 얼마만큼 인력을 뽑을 거니까 어느정도 더 들어갈 거고, 마케팅에는 얼마나 쓰일 거고, 다른 투자도 해야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버닝이 있을 거다. 회사의 매출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정도일 것 같다.”와 같은 월단위 계획을 1년에서 2년 정도의 기간으로 잡아보면 확실하게 필요한 자금이 눈에 보입니다.
이것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레퍼런스 체크를 해봐야 돼요. 경쟁회사나 동종 업계의 투자 이력을 살펴보는 겁니다. 다른 회사가 어느 라운드에 얼마나 투자를 받았고, 그 회사에 어떤 배경과 계획, 지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스타트업 레퍼런스 또는 투자사 레퍼런스를 통해서 확인해 보는 게 필요해요.
투자 규모를 설정했다면 그 자금을 어떻게 구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조달하기 어려우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얼만지 알아봐야 합니다. 예를들어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 보는 거죠. 그리고 정부 과제를 통해서 혹은 지원금을 통해서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캐시가 대략 얼마 정도 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흐름으로 가는 겁니다.
기업 가치는 얼마로 정해야 할까.
기업가치를 정하는 것도 정답은 없어요. 아무도 정확하게 할 수 없을 겁니다. 보통 투자 라운드는 한 번에 끝나지 않죠.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이거나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로 함께 가는게 아니면 통상적으로는 여러 라운드를 거치게 됩니다. 각 라운드마다 지분 20% 전후에서 희석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예요. 그래서 10억이나 20억 원 규모 투자라고 한다면, 희석이 10~20% 범위 내에서 희석이 됩니다. 희석이 되면 거기에다 0.8을 곱하는데,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서너번 투자를 유치하면 지분율이 상당히 떨어져요. 창업자가 처음부터 100% 지분을 가지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공동 창업자도 있고 엔젤 투자자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초기에 관리를 못해서 나중에 펀드레이징할 때 지분율이 적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으니 유의하셔야 해요.
투자금 기준으로 회사가 10~20억 원이 필요하다면 역산해서 회사의 10~ 20% 기업가치 밴드가 어느 정도 될지를 고려해 보셔야 해요. 그 밴드 안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역으로 보는 겁니다. 그리고 동종 업계에서 벤치마크를 찾으세요. 국내에서 마땅 한 사례가 없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찾으면 됩니다. 글로벌 벤치마크를 전략적으로 가져와서 “미국에 이런 업체가 있는데 우리는 이 업체를 벤치마크합니다. 우리는 이런 지표로 성장하고 있고 이 라운드에는 이 정도가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됩니다. 글로벌 업체는 우리보다 10배 큰 시장에서 이정도 받았는데, 국내는 시장이 작으니 그 회사의 5분의 1 밸류에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제시하는 겁니다. 이런 벤치마크를 가지고 있으면 투자자들도 결국에 그걸 근거로 내부를 설득합니다.
재무성과 기반으로 밸류에이션도 많이 합니다. 재무성과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이익을 베이스로 하는데요. 스타트업은 보통 버닝 태우면서 손실 보면서 커가는게 일반적이죠. 그래서 나온 게 그 앞단에 PSR(Price Sales Ratio, 주가매출액비율)이라고 하는 겁니다. 매출 베이스로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만들어가는지를 살펴서 가치를 매기는 거예요.
플랫폼 기업은 조금 다른 접근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 매출은 나중에 BM(비즈니스 모델)이 붙기에 매출 베이스로 밸류를 정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보통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치는 거래액 기준으로 멀티플(Multiple, A기업이 B기업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 배수)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나 무신사가 있을겁니다. 이들 플래폼 회사가 주장하는 것은 “적자 나는 플랫폼 여타 기업들이 GMV 1배 밸류로 투자를 받았다. 우리는 이익까지 나니까 우리는 두 배 이상은 받아야 된다.”라는 논리로 투자자들을 설득해 밸류를 인정받는 겁니다. 대신에 그런 협상에는 벤치마크가 있어야 되겠죠. 거래액이나 매출액이 나오지 않으면 회원수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 베이스로 글로벌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서 가져올 수 있는 유리한 사례, 투자받았던 기업들의 밸류 정보를 가져와서 제시해도 좋습니다.
기타로 심리적인 부분과 맞닿는 방식도 있어요. 투자사들은 투자 밸류를 정할 때 지난 라운드 대비 몇 배인지를 많이 봅니다. 지난 라운드 대비 성과가 많이 나도 4~5배 이상 기업 가치를 높이면 난색을 표합니다. 당근마켓처럼 시장을 혁신하거나, AI와 기술로 모든 것을 바꿀거라 예견되는 기업이 아니면 전 라운드에서 200억 원 기업가치였는데 갑자기 1천억 원 얘기를 하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밸류에이션은 조정 요청이 들어와요.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밸류에이션은 직전 투자 대비 한 두 배에서 많으면 세 배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노력해서 회사의 지표를 크게 성장시켰는데 기대치보다 낮은 밸류를 요구받으면 억울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투자 기간을 조율하면 돼요. 실제로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라운드에서 벨류가 한 번 꺾이고 난 뒤에 상실감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 대표는 앞선 투자 유치 후 1년 반 뒤에 다음 라운드를 돈 뒤 밸류가 깍였는데, “1년 6개월이 아니라 10개월 뒤에 두 배 가치로 하고, 또 그 다음 라운드를 10개월이나 1년 뒤에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더라고요.투자자에게도 그게 먹히고 다른 스타트업들 사례에서도 그런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 스타트업 대표 말이 일리 있어요. 한 라운드를 너무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쪼개서 밸류업을 하는 게 지분 희석도 덜 되어 좋을 수 있습니다. 만약에 회사가 50억 원 투자를 받아서 그 돈을 다 안 쓰면서도 2년을 버텨 지표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밸류 세 배를 받기 어렵다면 50억 원이 아니라 2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아서 지표를 확 올려서 그 다음 라운드에서 또 두 배, 세 배 밸류를 인정받고 30억~50억 원 투자를 받는게 전략적으로 더 나을 수 있는 겁니다.
이외 핵심 인력 베이스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바이오나 AI 등 기술 영역의 핵심 인력들이 기업 가치 산정의 기준이 되는 거죠. 관련 인력 숫자에 따라 배수를 정하기도 해요. 실리콘밸리에서도 통용되는 방법입니다.
높은 기업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 입장에서 기업 가치는 무조건 높은 게 좋아요. 회사 밸류가 높아야 적은 지분을 주고도 많은 자금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은 높은 기업 가치보다 어떤 투자자에서 투자를 받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사가 우리 회사를 100억 밸류로 인정했는데, 메이저 투자사는 7~80억 밸류로 평가했다고 가정해 보죠.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니 100억 밸류로 받는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선택은 후자라고 봅니다. 투자 시장에서 앞선 투자 밸류를 후속 라운드에서 인정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투자자들이 메이저 VC가 평가한 밸류는 인정하지만, 투자 내역이나 전문성 등 레퍼런스체크가 안 되는 투자자들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투자사에서 자금을 유치하면 높은 밸류에이션 때문에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밸류도 중요하지만 투자사의 구성, 어떤 투자자가 들어와서 밸류를 얼마로 찍어주느냐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향후 회사 밸류에이션을 높이고 후속 투자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배경이 됩니다. 보통 그런 투자사들이 밸류를 정하면 다른 VC도 다 따라오게 됩니다. 그들이 처음에는 낮은 밸류를 제시 했더라도 투자 이후에는 적정한 수준으로 회사 밸류를 꾸준히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투자 라운드는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
자금 소진 임박해서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 실패한 겁니다. 투자 유치라는 것은 심리적인 이슈가 있어요. 밸류에이션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무형의 자산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팔고자 하는 쪽과 사고자 하는 쪽의 수요와 공급 상황이 맞아야 정해지게 돼요. 특히 시간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밸류 결정이 많이 됩니다. 투자 라운드를 하는데 보통 6개월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라운딩 기간은 투자자 리스트업하고 컨택해서 약속잡고 IR 자료 배포하는데만 1개월 걸려요. 그 다음 투자자 미팅하는 데 한 2개월 정도 소요되고요. 여러 투자사를 만난뒤 팔로우업 미팅하고 IR하고 투심, 투자 계약까지 가는 것도 최소 2개월은 소요됩니다. 그렇게 6개월이 갑니다. 투자유치 활동 끄트머리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만약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서 투자자가 밸류를 낮추자거나 한다면 창업자는 선택의 폭이 줄어듭니다. 협상이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로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거죠. 그것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는 스타트업 대표들 많이 봤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그래서 좋습니다.
투자 사이클을 아는 스타트업은 투자 라운딩하는 데 6개월 보내고, 투자 유치 완료되면 리프레시 하면서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하고 C레벨 등 인재 영입하는 데 3~4개월 써요.그리고 바로 다음 라운드 IR을 준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포트해 주는 팀이 상당히 중요해요. 초기에는 대표 본인이 사업을 끌어가면서 IR까지 해야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그게 어렵죠. 자칫 사업과 숫자에서 버틀랙(병목현상)이 걸려요. 그래서 시리즈A 라운드부터는 사업의 큰 그림을 짤 때 뒤에서 움직여줄 C레벨급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VC가 투자심사를 하는 방식
투심 방식은 회사마다 다 달라요. 전원 일치로 결정하는 투자사도 있고 과반이 찬성하면 하는 곳도 있어요. 아니면 핵심 파트너 몇몇이 의사결정하면 통과되는 곳도 있어요. 투심 갔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 결정이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VC와 커뮤니케이션 많이 하고 올라가면 높은 확률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할 때 해당 VC가 투자심의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살펴봐야 해요.
첫 투자는 SI(전략적 투자)가 좋을까 FI(재무적 투자)가 좋을까.
많은 스타트업이 SI를 고민하는데요. SI는 장단점이 확실하게 있어요. 장점은 SI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에 배팅을 하고 확실하게 밀어준다는 걸 거예요. 하지만 사업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해요. 만약에 A라는 모빌리티 기업에게 티맵과 카카오모빌리티가 동시에 오퍼가 왔다고 생객해 보자고요. 만약에 양사가 투자 조건으로 상대편 서비스에 못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조건으로 전략적 투자를 받게 되면 바인딩되는 게 있어요. 이때는 잘 파악해야 되는 게, 투자 회사가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하느냐에요. 자금력이 있는 SI 입장에서 경쟁사가 확장하는 것을 막는 형태의 투자일 수도 있어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바인딩시켜놓는 경우죠. FI는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에 다음 라운드 투자 등 회사 성장에 기여를 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SI는 다른 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거죠. SI 투자가 버틀랙이 돼서 다른 투자자가 FI로 들어오기 힘든 경우도 많아요. “특정 사업자가 SI로 들어와서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어렵겠다. M&A 되기도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VC가 할 수 있죠. 그리고 다음 라운드 투자 때 그 SI가 후속 투자를 안 한게 되면 그것 자체로 이슈가 됩니다.
SI는 FI의 투자 밸류에이션대로 가지 않는 편이기도 해요. 오너가 용인하면 높은 벨류에이션도 다 받아줘요. 200억, 300억 부르는 대로 다 받아주고 대신에 본인들과만 함께 가자는 방식이죠. 이런 식으로 투자를 받아 벨류를 너무 높여놓으면 후속 라운드에 FI들이 들어오기에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후속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다른 SI와 FI가 못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하면 답답하겠죠. 이런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또는 SI가 너무 낮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전략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까 밸류를 낮추자고 제안하고 참여하는 거죠. 이것도 그 다음 후속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전자보다는 좀 덜합니다.
부정적 측면만 부각한 것 같은데요. SI투자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을 상당 부분 채워줄 수 있거든요. SI가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회사 밸류는 높아지고요. 그 분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전략적 투자를 했다는 건 레퍼런스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기업에서 전략적 투자유치를 했다는 건 향후 투자 라운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라운드별 지분 희석 비율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투자금은 타이트하게 받는 것보다 여유 있게 받아두는 게 사업을 키워가는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 많은 지분 희석이 되는건 피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라운드별로 20% 언더가 돼야 돼요. 가장 많이 보이는 경우가 15%~20% 수준입니다. 그것보다 조금 넘거나 조금 적으면 더 좋습니다. 30%정도로 금액이 커지면 그 다음 라운드가 힘들 수 있어요. 그래서 맥스는 20% 수준에서 맞춰보시고 투자사가 추가 요청을 한다면 브릿지 투자나 후속 투자에서 팔로온 투자를 협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 밸류에이션이 M&A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M&A 제안이 왔을 때 협상 과정에서 높은 기업 밸류는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본인이 자금을 얼마나 넣어서 향후 어느 정도의 밸류업이 되고, 엑시트와 IPO가 가능한지 정확하게 따져봅니다. 그런데 그 밸류하고 벤처 시장에서 만들어 놓은 밸류는 차이가 큽니다. 상장 시장 밸류를 비상장 시장 밸류가 앞지르는 경우가 많죠. 그게 IPO의 허들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M&A는 실질적으로 숫자를 더 많이 보기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에 300억 밸류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회사가 성장하는데 M&A가 더 나은 방향이라 판단했어요. 그런데 매수자는 200억 밸류로 협상을 하고 싶어해요. 경영진은 이걸 받고 싶지만 투자자들은 동의를 쉽게 안 줄겁니다. 낮은 밸류의 M&A에 동의하면 손실이니까요. 이때 대표가 조율해야 돼요. “300억 밸류로 들어온 금액이 30억, 지분율 10~20%인데, 이 지분에 대해서는 300억 밸류로 인정을 한다”는 접근으로 협상을 하는거죠. 그리고 초기 투자자들과 남은 밸류를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일 많이 양보해야 되는 게 경영진과 최대 주주예요. 최대 주주가 “100억 밸류로 내 지분을 싸게 넘기겠다.”며 나중에 손해보고 딜 메이드 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와 논의했던 회사 계획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 후에 바뀐다면
업계에서 투자 받는 걸 결혼에 비유하곤 합니다. 연애할 때는 진심으로 이런저런 비전을 주고 받지만 막상 결혼 후에는 그걸 다 지키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바로 이혼을 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잘 안 생기죠. 상황이나 환경에 맞춰서 다시 해 나가는 거죠. 투자자들은 이미 수많은 결혼을 한 경험자라 연애할 때 약속이 다 지켜지지 않을 걸 미리 알고 있어요. 그래서 충분히 피봇팅(사업 방향 전환)이 가능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어요. 만약에 회사가 시장을 바꿔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난감해 할거예요. 사실 투자자는 그 기업이 타겟으로 한 시장에서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투자를 했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선회하는 셈이니까요. 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피보팅인 경우죠. 그걸 고집하면 투자자와의 신뢰관계나 향후 투자 라운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런 경우만 아니라면 피보팅은 납득되는 설득만 병행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피봇팅 과정을 거쳐 훨씬 잘 된 케이스들이 많아요. 잘 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두세 번의 피봇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무게 중심을 옮겨 사업을 확장하는 형태로 가기도 합니다. 다만 피봇팅은 시리즈A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시리즈B, C 등 후반 투자 라운드에서는 힘들어요. 그 정도 투자를 받았다면 인지도를 가진 기업인데, 갑자기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간다면 투자자들이 동의 못하거나 당황할 겁니다.
투자 IR덱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초기 투자 라운드의 IR덱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되는 부분은 우선 어떤 회사인지, 미션과 비전은 무엇인지, 그 비전이 왜 나왔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 등 창업 동기입니다. 이 부분을 초기 투자에서 정말 중요하게 봅니다.
다음에 시장 설명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시는 게 필요해요. ‘시장이 어느 규모 정도다”식의 단순한 시장 설명 자료가 생각보다 많은데요. 그런 내용은 차별성도 안 느껴지고 오히려 시장을 잘 모른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어요. 시장에 대한 국내외 트렌드와 규모는 어떻고,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울러 마켓 랜드스케이프(Market Landscape), 즉 어떤 시장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등을 브레이크다운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방식이 정해져 있는 건 아지만 공급자 시장, 소비자 시장, 유관 시장을 비롯한 전체 시장 상황을 명시하셔야 합니다. 그 시장 중에 회사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탐(TAM, 전체시장), 샘(SAM, 유효시장) 솜(SOM, 수익시장) 방식을 활용해 큰 시장부터 접근 가능한 시장까지 줄여 나가며 쉽게 설명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률적으로 풀어나갈 필요는 없어요. 명확하게 이 시장이 어떻게 형성돼 있고, 어떤 구성이고, 어떤 참여자들이 있는지를 설명하시면 해요. 특히 경쟁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경쟁사에 비해 본인 회사가 잘하는 점, 부족한 점, 향후 채워나갈 것, 회사의 경쟁 차별성을 묘사해 주셔야 해요.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게 고객을 설명하는 겁니다. IR덱에서 제품과 서비스는 잘 설명하는데 반해 고객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로 이 장표를 안 만드는 경우가 빈번해요. 보통 PMF나 페르소나 등 여러 가지 마케팅 분석을 하는데요. 어떤 기법, 방법이든 상관 없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이 기존에 어떤 걸 사용하고 있었는지, 우리 회사가 대체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회사가 이들에게 뭘 제공하려고 하는지, 코스트(가격)와 베네핏(이익)은 뭔지 등을 정리해 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애둘러 설명하지 않고 고객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해 주셔야 해요. 단순하게 ‘회사의 고객은 30대 여성이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타겟 고객이 어떤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고, 소득 수준은 어느정도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지, 어떤 것에 주로 반응을 하는지’를 조사하셔야 해요.
비즈니스 모델에는 기본적으로 프로덕트와 서비스는 있어야 되고요. 비즈니스 모델 프레임워크와 밸류체인도 쓰셔야 해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보여줘야 하는거죠.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는 건지 혹은 내부 역량으로 제공 하고 있는 건지, 공급사는 누구인지, 1차 고객과 2차 고객은 무엇이고, 수익 모델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지금 수익 모델이 없다면 수익 모델을 어떤 식으로 확장해서 수익 라인업을 증대시킬 것인지도 제시하셔야 해요.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도표화해서 설명하는 게 유효합니다. 밸류체인 관점에서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주셔도 좋아요. 만약에 제조업이라면 어떻게 제조가 이루어지고, 어떤 루트로 유통을 하고,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어떤 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지입니다. 밸류체인 관점에서 어디까지 하고 있고, 어떻게 확장할 건지 말씀해 주시는 겁니다. 이걸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들한테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차별성도 명시하셔야 해요. 넣어 놓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겁니다. 타사 대비 핵심 경쟁력과 역량이 뭔지를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단순히 주장이 아니라 근거가 되는 실제 데이터들을 통해서 풀어가면 훨씬 더 납득력이 있습니다.
회사를 충분히 설명했다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있다는 걸 로드맵으로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이건 파이낸셜 플랜하고도 연계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사업 계획 로드맵과 회사 재무계획이 얼마나 논리적이냐에 따라서 회사 사업계획이 힘을 얻거나 잃습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프로젝션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거죠. 그걸 바탕으로 데이터를 만들어서 5개년 프로젝션을 넣고 거기에 맞는 사업 전략을 세우는 겁니다. 투자자에게 러프하게나마 제시할 수 있는 파이낸셜 프로젝션은 필요합니다.
IR덱은 어펜딕스(appendix)를 전략적으로 쓰면 유용합니다. IR덱에 이런저런 내용이 많으면 투자자들이 읽다가 지치거나 집중을 못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들은 최대한 어펜딕스로 빼서 질문이 들어올 때 이해 용도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잘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투자자들이 질문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펜딕스로 바로 넘어가서 장표를 열어놓고 설명을 해요. 그 설명만으로 Q&A가 끝나곤 하죠. 그러면 심사위원들이 “저 회사는 IR을 많이해서 그런지 너무 잘 한다”, “IR만 놓고보면 완벽하다”라고 평가해요. 그런 회사는 심사에서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정확한 가치평가는 불가능하다. 다만 합리적인 상정 방식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정확한 스타트업 기업 가치 평가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기본적인 가치 평가라는 프레임을 이해한다면 막연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전적인 기업 가치 평가는 회계사나 PE(프라이빗 에쿼티)의 영역일겁니다. 그중에 하나가 DCF(Discounted Cash Flow)라고 해서 미래 현금 흐름을 끌어오는 방식이예요.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시점에서 5개년 치를 쭉 끌어오고, 성장률과 할인율을 넣어서 미래에 이 회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캐시 플로우가 얼마나 되는지 그걸 현재 시점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미래를 재무 논리로 평가해서 그 가치가 얼마인지를 책정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불확실성이 커요. 적용하는 미래 계획, 변수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죠. 그래서 최근에는 보완적인 가치 평가 방법으로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만들 때 많이 활용을 해요.
실무적으로 스타트업 기업 가치를 협상할 때는 멀티플 방식(Multiple Method), 즉 상대 가치 평가법을 많이 써요. 이 방식에 PER과 이브이에비타, PBR, PSR 등이 있습니다.
상장사들은 PER(Price Earning Ratio) 방식으로 정하죠. 현재의 주가가 회사의 수익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이미 성장의 끝단계에 간 기업들은 낮지만 근래 성장한 IT 기업들은 PER가 상당히 높아요. PER와 비슷하게 많이 쓰는 방법이 이브이에비타(EV/EBITDA)입니다. 이브이에비타는 현금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시가총액에 비해서 얼마나 평가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M&A 할 때 또는 PE들이 바이아웃 딜 할 때 이브이에비타를 많이 써요. M&A 시장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평가 방법입니다. 그 다음에 DA(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라는 방식도 있죠. DA는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 상각비’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영업 현금 흐름이에요. 실제 회계상 이익이 얼마나 많이 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회사의 영업 현금 캐시 플로우가 얼마나 들어왔느냐를 보고 배수를 책정하죠.
에비타는 영업이익인데, 옛날에는 이게 차이가 컸어요. 제조 기업은 설비 투자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설비에 이미 돈을 다 썼어요. 그래서 나중에 영업 캐시 플로우가 무조건 좋을 수 밖에 없죠. M&A 시장에서 에비타를 쓰는데요. 일반적으로 6~12배 안에서 결정이 돼요. 우리 업종이 아니더라도 다른 업종에서 에비타 배수를 확인해 보면 참고가 될겁니다. 업종마다 배수가 다른데, 식품업이나 유통업은 이익이 나더라도 6배 정도예요. 일반적으로 8배, 조금 성장성이 있으면 10배, 최대치는 12배 정도가 나옵니다.
PSR(주가매출액비율)도 많이 쓰는데, 매출이 많이 나지만 아직 이익 규모가 크지 않거나 적자인 기업들이 활용해요. 그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이익 대신 매출액을 사용하는 겁니다. 시가총액(주가)을 매출액(주당매출액)으로 나눠서 구하는 방식이죠. 고전적으로도 사용하는 지표지만 스타트업 밸류를 정할 때도 자주 활용해요. PSR을 많이 쓰는 업종들이 있어요. 미디어 커머스라든지 매출이 나오는 곳들이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에 많은 자금을 쓰기에 매출 적자가 나는 기업입니다. 이런 비즈니스는 마케팅 비용을 더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면 수익 구조상 큰 이익이 날 거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죠. 그런 업종은 PSR로 매출액 대비 몇 배 등 가치 산정을 할 수 있어요.
플랫폼 기업들은 회원 거래액이 주력 BM인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런 기업들은 PSR로만 평가를 받으면 밸류가 낮게 책정됐죠.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안 붙은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들은 GMV 기준으로 많이 해요. 플랫폼이나 마켓 플레이스들이 그에 해당하죠. 쿠팡도 GMV로 밸류에이션을 했고 컬리, 무신사, 지그재그, 브랜디 등 커머스 기업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라면 거래액을 늘리는 게 중요한 KPI입니다.
거래액이 없는 회사는 MAU나 회원 수 등을 기반으로 향후 거래액을 예측하고 그걸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정하기도 합니다. 사실 투자자를 설득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어요. 논리만 맞다면 충분히 협상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마켓 어프로치 방법인데요. 벤치마크를 활용하는 거예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외 유사, 동종 기업들이 동일 라운드에 얼마의 밸류에이션으로 어느 정도 투자받았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해외 시장과 우리 시장을 비교해서 회사의 밸류에이션 논의하는 겁니다.
기타로 PDR(Price Dream Ratio)이라고 하는 것도 있어요. IPO 업계에서 약간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인데 ‘회사의 꿈이 얼마나 큰지, 회사의 비전이 얼마나 큰지를 보고 평가를 하는 것’이 있어요. 계획없이 꿈만 이야기 하면 안 되겠지만, 논리적인 계획을 내세워 “나중에 10조짜리 회사가 목표다. 지금 우리의 밸류는 엄청 낮은 편이다.”라고 하는거죠. 이 방식도 경우에 따라 설득이 돼요.
그리고 인력 기준으로 ‘우리의 핵심 개발자 기술자들이 이정도 있다.”를 강조해서 밸류를 정하는 방식도 있어요. 기술 핵심 인력 베이스로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 레퍼런스 베이스로 “우리 회사는 이런 기업가치가 적당하다”라는 접근방식도 나쁘지 않아요.
투자 실사, 회계 감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창업자들이 투자 실사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운드A 이전에 실사에서 문제가 되서 딜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비율적으로 95% 이상은 실사 전에 확정된다고 봅니다. 실사에서는 투자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회사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사실 초기 스타트업은 성장성과 시장성을 보고 투자받는 것이기 때문에 VC도 재무적인 부분을 크게 보지는 않아요. 다만 회사의 경영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주는 건 피해야 합니다. 이게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사는 VC 투심을 통과했거나 투심 직전에 받습니다. 실사 비용도 그렇게 높지 않고 들어가는 리소스도 많지 않아요. 보통 실사 비용은 한 500만 원 전후고 투자사가 회계사를 선임합니다. 실사가 시작되면 재무적인 부분과 사업 관련 자료 요청이 들어와요. 그걸 기반으로 회계사들이 현장 실사를 하루, 이틀 나와서 쭉 물어봐요. 보내준 재무 자료를 기반으로 더 궁금한 부분이나 추가 요청 자료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실사 보고서를 만들어서 투자자에게 공유를 하는 걸로 실사 절차는 끝납니다.
초기와는 다르게 M&A 실사나 후반 투자 라운드는 실사 보고서가 정말 중요해요. 보고서 내용에 따라서 딜이 깨지거나 투자, 인수 금액이 조정되기도 합니다. 우발부채가 나오거나 감액해야 되는 회사의 자산이 발견되거나 IR 자료에 나온 내용과 다른 수치가 나오면 깨질 가능성, 디스카운트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시리즈A 라운드까지는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낮습니다. 실사 보고서는 라운드가 뒤로 갈수록 중요해진다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실사의 총 기간은 한 2주 정도 잡으시면 될 거예요. 보통 초기 스타트업은 외부에 기장을 맡겨놓으실 텐데요. 투자 라운드를 시작할 때 반기나 분기 결산을 미리 요청해 놓는 게 좋아요. 미리하지 않으면 그걸로 1~2주 시간이 흘러갈 수 있어요. 결산 이슈로 납입이 늦어져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투자 라운드 IR이 진행되고 투심까지 간다면 투자사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분기나 반기로 끊어서 미리 결산하시는 걸 권합니다. “투자 진행 중인데 가결산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면 돼요. 회사 자금을 다 태워서 대표가 여기저기서 자금 끌어오는 사례도 있었어요.
초기 스타트업의 실사 요청 자료는 기본적인 것이 대부분이예요. 초기 기업은 재무제표도 비중이 크지 않아요. 다만 외부에 맡겨 놓으면 기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정 사항이 많이 나오기는 해요. 흠은 안 잡히는 게 좋으니 미리 가결산 받아서 한 번 체크를 하시는 게 더 좋겠죠. 재무제표의 숫자가 이해가 안 간다면 전문가를 만나서 확인하세요. 그러면 준비가 잘 된 회사라는 인식을 줄 겁니다. 사업 정보 관련된 지표들을 제공할 때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변동성이 있는 부분이나 이벤트가 있는 부분은 차라리 잘 설명해서 백업하는 게 낫습니다. 기타 요청하는 자료로는 스톡 옵션 내역 정도예요.
재무제표를 봤을 때 가수금, 가지급금이 많으면 다 확인해서 없애달라고 하시는 게 나아요. 이 부분이 회계 처리 미비로 보여질 수 있어요. 그리고 웬만하면 가수금, 가지급금 같은 거래는 안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부 규정 없이 스톡 옵션 발행하는 것도 피하시는 게 좋아요. 다만 그런 건 사후에 맞춰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또 커머스와 같이 재고가 있는 기업은 원가를 보려면 재고자산 수불부가 중요해요. 이게 없거나 불일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리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개발비로 비용을 처리하거나 무형 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회계 감사 받을 때 감액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요. 몇년 뒤에 감액돼서 한 번에 많은 비용으로 타고 들어올 수 있으니 유의하셔야 해요.
투자 계약의 종류
일단 보통주는 그냥 주식이에요. 전환권도 없고 상환할 수도 없어요. 회사가 망하면 휴지 조각이 되는 게 보통주입니다.
다음에 VC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전환상환 우선주입니다. 보통주에 옵션을 두 개 붙여놓은 거예요. 전환권과 상환권을 붙여놨는데, 전환권은 보통주로 전환하는 권리여서 사실상 큰 의미는 없어요. 중요한 게 상환권인데, 이건 부채의 성격이죠. ‘투자하고 3년 이후부터 상환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계약서에 명시하죠. 상환권과 전환 사체와 차이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상환전환 우선주, 전환상환 우선주는 상법상 이익 잉여금이 있을 때만 상환이 가능합니다. 회사가 돈을 못 벌고 있거나 이익잉여금이 없으면 상환할 수 없는거죠. 만약에 회사가 임의로 상환했다 하더라도 무효입니다. 법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없을 때 상환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향후 투자 계약을 어겨서 위약벌 성격으로 상환해야 되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이때는 법률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이익이 나서 투자자가 권리를 행사하면 적정한 이자율로 상환하면 됩니다.
일반 기업 회계 기준으로 투자금은 자본으로 다 들어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상장하려면 IFRS(국제회계기준)로 전환해야 되는데, 그때는 부채로 가요. 그때 많은 파생 부채가 잡히고 그것 때문에 상당한 평가 손실이 일시에 올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IPO 플랜이 늦어지기도 해요. 나중에 상장을 한다면 사전에 투자자에게 전환 요청을 하시면 됩니다. 전환사채는 회계상 부채로 잡혀요. 다만 자본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이 있습니다.
전환우선주(CPS),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환권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예요. 전환 우선주는 보통주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돼요.
우선주의 주요 권리
상환권, 우선배당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상환 이자율이 단리인 경우도 있고 복리인 경우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12%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통상적인 수준을 아시면 좋을 듯 싶어요. 최근 제일 많은 게 한 6% 정도예요. 그래서 6%를 초과해서 10%까지 간다면 ‘이자율이 높다. 단리는 안 되냐’고 투자사에 협의를 청하실 수 있어요. 청구 기간은 3년부터인데 상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아요. 전환권은 말그대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나중에 리픽싱(refixing) 조건이라는 게 있어서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어요.
투자 계약 주요 체크 포인트
투자 계약서에 들어가는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실 필요가 있어요. 처음 밸류 논의할 때부터 프리머니(Pre-money)인지 포스트머니(Post-money)인지 결정하셔야 하고요. 논의했던 기업 가치랑 계약서상 가치가 달라서 나중에 당황하는 창업자들이 있으니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스톡옵션 풀 설정은 대부분 10%이고 시가로 발행하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벤처 기업은 더 낮은 가격으로도 줄 수도 있어요.
투자금은 사용 용도 제한은 눈여겨 보셔야 해요. 이걸 위반하면 상환청구권이 발생되서 이익잉여금과 상관없이 법률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 어떤 투자사가 이걸 이슈삼은 적이 있어요. 피투자사에 투자금 사용 용도 등 협의사항 위반을 빌미로 상환 청구권을 가지고 소송을 한겁니다. 결국 투자사가 승소해서 돈을 먼저 받아갔어요. 그 회사는 펀드레이징도 난항 중이었는데 여로모로 더 어려워졌죠. 그래서 투자금 사용 용도에 대해선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건 운영 자금 용도를 좀 광범위하게 써두시는 거예요. 진술과 보장도 투자 지원 선결 요건인데 미이행되면 투자가 깨질 수 있어서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 다음에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이나 퇴사 금지, 겸업금지 등에서 위약벌이 많이 들어와요. 특히 코파운더나 핵심 멤버가 퇴사할 때 잘 대응하셔야 해요. 코파운더가 퇴사 하는데 회사나 대표자 등 경영진이 그 위약벌를 내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이 위약벌의 구체적인 조건을 잘 협의하셔야 해요. 어떤 계약서를 보면 위약벌 금액을 10억 원씩 하는 경우도 있어요. 위약벌은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5억 원 언더의 일반적인 수준으로 낮춰놓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계약서에 투자자의 우선 매수권, 매각 중단 요구권, 주식 매수권 등 권리가 들어가 있는데요. 이건 투자자의 고유 권리여서 일반적인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살펴보실 것이 리픽싱 조건이에요.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가격이나 인수가격을 함께 낮추어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투자했던 금액보다 낮은 밸류가 되면 그것만큼 주식을 더 확보해 전환가액을 조정해서 지분율을 확보하는 겁니다. 이것만 들어가면 괜찮은데 회사가 제시한 이익이나 매출 조건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높일 때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리픽싱 때문에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런 조건이 있으면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습니다. 그런 걸 요구하는 투자자가 요즘은 많이 없어지기는 했는데 독소 조항이 될 수 있기에 체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NDA와 텀시트는 미리 맺고 받자.
스타트업에게는 두 가지 권리가 있습니다. 우선 투자 검토할 때 NDA(비밀유지 계약)를 맺는 걸 요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자료가 경쟁사에게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받는거죠. 그래야 우리의 IR덱 등 내부 자료가 다른 경쟁사나 다른 투자사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네트워크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서로 친한 사람들은 자료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텀시트(Term sheet, 투자를 진행할 때 주요 조건들을 정리한 합의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투자 IR을 하기 전후에 요청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습니다. 주요 조건이 담긴 텀시트를 보고 문제 없는지 살펴보고 조건에 동의하면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텀시트에 있는 거 말고 잘 모르는 사항이 추가로 계약서에 들어온다면 바로 이의제기를 하셔야 해요. 시리즈 B, C 이상 라운드를 도는 스타트업은 텀시트를 기본적으로 다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