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은 VC 투자받기 전에 하세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본사 이전 타이밍과 장애물
근래 스타트업씬에서 ‘플립(flip)’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플립은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해외에 본사를 설립하고 기존의 한국 법인을 지사로 만드는 개념이다. 최근 해외진출이나 해외 VC에서 투자를 염두에 둔 기업들이 플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플립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미국 VC한테 투자 받으려면 해야 한다는 ‘플립’,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내용을 참고하자.
지난 9월 28일 진행된 디캠프 ‘글로벌 오피스아워 미국 진출 A-Z’에 플립을 통해 미국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 중인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 10여 개 기업의 플립을 도운 홍용준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그리고 플립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한 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가 패널로 나서 ‘플립의 타이밍과 장애물’을 이야기 했다. 이날 질의응답 요약정리.
사운더블헬스는 어떤 기준으로 플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송지영 사운더블헬스(이하 사운더블) 대표 : 제일 힘들었던 건 미국에 가는 결정을 하는 거였다. 나를 포함해 공동창업자 네 명은 영어도 뛰어나게 잘 하지 않고 미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팀이 미국 시장에서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미국 시장에 꼭 가야 하나, 꼭 미국 법인이 모회사가 되어야 하나.” 등 사안으로 시작해 여러 가지 사업 전략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아울러 미국으로 가면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되게 많이 달라지는 것이기에 생각할 것이 많았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미국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먼저 경험한 선배들에게 상의를 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플립의 골든타임은 있는 것 같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엔젤 투자만 받았고, 기관 투자는 받지 않은 상태여서 플립이 가능했다고 본다. 우리가 플립을 했기에 많은 기업 대표들이 문의를 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천만 원어치 법률 자문을 받았던 곳을 포함해 문의를 준 모든 기업이 플립을 하지 못 했다.
우리가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 이유는 명확하다. 디지털헬스가 사업 분야인데 국내 시장에서는 니즈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영역에서 한국은 접근성, 품질, 비용 모두 전세계 통틀어 좋은 나라다. 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료 소프트웨어 구입을 잘 안 하는 성향이 있다. 그보다는 주사 맞고, 건강기능식품 먹는 걸 좋아한다. 국내 소비자의 그런 행동습관을 바꾸고 소프트웨어를 돈 받고 팔 수 있게 유도하는 능력은 나한테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2017년 당시 미국 시장을 한번 바라봤더니 미국은 기술적으로 제일 앞서 있는 시장이고 규모도 한국보다 수십배 더 컸다. 하지만 비용, 접근성, 품질 등에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런 구조적 헬스케어 시스템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고 그 문제를 테크를 통해 풀어보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관련 디지털헬스 회사들이 나스닥 상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한국 리그에서 하다 망할 거면 트리플A, 메이저리라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망하면 경험이라도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게 미국 시장을 가게 된 배경이다.
플립을 통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송지영 대표 : 미국 법인을 설립을 하게 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 회사의 기술이 새로운 것이다 보니 시장과 사용자에 밀착해서 기획 단계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기준이 정립된 제품이었다면 다른 방향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현지 시장에서 해야 된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투자 사이클을 생각했다. 우리 같은 헬스케어는 매출하고 수익의 사이클이 긴 편이다. 임상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도 필요하고 구매자들의 구매 사이클도 굉장히 길다. 2017년 당시 우리는 아이디어하고 시제품만 있었는데 4~5년 안에는 스케일을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았다. 당시 한국에서 VC는 투자 후 3년에서 길어야 5년 안에 회수를 하기를 원했기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마침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박희덕 대표와 김범수 파트너를 만나서 미국의 투자자 성향과 미국에서의 자금 조달 현황, 조언을 들었다. 그걸 종합적으로 생각해 미국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홍영준 회계사는 10여 개 기업이 플립하는 걸 도운 경험이 있다. 플립을 하려면 어느 타이밍에 해야할까. 그리고 기업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홍용준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 회사 몸이 가벼울 때 진행해야 수월하다. 플립 할 때 문제가 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창업자가 아무리 해외로 가고 싶어 해도 기존 투자자들이 동의를 안 하면 어렵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기관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안다. 주주가 많지 않아 회사가 가벼운 상황이고, 설득이 가능한 주주가 있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이 된다.
두 번째는 회사에 매출 규모, 이익 여부, 자산 상황에 따라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립은 한국에 있는 회사가 미국에 새로 만드는 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도록 만드는 일련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를통해 미국 회사에 한국 법인 주주들이 본인 주식을 주고 그 대가로 미국 법인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받게 된다. 미국 법인이 발행한 주식이나 한국 법인이 발행한 주식이나 창업자 입장에서는 그냥 똑같은 주식이지만 세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식 교환이라는 행위 자체를 주식 양도로 본다. 그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나올 수 있다.
많은 초기 기업이 자본금을 다 소진해서 세무상 가치가 거의 0에 근접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액면 금액을 하회하는 경우는 주식을 교환해도 양도소득세가 없다. 하지만 회사에 매출이 발생하고 이익이 난다든지, VC 펀딩을 받아서 회사에 예금 등 자산이 있다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렇게 가치가 올라가면 기존 지분의 대가로 받는 것이기에 세금이 발생할 수 있는거다. 이런 이유로 VC펀딩을 받은 기업 중 플립을 중간에 멈추는 경우도 많이 봤다.
공정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를 안 지키는 경우도 있을거다. 만약에 VC 펀딩을 300억 원 기업가치로 받은 회사가 미국에 새로 세운 모회사랑 기존 자회사의 주식교환을 할 때 30억 원 기업가치로 진행했다면 결국 세금 덜 내려고 저평가를 시킨거라 할 수도 있잖나. 그런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나.
홍용준 회계사 : 문제가 되는 이슈이다. 비단 플립할 때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구주 거래가 있는 경우에도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파운더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일부를 스톡옵션으로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파는 경우가 있다. 그때 가격을 얼마로 할 거냐가 이슈가 된다. 그래서 ‘투자 때 밸류에이션으로 팔아야 되느냐, 아니면 다른 금액으로 팔아도 되느냐’ 등 창업자들의 고민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세법 예규나 판례를 보면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한 주당 발행 금액은 시가로 보지 않는다. 유상증자를 할 때 결정되는 회사의 가치는 투자자, 기존 주주, 기업 대표가 여러 가지 주관적인 가정에 의해서 결정한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상증자 가액은 시가가 아니라는 판례가 있다. 최근에 펀딩을 500억, 100억 밸류에이션으로 받았다고 해서 그 금액이 시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펀딩을 받았다 하더라도 각종 판례로 볼 때 꼭 그 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만 회계적으로 산정되는 밸류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 그만큼의 과세를 한다는 의미인건가.
홍용준 회계사 : 맞다. 부연하자면 요즘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때 신주 거래와 구주 거래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신주를 발행하면서 창업자가 들고 있는 구주 일부도 팔았다면 그 금액은 시가가 될 수가 있다. 실제로 거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비상장 주식 평가 방법이라는 게 있다. 그것에 따라서 시가를 보충적으로 평가해 가치를 산정한다. 대부분 초기 기업들은 손실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순자산 기준으로 가액이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플립을 통해 미국에 진출하면서 삶이 얼마나 바뀌었나. 그리고 공동창업자 네 사람 모두 한국 베이스인데 미국에서 인재 채용은 어떤 전략으로 했나.
송지영 대표 : 육체적으로 시차 없이 일을 해야 되는 게 힘들다. 출장도 많이 다녀야 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매달 왔다 갔다 했다. 출장을 가지 않은 기간에도 현지 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 했다. 일로 만나야 하는 미국 사람들은 내가 어디 있는지 사실 관심 없을거다. 그냥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오후 2시인 것처럼 대해야한다. 이렇게 밤낮 없이 일할 때 좀 많이 힘들었다. 이제 요령이 생겨서 한 요일에 미팅을 몰아놓고 밤을 새며 소통을 한다.
그리고 영어를 많이 해야한다. 배워야 되는 영어의 종류가 많았다. 생활 영어도 있지만 법도 알아야 되고, 세금도 내야 하고, FDA랑도 소통해야 되고, 의사와 임상적인 토론도 해야 되고, 사람을 뽑을 때 뭘 잘하고 못 하는지도 설명할 줄 알아야 된다. 상황에 따라 마주쳐야 하는 영어가 달라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특히 계약서를 볼 때는 이해가 안 되서 같은 문단만 열댓번 읽어보기도 한다.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CEO는 그런 것이 삶이 돼야한다. 그래서 각오가 필요하다.
사람을 잘 뽑는 것에 정답은 없다. 그냥 그냥 무식하게 24시간, 365일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니면서 찾았다. 연고가 없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직접 경험한 추천 방법으로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제일 유명하지만, 미국에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거기만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에 우리가 선정된 프로그램은 ‘플러그 앤 플레이’ 프로그램이었다. ‘메터’라는 시카고에 있는 데도 했다. 그런데 선정되면 다양한 분야별 멘토를 만날 수가 있다. 그러면서 영어도 배우고, 내 사업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며 인맥도 하나하나씩 쌓을 수 있다. 도움이 많이 됐다.
인재를 찾기위해 경쟁사, 내가 제품을 팔고 싶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링크드인을 많이 뒤졌다. 내가 생각하는 직군의 사람은 누가 있는지, 어떤 사람들인지를 살펴보고 연락을 했다. 링크드인은 돈을 내면 친구가 아니어도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300명한테 보내면 10명 정도는 답장을 준다. 그럼 5분만 이야기 하자고 다시 회신했다. 또 컨퍼런스나 전시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대화를 했다. 그렇게 인재를 찾았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할 때보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숫자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체감적으로 느끼는 게 있을거다. 한국에서 했으면 더 빠르고, 잘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나.
송지영 대표 : 한국에서보다 돈은 두세 배가 더 드는 것 같다. 뭔가를 할 때 시간도 많이 써야 한다. 한국말로 이메일 쓰면 1분이면 되지만 영어로 쓰면 그보다 훨씬 많이 걸릴거다. 그런 것이 누적이 되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나간다. 많은 것을 투자해서 진짜 큰 리턴에 도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적정 수준을 벌지는 업의 성격과 선택의 영역일 거다.
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 : 남의 나라 가서 하면 뭐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플립을 하는 건 배수의 진을 친다는 의미도 있을거다.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고 가는거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는 플립하는 거를 권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있으면 현지에 가서도 다른 생각이 계속 든다. 원격으로 미국 사업을 몇년은 할 수 있을거다. 하지만 인재를 찾아 영입하거나 뭔가를 부탁할 때는 눈에 보여야 진정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출장이든 취업 비자를 받아서 일을 하는 거든 간에 상당한 시간을 미국에 투입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문화와 미국 스타트업 문화의 차이는 뭐라고 보나.
송지영 대표 : 일단 큰 장점은 리턴이 클 수 있다는 걸거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속한 헬스케어는 규제가 많다. FDA 규제도 있고 개인 정보 규제도 많다. 중요한 건 현지 규제가 굉장히 일관되다는 거다. 그리고 규제 기관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고 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오픈돼 있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그것이 우리가 전략을 세우는데 근거가 된다. 한국에서는 하라는 것만 해야 되지만, 미국은 하지 말라는 거 빼고는 다 해도 된다. 그게 양국 사업 환경에서 제일 큰 차이라고 본다. 다만 미국에서 하지 말라는 거를 했다가 걸리면 징벌도 세다.
홍 회계사는 사운더블의 초기 엔젤투자자다. 사운더블이 플립을 한다고 했을 때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갔했나. 세무적인 이슈는 없었나.
홍용준 회계사 : 사운더블은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했다. 당시 회사가 엔젤에서 투자받았던 자금이 상당 부분 소진돼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플립할 때 세금적인 문제는 크게 없었다.
김범수 파트너 : 반대하는 결혼해서도 잘 살 수 있지만 가능하면 다 축복해 주는 게 더 좋잖나. 플립을 한다고 했을 때 창업팀도 이견이 없고, 투자자들도 이견이 없고, 국세청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 좋다. 모든 게 순리대로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일 때가 제일 좋은 타이밍이다.
미국으로 회사를 이전할 때 오피스의 위치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 한국 같은 경우는 강남이나 판교에 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일 큰 이유가 인재 확보인 것 같다. 높은 렌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베이 에어리어나 실리콘밸리를 갈 만한 이유가 있을까.
송지영 대표 : 강남역 부근이 다른 지역보다 임대 비용은 비싸지만 네트워크 임팩트가 있기에 많이 가는거라고 본다. 그리고 출퇴근이 편리하기에 일종의 직원 복지의 일환일 수도 있다. 우리같은 회사는 대구 첨복단지에 간다든 원주에 간다면 지원금도 많고 물가도 싸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거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기는 되게 어렵다. 강남이든 지방이든 일장일단이 있는거다. 회사의 상황에 맞춰 결정을 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다. 우선 비행기 갈아타는 게 힘들어서 직항이 있는 도시로 가자고 했다. 그다음 인재를 구하기가 좋고 우리 앱의 주요 사용자나 고객사의 접근성이 좋은 데를 찾았다. 아무래도 내가 자주 가서 사람을 만나야 되니까.
미국을 그냥 큰 한 나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실상 51개의 나라라고 봐야 한다. 주마다 법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소비자들의 행태도 다르다. 그런 거에 무관한 사업이라면 모든 주에 걸쳐서 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한 주가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가 있다. 또 모든 주에 걸쳐서 사업을 하더라도 개인 정보나 의료 등과 같은 걸 다루는 비즈니스는 주마다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검토해봐야 한다.
김범수 파트너 : 스타트업 대표는 본인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계속 뽑아야 된다. 그래야 성공한다. 본인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많이 뽑으려면 회사가 어디 있어야 될까. 한국 스타트업들이 임대료가 비싼데도 강남이나 판교 이런 데 있는 건 이유가 있다. 그 지역은 소프트웨어, IT 회사들도 많기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다른 지역보다는 높다.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은 다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나 보스턴이나 뉴욕처럼 비싼 곳에 회사를 두는 건 인프라 비용이 포함됐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인재와 VC도 그곳에 많다. 그런 가능성 등이 포함돼 있는 거다.
미국의 헬스케어 관련 규제 이슈는 없나.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국내는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며 건보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미국은 개인정보 관련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
송지영 대표 : 우리 회사 제품도 FDA에 의료기기로 등록되어 있다.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FDA에 등록을 하기 위해서 미국 법인을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어느 나라에 있든 간에 절차에 맞춰서 등록을 하면 된다. 다만 FDA에 등록이 됐다고 해서 저절로 팔리거나 신뢰성을 다 갖춘 게 아니라서 임상 연구를 많이 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해도 되지만 미국 현지에서 회사가 하는 분야 교수나 의사 등 키오피니언 리더와 함께 연구도 하고 파일럿도 하면서 근거나 평판 같은 거를 많이 쌓아 놓으면 비즈니스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사람들은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네트워킹하거나 부스 전시를 통해 만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회사는 메디컬 어드바이저들도 많이 있다. 그들에게 스톡옵션을 제시하거나 먼슬리 리테이너를 지불하고 자문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이다.
개인정보, 사이버 시큐리티는 미국에서 굉장히 큰 이슈다. 디지털헬스 쪽 스타트업들이 그 문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문을 닫는 일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데이터를 덜 가지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법적으로 의료 정보를 다룬다면 히파(HIPAA, 미국 건강 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연방 FDA 가이드라인 말고도 주마다 법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게 CCPA(캘리포니아주 소비자프라이버시법)이다. 유럽에 가서 사업하려면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도 지켜야 한다. 우리도 그걸 준수하기 위해 기술, 법률 자문에 상당히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개인정보는 굉장히 법률적인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기에 잘 정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접근을 할 건지에 따라서 사업 구현이 가능할 수도 있고 아예 안 될 수도 있다. 검토를 좀 많이 받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본사, 지사를 떠나 어디가 마더십이 되어야 할까.
김범수 파트너 : 어느 시장이 회사의 프라이머리 마켓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해야 되는 사업이면 본사가 미국에 있는 게 더 자연스럽다. 미국에서 스톡옵션을 활용해 어드바이저와 인재를 채용하는데, 만약에 한국에 본사가 있다면 그게 쉽지 않을거다. 한국 주식을 미국 주는 건 의미가 크지 않다. 한국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교포나 미국 가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을 채용하면 되겠지만 회사가 완전히 미국화가 안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회사가 미국에 가는 건 완전히 미국화가 돼서 미국 소비자의 행태와 마음을 잘 이해해서 거기에 딱 맞는 제품을 팔려고 하는 거 아닌가. 현지 시장을 100% 가깝게 이해 못하는 사람들끼리 하다 보면 겉돌 수 있다.
송지영 대표 : 한국 법인을 모회사로 하고 스톡옵션을 미국에서 활용하는 곳들도 많이 있다. 다만 한국 상법상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 있어 그게 충족되지 못 할 때 부여 못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잘 모르는 나라의 주식을 받고, 그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다는 사람의 수는 우리가 채용할 수 있는 사람 중 일부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법인인 게 유리한 게 있다.
본질적으로 어디 주식이 회사의 가치를 대변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 주식을 팔면서 자금 조달을 할지, 한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할지, 아니면 양쪽에 리스팅을 해서 두 시장에서 다 자금 조달을 할지 돈의 성격을 고민해봐야 한다. 사업의 사이클을 얼마나 길게 할지 고려해야한다. 시드부터 시리즈 F까지 자금 조달을 하며 사업을 하는 마일스톤이 있다면 어디가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 흐름과 그림이 맞는지 생각하는 것이 본질일거다.
김범수 파트너 : 플립은 미국에서 펀딩을 안 받을 거면 꼭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디 있든 영어만 잘하고 미국 일하는 시간에 통화만 가능하면 별로 상관없다. 플립은 사람 많이 뽑고 현지서 펀딩을 받을 때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 문화나 VC와의 관계 설정 등 미국식을 따를 준비를 하고 가야한다.
미국에 한국 직원을 파견 보낼 때 어떤 어드벤티지를 제공하는게 좋을까.
송지영 대표 : 정답은 없고 회사마다 다를거다. 만약에 1년 이상 간다면 이사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리로케이션 서포트를 해야할거다. 그리고 물가가 아무래도 더 비싸니까 한국 월급에서 플러스알파를 지급하는게 맞을거다. 그냥 현지인을 채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월급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 두 개가 기본적인 것 같다.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교육비 등 여러가지 복리후생이 붙는다. 비자 이슈도 있는데 그건 이민 변호사한테 자문을 받는 게 좋을거다.
김범수 파트너 : 현실이 생산성을 갉아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식 사고방식이다. 파견을 보낼 때 현지에 가서 빈궁하게 살아야하는 환경이나 처우 밖에 못 한다면 그건 아직 회사의 준비가 덜 된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 타이밍은 공부하는 것과 같다. 10살 이전에 일찍 유학을 가든지 아니면 대학교 학부까지 마치고 가는 것이 맞다. 그 중간에 어정쩡할 때 가면 돈은 돈대로 쓰고 적응은 적응대로 안 된다. 파견을 보낼 때 적정 수준으로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먼저 회사가 지금 미국에 파견을 보내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한다.
채용할 때 페이과 관련된 옵션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표와 회사가 미국 사람들이 볼 때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이 그걸 많이 고려한다. 아무리 돈 많이 준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안 맞으면 오래 있지 않는다. 그래서 현지화나 플립을 할 때 대표가 되게 중요하다.
송지영 대표 : 직원 급여는 그래스도어(Glassdoor) 통계를 참고하면 된다. 모든 보상을 샐러리로만 산정하면 대기업과 비교해서 백전백패일거다. 돈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직원이 회사에서 얻고싶은 것이 반드시 월급만은 아닐거다. 복합적인 패키지를 구성해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플립을 할 때 투자자 설득, 세금 이슈 외 고민해야 할 거나 체크해야할 것은 뭐가 더 있을까?
홍용준 회계사 : 플립을 했다가 여의치 않아서 역플립하는 경우가 있다.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다 상황이 바뀌어 돌아온 경운데, 역플립해서 상장까지 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역플립은 한국보다 더 복잡한 미국의 세금 이슈가 발생한다.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 돌아올 때 더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김범수 파트너 : 현재 한국의 투자 환경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이다.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이고 창업자가 한국인이라면 업종에 따라 역플립도 고려할 수 있다. 회사를 옮기는 건 매출 등 몸집이 작을 때 용이하다. 회사 몸집이 커지면 다른 나라로 가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플립이든 역플립이든 처음에 잘 결정해야 한다.
50억 원 이상 펀딩 받고 직원과 현금 보유고도 꽤 많은 기업이 플립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홍용준 회계사 : 연락도 많고 자주 본다. 농담삼아 ‘돈을 다 쓰고 연락달라’ 라고 답한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많이 받아도 이익이 안 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 세법이 바라보는 회사의 가치는 펀딩 직후가 제일 높다. 예를 들면 지금 회사 통장에 30억 원이 있고 회사가 매달 나가는 비용이 3억이라고 한다면 10개월 뒤에는 제로가 된다. 그 기간을 감안하고 최적의 타이밍을 잘 찾아야 한다. 어려운 점은 투자자가 영원히 기다려주진 않는다는 거다. 플립할 때 나오는 대부분의 이슈는 창업자의 세금 이슈지 투자자의 세금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렵다.
세금 이슈가 큰 거는 창업자가 지분이 높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기관들과 개인한테 적용되는 세금이 세법상 달라서 그런건가.
홍용준 회계사 : 기관과 개인에게 적용되는 세법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창업자들은 보통 한국에서는 액면 금액의 주식을 취득한다. 5천 원에 취득을 했는데 회사가 300억 원 밸류에이션에 30억 원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300억 원이 회사의 가치는 아니지만 회사 통장에 30억 원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30억이 된 거다. 회사 자본금을 1억 원으로 시작했다라면 그거 대비 30배가 증가한 거다. 파운더들의 취득가가 낮기 때문에 소득이 크다고 본다. 세금은 회사 통장에 적힌 금액이 적어질 수록 줄어든다라고 보면 된다.
김범수 파트너 : 그런데 가진 돈을 다 쓰면 플립할 때 세금 문제는 없지만 사업을 하기위해 또 펀딩을 받아야 되잖나. 그래서 제일 마음 편하게 플립을 하는 건 초기에 회사에 별로 돈 들어온 것이 없을 때 하는거다.
홍용준 회계사 : 최근에 플립을 도운 회사는 세금을 몇 억 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가 정말 미국에 가고 싶어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진행했다. 사실 플립을 하면 대표나 파운더는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지금 갖고 있는 한국 법인 주식이 미국 법인 주식으로 바뀐 것 뿐이다. 하지만 세무적으로 봤을 때는 주식을 교환한 거고 교환의 대가로 새로운 주식을 받았기 때문에 가치가 올랐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본인 통장에 들어온 돈이 하나도 없더라도 세금을 몇 억 내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
김범수 파트너 : 우리가 스톡 옵션으로 보통주를 취득하는 것도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세금은 내야하지 않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거다.
홍용준 회계사 : 현행 세법에 따르면 스톡옵션 행사를 했을 때 행사한 사람은 돈 번 게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야 되는 게 우리나라 세법 규정이다. 동시에 신주를 발행해서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때문에 회사에 행사 금액도 납입을 해야 한다. 행사 금액도 납입을 해야 되고 세금도 내야 하는 거다. 벤처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꾸준히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송지영 대표 : 미국도 미실현 이익에 대해서 과세하는 건 똑같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더 많이 하겠다고 하고 있다. 미국에 온다고 그 부분이 유리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플립을 할 때 세금 중간 정산을 한 번 하는 셈이다.
김범수 파트너 :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가 됐는데 세금 낼 돈이 없어서 행사를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에선 이사회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해줘야 주인 의식을 갖고 더 잘한다고 보고 일시불로 보너스를 줘서 세금을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큰 틀에서 동기 부여를 한 거다.
플립이 미국 현지 임상 연구를 할 때 도움이 될까. 미국에서 임상 파트너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과 미국 아닌 다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게 파트너링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송지영 대표 : FDA나 임상 연구를 위해 미국에 본사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문을 구할 때 꼭 스톡옵션으로 보상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상이 필요하다면 현금으로 할 수도 있는 거고 연구비로 할 수도 있는 거다. 임상을 위해서 플립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임상을 현지에서 하는 거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임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근거를 쌓아야 하는 비즈니스라면 더더군다나 필요하다. 다만 미국은 성별, 나이별로 굉장히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있어서 임상을 진행하면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본인 비즈니스에서 핵심적으로 필요한 엔드포인트부터 하는 임상 전략이 필요하고, 그런 임상 전략을 구축하는 데 컨설팅이나 자문을 통해 전문적인 역량을 활용할 수가 있다.
우리 회사에 자문을 하는 전문가군은 친구한테 소개를 받은 사람도 있고, 학회에서 만난 사람도 있고, 전시회 부스나 학회 논문 발표가 계기가 되서 제안해 온 사람도 있다. 컨설턴트의 소개를 비롯해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서 찾기도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기위해 레퍼런스 체크도 했고 논문도 많이 살펴봤다. 어떤 분야 연구를 하는 사람인지 논문을 얼마나 냈는지 등 평판 조회를 거쳐서 선정했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임상적인 근거를 좀 많이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임상 근거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상당히 잘 정합이 돼야 한다. 그게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조건 논문 편수가 많다고 좋은 거는 아니기에 수준 높은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정도 현지화를 해야하는 제품인가도 감안해야 한다. 문화, 생활양식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이라면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이 바로 현지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니즈나 지불 의향 등 수용성이 다를 확률이 높다.
플립은 투자가 사전 약속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 외 다른 방법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없나.
홍용준 회계사 : 투자에 대한 약속이 있는 경우 플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는 플립을 조금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김범수 파트너 : ‘플립하면 미국 법인에 얼마를 투자해 주겠다’라는 VC의 약속을 사전 확약서나 계약서로 남기려고 하는 기업도 있을거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투자가 약속되면 기업 가치가 달라지기에 그것의 근거가 되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탈세가 될 수 있다. 보통 구두 약속을 받는데, 문서로 약속이 되면 안심이 될테지만 문제는 세상 일이 다 본인 입장에서 보장된 구도로 가는 별로 없잖나. 구두로 VC 투자 약속을 믿을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송지영 대표 : 낙하산은 뛰어내리면서 펴야지 비행기 안에서 펴면 안 된다. 참고로 미국으로 플립을 할 때 한국 VC 중 미국에는 투자를 못하시는 펀드도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할거다.
김범수 파트너 : 일단 한국 VC가 갖고 있는 펀드 중 70%는 플립하면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VC 펀드의 상당 부분이 준정부 소스로 나와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라이빗 마켓에서 하는 역할을 한국은 정부 자금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1960년 대에 정부가 민간에서 1천만 달러 펀드 모으면 3천만 달러로 1:3 매칭해 주는 VC 펀드 육성을 했었다. 정부가 하는 건 세금에서 나온 돈이기 때문에 국내 쪽에 우선시할 수밖에는 없다. 한국 VC 펀드도 큰데 미국 VC한테 펀딩이 어렵다면 굳이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