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97] VCNC 박재욱 대표가 전하는 투자유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글로벌 진출에 대한 조언
폐쇄형 SNS가 각광받는 가운데 커플앱 비트윈(Between)은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 최대 커플앱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으며, 국내 커플 메신저 최강자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비트윈은 한국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 지사가 있으며, 곧 동남아 지사도 오픈 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한 명실 상부한 세계 최고의 커플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각설하고.
10일 오후 3시에 비트윈의 개발사 VCNC가 일본의 거대 IT 기업인 DeNA에서 투자유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받은 사례가 많지 않기에 주목할만한 소식이다. 투자금액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에 이번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투자과정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글로벌 진출에 대해 VCNC 박재욱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우선 투자 유치한 것 축하드린다. 투자유치를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배경과 투자유치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DeNA 쪽에서 비트윈의 미디어 기사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VCNC 일본 오피스가 꾸준히 시장 및 유저와 커뮤니케이션 해온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DeNA 쪽에서 우리와 미팅을 잡고 싶어해서 내가 일본 출장 가는 일정에 그들을 만나 첫 미팅을 했다. 그들은 Private SNS라는 영역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었고, 비트윈이 커플의 영역에서 그 선두에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첫 미팅 때 DeNA의 CEO인 Moriyasu-san이 직접 미팅에 참여하여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그게 내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단순히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첫 미팅 이후로 일본에 출장을 갈 때마다 DeNA와 만나 투자 계약의 Term에 대해 미팅을 가졌다. 서로 물리적인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메일과 컨퍼런스콜도 많이 진행하며 서로가 가진 생각의 거리를 조금씩 메워나갔다. 또한 기존의 투자자와 새롭게 투자자로 들어올 DeNA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며 조율하는 역할도 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후 Term Sheet이 나와 모든 조건들이 확정되었다. 그 이후에도 영문 계약서를 검토하고 해외 투자를 받기 위한 작업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지금 세어보니 투자를 진행하며 이메일만 약 200 통 가량 주고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메일중에 다 한 통도 쓸모 없는 토론과 논의를 했던 적은 없다. 단연컨대 DeNA는 내가 일해본 회사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회사였다.
투자를 위한 로드쇼(투자설명회)를 따로 했는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번엔 로드쇼를 전혀 하지 않았다. 리드 투자자가 강한 관심을 보이며 이끌었던 투자였기 때문에 특별히 로드쇼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금적인 여유도 충분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투자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관점으로 딜을 시작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DeNA 투자팀과 첫 미팅을 진행할 때 CEO가 직접 그 자리에 들어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말 한 것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진심을 잘 알 수 있는 에피소드였고, 이들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북미쪽 투자환경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지만, 일본쪽 투자환경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별로 없다. 관련해서 설명해 준다면?
일본의 투자환경은 마치 2년 전 스마트폰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한국과 유사한 것 같다. 일본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50% 가까이 올라가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많은 자금이 모바일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대 초기에 빠른 적응을 못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따라서 그들은 스마트폰 시대에서 자체적인 역량을 쌓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스마트폰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꽤나 보이는 것 같다.
따라서 일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거나 이미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그 서비스가 일본에서 통할 것이라 생각이 되면 충분히 투자유치를 도전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거대 IT 기업인 DeNA에서 투자를 받았다. 금액적인 부분 외 투자자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도약을 발판을 마련된듯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도움을 받게되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함께 하게 될지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Rough하게 말씀드리자면 비트윈이 일본에서 유저를 끌어모으고 수익화를 할 때 여러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투자는 투자규모 보다는 기술이나 노하우에 대한 접근이 많다. 이번 투자는 어떤부분에 대한 투자가 주요 골자인가?
이번 DeNA가 VCNC에 투자를 한 이유는 비트윈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강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트윈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여정을 DeNA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국내에는 게임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DeNA는 게임 뿐만이 아니라 커머스나 다른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큰 볼륨을 자랑하는 회사이다. 따라서 그들의 각종 서비스와의 비트윈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전략적 투자는 Exclusive 조항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비트윈이 한 기업과 독점적인 계약을 맺고 그들과만 일하는 것은 우리의 스케일을 한정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진정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파트너 및 3rd party들고 일해야하는만큼, 이번 계약을 통해서는 DeNA와 그 어떤 독점 계약 조항도 만들지 않았다.
DeNA 측에서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가?
DeNA가 직접적으로 경영의 의사결정권을 갖진 않는다. 대신 DeNA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의 Chief, Harada-san이 VCNC의 사외이사로 들어오게 된다. DeNA에서 투자업무를 하기 전에 Mixi에서 COO를 역임한 사람이고 인터넷 업계에서 많은 일을 했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일본 시장에서 비트윈의 성장을 돕고 많은 조언과 지원을 해줄 예정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비트윈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더욱 확장하고, 성공적인 수익화 모델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듯 싶다. 이번 투자금액의 주요 사용처는 어디인가?
투자금은 비트윈이 플랫폼 비즈니스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좋은 인재들을 채용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좋은 엔지니어를 계속적으로 채용중이니 글로벌 서비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쓰는 스케일 큰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고 싶은 엔지니어들이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 해외 진출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유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먼저 해외 진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내가 하고 있는 Consumer service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겠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먼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Consumer service는 문화적인 코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내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시장, 바로 한국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에서 먼저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를 레버리지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만든 Consumer service를 한국인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해외 기업도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떤 나라를 타겟하여 진출할지 회사가 스스로 잘 알고 결정해야 한다.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는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이용해 전세계에 동시에 앱을 선보일 수 있다. 이 때 어떤 시장에서 가장 Organic growth가 많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떤 나라 유저들의 Retention이 높은지 등을 분석해보면 다음 시장을 어디로 설정해야될지가 대략적으로 판단된다. 이런 판단이 서면 그 때부터 그 나라를 위한 공략법을 제대로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
세 번째는 나라별로 문화적인 코드에 맞게 마케팅을 실행해야 한다. 각 문화 코드에 맞춰 타겟 유저층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채널을 이용해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각 나라별로 그 문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채용하거나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과 문화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해외 투자와 관련되어서는 다음의 것들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CEO가 직접 현지의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직접 협상과 계약까지 진행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투자자는 의사소통조차 잘 되지 않는 기업가에게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언어가 서툴더라도 직접 CEO가 딜을 진행해야 하고, 영어가 부족한 경우에는 이를 보조해줄만한 사람과 함께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우리 회사의 장혜린씨가 이와 관련해 큰 역할을 수행했다.
두 번째는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만약 해외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면, 그 것은 그 투자자가 있는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 투자자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그 시장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해외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그 시장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로 많이 방문하여 이해도를 높이는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일본에만 16번을 방문했다.
투자가 사업의 성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유치 소감을 말해준다면?
말 그대로 투자 유치는 사업의 성공과 완전 별개의 사안이다. 투자금이 커지면 커질 수록 기업은 시장에서의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야할 의무가 점점 커진다. 우리도 이번 투자를 통해 더욱 큰 책임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투자금과 투자자로부터의 지원이 회사의 성장으로 치환될 수 있을지 요즘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 함께 합을 맞춰보며 DeNA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견인할 훌륭한 파트너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얻은 기회를 잘 활용하여 해외 시장에서더 큰 성과를 내는 비트윈이 되겠다.
2014년 VCNC와 비트윈의 비전을 이야기해 달라.
올해 우리 회사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이다.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비트윈이 플랫폼으로 진화해야될 시점이라 생각한다. 2년 넘게 비트윈을 운영하며 쌓은 유저와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커플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 그리하여 커플과 관련된 산업과 기업들이 비트윈과 상호 win-win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