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463] ‘아이의 시간’을 데이터로 채워주는 기업 ‘자란다’ 이야기

장서정 자란다 대표 

유아동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누적 140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 A 라운드까지의 과정은 VC(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자란다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자란다를 단순한 방문 돌봄 서비스라 여길 수 있지만 이면을 보면 테크 기업에 가깝다. 개별 아동의 교육, 돌봄 관련 자연어 데이터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해, 조건에 맞는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자동 추천한다. 매칭부터 방문, 방문 후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하면서, 4~13세 아이들의 성장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교육 시장과 돌봄 시장으로 양분돼 있던 기존 서비스들과 달리, 자란다는 학령기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돌봄을 한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결합된 솔루션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개별 아이의 성향, 관심사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성장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향후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교구재, 콘텐츠, 액티비티 등 더 많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키즈 토털 플랫폼’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자란다 장서정 대표는 모토로라에서 모바일 UX · UI 디자이너로 10년, 제일기획에서 디지털사업전략 담당으로 2년간 근무한 뒤 2016년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창업자로 나섰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해 만 5년 5개월을 맞은 장 대표를 만나 지난 창업 과정과 목표를 들었다.

자란다는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됩니다. 여타 스타트업에 비해 현재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순탄해 보입니다. 

2016년도에 1인 창업으로 멋모르고 시작했고 서비스는 2017년에 론칭했어요. 2017년에 소풍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었고, 2018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팀빌딩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어요. 같은 해 디데이(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매달 개최하는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나가서 우승도했죠. 그때가 한참 IR활동을 하던 시점이었는데,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 결정을 해줘서 프리 A 투자를 마쳤고 2019년 초에 빠르게 시리즈 A 라운드를 클로징했어요. 올해에는 97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리즈 A 브릿지 라운드를 마감했고요.

그런데 카카오벤처스를 만나기 전까지 투자하겠다고 하는 VC가 없었어요. 대부분의 투자사에서 ‘돌봄 서비스 시장이 없다’, ‘시장이 있다 하더라도 천천히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피드백을 했죠. 투자자들이 바라는 빠른 성장 유형에서 저희 서비스는 많이 벗어나 있었던 거죠. 이해는 돼요. 서비스 모든 과정이 IT 기반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중간중간 체크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또 그런 시스템을 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VC가 시장과 시스템 이슈가 있어 투자가 어렵다고 했어요.

당시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아이 돌봄과 매칭만 한다면 확장하기도 좋고 사용자도 전국에서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어요. 우리가 가정에 직접 방문하고, 선생님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개입하고, 퀄리티 컨트롤을 하고 일정 조율까지 하는 것이 서비스 확장의 걸림돌이라는 의견이었죠. 사실 당시 8명 규모 조직이 하기에 너무 방대한 사업 아이템과 구조였어요. 그래서 돌봄 선생님 매칭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관리 영역 부분을 떼어버리는 것도 고민 많이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처음에 생각한 방향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했어요. 단초는 IR 마지막에 만난 카카오벤처스였는데요. 

카카오벤처스는 투자 IR 목적이라기보단 사업을 계속해도 되는지를 묻고 싶어서 만난 거였어요. 저는 선생님이 돌봄 가정에 방문한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선생님이 와서 아이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관련 내용이 부모에게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어요. 그것의 근간이 되는 것이 꼼꼼히 적힌 방문 일지를 기반으로 한 테이터 기반 시스템이었고요. 그런데 그걸 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님을 만나 제가 정말 풀고 싶었던 문제와 서비스 뒤단의 관리 영역을 설명했어요. “우리가 방문 끝단까지 컨트롤해야 의미 있는 사업이라 생각해서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 발목을 크게 잡고 있어요. 당장은 접어두고 나중에 해야할까요?”라고 자문을 구했죠. 그때 정신아 대표님이 “그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2주 후에 오겠다고 하셨고, 정말로 심사역을 대동하고 와서 투자를 결정해 줬어요. 카카오벤처스의 투자가 마중물이 되어 다음 투자도 이어졌죠. 이후 투자를 해준 대교, 우리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모든 주주들이 우리의 생각에 공감해 줬고요.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나야 합니다. 만약에 제가 서비스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투자자와 손을 잡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자란다는 겉으로만 보면 아이 돌봄 서비스지만, 보이지 않는 서비스 이면에서 많은 것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기다려주는 투자자가 흔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희 투자자들은 자란다의 비전에 완전히 공감해 주는 것을 넘어 우리 서비스의 팬이신 분들이 다수에요. 저희 투자자들 중에 “자란다 서비스를 통해서 삶이 바뀌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이 투자를 해 줬고 회사의 방향성을 지지하고 기다려 주고 있어요.

창업 당시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컸어요. 돈만 있으면 무슨 상품이든지 다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투자자가 누가 들어와도 ‘일단 돈만 받으면 그만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죠. 만약에 실제 그렇게 투자가 진행되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소액이더라도 회사의 비전에 큰 공감을 해주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야 돼요.

자란다는 2018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2018년 ‘4월 스타트업 데모데이 디데이’에서 우승한다. ⓒ 플래텀

12년간 사회생활을 한 베테랑이지만 창업은 자란다가 처음입니다. 기억나는 시행착오는 뭐가 있나요. 

법인설립부터 시행착오였죠. 앱 등록을 하려면 법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역삼 세무서에 가서 등록했거든요. 빨리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시행착오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똑같이 했을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그 판단과 그 행동을 안 하고 다른 걸 하지는 않았을 듯싶어요. 사실 가장 큰 시행착오라면 사업을 시작한 거겠죠. (웃음)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당시로 돌아간다면 전 사업을 절대 안 했을 것 같아요.

직장에서 조직원 생활을 한 것과 자신의 회사를 만드는 창업자 생활은 무엇이 다르던가요. 

제품을 만드는 건 다를 게 없었어요. 그런데 창업 후에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특히 HR(Human Resource)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돌이켜보면 경영인에게 필요한 소양이 뭔지, 어떠한 부분을 성장시켜시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못 한 상황에서 창업을 시작했어요. 그간 상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고, 워킹되게 만드는 것은 나름 잘 해왔다고 자평해요. 하지만 여러 사람을 하나의 가치로 뭉치게 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잘 몰랐던 부분이에요. 인프라가 갖춰진 조직에서 소규모 인원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익숙했거든요. 창업하고 나서 조직이 일하게 만드는 것, 제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동기 부여를 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특히 가장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채용이에요. 무리수를 두었던 채용, 상황에 맞춰서 진행한 채용은 전부 실패했어요. 아이를 낳기 전과 기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내 일을 잘 하는 것과 경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창업 과정에서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창업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경영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경영을 하며 시행착오도 많았고 앞으로도 그런 것이 더 나올 텐데 저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거예요. 회사 멤버들이 가장 큰 도움을 주겠지만, 주주들이 음으로 양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여러 산업을 살펴보는 사람들이기에 자란다의 차별점과 필요한 점들을 많이 조언해 주세요. 좋은 투자사를 만났을 때 얻게 되는 굉장히 큰 강점입니다. 때문에 주주 투자자를 받을 때는 그것이 FI(재무적 투자)든 SI(전략적 투자)든 간에 함께 전략을 고민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카카오벤처스, 디캠프 등 투자를 해준 기관에게 가장 많이 받는 도움이 HR이에요. 퀀텀인사이트 황성현 대표님, 소풍벤처스 최경희 이사님도 HR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죠. 조직원이 30명을 넘어가면 HR이 크게 필요한 것 같아요. 15명 미만일 때는 정말 한 동아리처럼 끈끈하게 묶이고 뭔가를 추진할 때 바로바로 됐었는데, 30명이 넘어가면서 엇박자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기업 문화와 규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 난관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요. 

‘내부 고객’이란 표현을 쓰잖아요. 팀 자란다를 제품이라 상정하고 멤버들을 조직 안에서 성장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결국 조직이라는 프로세스, 시스템에서 구성원들이 회사에 기여하는 부분, 회사가 구성원한테 기여하는 부분이 합의되어야 ‘팀 자란다’라는 프로덕트도 성장한다고 봐요. 구성원들이 팀 자란다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경험, 회사가 팀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을 계속 조율하며 맞추어 나가고 있어요. 저는 회사라는 조직을 좋아하지 않고 순응하며 다녔던 사람도 아니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회사라는 조직을 만들고 있네요. (웃음)

자란다에 근무할 때 직원이 얻게 되는 이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회사와 제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남들이 안 된다고 한 것을 해낸 경험’이라고 보고 있어요. 저는 똑같은 시간을 써서 비슷한 돈을 번다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는 일의 영향력이 큰 곳, 선한 영향력을 가진 곳에서 시간을 쓰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봐요. 저희 멤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도 같아요. 끝까지 밀고 나가게 지지해 주고 문제 해결을 스스로 했다는 경험치와 경력을 제공하는 거예요. 회사에서 당연히 누려야 되는 것이 성장이에요. 못 했던 것을 할 수 있게 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하는 것, 저는 그게 회사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해요. 자란다는 그것을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어요.

UX-UI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입니다. 창업 과정에서 그 경험의 장점은 뭐였나요.

원하는 제품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거예요. 제품을 만들 때 어떠한 상호작용, 매개체가 필요한지, 또 사람들이 맨 처음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되는지는 바로 알 수 있어요.

‘본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서비스 자란다입니다. 그런 생각을 한 배경은 뭔가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자란다같은 아이 돌봄 서비스가 필요했는데 제가 필요했던 시점에는 시장에 없었어요. 왜 없는지를 살펴보니 보육에 관련한 인식이 너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더라고요. 부모에게 맡겨지는 책임이 엄마에게 너무 편중되어 있는 게 보였어요. 그걸 바꿀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거나 누군가 인식 변화를 강하게 주창하지 않으면 시장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았고요. 창업을 해서 사회 인식과 시장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르건 몰라도 제품은 ‘에지’있게 만들 자신이 있었고요.

본인의 창업이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처음에 그렸던 서비스 밑그림은 어느 정도 채색됐나요. 

아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솔루션을 추천한다는 큰 그림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이제 걸음마를 하는 단계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에게 창업은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에요. 자란다 창업을 해서 만든 상품이 어느 정도 시장에 부합했기에 ‘제로 투 원’은 했다고 자평해요. 지금은 그다음 단계인 ‘원 투 헌드래드’를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만약에 창업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제로 투 원’, ‘원 투 헌드레드’까지 갈지 전략을 세우고 시작하길 권합니다. 그 계획이 명확하게 서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 대표님은 스스로를 ‘고정된 것보다는 변화, 익숙한 길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가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런 성향을 갖게 된 배경은 뭔가요.

불편한 것들을 못 참는 성격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관습적인 것에 거부감 같은 게 있었고요. 부모님은 제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걸 걱정하셨다고 해요. (웃음) ‘무조건 뭘 하지 마라’, 혹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하니까 너도 그렇게 하라’라는 방식의 논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는 방식으로 고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죠. 어릴 때 이야긴데요. 잔디밭 주변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적힌 팻말이 너무 납득이 안 가는 거예요. 공원에 멋진 잔디밭을 만들어 놓고 왜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들어가서 놀다가 끌려 나오길 반복하곤 했죠. 나중에 아버지가 왜 들어가면 안 되는지 설명해 주셔서 멈췄어요. 고등학교 때도 비슷했어요. 예전 학교에선 아침에 운동장에서 조회했잖아요. 저는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운동장에서 서서 조회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한테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죠. 제대로 답변은 못 들었지만요. (웃음)

자란다 서비스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를 키우는 환경은 달라진 게 없어요. 사회는 아이들에게 일괄적인 것을 강요하고 있어요. 아이마다 다 다르고 아이만의 방식이 따로 있을 텐데, 획일적으로 학원과 같은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요. 저는 그런 것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바꾸고 싶었고요.

자란다는 ‘부모의 시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시간’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지향합니다. 아이의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아이의 관심사를 확장하는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례로, 저희 집 아이는 수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단순 문제 풀이하는 건 선호하지 않아요. 학원에서 하는 것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제집을 풀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 거죠. 반면에 수학 책이나 과학 책을 읽는 건 좋아해요. 그래서 자란다 선생님에게 수학이나 과학 원리를 중점으로 알려 달라고 요청했어요. 그 방식으로 선생님과 아이가 시간을 보낸 후, 교육 과정 피드백이 와요. 그것이 쌓이고 심화되어 아이에 맞는 방식으로 점점 더 넓혀가는 거죠. 이렇듯 전형적인 커리큘럼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그것을 확장시키려면 선생님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면 좋은지를 알려줍니다. 자란다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는 단순한 육아나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거에요.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수행하는 사람이 기준에 못 미치면 엇박자가 납니다. 자란다 선생님은 일반적인 아이 돌보미와는 다를 텐데, 어떻게 검증하나요.

신원 검증과 같은 것은 너무 기본적인 것이고요. 자란다 선생님의 제일 중요한 기준은 아이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 기준은 저희 팀 철학 ‘좋아하는 일이어야 잘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어진다.’와 맞닿은 부분이에요. 그다음으로 보는 것이 스킬링인데요. 아이와 얼마큼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또는 대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살펴요. 스킬은 저희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고 보고 있기에 결국 일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는 물건도 아니고 서비스해야 되는 대상도 아니에요. 자란다 선생님은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해 줘야 할 수 있어요.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서 2시간, 3시간, 4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어요.

선생님이 아이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검증하나요?

설문에서 똑같은 질문을 약간씩 바꿔서 세 번 이상 해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또는 인지 심리에서 하는 방법론 중에 하나를 적용했어요. 아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데요. 비슷한 질문을 조금씩 바꿔서 여러 번 할 때 그 대답이 조금씩 달라지는 분들은 연극성이나 가면성이 있다고 보는 원리에요. 지원하는 분들 모두 아이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만 설문을 하면 꼭 그렇지 않음이 드러나요.

자란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나요.

서비스명처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데이터를 쌓고 있어요.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한 기록이 8시간 정도 쌓이면 한 아이의 강점을 어느 정도는 뽑아낼 수 있어요. 방문 일지에 있는 단어들을 추출해 내어 구축하는 거죠. 선생님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방문 일지에 아이의 장점을 적어요. 그 문장들에서 동사들을 제거하고, 동사 앞에 있는 목적어들을 저희가 분류하여 쌓아 놓습니다. 예를 들면 언어 재능, 스토리텔링하는 능력, 종이접기에 대한 열정,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 등과 같은 키워드가 나오죠.

부모님들 생각하는 아이의 장점과 자란다에서 생각하는 장점은 다소 차이가 있어요.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주변 사물에 관심이 많아요’ 또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아이가 글자를 분석하는 역량이 강점이에요’와 같은 건 쉽게 생각 못 하세요. 자란다 선생님은 몇 시간 동안 몰입해서 아이만 바라보며 아이를 관찰해요. 영어나 국어를 잘 한다고 평가하는 건 쉽지만 ‘아이가 단어를 캐치하는 능력이 좋아요’라고 아이의 강점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건 흔하지 않을 거예요. 단순히 돌봄이나 아이의 교육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지금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현재 하고 있고, 아이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면 좋은지까지 알려주려고 해요.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야만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는 더 두텁게 쌓일 거고 아이에 맞는 맞춤형 수업도 원활히 이루어질 겁니다.

자란다의 목표는 ‘키즈 토털 플랫폼’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한 아이가 가진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생님, 교재, 완구와 같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토털 플랫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를 중심에 두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이에요. 자란다를 처음 이용하는 부모님들은 데이터가 없잖아요. 그런 경우 간단한 설문을 통해 아이의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경험을 찾아줘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천지 차이잖아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6세 남자아이라면 자란다에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6세 남자아이들의 데이터와 연결하는 거죠. 그 아이들에게 잘 맞았던 수업, 잘 맞았던 선생님, 잘 맞았던 게임, 잘 맞았던 책을 추천해 주는 시스템인 거죠. 현재 개개인의 데이터를 모아 분류하는 단계까지는 왔어요. 아이에 대한 데이터, 선생님에 대한 데이터, 교재나 완구 등 사물에 대한 데이터까지 키워드별로 묶고 있습니다.

ⓒ 플래텀

스타트업은 창업자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팀의 힘도 중요합니다. 자란다 구성원, 임직원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란다 멤버들은 팀 간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요. 내 일과 남의 일을 가리지 않고 다른 팀원이 바쁘거나 힘들면 기꺼이 찾아가서 같이 해줘요. 또 팀원이 고민이 있거나 힘들어하면 같이 고민해 주고요. 이러한 공감 능력은 서비스에 대한 이해, 시장에 대한 이해,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굉장히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을 해내는 문제 해결 능력도 큰 강점이에요. 지금까지 없었던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에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면 모두 다 첫 번째에요. 이런 도전 자체를 팀원들이 즐기고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자란다의 추천 시스템이 강점이죠. 일반적인 추천 시스템과 다르게 자란다는 선생님과 부모 모두에게 추천을 하는 제3자 플랫폼이에요. 만약 저에게 어떤 시스템이 탄산수를 추천해 주면, 제가 사고 싶으면 사고 싫으면 안 사겠죠. 그런데 탄산수가 저를 거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자란다 시스템에서는 탄산수가 거부할 수 있어요. 우리 회사 심규섭 그로스 리드는 ‘그동안 수많은 데이터들을 봤지만 자란다처럼 퍼널(funnel)이 고도화된 것은 처음 봤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추천하고 한 쪽만 수락하면 그만인 게 아니라, 부모님의 퍼널과 선생님의 퍼널도 봐야 되고 아이에 대한 반응도 살펴야 되요. 이것이 기술적으로 저희의 강점이 되고 있어요. 아직은 완벽한 건 아니기에 꾸준히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란다의 서비스가 고도화되려면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겁니다. 개발 인력은 충분한가요. 

전체 개발 인력은 QA 담당자와 데이터 팀까지 하면 약 20명 정도 됩니다. 개발 인력은 항상 부족하기에 백방으로 찾고 있습니다. 제일 원하는 인력은 백 앤드 리더에요. 저희의 비전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CTO의 매력도가 개발자 영입에 중요한 경우가 많죠. 자란다 CTO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저희 CTO님은 컴투스 초기 멤버에요. 컴투스가 1조 원 규모 엑시트를 할 때까지 재직하셨고 교육 게임회사를 창업하려던 찰나에 모셔왔어요. 자란다 플랫폼 인프라를 만드는 것과 데이터 시스템 설계를 하는 부분이 CTO님의 경력과 많이 겹쳤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장, 교육 영역에서 혁신을 같이 해보자고 열심히 설득했죠. CTO님이 자란다에 합류해서 플랫폼 인프라를 정말 잘 만들어 주고 계세요. 제가 기획자 출신이다 보니 요구사항이 엄청 디테일해요. 이걸 잘 이해하고 해결해 주세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나세요. CS나 운영에서 이런저런 이슈가 생겨도 부드럽게 다른 부서에 연결해 주고 계세요. CTO 역할에 이상적인 분이시죠. 저에게는 날개 없는 천사와 같아요. (웃음)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성 창업자 비율이 여전히 높지 않습니다. 창업을 하고 나서 ‘유리 천장’을 느껴본 적은 없나요.

단순히 제가 여자라서 벽을 느낀 건 없어요. 다만 창업하고 나서 제 네트워크 안에 테크 리드가 너무 없는 게 보이더라고요. IT 업계 의사 결정자 레벨에 여성이 정말 없고요. 저는 그것이 일종의 벽이라고 느껴져요. 반대로 남성 창업자가 여성 용품의 마케팅 리드를 찾을 때도 같을 겁니다. 창업 생태계 네트워크는 남녀 구분 없이 조성되고 있지만 다소 부족하다고 봐요. 더 많은 다양성이 있어야 양질의 네트워크로 발전할 겁니다.

제가 자란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이한테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게 하는 거예요. 부모님들도 여자아이들이 공대에 간다거나 엔지니어가 된다는 선택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더라고요. 고정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해요. 이런 다양성이 부족한 역역이 테크 쪽인 것 같아요. 제가 만나본 여성 엔지니어들은 ‘커뮤니티 안에서 후배나 신입들을 끌어주고 도와주는 5년 차 이상의 커리어를 가진 여성 엔지니어들이 드물다.’라고 토로하더라고요.

자란다는 스타트업 보육기관 및 투자사와 인연이 적지 않아요. 현재 국내 창업 생태계를 평가해 준다면요.

스타트업 대표들끼리 ‘창업하기 좋은 시절에 한창 일할 나이인 게 행운’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만큼 잘 되어 있다는 거죠. 다만 아쉬움도 있어요. 생태계의 인프라가 회사가 MVP를 만들어 사업화하는 과정, 즉 시리즈 A 단계에 밀집되어 있어요. 시리즈 B 단계,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시점에선 확연히 줄어들어요. 알아서 성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시리즈 A에서 B로 가는 과정이 가장 고통스러웠어요.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한 번 검증을 했고, 그다음에 조직을 만들어 가는 시점이었죠. 그때 HR 전문가와 같은 인프라가 존재했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 부분이 더 풍성해지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끝으로, 2021년 12월 현재 회사에 대해 알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란다가 속한 곳이 키즈 시장이고 겉으로 봤을 때 단순해 보이는 아이템이지만, 우리가 교육에서 느끼는 페인 포인트와 육아에서 느끼는 페인 포인트는 풀기만 하면 거대한 시장이 됩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은 실제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먹을 게 없는 시장처럼 보이거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시장이거나, 또는 풀기 너무 어려워 보이는 주제일수록 보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자란다의 비전에 공감하는 인재, 특히 개발자가 계시다면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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