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64] 실버산업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찾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늙는 건 확정된 미래이고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인구의 1/4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21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대상자도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은 더디다.
국내 요양 서비스 시장은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중 재가(在家) 요양 시장은 작년 기준 약 5조원 규모에 달한다. 재가방문요양 서비스 시장은 노인장기요양 산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시장이고 이 영역의 가장 앞단에 서있는 플레이어들은 2만여 개에 달하는 방문요양센터들이다. 방문요양센터는 노인들의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직접 방문해 식사, 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용 비용의 85%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영세기관이 대부분이고 종사자들에 대한 낮은 처우와 서비스질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야기되어 왔다.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높은 가맹비용에 비해 서비스에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2019년 7월에 설립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방문요양센터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하는 ‘실버테크(SilverTech)’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실버테크 솔루션들을 통해 방문요양센터의 낙후된 운영 환경 등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주력해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디지로그(digilog)’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벤처스, 해시드, 싱가폴소재 가디언펀드, 본엔젤스, 스프링캠프, 패스트벤처스 등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누적 12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창업자인 이진열 대표는 한국시니어연구소가 두 번재 창업이다. 첫 번째 창업은 2013년 시작한 와컴퍼니(더블유에이컴퍼니), 대표 서비스는 팬덤 서비스 ‘마이돌’이었다. 마이돌은 글로벌 1400만 다운로드가 넘는 등 인기를 끌었고, 이 대표는 2018년 말 서비스를 매각했다. 연쇄창업자 이진열 대표를 강남 한국시니어연구소 본사에서 만났다.
근황부터 말씀해 주세요. 지금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투자 유치 이후 계속 다음 단계로의 점프업 전략을 고민하고 있어요.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제적 해자(垓子)’를 만들어 유리한 전장을 만드는 것인데요. 우선 내년에 어디에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그리고 그걸 함께할 인재를 모셔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인재를 영입할 때 단순히 웹페이지에 회사 소개를 올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영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죠.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팀인지, 어떤 고민으로 시장을 바꾸려고 하는 지 설명하는 내용이 될겁니다. 요즘은 회사가 유명해져야 채용도 잘 되더라고요. (웃음)
경제적 해자는 진입 장벽을 만드는 일로도 읽히네요. 국내 시니어 시장의 특징은 뭐라고 보세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워낙 빠르고, IT 서비스 도입에도 관대해요. 기업의 디지털 변화 또는 대형화가 굉장히 빨리 일어날 거라 전망합니다. 그래서 경제적 해자가 중요해요. ‘배달의민족’이 10여 년 간 해온 것을 ‘쿠팡이츠’가 강남에서 6개월 만에 따라잡았잖아요. 우리가 이 시장에서 빨리 시작했지만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거든요. 그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인거죠.
유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특수해요.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를 지고 있고 자식도 책임지는 세대죠. 더불어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본인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었을 때 엄청난 소비력을 보여줄거라 전망돼요.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의 특성이 시니어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듯 한국 베이비붐 세대도 국내 시니어 산업의 중심에 있게 될거라 예상해요. 단카이 세대보다 더 드라마틱하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산업이 가능성이 더 큰 것 같고요.
처음으로 돌아가 보죠. 2013년 대학생 시절 창업을 시작해서 만 8년 간 창업자로 살았어요. 그간 많이 들은 질문이겠지만, 왜 창업을 시작했나요.
처음에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접근한 게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았고 IT와 접목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죠. 왜 덕후들의 꿈이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웃음) 저도 관점에서 시도했던 것이 ‘마이돌’이라는 서비스였고,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서 자연스레 창업으로 이어졌죠. 지금도 창업에 대해 많이 안다고 말하긴 어렵고, 그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만 조금 볼 뿐이에요.
앞선 창업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였는데, 지금은 오프라인이 중심인 노년층 대상 사업입니다. 분야와 타깃 이용자가 상이해요. 두 번째 창업을 실버테크 영역에서 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 했나요.
우선 첫 창업을 실패라고 규정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반면교사 하려고 했어요. 마이돌이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문제를 몰랐다는 거였어요. 지금이야 아이돌 문화를 한국이 선도하고 있지만, 제가 마이돌을 운영할 때는 연예 기획사들에게 지금과 같은 니즈가 없었어요. 시장이 없었던 거고, 저희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너무 작았고, 결정적으로 수익 모델이 부재했죠. 그래서 새로 사업을 한다면 앞서 부족했던 것을 충족하는 아이템으로 하려고 결심했어요. 감사하게도 저에게 시니어 사업을 해야 된다고 말씀해 주신 분이 계셨는데, 국내 최대 약국체인점인 온누리약국 박효수 CSO에요. 박 CSO 덕분에 시장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학습했고, 우리가 고민하던 것들이 부합하는 영역이라는 걸 인지했어요.
앞선 창업에서 원하는 형태로 엑시트를 한 건 아니지만 그 경험이 현재 창업에 교훈을 줬을 거라 봅니다.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은 충분히 각인되었죠. 마이돌 서비스를 매각하고 나서 잠시 백수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기간에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창업을 정말 하고 싶은 건지, 나에게 창업의 정의가 뭔지를 고민했죠. 결론은 스스로가 정의한 비전에 맞는 일을 하는 거였어요. 아무리 멋진 것이라 해도 남들이 세운 비전은 저에게 메시지가 작더라고요. 저의 비전을 찾아서 앞으로 나가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죠.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일본 등 국가에 실버테크 기업이 있습니다. 참고가 됐을겁니다.
고령화 시대 의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두 가지 큰 축이 있어요.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처럼 사회보험 제도가 있는 나라, 혹은 미국처럼 민간 보험만 있는 나라로요. 국내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라는 법이 있고, 그 법이 건강보험료의 한 11.5% 정도를 재원으로 해서 어르신의 요양 서비스나 복지 용구 렌털비를 보조하는 데 쓰여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일본이 20년 전 도입한 개호보험법을 많이 참조한 내용이에요. 즉 일본은 그것을 20년 전부터 해왔다는 거죠.
일본의 지난 역사를 보니 개호보험 수가 총액이 100조 원이 넘었어요. 우리의 10배인 거죠. 그리고 연 매출 조 단위를 기록하는 대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예컨대 1위 업체인 ‘니치학관’은 연 매출 3조 원에 달하는데,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가 2020년 8월에 베인캐피털이 지분 100% 인수를 한 뒤 상장 폐지를 시켰어요. 그리고 ‘츠쿠이홀딩스’라는 회사도 연 매출 1조 규모인 곳인데, MBK에서 60% 지분 인수를 했고요. 일본은 현재 주류 금융이 실버테크에 들어와 있고, 조 단위 매출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미국도 전 구글러가 만든 ‘어너(Honor)’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최근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됐어요. 이 회사는 요양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과 요양 센터들을 연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한국은 일본보다 초고령화 속도가 1.5배 이상 빨라요. 일본이 겪은 20년을 우리는 10년 안에 겪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거죠. 한국도 대기업이 실버시장에 주목할거라 예상되고요. 전세계적으로 실버 시장이 커지는 건 똑같이 직면한 현실입니다. 사회보험 제도가 있는 곳은 비용의 많은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기에 더 빨리 만들어지고 더 대중화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사업 준비 과정을 들어보죠. 법인 설립 전에 개인 사업자로 재가 요양센터 지점을 직접 운영했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페인포인트와 사업성을 찾았나요.
시장이 진짜 크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국내 노인 요양 산업은 10조 원 규모였고, 저희가 타깃으로 한 재가요양 시장은 5조 원이 넘더라고요. 앞으로 커질 시장이 아니라 이미 큰 시장이었고 선도 기업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우리가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재가방문요양센터는 대부분 영세한 개인 사업자인데, 직접 해보니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소비자에게 제대로, 널리 알리는 마케팅이 잘 안되고 있었어요. 고객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저 오프라인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것 정도죠. 매출을 많이 내는 소위 ‘대빵’이라 불리는 센터조차도 임대 단지 통반장에게 촌지를 주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고객으로 데려오는 형태에요. 센터뿐만 아니라 브랜드 본사도 똑같은 방식으로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요. 앞선 창업에서 온갖 마케팅을 다해봤기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보였죠.
또 다른 페인포인트는 행정 업무가 복잡하다는 거예요. 보통 병원에 갈 때 이용자는 정해진 금액만 내면 끝나지만, 병원은 서류를 만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수가 청구를 하죠. 마찬가지로 요양 시설도 국가에 수가 청구하는 구조인데, 행정 업무가 너무 많아서 센터들 대부분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고객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한 명 들어올 때마다 서류 작업 걱정이 앞서는 거죠.
고객이 잘 들어오는 구조도 아니고 고객들이 들어와도 행정 업무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어느 시점부턴 고객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업무의 미완결성 때문에 환수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어요. 그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기회로 보였고요.
요양 시장에서 찾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고 있나요. 개인사업자로 가맹주를 했던 방문요양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법인 설립한 후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스마일시니어의 재가요양 서비스는 본사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개인 사업자인 파트너들, 즉 센터들이 B2B 또는 B2C로 해요. 저희는 센터들이 매출을 늘리고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요.
우선 스마일시니어라는 이름으로 공동 마케팅을 합니다. 효율이 낮은 전단지 같은 방식을 벗어나 효율성 있는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발굴하고 저희에게 연락이 오게 유도해요. 상담 신청이 들어오면 우선 본사가 전화 상담을 하고, 동의를 하는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센터와 구체적인 면담을 하게 하죠. 요양 서비스까지 가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행정 업무의 완결성을 돕기 위해 ‘하이케어’라고 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센터에 제공하고 있어요. 저희 시스템은 행정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 같은 것을 판단해 알려줘요. 어떤 부분은 시스템이 자동화로 해결하고요. 행정을 완결 짓는데 필요한 것을 체크해서 잔소리를 하는 역할인 거죠. 시스템이 스스로 행정의 완결성을 판단할 수 있기에 저흰 하이케어를 ERP(전사적 자원관리)가 아니라 ‘자동화 솔루션’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재가 요양센터 설득 과정이 있었을 겁니다.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공동 마케팅 부분에 대한 설득은 굉장히 쉬웠어요. 스마일시니어 직영 센터를 약 2년 정도 운영했고, 직영 센터가 월 매출이 약 2억 원 정도일 때, 본사를 인수하며 주목 받았거든요. 그때 센터들 평균 매출이 1500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였기에 저희는 10배 가까이 많았으니까요. 저희가 성장한 비결을 알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하이케어 솔루션을 도입시키는 건 어렵긴 했어요. 저흰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내린 지침 그대로 행정을 완결짓게 하면 모든 센터들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쓸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센터들이 당장 필요성을 못 느끼더라고요. 이전까지 잘 안 지켜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누가 환수 당했다거나 공단에서 평가를 온다고 하면 그제서야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눈앞의 일만 처리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와 공감대가 있는 센터들만 파트너로 모셔서 운영했죠.
이 서비스는 아직 앱이 없어요. 앞선 창업은 모바일 앱 중심의 사업이었는데요.
저희도 처음에는 여느 서비스처럼 모바일 매칭으로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을 했어요. 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IT쪽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센터를 운영하며 영업도 해보고 상담을 하면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봤어요. 일단 보호자들은 상담 통화가 시작되면 30분 이상 가족의 상황을 이야기하세요.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시는 건데, 그런 부분은 하나의 플랫폼, 서비스, 기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술만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고객 사이드가 있었던 거죠. 직접 사람이 시간을 투자해 경청하고, 제대로 컨설팅하고 가이드를 해줄 수밖에 없는 부분인거죠. ‘휴먼터치’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휴먼터치’가 회사가 설정한 주요 키워드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휴먼터치를 내부에선 ‘공감’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서비스의 직접적인 대상자인 어르신들 또는 가족을 대면해서 그들과 공감을 나누는 일인거죠. 어르신들은 낯선 사람을 집에 불러들이는 이유부터 궁금해 하세요. 그걸 대면해서 일일이 설명 드리고, 안심시켜 드리는 작업이 필요해요.
서비스 운영보다 어려운 점은 외부의 시선이었어요. “어떻게 서비스 앱이 없어요? 왜 IT 서비스를 만들지 않아요?”와 같은 질문 많이 받았거든요. ‘앱이 있다고 해결되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설득해 왔죠. 대신에 백오피스에서 행정의 완결성을 기술로 높이는 것을 고민해 ‘하이케어’라는 솔루션을 만들었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양 보호사님 성향과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의 성향이 맞을 때 고객 만족도가 높아요. 그래서 요양보호사의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는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앱이 아닐 뿐이지 계속 솔루션은 만들어온 겁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해온 것이 업의 본질과 다르게 가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있어요.
다만 휴먼터치 부분을 늘리면 비효율이 수반될 수 있어요. 고객이 계약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처음부터 시간을 많이 써야 되니까요. 그래서 이걸 기술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센터들도 시간과 여유가 많아야 상담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센터가 하고 있는 잡다한 일들을 최대한 시스템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이죠. 그리고 센터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화를 고민하고 있고요. 휴먼터치는 이 업의 본질을 제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IT 솔루션이고요.
회사 설립 2년 만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110억 원 규모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했습니다. 누적 투자금은 123억 원에 달하고요. 투자사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어떤 비전에 공감했나요.
투자자들이 한국시니어연구소가 현재 가치가 커서 투자 집행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투자자들이 고려한 기대 가치는 시장일거에요. 실버산업만한 메가트렌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거죠. 빈부를 떠나 인류의 고민인데, 솔루션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이 유망한 시장에 저희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하는 접근 그리고 트랙 레코드가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팀에 나름 창업 경험이 있었고, 필드에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한 것을 가지고 사업 모델을 추진했다는 것,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해서 그걸 증명하고 있는 걸 좋게 생각해 준거라 봐요.
시리즈 A 라운드는 투자 의사결정도 굉장히 빨랐어요. 여담인데, 강동석 소프트뱅크 부사장은 이 사업을 말리려고 했다고요.
올해 7월 중순 정도에 IR을 오픈했고 실제 돈이 납입된 건 3개월 정도 뒤였어요. 그 사이에 추석도 있었고, 휴가 기간도 있었으니까 굉장히 빨리 끝난 셈이죠. 강동석 부사장님은 이 사업이 진짜 힘들다는 걸 알려주시려고 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더 명확하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제가 필드에서 경험한 것을 말씀드렸죠. 강 부사장님이 조언해 주려고 한 부분을 이미 해봤고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투자로까지 이어졌고요.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도 감안되었을 텐데요.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계획이세요.
고객들에게 쉽게 교차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투자 유치의 배경이 됐다고 봐요.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방문 요양 서비스는 하루에 3시간씩 보호사님을 파견해 신체 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들을 도와요. 신체를 붙잡아 드린다거나 화장실을 같이 간다거나 밥을 차려드리는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모든 시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어르신이 자다가 낙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는 전동 침대가 필요해요. 그리고 실금이나 변금을 대비하는 성인용 기저귀도 필수에요. 화장실은 가야 하기 때문에 안전 손잡이도 있어야 되고 이동식 변기도 있어야 하죠. 이런 카테고리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그런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안경처럼 무조건 있어야 하는 거에요. 어르신이 낙상해서 뼈라도 부러지면 수술이 어려워요.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어르신도 힘들어지지만 보호자의 삶도 무너지죠. 저흰 방문요양 서비스로 시작한 어르신들에게 그런 제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인 거죠. 이 사업은 경제적인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업이라고 봐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때마다 사회적 가치가 나오는 이상적인 형태죠.
전동 침대와 같은 건 개인이 구매하기에 비싸지 않나요?
장기 요양 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으면 한 달에 1만 원에서 1만 4천 원 정도만 내면 100만 원, 200만 원짜리 전동 침대를 빌릴 수 있어요. 저희가 제일 좋은 전동침대를 수입해서 유통하고, 성인용 기저귀 등 필요한 상품을 PB로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보호자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컨설팅 해드리고 재가 요양에서 필요한 모든 제품도 모두 해결하는 형태로요. 그렇게 고객 경험을 넓히는 동시에 저희도 수익 모델을 붙이는 거죠. 이 업은 고객 경험을 높이는 게 저희에게는 다 수익이 되는 거라 뒤단에서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에 저희가 투자 유치를 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걸 하기 위함이에요. 밸류체인을 인수하거나 밸류체인을 직접 만들려고 해요. 실버산업 밸류체인의 오리지널리티를 갖추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건 ‘스마일시니어’라고 하는 재가요양 서비스를 B2B, B2C로 전국으로 확대해 서비스가 필요한 집의 문을 두드리는 키를 갖는 겁니다. 그래서 다양한 것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투자 유치 후 M&A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예고했어요.
많은 영역을 살펴보고 있어요. 일례로, 복지용구(수급자의 일상생활 신체활동 지원 및 인지 기능의 유지 향상을 위해 필요한 용구) 업계가 굉장히 올드해요. 리베이트와 불법이 공공연하게 존재하죠. 이런 혼탁한 부분이 저희 입장에서는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해요. 밸류체인 안에서 가장 큰 해자는 고객을 많이 쥐고 있는 거에요. 그게 스마일시니어같은 업체가 될 수 있겠죠. 우리가 원천 수입자가 되어 리베이트를 없앤다면 고객과 저희에게 모두 좋은 기회가 될겁니다. 그래서 복지용구 유통 업체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인수가 답이 아니면, 저희가 일본 회사에 투자해서 수입을 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고요.
경쟁자한테도 물건을 판매할 수 있을거라 봐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전동침대나 기저귀 등 제품을 독점 수입해 판매한다면 경쟁자도 우리한테 사야 되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 또 다른 고객이 될겁니다. 이걸 더 구체화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연 매출 10억 원 내는 재가요양 센터 1200개를 키울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희의 목표는 전국 읍면동 중 30% 정도에 우리 센터가 있는 거예요. 그걸 계산해보니 약 1200개 정도 되더라고요. 업계에서 월 매출 1억 원, 고객 100명 정도를 하는 센터가 최상위급이에요. 100명은 한 센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숫자이기도 해요. 수가가 100명 정도 일 때 국비 지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거든요. 연 10억 정도 매출이 발생하면, 센터장님들이 본인 급여로 세전 약 1천만 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고요. 월 매출 1억, 연 매출 10억 정도의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그들의 꿈이에요. 저희는 그런 센터장님들의 꿈을 이루어 주려고 해요.
보통 재가요양 센터들이 서울과 경기권에 몰려있어요. 근데 전국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은 왜 세운건가요.
어르신은 지방에 있는데 보호자가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 고객의 30% 정도만이 보호자와 어르신이 같은 지역에 있었고 나머지 70%는 다 따로 살고 있더라고요. 통계를 살펴봐도 우리나라의 가구 4분의 1은 어르신만 사는 가구예요. 보호자와 어르신이 따로 산다는 얘기죠. 실 수요자인 어르신이 지방에 거주하는데 우리가 서울, 경기만을 고집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마케팅을 하면 전국의 고객이 들어오거든요. 선택지는 두 가지죠. 하나는 서울 경기에 사는 보호자와 어르신만을 타깃으로 신청을 받던지, 아니면 전국에 직영점이 있어야 하는거죠. 직영 센터를 세팅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대구 지점을 해봤는데 하나 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전국 서비스를 하려면 돌봄 파트너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코로나19가 요양 보호사들의 업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요양보호사들의 업무 강도와 감염 불안은 커졌지만 노동환경은 8년 전과 견주어 더욱 열악해졌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와 센터 등 이 영역에 있는 주체들 모두가 열악한 매트릭스에 있어요. 센터가 영세하고 영업 이익률도 낮고 볼륨 늘리기도 어렵기에 밑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인 거죠. 현재는 일자리보다 요양보호사가 조금 더 많은데, 앞으론 높은 확률로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거에요.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건데, 지금도 일부 센터에서는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요양보호사님의 수급이 모자란 일본은 이미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인력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금 한국에서 일본에 가서 요양보호사를 하겠다고 하면 비자 면제, 학위 등 혜택이 있죠. 지금은 열악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은 시장 논리에 따라 굉장히 빠르게 향상될 수도 있다고 봐요. 시장 구조적으로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센터의 처우를 개선해야 본질적으로 필드도 개선된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센터장님들을 좋은 사람으로 선택하고 제대로 교육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업 기간 중 꽤 많은 투자유치 경험이 있어요. 초기 창업 기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투자를 유치할 때 VC 선택 등 주의할 점을 조언해 준다면요.
투자자는 회사의 성장에 역할을 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것이 재무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다른 부분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투자 유치 전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저도 그 과정을 거쳤고, 투자자가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저에게 공동창업자와 같아요. 이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돈 많이 주는 곳에 흔들리기는 할거에요. 하지만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꾸준히 같이 갈 투자자를 선택해야 된다고 봅니다.
한국시니어연구소 조직을 설명해 준다면요. 어떻게 인적 구성이 되어 있나요?
저희 조직은 본사와 자회사가 있어요. 자회사는 직영센터를 운영하는 조직인데 월급제 기준으로 30여 명, 시급제 요양보호사까지 하면 약 400명 정도 됩니다. 본사는 IT, 마케팅, 제품 개발 인력으로 약 20명 정도고요. 가장 큰 팀은 저희 직영 센터를 운영하는 요양 사업본부인데, 업계 경력이 긴 중간 관리자들을 많이 모셔왔어요. 제가 스마일시니어 지점을 운영할 때 센터들을 총괄했던 분도 계세요. 내부 리더들은 사업 초기 때부터 제로투원을 함께 해 왔던 사람들이고 OKR(목표-핵심결과 지표)을 아는 분들이에요.
경영진에 첫 창업에서 함께한 김선중 CTO가 이번 창업도 함께하고 있어요.
김선중 CTO는 첫 창업을 시작했던 2013년 초에 인연이 시작됐어요. 당시 김 CTO는 대학교 캠퍼스를 타깃으로 배달앱 서비스를 하고 있었죠. 저는 개발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김 CTO는 비즈니스를 끌고 갈 사람이 필요했는데 처음부터 합이 잘 맞았죠. 그렇게 8년 간 함께하며 신뢰가 쌓였고 성장도 함께 했어요. 특히 김 CTO는 완벽한 풀스텍 개발자가 됐죠. 친한 사이긴 한데 일할 때는 많이 싸워요. (웃음) 실패하고 싶지 않고 잘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의사 결정은 저에게 맡겨줘요.
회사에 인재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함이 없죠. 스타트업에서 개발 인력을 찾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HR에 대한 니즈도 높아졌고요. 최근에 인력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마케팅, 개발, 그래픽 디자이너, 영업, 사회복지사까지 전방위로 뽑고 있어요. 원하는 사람을 최소한으로만 뽑아도 본사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질 것 같아요. 개발팀은 이쪽 영역 회사에서 개발하셨던 분들을 채용하고 있어요. 헤드헌팅으로 시니어급을 설득해서 모셔오고 있고, 내부에서 주니어부터 키우는 작업도 진행 중이에요. 개발 싹이 있는 분들, 개발 자체는 초급이지만 논리 구조가 괜찮은 사람은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시니어도 교육을 할 수 있는 분들로 많이 모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풀스텍 CTO가 있어서 가능한 부분이에요.
그런데 개발자보다 찾기 어려운 것이 HR을 맡아줄 피플팀이에요. 여러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기에 피플팀이 절실해요. 면접도 제일 많이 봤는데 좀처럼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유니콘인 것 같아요. (웃음) 개인적으로 좋은 조직 문화란 복지를 많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그 원칙에 맞는 사람을 뽑고, 그 원칙이 강화되도록 교육하고, 원칙에 맞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많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될 일이지만, 그 고민을 함께 해줄 분이 필요해요.
8년 간 창업을 했으니 경영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을 거라 봅니다.
경영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입니다. CEO는 조율하는 자이고 이해관계 중심에 있게 돼요. 그렇다 보니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하기 쉬운 것 같아요. 저는 경영진도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는 성장하는데 경영자가 그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거나 걸림돌이 된다면 떠나는 게 맞을 겁니다. 창업자는 회사를 설립해서 구조를 만든 사람일 뿐이고, 경영은 더 잘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리딩 컴퍼니가 가능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한국시니어연구소도 그런 기업 중 하나입니다. (웃음) 창업하시는 분들에게는 지금 시니어 산업에서 사업을 할 타이밍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경쟁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실수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경쟁자 혹은 동반자가 있으면 시장이 더 풍성하게 성장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