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진행중이다. 보름 간의 예열을 거치면 이달말(29일) 정규리그가 개막된다.
야구(baseball)는 전세계 통틀어 4개국가(미국, 일본, 한국, 대만)에서만 프로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다. 범세계적 스포츠라 할 수는 없지만,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에서 야구는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인기가 있는만큼 선수들의 연봉도 프로선수 중 가장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야구는 시쳇말로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투수진이 잘 갖춰진 팀 치고 하위권인 팀은 거의 없다. 그만큼 팀의 승리에 있어 투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투수진이 아무리 좋아도 팀과 개인의 승리를 이루려면 타자가 점수를 뽑아야 한다. 투수가 상태타선을 제아무리 완벽하게 막아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나올 수 있는 기록은 무승부밖에 없다. 타자가 점수를 내야 경기가 완성된다.
야구 타선은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타자 라인업을 장타력이 높은 타자들로 채운다면 좋은 타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원한 홈런은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경기 결과가 중요한 프로야구에서 홈런타자로 이루어진 타순은 결코 좋은 타순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실력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팀과의 경기가 아니라면 효율성면에서 떨어진다. 1번부터 9번까지 그 타순에 맞는 선수가 기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현장에서 타순과 관련된 이론에 변화가 오고 있지만, 그간 알려진 상식으로만 보자면 일반적으로 1번은 출루율이 높은 타자, 2번은 작전수행 능력, 3번은 타율, 4번은 장타력과 결정력이 높은 타자가 맡는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설명을 하다보니 잡설이 길어졌다. 야구 타선, 특히 1~4번 타순을 통해 살펴보는 스타트업 생태계 이야기를 해보자.
1번타자 : 정부
1번 타순은 앞서 말했듯이, 선구안이 좋고 출루율 높은 발빠른 타자가 맡는게 일반적이다. 야구에서 1번과 2번 타자를 가르켜 ‘테이블 세터’라 부른다. 점수를 얻기위해 상을 차리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1번타자는 타점 생산 능력이 높은 중심타선(3 ~ 5번)에게 타순을 연결시켜야 한다. 또한 안타나 볼넷으로 루상에 나서면 최대한 상대 투수를 괴롭혀 타자의 타격을 돕고, 도루나 상대 실책이 있으면 2루나 3루에 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1번 타자는 누구일까? 정부라고 본다. 조금 범위를 넓히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를 지향하는 대기업일 수도 있겠다. 정부는 생태계 조성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들에게 사업만을 할 수 있는 여건과 다양한 기회 제공을 해야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1번타자가 4번타자처럼 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출루에 맞는 스윙을 해야한다. 1번타자는 장타력이 있으면 좋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 장타력을 높이려 스윙을 크게 하는 것은 본인의 임무에 맞지 않는다. 프로야구에서는 이닝이 거듭될 수록 1번 타자 고유 역할이 희석되기는 한다. 1회에는 첫 타석에 들어서지만, 회가 거듭되면 어느 이닝에는 3번째 혹은 4번째 타석에도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생태계에서 정부가 팬들의 주목을 받는 중심타자처럼 행동해서는 안될 일이다. 자신의 성과를 중심타선의 타점(성공에 따른 주목성)에서 찾으면 안된다. 그보다는 자신의 득점수(지원 스타트업)를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스타트업 지원은 정부의 하해와 같은 아량이 아니다. 차기 국가 경제의 동량을 키우는 일은 그들이 사력을 다해 이루어야 하는 미션이지 선심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들러리가 아니다.
2번타자 :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팅 센터
현대 야구에서 2번타순에 타점 능력이 좋은 타자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2번 타순은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를 우선시 한다. 예를들어 선두 타자가 출루를 해서 1루에 있다면, 중심타선이 손쉽게 타점을 올리게끔 번트나 히트앤드런 및 루상의 주자가 2루나 3루로 진루를 하게끔 타격을 할 줄 알아야 하는 타자라는 것이다. 혹은 1번 타자가 범타로 물러서면 자신이 1번타자의 역할을 맡아 출루에 힘을 써야 한다. 야구를 아는 선수가 맡아야 한다. 그래서 2번 타순은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타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창업 생태계에서 2번 타순은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팅 센터(이하 센터)들이다. 앞서말했듯이 1번타자와 함께 ‘테이블세터’의 역할이다. 판을 깔아줘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라면, 센터들은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관리를 해줘야 하는 역할인 셈이다. 초기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와 아이템 외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업 아이템 티벨롭에만 매진하게끔 주변을 정리해 주는 역할(지원, 교육)을 맡아야 한다. 어찌보면 대중의 주목을 가장 덜 받는 역할이만 팀 기여면에서는 승리를 떠나 일등공신 역할을 맡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도 2번 타자는 상위타선에서 가장 눈에 안띄는 역할이다. 하지만 중심타선은 경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2번 타자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센터들 역시 스윙이 커지면 안된다. 스타트업을 바탕에 깔고 자신을 앞세우려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성과는 그들과 함께하는 스타트업들이 말해주고 보여준다.
3번타자 : 벤처캐피털, 엔젤 투자자
야구에서 3~5번을 가르켜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른다. 1~2번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차려놓으면 이를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3번 타자는 팀내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맡는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장타력도 있어야 한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도루능력도 있어야 한다. 타점을 올리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득점 기회의 극대화를 위해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창업 생태계에서 3번 타자는 밴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이다. 이들의 역할은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돈과 연관되지만,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창업생태계 중심타자라면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타점과 득점(성공)에 동참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함께 사업화를 고민하고 사업과 연관된 네트워킹에 힘써주는 역할이다.
4번타자 : 스타트업
4번타자는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도 중심이다. 역할은 당연히 타점생산 능력이다. 프로야구의 상위타선 라인업은 4번에게 연결시키는 과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4번타자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 프로리그에서 팀 내 최고 타자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MLB(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상징성 보다는 장타력이나 결정력이 높은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
창업 생태계에서 4번타자는 누가 뭐래도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아직은 유망주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번이다. 스타트업은 팀내 현역 최고 타자라기 보다 미래 왕조의 중심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아직은 상황에 맞는 타격도 서투르고 타율도 변변치 않다. 홈런수도 기대보다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저그런 상위권 팀이 아니라 향후 몇 년 간 리그를 지배하는 왕조팀을 만드려면 4번타자가 강해야 한다, 즉 강한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미래의 중심타자를 2군에 내려보낸다거나 트레이드를 시킨다면 그 팀(국가)의 미래는 어둡다.
빅버사(Big Bertha)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적응기간을 줘야 단단해 진다. 조선의 4번타자를 키우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그렇다면 스타트업 미디어들는 야구에서 어느 포지션일까? 우린 타순에 들어서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좋은 역할은 ‘그라운드의 꽃’ 치어리더겠다. 팬(대중)에게 선수의 응원가(소식)를 알리고, 호응을 이끌어 내며, 선수를 응원하는 동시에 경기를 즐긴다. 개인에게는 팬덤도 생긴다.
하지만 플래텀은 턱돌이가 맞는것 같다. 역할은 선수응원과 대중의 즐거움이다. 우리의 가면 속 얼굴은 바뀔 수 있지만, 캐릭터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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