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 창업기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시대다. 우리나라 연간 이직자 수는 천만 명 규모에 달하고 장기근속률 또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체와 구직자들이 채용과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HR 시장에 없던 영역을 개척 중인 스타트업이 있다. 스펙터는 2020년 6월에 설립된 HR테크 스타트업으로, 지원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 실명 인증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펙터에 평판이 미등록된 지원자라도 3일 이내에 신규 평판이 등록되어 빠르게 평판을 조회할 수 있다.
입사 서류와 면접만으로 채용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에서 환영받고 있는 스펙터는 2021년 1월 정식 서비스 출시 후 1년 만에 고객사 4,000개 이상, 지원자 평판 데이터 7만 3천여 건을 확보했다.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누적 투자금액 13억원을 유치했으며, ’21년 11월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스펙터 창업자인 윤경욱 대표는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 5년간 운영한 앞선 사업(타운컴퍼니)을 코로나 팬데믹 등 외부요인으로 정리하고 재도전 중이다. 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 윤경욱 스펙터 대표가 자신의 창업기를 공유했다. 이하 발표 내용 및 질의응답 전문 정리.
기업가치 100억 평가받으며 호평받았던 첫 창업
나는 재창업자다. 글로벌 컨설팅 펌(액센츄어)에서 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를 하다 여느 스타트업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쳐보고 싶다는 꿈을 안고 2015년에 타운어스(타운컴퍼니)라는 대학생 타겟 공동 구매 플랫폼으로 첫 창업을 했다.
2015년 스파크랩 데모데이로 데뷔하고 서비스 론칭 3주 만에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가 클로징됐다. 첫 해 매출이 10억원을 넘었고 런칭 7개월 만에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해외 진출도 성과가 있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디데이에서 우승을 했고 아산나눔재단 마루180에도 입주했다. 중기부 기술창업 프로그램 팁스(TIPS) 하나만 빼고 당시 스타트업이 누리고 싶었던 것 대부분을 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흔치 않게 서비스 론칭한 지 1년 만에 100억 원대의 기업가치도 인정받았다. 첫 창업 초기부터 빠르게 성장을 했기에 기쁘기도 하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겸손하려고 해도 그게 조금 안 됐던 시절이다.
(타운컴퍼니는 2015년 스파크랩, 동문파트너즈, 2016년 초 김상범 전 넥슨 기술총괄이사에게서 5억원 규모 초기 투자를 받았고, 2016년 디캠프와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등에서 10억 원의 투자유치를 했다. 스텍터는 2021년 2월 2.5억 원의 시드 투자유치에 이어 같은해 9월 9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유치를 했다. 타운컴퍼니 시절 못 이뤘던 팁스 프로그램 선정은 스펙터를 창업하고 이루어졌다. )
펑펑 울며 실패라는 쓴 잔을 마시다.
2019년부터 사업이 빠그라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전국 대학 축제가 취소되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축제 시즌인 5월 매출이 회사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큰 타격을 받았다. 시리즈 B 투자 라운드도 제동이 걸렸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시장 악재들이 발생하면서 발목을 잡았고 자금 상황이 악화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사업이 내 의도대로 가지 않는 것을 체감했다.
사업 종지부를 찍게 된 건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었다. 모든 대학교가 휴강을 하게 된 것이 결정타였다. 우리 회사는 오프라인 단체들이 존재해야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아예 학교가 문을 닫고 사회적거리 두기가 시행되자 길목이 완전히 막히게 된거다. 그 여파로 회사를 정리하게 됐다.
회사의 문을 닫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잡음 없이 정리가 됐다. 마지막 주주총회 날 펑펑 울었고 참석한 주주들도 함께 울어줬다. “다시 창업하면 투자 유치하러 찾아오라”라는 격려성 메시지를 들으며 첫 창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슬픈 일이었지만 큰 경험을 갖게 된 끝이었다.
회사와 사업은 없어졌지만 팀은 남았다.
첫 사업을 정리한 뒤 여러 곳에서 의미있는 제안을 받으며 조금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재창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팀원들과 모여 대화하면서 용기를 얻은 게 크다. 그렇게 앞선 사업을 함께했던 마지막 팀원들, 역전의 용사들과 함께 두 번째로 사업을 하게 됐다.
넥스트 BM(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부터 세 가지 조건을 상정하고 찾았다. 이 조건들은 내가 이전 창업을 하며 배운 러닝포인트에서 기인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3가지 조건
첫 번째로 ‘매크로 트렌드’에 부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선 창업의 공동 구매, 단체 활동은 메가 트렌드와 거리가 있었다.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어 가고 있었고 대학생들은 예전처럼 학과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었다. 그걸 타운컴퍼니 시절에도 미세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용기 내서 피벗하지 못했다. 내 과실이었다.
두 번째는 20명 이하의 인력들로도 1천억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어야 한다고 봤다.
앞선 창업은 정반대였다. 젊은 인력이 많이 필요했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수월치 않았다. 당시에는 사람이 많으면 좋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운영했다. 그래서 사업 모델과 시장에 대한 고민보다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시간 분배를 못 했던 거다.
그리고 세 번째는 ‘글로벌 진출’이 용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싸이월드는 안 됐지만 페이스북이 가능했던 것처럼 고잉 글로벌이 용이한 그런 모델을 지향하기로 했다.
타운어스 모델이 중국에 진출해 나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에 많은 리소스가 들어갔다. 그래서 현지에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가지고 BM을 찾았다. 방식은 먼저 세상에 산재한 문제를 찾고 잠재고객 인터뷰를 하는 거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한 시장 문제와 도출했던 사업 모델이 5개 정도 됐다. 그중에 실제로 앱을 개발해 스토어에까지도 올렸지만 론칭하지 않은 모델도 있었다. 재창업이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모델로 창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눈물나는 과정을 통해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구직자 평판 플랫폼’ 잠재 고객이 압도적으로 사용 의사를 밝힌 모델
우리가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 구직자 평판 조회 플랫폼이다. 61명의 기업 임원진을 대상으로 잠재고객 인터뷰를 해서 사용 의사 점수를 매겼는데, 그들 모두 10점 만점으로 사용 의사를 표한 압도적인 모델이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 사업 모델의 모티베이션은 이전 창업과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5년 동안 사업을 하며 채용했던 전체 인력을 집계해 보니 한 300명 정도 됐다. 이 300여 명의 알룸나이(alumni)와 같이 일을 하면서 정말 좋은 기억이 많고, 그들의 근황을 직간접적으로 전해 들어 대부분 알고있다.
그들의 이후 커리어를 살펴보며 채용 시장에 대한 문제를 발견했다. 능력은 있는데 자기 어필을 잘 못했던 사람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회사에서 연봉을 너무 적게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다소 내실이 없음에도 자기 PR을 잘하는 사람은 좋은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창업자들과 만날 때 늘 듣는 말은 ‘지원서와 면접만으로 채용을 하는 건 너무 불안전하다’라는 것이었다. 면접 때와 입사한 뒤 너무 다른 사람 많다는 의미이다.
상반되는 문제를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공정한 채용 시장을 만들어 간다’라는 첫번째 미션을 설정했다. 시장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쳐야 중장기적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사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미션을 걸고 사업 모델을 고민한 결과 인재검증 플랫폼인 스펙터를 론칭하게 됐다.
전 직장 인사권자가 실명으로 평판을 남긴다.
인재 검증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평판으로 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원자들이 근무했던 이전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권자나 동료들이 남기고 그걸 채용하려는 회사에서는 조회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는 굉장히 간단하다. 전 직장 사람들이 평가를 작성하고, 입사하려는 회사에서 조회하는 두 가지가 현재 우리 모델의 전부다.
스펙터의 평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는 인사권자의 평판이고 두 번째는 동료의 평판이다. 인사권자 평가는 대표자나 임원진, 인사팀만이 작성할 수 있다. 두 번째 동료 평가는 전 직장 상사나 후배 등 가까이서 일을 함께한 사람들이 남긴다. 전자가 업무 평가라면 후자는 지원자의 성향 위주로 서술된다.
당연히 서비스의 핵심은 인사권자 평판이다. HR시장에 임원진이 직접 평판을 남기는 컨셉트가 없기에 고객사들이 가장 호응해 주는 포인트다. 스펙터의 평판 퀄리티는 인사권자들의 명확한 자격 적격 여부 인증에 있다. 기존 시장에 수많은 리뷰들이 존재하지만 익명으로 인해 제기되는 퀄리티 이슈가 있다. 우리는 실명 인증, 사업자 인증, 명함 인증 등 과정을 거친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평판을 작성하는 것과 회사 대표가 작성하는 것은 퀄리티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남겨진 자료는 지원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 바로 조회할 수 있다. 지원자의 동의는 당연히 필수다. 평판 조회를 하면 바로 지원자에게 동의 문자가 발송되고 지원자가 허락해 줘야 이후 과정이 이어진다. 개인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조회할 수 없기에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만약에 평판이 없다면 별도로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스펙터 고객사들은 초기 서류 검토부터 최종까지 모든 단계에서 스펙터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평판 DB(데이터베이스)는 빠르게 증가해서 현재(2021년 2월 기준) 7만 3천 건 정도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고 개인 회원들은 약 2만 9천 명 정도이다. 스펙터에 가입하고 평판에 등록한 모든 개인 회원수들의 합계다. 기업 회원수 또한 5,600여개사에 달한다. 다양한 산업군에 고객사가 분포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비율은 38% 정도다.
시드 투자유치, 프리A 라운드 투자유치, 그리고 팁스 프로그램 선정까지
회사도 서비스 성장과 함께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2021년 1월 정식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시드 라운드에서 약 2억 5천만원의 투자 유치를 했다. 그리고 작년 8월에 프리 시리즈 A 라운드에서 9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했고 2021년 10월에 중기부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고객 니즈를 명확히 반영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사업 초기 세운 가설을 지금도 검증하고 있다. 전통 산업과 스타트업, 더 나아가 자영업자까지 쓰는 범용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고객사 풀은 그걸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본다.
HR 시장의 가장 앞단은 잡코리아, 사람인, 최근 상장한 원티드 같은 전통 강자들의 포지션이다. 채용한 직원들을 리텐션시키고 관리하는 영역에도 많은 기업들이 있다. 여기에 최근 큰 투자를 받은 플렉스같은 기업이 있을거다. 스펙터는 채용 결정 직전에 의미가 있는 서비스이다. 지원자가 정말 회사에 맞는 지원자인지를 확인해야 되는 순간에 적절하다. 즉 우린 인재 검증이라는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있는 것이다.
현재 HR 시장은 춘추 전국시대 양상이다. 몇 년 뒤에 어떤 플레이어가 얼마나 어떻게 시장을 차지할 지는 사실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스펙터가 처음 뿌리 내린 인재 검증이라는 영역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송곳같이 뾰족한 회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이하 윤경욱 대표와의 일문일답)
평판 정보를 받을 때 개인 정보 이슈에 대한 회사 정책은 무엇인가.
초기에 사업 모델을 개발할 때 가장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썼던 게 법적 이슈였다. 그걸 해결하는 것과 고객 편의성을 해결하는 것의 중간 지점을 찾아 균형을 맞추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요소요소에 정말 많은 장치들을 만들어 문제없게 갖춰놨다.
만약에 업무적인 평판이 아니라 개인 신상에 관련된 정보가 작성되면 필터링이 되어 우리에게 알람이 온다. 이럴때는 우리가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평판에 대한 수정은 못 한다. 평판 데이터들은 입력이 되는 순간 암호화돼서 저장되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엑세스 권한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평판과 지원자의 정보를 일치해서 열람할 수 없는 구조다.
평판 조회에 동의하지 않는 지원자들도 소수지만 있다. 스펙터에서 회원 탈퇴를 할 경우 모든 평가는 다 사라진다. 지원자가 원할 경우 평가 일부를 숨길 수도 있다. 스펙터에서는 본인의 평판을 다른 사람이 관리해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 중에 하나다.
평판을 작성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건데, 어떤 리워드가 있는건가? 그리고 평판 작성자들을 어떻게 관리하나?
평판 작성 요청을 했을 때 실제 작성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92% 정도로 매우 높다. 바쁜 기업 대표와 임원진이 평판 작성을 얼마나 해줄지가 베타 서비스를 론칭하고 맨 처음으로 검증해야 할 가설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평판을 작성하면 평판을 무료로 조회할 수 있는 조회권을 리워드로 제공하려고 했다. 근데 실제 평판을 작성하는 데 리워드는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작성자 약 80%는 퇴사자들에 대한 예우로 했다고 답했다. 아마 10년 전이었다면 이런 구조가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연간 이직자가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직이 정말 잦아졌고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처럼 기업 리뷰를 할 수 있는 플랫폼도 정말 많아진 상황이다. 지금은 회사 임원진이 퇴사자를 함부로 대하면 큰일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퇴사자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잘 대응해 준다. 한편으로 같이 일을 했을 때 좋은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도와주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런 경우 굉장히 적극적으로 잘 작성해 준다.
재창업을 준비할 때 글로벌 진출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조건 중에 하나였다. 향후에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
축적된 평판 데이터 중 1.2%가 해외에 있는 회사로부터 받은 평판이다. 해외에서 오는 이직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에서 평판 조회가 된 사례들도 있다. 처음부터 평판 리뷰 구조를 이름과 전화번호로 조회할 수 있게 만든 것도 글로벌 진출을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이름과 전화번호는 있잖나.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다면 언어 변환만 되게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파일럿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주들과의 논의를 통해 향후 로드맵들을 계속 설계해 나가고 있다.
앞선 창업과는 다른 분야에서 두 번째 창업을 했다. 재창업을 하면서 느낀 점, 염두했던 것들을 이야기해 준다면.
이전 창업 과정을 정말 많이 복기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세 가지 BM의 조건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많은 반성을 했다. 타운컴퍼니 창업 기간 5년간을 되돌아보면 나는 모두가 좋아하는 선택만을 하려고 했다. 누군가 반대하는 선택을 안 하려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질 것 같으면 모두가 ‘NO’라고 할지라도 CEO로서 피벗을 했어야 했다. 또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도 어떻게든 모두를 같이 데려가야 된다라는 욕심이 있었다.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거다. 물론 조직을 타이트하게 만드는 건 어렵고 마음 아픈 일이다. 함께 일하며 수많은 추억이 있는 직원들과 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나. 하지만 CEO로서 그걸 해야 했는데 안일했다.
그래서 이번 창업으로 넘어오면서 애당초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은 없다. 만약에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분명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두 번째 창업을 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