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중심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이제 산업계 전반에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탄소 중립 시대에 발 맞춘 지속가능성, 윤리적 소비 등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VC업계는 이러한 트랜드가 규모의 경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가능성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트리플라잇이 발표한 ‘The Big Wave : ESG, 2021~2022 스타트업 투자사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사 77.9%는 ‘ESG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스타트업 투자사들은 ESG를 고려한 투자가 ‘투자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보고 모험 투자를 하는 스타트업 투자사들이 투자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ESG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패션 업계 역시 환경을 고려한 ‘컨셔스 패션(양심적 패션)’ 열풍이 대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양심적 패션 시장’ 규모가 2019년 63억5000만달러(약 7조6100억원)에서 2023년 82억50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패션계 역시 친환경 가치를 중심으로 한 ES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며, 비건 소재를 활용한 패션 기업의 시장 진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플리츠마마는 제로웨이스트 공법으로 패셔너블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이자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플리츠마마의 전 제품은 제주도, 서울 등 국내에서 발생한 폐페트병으로 만들어진 리사이클 원사로 제작되고 있다. 니트 플리츠백 이라는 독특한 가방 아이템으로 시작해 최근 몇 년 사이 레깅스, 맨투맨 등의 원마일웨어, 그리고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제품군을 확장해가며 단계별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8년 플리츠마마 제품 론칭 이후 2021년까지 3년간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150%에 달한다.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을 여쭤보고 싶어요. 20년간 직장 생활을 한 뒤 2017년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니트 프로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일상에서 마주한 패션 산업의 문제점이 창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재직하던 회사 사업 구조는 고객사 오더가 취소되면 발주해 둔 원재료까지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한 해 버려지는 원사만 7~8t에 달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평소 동료와 함께 버려지는 원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습니다. 이후 다니던 회사가 형편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 되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폐원사 더미에서 착안해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창업 경험도 없고 워킹맘 입장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미루다가 영영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사업 규모를 작게 시작해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첫 아이템의 디자인과 방향성 등 윤곽이 잡히니 가족들도 잘될 것 같다며 응원해 줬어요.
오랜 직장생활과 짧지 않은 창업자 생활을 둘 다 한 경험자입니다. 무엇이 다르던가요.
회사의 존속 여부가 대표인 저에게 달려있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여러 안건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하기에 직장 생활과 창업자 생활은 괴리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주어진 역할과 업무에 충실하고 그 외에 것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현재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니 주어진 업무만 해서는 안 되거니와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매출 관리, 영업, 인사, 마케팅, 재무, 세무 등 다 신경써야 하죠. 물론 각 업무 담당자들은 따로 있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며 쉽지 않은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잦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서포트합니다. 일례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S 응대를 제가 도맡아 했는데, 전화로 상담을 하다가 상담사 이름을 물으셔서 말씀드렸더니 고객님이 놀라시더라고요. 대표가 전화 응대를 할 줄 몰랐던 거죠.
다만 책임과 함께 선택 권한이 따른다는 것이 특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플리츠마마 대표이지만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아직 제품 디자이너는 저 혼자라서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본인이 디자인 한 아이템을 실제 제품으로 양산할 때 자부심을 느끼는데, 일반적으로는 상사나 클라이언트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덜 겪게 되니 디자이너로서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마련했나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플리츠마마 창업 자본을 마련했습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물량을 늘렸기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뚜렷한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마케팅을 잘 한다면 스몰 브랜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 브랜드 성장 전략을 촘촘하게 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후 브랜드를 론칭한지 약 1년 6개월 정도 되었을 즈음 개인 투자자로부터 최초의 외부 자금 투자를 받았습니다. 2020년 1월에 엔젤투자, 7월에 시드투자를 받아 연구개발실 ‘플마랩’을 세웠고 보다 체계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창업 과정이 쉬웠다고 말하는 창업자는 없어요. 그간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었을 텐데요.
창업 초기에 원사를 수급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여러 소재를 두고 고민하던 중 가방 제작에 적합한 폐페트병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효성티앤씨에서 생산한다는 정보를 접했어요. 하지만 효성티앤씨는 주로 대규모 B2B 거래를 하기에 플리츠마마와 같은 소규모 브랜드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허들이 있었습니다. 대표 전화번호,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고 우여곡절 끝에 담당자와 대면 미팅을 했고, 효성티앤씨 본사에 찾아가 우리 제품을 직접 보여주고 설득해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을 직접 본 담당자께서 플리츠마마의 경쟁력과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실무자들을 소집해 원사가 조달되도록 내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주셨습니다. 플리츠마마와 같은 컨셉과 디자인의 가방 자체가 흔치 않은 때였고,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 출시 이래 이를 활용한 가방이 생산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 창업자들이 종종 유리천정을 느낀다고 토로하곤 합니다. 그러한 부분을 느껴 본 적은 없었나요.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그걸 체감했고, 해결했나요.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과중하게 지워지는 현실에서 가장 큰 고충을 느꼈습니다. 창업 초기에 아들이 초등학생이어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을 때인데, 업체 미팅·납품·배송 등을 제가 모두 담당해야 했기에 매일 퇴근이 늦을 수밖에 없었어요. 회사 대표 역할과 엄마 역할이 충돌하며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데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컸어요. 다행히 친정 어머니께서 아이를 전적으로 맡아주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어요. 만약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여성 창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워킹맘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또, 여성 창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창업을 결정한 뒤 준비 단계에서 여성 창업 지원센터나 일자리 센터를 많이 알아봤지만, 자격 요건이나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롭다고 느꼈어요. 창업에 도전할 미래의 더 많은 여성을 위해 지금보다 폭넓은 제도가 마련된다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로 리싸이클에 관심을 갖는 것과 창업자로 사업적 접근을 하는 건 다른 것일텐데요. 니트를 이용한 사업아이템은 어떻게 발굴하게 됐나요.
처음부터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생각했어요.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돌아가는 효용이 적고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 지속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남는 원단이나 재고 의류를 리사이클 하는 방법은 취지와 의미는 좋으나 이윤 창출 및 제품 개발 확장성에 불리한 구조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는 살리되 보다 큰 임팩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고려해본 것은 울 소재인데, 울은 대량생산이 가능할 만큼 폐기 원사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울을 이용하는 것 자체로도 환경을 위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에 의존한 공예적인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켓쉐어 측면에서의 성장성에 한계가 보였어요. 플리츠마마는 처음부터 대량생산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확장성이 큰 비즈니스 모델의 재료로는 맞지 않았습니다.
다른 소재를 알아보던 중 효성티앤씨의 ‘리젠’ 섬유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폐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는 거의 동일한데, 리젠 원사의 경우 환경에도 도움이 되면서 폴리에스터의 장점은 그대로 살아 있는 최적의 실이었습니다. 가방 샘플을 만들어 보니 울로 만들었을 때보다 모양이 훨씬 잘 잡히고 발색이 뛰어나 원하는 색감을 표현하기 제격이었습니다. 자투리가 남지 않는 뜨개 제작 방식은 제가 니트 디자이너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익숙한 아이디어였죠.
평소 가방 아이템을 좋아했기에 제가 들고 싶은 가방을 직접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퇴사 후 육아하며 근거리 외출이 잦았는데, 편안한 무채색 옷에 포인트를 주면서도 실용적으로 들 수 있는 가방이 많지 않았습니다. 집 앞을 잠깐 다니며 값비싼 가방을 들고 나가기엔 과한 것 같았고 편한 차림에 포인트가 될만한 아이템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들고 싶은 가방을 고안하다 보니,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움을 갖추고 실용성까지 잡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주름 모양대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디자인도 실용성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사업을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을 했을텐데요. 리싸이클 산업 시장규모는 얼마나 큰가요? 그중에 플리츠마마가 집중하는 목표 시장(Target Addressable Market)은 구체적으로 어디인가요?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윤리의식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전 세계 ‘양심적 패션 시장’의 규모는 2019년 약 7조 6100억 원, 2023년에는 1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이 없는 패션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니 이런 규모와 성장성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리사이클 산업 시장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수거하고 화학적인 가공을 거쳐 새로운 원료로 만드는 ‘원료 리사이클’, 폐현수막 등 이미 세상에 나온 완제품을 오리고 붙여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 입니다.
플리츠마마가 주안점을 두는 시장은 전자에 해당합니다. 다만 여태까지는 폐페트병이라는 원료에 무게중심을 크게 두었는데, 향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환경오염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재료를 염두에 두고 리사이클을 실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폐어망, 폐그물 리사이클 제품이나 지난해 선보인 폐원단 리사이클 제품처럼 버려지는 쓰레기를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켜 세상에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싸이클 제품의 효용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기존 제품보다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아낄수 있나요? 리싸이클 제품을 만들 때도 오염, 쓰레기 배출이 발생합니다.
리사이클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하죠. 혹자는 물건을 아예 사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소비를 안 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라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삶을 지속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우리가 하는 활동은 필요에 따른 소비가 불가피하다면 새 제품이 아닌 리사이클링 제품을, 오래, 또 패셔너블하게 사용하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리사이클 제품 제작은 분리, 선별, 세척 등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새 제품 생산과 비교해 1.5배에서 2배가량의 전기나 물 에너지가 더 쓰입니다. 하지만 새 제품을 계속 찍어내고, 쓰고, 무분별하게 벼려왔기 때문에 환경 오염이 악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감안해봐야 합니다.
플리츠마마는 원사 리사이클이라는 필수 공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외 모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합니다.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예로 들자면, 플리츠마마는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원사를 활용(원료)하고, 자투리 원단이 남지 않도록 니트 뜨개질 방식을 차용(제작 방식)하며, 프리오더를 받아 예상되는 재고를 최소화(생산)합니다. 아울러 공장을 최단 거리로 유지(유통), 무상 수선(A/S) 등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며 오래오래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제품 생명 주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리사이클 제품의 생산과 사용이 일반 제품보다 환경에 적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플리츠마마는 이미 완제품으로 세상에 나온 옷이 다시 쓰여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가먼트 리사이클(Garment Recycle)’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플리츠마마는 이러한 리사이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의 발전을 이루고자 합니다.
판매되었던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이라 분석하나요.
플리츠마마 시그니처 아이템인 숄더백이 2018년 첫 론칭 이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활용이 가능한 크기와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장점을 인기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의 원마일웨어 붐과 함께 근거리 외출 시 간편하게 들 수 있는 작은 가방인 나노백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30억 원 규모 시리즈 A 라운드 투자유치를 했어요. 투자 규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보통 VC 투자는 가능한 한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제품 뿐만 아니라 경영 전략도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투자도 꼭 필요한 만큼만 유치하고자 하향으로 조율했습니다. 초기 엔젤투자와 시드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플마랩 설립, 프리시리즈A 투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한 것이었고, 시리즈A 투자는 스마트 스페이스 구축 등 각 투자마다 활용안이 명확했기에 그 이상의 투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배경에는 탄탄한 현금 흐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창업 이래로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 없이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하며 흑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장 규모의 확장성보다는 방향성 확립과 장기적 성장에 집중함으로써 롱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만 4년이 조금 지난 신생 브랜드라는 점에서, 급하게 몸집을 불려 역효과의 가능성을 키우기보다는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가려고 합니다.
ESG는 국내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플리츠마마는 글로벌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2019년 2월 캘리포니아에 처음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바니스 뉴욕 일본 재팬점 입점, 글로벌 사이트 오픈, 작년 말 미국 디자인 특허 등록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근 몇 년 사이에 ESG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해외는 친환경 소비의 움직임이 우리나라보다 한참 전부터 앞서온 시장이기에 해외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미국이나 독일에서 홀세일 수입 요청하는 연락도 많이 받고 있으며, 미국 온라인 편집샵 등에 입점해 있습니다. 플리츠마마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에서 홍콩, 싱가폴, 일본, 대만 등 해외 직접 주문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발판 삼아 그동안 유치해 온 투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언젠가는 해외에서 오프라인 단독 스토어를 내고 싶어요.
여러 회사들과 손을 잡고 콜라보레이션을 했어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여러 사기업, 공공기관 및 단체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대개 플리츠마마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방에 상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미한 디자인으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는 경우가 많으나, 의류나 곰인형처럼 색다른 아이템으로 협업을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서울 환경미화원과 제주도 노플라스틱 그린서포터즈를 위해 제작한 유니폼 조끼, 그리고 신라스테이와 함께 곰인형 솜까지 제작했던 건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21년 7월 진행한 블루보틀과의 협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 첫 블루보틀 매장이 구좌읍에 개점하면서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앞치마, 티셔츠 등을 제작했습니다. 블루보틀 제주점 매장 직원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와 앞치마가 바로 플리츠마마 제품입니다.
해당 제품들은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활용한 원사 ‘리젠 제주’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20년 플리츠마마가 효성티앤씨, 제주개발공사와 손잡고 폐자원의 국산화를 제주도에서 처음 성공시키며 국내 페트병을 제품으로 상용화했습니다. 이후 1년만에 글로벌 기업 블루보틀과 협업 굿즈까지 제작하며 자원 선순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어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창립 초기 빈폴과의 협업을 통해 니트백을 론칭하며 시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몇 년 새 다양한 아이템으로 진화했고, 앞으로도 새롭게 보여드릴 것들이 많아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사이클 산업에 다수의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플리츠마마만의 차별적 역량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강점은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라는 사실입니다. 100% 재활용 원사를 사용하고 모든 생산 과정에서 탄소 저감을 고민하는 등, 저희의 방향성이자 큰 장점이 친환경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플리츠마마는 기본적으로 패션 브랜드로서 ‘아름다움’을 고민합니다. 뛰어난 품질을 비롯해 톡톡 튀는 색감, 재미있는 디자인과 실루엣, 가벼운 무게와 넉넉한 공간성 등 제품 하나에 엄청난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친환경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만이 플리츠마마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과 패셔너블함을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플리츠마마는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나 나이대와는 관계없이 너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적 면모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가방 그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뛰어난 브랜드라는 것, 그것이 플리츠마마가 다른 리사이클링 브랜드와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올해는 얼마로 계획하고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정확한 매출 추이 공개는 어렵습니다만, 2018년 플리츠마마 제품 론칭 이후 2021년까지 3년간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150%입니다. 구체적인 목표 매출이 있지는 않지만,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꾸준히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창업자의 일입니다. 그간 팀빌딩은 어떻게 했나요.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며 HR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팀 빌딩에서도 꼭 필요한 인력만 한 명씩 충원하는 방향으로 채용을 진행해왔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인연이 동료로 이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리츠마마 제품을 납품하며 알게 된 편집샵 매장 직원이 현재 플리츠마마 매장의 플로어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어요. 업무 파트너로 오래 알고 지내면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플리츠마마에 대해서도 자연히 잘 알게되니 적임자라는 생각에 함께 일하자고 제의를 드렸죠.
더불어 플리츠마마는 경력 단절 여성을 적극 채용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물품 검수를 위해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무척 꼼꼼하고 세밀하게 물건을 검수해 주셨는데, 그 이후로 특별히 채용 공고를 낸 것이 아님에도 재직 중인 직원이 다른 지원자를 추천하는 것이 반복되며 자연스럽게 플리츠마마 내 경력 단절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저도 경력 단절 위기에 처했었던 만큼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인력 관리는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서 아직도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그저 다가가기 힘든 대표가 아니라 친근한 선배로 포지셔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명이 안 되는 규모의 스타트업이고 크루들의 역할이 팀워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챙기겠다는 마음으로 크루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늘 사무실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합니다.
스타트업형 인재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스타트업에 가장 어울리는 인재를 말하라면 ‘문제 해결형 인재’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업무 분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원치 않는 업무를 도맡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의견을 개진해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다변적인 환경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크게 느끼는 편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범위를 좁혀서 플리츠마마에 적합한 인재는 어떤 유형인가요? 그런 인재에게 플리츠마마는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
직무에 따라 필요한 역량은 다 다르겠지만 플리츠마마라는 회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 이에 대한 마음이 남다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퍼포먼스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다수 기업에서 ‘컬쳐 핏’을 강조하는데, 플리츠마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환경’, ‘패션’ 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일하는 인재라면 플리츠마마에서의 업무 경험이 훗날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플리츠마마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수의 폐자원의 국산화, OBP 국제 인증, 가먼트 리사이클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지속가능 패션 산업의 최전선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 여정에 함께하는 경험과 자부심을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HR 이슈의 연장선상의 질문인데, 직원들이 회사와 같은 비전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면 직원들도 회사와 같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리츠마마는 내부 임직원을 1차 타깃 소비자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 크루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를 하고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타깃으로 삼는 소비자군과 일치합니다.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도 어렵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크루들의 의견을 수용해 만들어진 아이템이 많습니다.
또한, 플리츠마마가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는 자세로 올바른 소비 태도를 제안하듯, 크루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일관성을 가지고 사업 방향성을 공유합니다. 회사의 뚜렷한 목표가 부재하거나 직원 개개인이 그 목표에 공감할 수 없다면, 근무 시 명확한 동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플리츠마마가 환경을 아름답게 지켜 나가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함으로써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플리츠마마의 구체적인 비전은 뭔가요? 어떠한 브랜드를 지향하나요?
단순한 패션 브랜드 이상으로, 플리츠마마를 선택해 준 의식 있는 소비자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선도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플리츠마마는 의식있는 소비의 시작을 제안하는 ‘미사이클(MeCycle)’을 새로운 소비 개념으로 제안하고 있는데, 미사이클이란 소비자(me)에게 아름다운(美) 재활용·새활용 상품을 제공해 자원의 원활한 순환을 이끄는 프로세스 전체를 의미합니다. 재활용(ReCycle)과 새활용(UpCycle)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제품이 다시 버려지지 않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이 잘 활용돼 아름다운 순환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나아가, 플리츠마마가 실질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탄소의 양을 데이터화하여 친환경 기여도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친환경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고, 올바른 취향을 가진 소비자의 ‘저탄소 라이프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이 있습니다.
창업자는 외롭다고 하죠. 그러한 외로움과 고민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외로움과 고민은 플리츠마마의 크루들과 함께 나눠서 해결하는 편입니다. 창업자의 외로움이란 게 사실 대표 혼자서 많은 책임을 안으면서 발생하는 그림자와 같은데요. 다행히도 저에게는 크루들이 있어서 외로움을 크게 느끼진 않았어요. 플리츠마마 초기부터 현재까지 곁을 지켜주고 있는 팀원들 덕분입니다. 그저 옆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요. 저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땐 크루들한테 의견을 구하고, 함께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습니다. 그렇게 함께 풍파를 견디며 의지해 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회사 대표가 아닌 개인 왕종미의 비전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의 욕구와 공공의 이익이 상충하지 않고 병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개인적인 흥미와 사명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경뿐 아니라 인권·동물권 등 여러 의제를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들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플리츠마마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환경 보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힙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발랄하게 환경을 대합니다. 환경 보호에 관심과 희망을 가지고 참여하지만, 패션과 문화 역시 놓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브랜드예요. 이러한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했으면 합니다.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하며 자기 자리에서 즐겁게 실천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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