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트렌드

“겨울이 오더라도 계절은 바뀐다. 그리고 불황기는 기회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2 현장 ⓒ 플래텀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늘 ‘거품론’이 존재했다. 올해는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체감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심리도 냉각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보수적 관점이 심화될 거라 예측되기도 한다.

와이콤비네이터, 세콰이어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 실리콘밸리 투자사들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성장보단 살아 남아야 한다.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할 때”고 조언하고 있다. 겨울이라 단정하긴 이르지만, 분명 앞선 10년 호황기에 비해서 차가운 계절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스타트업 씬에서도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IPO를 앞둔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반면에 생태계는 한 계절이 아니라 사계절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낙관적인 시선도 있다. 겨울이라는 걸 경험 못 해본 사람에게 겨울은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충격이지만 빙하기가 아니면 봄은 돌아 온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 기술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고 거품이라 불리우던 시절에 큰 기회와 큰 기업이 태동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과 구글, 우버, 에어비엔비 등 빅테크 기업이다.

우리나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에 비해 짧기에 월동 준비가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용어조차 낮설던 시절에 등장한 쿠팡이 미국에서 상장을 했고 그 뒤를 잇는 유니콘 기업들이 도약을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에 죽는 ‘유니콘’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토양이 되어 다음 세대의 ‘데카콘’이 될 수도 있다.

김천수 파라마크벤처스 대표 ⓒ 플래텀

“겨울이 온다고 하지만 빙하기라고 하지 않는다. 계절은 바뀌기 마련이다. 그 기간에 사업 방향성이나 진정성을 알기 위해 기업들과 유대감을 쌓아야 한다. 투자시장이 뜨거울 때는 돈을 벌고, 어려울 때는 친구를 얻는다고 한다. 겨울을 함께 보낸 유대감과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할 때 차이를 낼 수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9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22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발표자와 패널로 나선 김천수 파라마크벤처스 대표는 월동 준비를 해야하는 VC가 어떤 관점으로 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결국 봄은 다시 온다는 의견이고 기업과 교감하며 현명하게 보낸다면 더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인혁 BCG 대표파트너 ⓒ 플래텀

최인혁 BCG 대표파트너는 불황기가 VC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역설했다. “비상장기업의 ‘멀티플’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꺼릴 때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 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모두가 투자에 적극적인 호황기에는 돈을 잃었고, 불황기에 투자한 경우는 확률적으로 돈을 벌었다. 불황기인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닷컴 버블 때는 사업성이 불명확한 회사에 큰 기업가치가 매겨진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회사가 많다”며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설명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그룹장 ⓒ 플래텀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그룹장은 “동남아 시장은 투자금이 절반 가량 줄어든 상황이기에 투자 활동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VC들은 유망한 초기 기업을 다시 찾아보자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반면에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받쳐주는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겨울이 오랫 동안 이어지진 않을 거다. (겨울이라 불리우는) 짧은기간 투자가 다소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신흥국에 비해 한국이 기업가치를 조정받는 강도가 약할 것이고 회복되는 시간도 빠를 것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다이내믹한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플래텀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커질 거라 예상했다. 그는 “벤처투자와 사모펀드 투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CVC(기업벤처캐피털)이 크게 늘어나는 등 비전통적 투자금이 크게 늘어났다.”며 “해외 자금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그 자리를 매울 것이라 본다. 대기업이 활발하게 M&A(인수합병)을 하면 ‘엑시트(exit, 자금 회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2015년부터 열리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기관과 권위자들이 스타트업 최신 동향과 미래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자리다. 2015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본 행사는 창업과 관련된 140여 개 기관의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 기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 등 투자 전문가, CVC, 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2 현장 ⓒ 플래텀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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