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81] “우리의 비전은 전세계 도소매상의 아마존”
도소매 플랫폼은 ‘남도마켓’은 남대문 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이다. 시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PC나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도매 물품을 사입할 수 있고, 거래처 관리부터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해결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남대문 도매 시장의 매출량을 증대시키고, 가입 점포의 매출량 증가는 물론 해외 수출량까지 상승시키며 남대문 도매 시장의 온라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서 소구되는 남대문 시장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양승우 남도마켓 대표를 만났다.
-창업 전 경력이 다양해요. 첫 직장이 오픈마켓이었고, 연예인 쇼핑몰 운영도 했어요.
2005년 대학교(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지마켓 공채가 떠서 조직 생활을 시작했어요. 제 직책이 CM(카테고리 매니저)이었는데, 한 마디로 하나의 카테고리를 총괄하는 거예요. 그 일을 하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생산부터 판매까지 흐름이 다 보이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퇴사 후 지마켓 다닐 때 인연이 있었던 백보람씨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백보람씨가 인기가 많았음에도 적자였는데, 세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죠. 이후 SBS에서 제 소문을 듣고 연락이 왔어요. SBS몰링몰에서 연예인 패션 카테고리 부분을 맡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걸그룹 ‘LPG’와 다양한 작업도 했죠. 이후 쇼핑몰 컨설턴트가 되어 지금은 유명해진 몇 군데 쇼핑몰을 시작단계에서 궤도에까지 올리기도 했죠.
2016년 남대문에서 악세사리 도매업을 20년 간 한 친동생 물건을 가져와 자체몰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나름 쏠쏠했어요. 그런데 제품 소싱을 하며 겪은 불편함에서 사업 기회가 보였어요.
-어떤 불편함이었나요.
남대문에서 상품을 소싱하는 것이 너무 힘든 거예요. 동대문은 여러 B2B 플랫폼이 존재해서 소매 사업자의 접근이 편리한데 반해 남대문은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했어요. 이유를 조사해 보니 외부에서 제안은 쉴새없이 들어오지만 상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우선 남대문 상인들 나이가 평균 60대 전 후인데 새로운 것을 낯설어 했어요. 부모님에게 신형 스마트폰을 드린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지 않으시잖아요.
결정적으로 남대문 상인들은 외부인을 잘 믿지 않았어요. 그동안 남대문에 많은 회사가 와서 뭔가 제안을 하는데 상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 사례는 거의 없었어요. 얼마 못 버티고 사라지거나 돈이 되면 갑자기 수수료를 올려버려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다 보니 남대문 상인들은 외부 업체가 와서 아무리 제안을 해도 탐탁치 않아 했던 거에요. 시장의 규모는 충분히 컸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도마켓의 시작이죠.
플랫폼이 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 거에요. 준비기간이 필요했을 텐데요.
2년 정도 준비기간이 있었어요. 공동창업자라 할 수 있는 친동생(양승민 이사)을 설득시키는데만 1년이 걸렸어요. 이 사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동생 설득 작업이었을 거예요. (웃음) 동생도 남도마켓 모델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하지는 않겠다는 거예요. 도매업자가 플랫폼을 하는 것은 도의를 벗어난 거라고 하더라고요. 1년 동안 가족모임 할 때 마다 사업이야기를 하고 동생한테 프리젠테이션을 했죠. 1년 쯤 지나서야 귀막고 살던 동생이 참여 의사를 밝혀 줬어요. 그제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죠.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인재를 영입하며 팀빌딩을 했어요. 외주로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퀄리티가 떨어져서 고민일 때 골프존 출신 9년차 개발자가 합류해서 해결되기도 했죠. 같이 일해 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준 핵심 인재인데, 현재 UI & UX를 전편 개편화하는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인 아내도 남도마켓의 로고, 칼라 등을 잡아줬어요. 아내한테 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첫 마디가 ‘미쳤다’였어요. (웃음) 그런데 한 세 시간 후에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고마웠죠.
초창기에는 회사에서 새벽 2시에 퇴근하고, 수원 광교 집에 가면 새벽 3시더라고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출퇴근을 했어요. 차가 안 막히는 시간에 다시 남대문을 나오려면 집에서 새벽 6시 15분에 출발해야 했고요. 조금만 늦으면 출근하는데 2시간씩 걸려서 별 수 없었어요.
-사람 설득 외 사업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뭐가 있었나요.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나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죠. 사업 시작할 때 딸이 태어나서 책임감이 몇배 더 클 때이기도 했어요. 남도마켓 사업이 될 거란 자신감은 넘쳤어요. 무조건 되는 사업인데, 시기가 맞을 지에 대한 걱정이었죠. 다행스럽게도 남대문에 적절한 시기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외부 사람을 믿지 않는 남대문 상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인 건가요.
동생이 남대문 시장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쉽게 된 건 아니예요. 다양한 설득 과정을 거쳤죠. 특히 시장 오피니언 리더들이 있는 축구회, 골프회 등 각종 모임에 부지런히 나갔어요. 초창기 동생은 남대문 조기축구회 여섯 군데서 뛰기도 했어요. 식사 자리에서 소주 마시면서 노트북 열어 상인분들께 설명회를 하기도 했죠. 그리고 남도마켓 식구들이 거의 시장에서 살았어요. 저희가 뭘 하는 회사인지 알리면서 입점 설득도 해야 해서 한 번 상담하기 시작하면 한 시간씩 걸렸어요. 처음에는 호응이 낮았지만, 6개월이 넘어가고 1년이 다 되어갈 때쯤에는 많은 분들이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정말 정신없는 하루하루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영업을 좋아해서 거절이나 무시에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 아니예요. 새벽부터 밤시장까지 다니며 100여 개 정도 매장을 방문해서 설명하면 20곳에서 가입을 해주셨는데, 그정도면 할만하다 느꼈죠. 한번 방문으로 바로 가입하는 매장은 없어요. 줄기차게 가야하고 가입해 주시면 기뻤죠.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 4만개가 넘는 사업체들이 남도마켓에 입점해 있어요.
-남대문 시장을 온라인화 하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건 아니에요. 경쟁자는 없었나요.
저희가 시작할 때 남대문에 올인한다고 출사표를 던진 회사가 네 군데 정도 있었어요. 시장이 크기에 파트너 관계로 함께 하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다만 여러 이유로 그들은 끝내 상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 했어요.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자 철수하기도 했고요. 반면에 저희는 처음에 강조한 정책을 일관적으로 고수했죠. 다른 회사들이 떠나는 와중에 남아있었기에 최종적으로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어요. 상인들이 저희 직원들을 정말 아들, 딸 같다고 좋아해 주세요.
-친화력만으로 상인들의 마음을 오래 묶기는 힘들거에요. 직접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요.
물론이죠. 남대문 시장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남대문은 60% 이상이 해외 수출을 하는 곳이에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많은 외국 바이어들이 찾아와 일주일 씩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구매해 갔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시장이 정말 힘들어졌죠. 저희가 영업을 하러 다닐 때 70대로 보이는 사장님이 바닥에 장난감을 놓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계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코로나라서 발길을 끊었는데, 그동안 왔던 거래처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려고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플랫폼은 스튜디오를 통해 사진도 이쁘게 찍어드린다고 말씀드렸더니 가입하셨어요. 재밌는 건 그때 근처에 있던 숟가락 젓가락을 파는 가게 사장님도 저희 이야기를 듣고 같이 등록하셨죠. 기분 좋은 건 두 가게 모두 정말 잘 팔리고 있다는 거예요. 두 분 외에도 많은 분들이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지난해 초에는 누적 매출 1억 원을 기록한 매장도 다섯 군데나 나왔어요. 상인들이 매출이 많이 나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괜찮은 사업을 하고 있구나,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아직은 갈길이 멀어요. 저희가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잘 하려고 합니다.
-남대문 시장과 해외를 잇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글로벌 마켓에서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는 위상이 높아요. 예전에는 해외 박람회에 한번 가면 30억 원씩 팔고 왔을 정도죠. 중국이 저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한국만의 시장이 존재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큰 변수가 됐어요. 그래서 저희 플랫폼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요. 지난해 홍콩 쥬얼리 박람회 등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남대문 제품의 우수성과 저희 브랜드를 소개했어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고 구체적인 비즈니스도 진행되고 있어요. 그외 국내 솔루션 상장사와 일본 도매시장 진출을 협력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자리 잡은 뒤 동남아시아 등 다른 곳까지 같이 하기로 했어요. 베트남 기업 페이얍과 손을잡고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고, 쇼핑몰통합관리 솔루션 기업과 개발협력도 진행하고 있어요.
-남도마켓만의 차별점, 강점은 뭘까요. 굳이 소매 사업자가 남도마켓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면요.
저희만의 큰 차별화는 카테고리에 있어요. 대부분 쇼핑몰이 젊은 여성 의류와 일부 잡화를 다루는 데 반해 저희는 액세서리하고 아동복, 애견용품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이란 분명한 카테고리가 있어요. 특히 액세서리 도매시장은 대한민국에 남대문 시장밖에 없어요. 동대문 시장도 남대문에서 물건을 사입합니다. 이런 남대문 시장의 파워를 세상이 모른다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
전체 매장 규모로 보면 엑세서리가 60% 정도 차지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견용품이 액세서리 매출을 뛰어 넘기도 해요. 애견 용품 매장이 액세서리 매장보다 10배 적은 200여 개임에도 성장세가 가팔라요. 해외에서는 악세서리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동복도 고품질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잘 나가요. 특히 베트남 부유층 보모들이 한국의 아동복을 선호한다고 해요. 일본에서도 많이 찾고 있고요.
저희는 상인들을 대신해 플랫폼 관련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빅데이터를 통해서 패션 트랜드 자료를 제공하고, 상인이 상품을 만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조언을 해드려요. 제품을 만들고난 후에는 저희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해서 이미지를 올려 드리고, 물건도 대신 포장해서 보내 드려요. 정말 어렵게 설득해서 가능하게 한 것이 낱게 구매에요. 도매 매장들은 낱개는 판매하지 않으시거든요. 저희가 지난 2년 동안 신뢰를 쌓은 끝에 믿고 거래해 주시는 거에요. 이러한 부분이 저희의 자부심 이기도 하고요.
-팁스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인데요. 무엇을 개발 중인가요.
도매상들에게는 도매 상품 디자인 보호, 산업 트렌드 및 키워드 정기적 업데이트, 판매량 추이 및 예측 통계를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소매상들에게는 구매 이력 및 선호 상품 데이터를 통한 맞춤 상품 큐레이션, 거래처 매칭 최적화 등 AI 기술을 통한 사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은 도매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 매칭 시스템이에요. 도매쪽 종사자들은 상품카피를 굉장히 싫어해요. 그런 니즈를 반영해 딥러닝을 활용해 소매상들과 도매상들을 원활히 연결하려 해요. 저희는 도소매 사업자가 자신의 본질에 충실하게 돕는 해결책을 기술로 제시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해요. 생산자인 도매 사업자가 튼튼해야 그 다음이 있으니까요. 건강한 밭에서 좋은 작물이 나듯이 좋은 제품이 나올테니까요.
그리고 아직까지 액세서리 영역은 딥러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셋이 없어요. 그것을 지금 저희가 시도하고 있어요. 지금 목걸이를 구글링하면 카라 티셔츠를 입고 목걸이를 한 모델 사진이 나와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목걸이 데이터만 나오게 하는 거죠. 목걸이 객체만 탐지해서 유사한 목걸이를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완료까지 2년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마무리하면 전 세계 액세서리 표준화 데이터 셋의 선두주자가 될 거라 봅니다.
-지난해 프리A 투자 유치를 했어요. 투자 경색기임에도 인정을 받은 건데요.
투자를 받으면서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자금 유동성이 좋을 때는 쿠팡처럼 적자를 내며 성장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을 거에요. 저희도 플랫폼 회사다 보니 처음에는 방향성을 쿠팡의 사례에서 찾았지마, 지난해 빠르게 수정했어요. 투자자들도 작더라도 수익을 내는 회사를 선호하고 있고요. 그래서 풀필먼트 등 5가지 수익모델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예요. 유료화는 더 나은 양질의 서비스와 함께 이루어져야 되기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번 창업은 아니에요. 나이가 들어 한 창업이 좋은 점, 불리한 점은 무엇일까요.
나이 들어서 창업해서 좋은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40세 이하 청년에 지원이 몰려 있잖아요. 그리고 체력도 많이 딸려요. (웃음) 다만 앞선 다방면의 경험이 지금 창업을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하곤 해요. 학창시절에 배웠던 공부도 그렇고, 직장생활도 그랬고, 제가 했던 지난 비즈니스들도 남도마켓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어요. 그런 경험 덕분에 젊은 대표님들에 비해 조금 수월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요.
누구나 꿈은 있지만 도전까지 가는 건 쉽지 않아요. 창업을 정말 하고 싶으면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만 본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설득해 보세요. 그 사람이 ‘오케이’를 해준다면 그 사업은 할 만한 것이고, 가장 큰 우군이 한 명 생긴 겁니다.
-창업하고 언제 가장 기뻤나요.
구글 글로벌 진출프로그램에 선정되었던 것, 팁스 프로그램 선정, 그리고 뜻이 맞는 투자자들을 만난 것 등 기쁜 일들이 너무 많았죠. 심정적으로 가장 기뻤던 것은 남대문 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을 때에요. 남대문 시장에서 인정받은 거잖아요. 그동안 고생한 것들을 알아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어요.
-남도마켓의 비전은 뭔가요. 구체적으로 뭘 이루고 싶나요?
궁극적으로 전세계 도소매상인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플랫폼이에요. ‘전세계 도소매상들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예요. 남대문 상인들은 상품을 제작해서 생산하는 단계까지 정말 너무 잘하세요. 이들이 버거워하는 부분을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요. 남대문 시장 대표님들이 많이 웃을 수 있다면 저도 행복해질 거에요. 또한 남대문 시장이 글로벌에서도 굉장히 유명해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5년안에 IPO 갈 겁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도 행복하게만들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