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네이버 분당사옥 그린팩토리에 커넥트홀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人> 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지난 18일 개소식을 치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장 김상헌, 센터장 임정욱)의 첫 공식 행사였다.
실리콘밸리의 한국人 컨퍼런스는 스타트업,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실리콘밸리의 문화 등 총 네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으며, 윤종영 베이에어리어 K그룹(BAY Area K-Group, 이하 K그룹) 공동대표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포함한 총 열 네 명의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비즈니스 세션에서는 ‘실리콘밸리 한국인의 위상’을 주제로 한국 IT업계와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있어 한인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었다. 특히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실직적 책임자인 임정욱 센터장은 ‘VC업계에서 떠오르는 한국인과 우리 편 이야기’를 전했다. 관련 내용을 임센터장의 시점에서 정리해 봤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내가 실리콘밸리에 처음 간 것은 2000년이었다. SNS가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고,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우선 누가 있는지는 신문에 간간히 나는 것으로만 접하는 게 다였고, 상대의 이메일 주소 조차 알기 어려웠다. 연락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갑자기 연락한) 낯선사람을 반겨줄 리가 없었다. 때문에 만날 수 있는 한국인이 누군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어렵게 연락해 만나게 된 분이 마이클 양이었는데, 마이사이먼이라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씨넷(CNET)에 거의 7억불에 매각해 유명해진 분이다. 버클리 MBA의 선배여서, 학교 디렉토리에서 이메일을 찾아 연락했고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당시에 힘들게 연결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사람 간 연결이 쉬운 초연결시대인 것 같다. 유명한 사람들도 연락처를 찾으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더구나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인의 비율도 정말 많이 늘었다. 2000년 당시에는 그들이 있다고 해도 직접 체감할 순 없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분도 많이 만날 수 있고 또 수많은 VC들도 있다. 당시는 알토스벤처스에 한 킴이라는 분이 있다는 정도만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여러 VC들이 한국에 와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한 킴 대표를 만나게 된 것도 SNS를 통해서다. 한 킴 대표뿐 아니라 SNS를 통해 굉장히 많은 VC들을 만나게 됐다.
실리콘밸리에 뿌리내린 한인 VC로 소개할 분들이 몇 분 있다. 트랜스링크의 음재훈 대표와 테크니들을 운영하다가 VC를 시작한 빅베이슨캐피탈 윤필구 대표, KTB벤처스의 미국 지사를 맡고 있는 이호찬 대표 등이다. 특히 이호찬 대표는 VC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쓰면서 실리콘밸리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있는 분이다.
또한 예전에는 거의 만나기 어려웠던 한국계 2세 VC들이 있다. 이들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리를 잡고 맹렬히 활약하고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이다. 한국어 보다 조금 더 편해한다. 이 분들 역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실리콘밸리에 뿌리 내린 사람들로 스톰벤처스 남태희 변호사, 매버릭캐피탈의 에릭 킴, DAG벤처스의 영 청(Young Chung), 렘브란트 이인식이 있다. 에릭 킴 대표의 경우 한 킴 대표와 같이 쿠팡에 투자한 경험이 있고, 이인식씨는 유명한 마크 앤드리슨과 함께 여러 번의 창업과 엑싯(Exit) 경험이 있다. 2013 비론치 당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말이다. 언급한 분들 모두 현지에서 한인 VC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다.
세 번째 케이스는 여성 한국인 VC이다. 숨피닷컴 CEO를 하다가 프리스타일이라는 마이크로 VC에 합류한 조이스 킴, 여성들끼리 시작한 VC인 리벳벤처스 VC 레베카 황(전 유누들CEO) 등이 있다.
한편, 투모로우벤처스 데이비드 리, 스파크랩스 버나드문의 경우는 엑셀러레이터와 VC를 오가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케이스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에게 무척 우호적인 분들이다. 말하자면 친한파이다. 배우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웃음). 제이슨 캘러캐니스라고 유명 블로거이자 실리콘밸리 빅마우스가 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를 테크크런치창업자인 마이크 앨링턴과 같이 운영하기도 했고, 자신의 컨퍼런스인 론치(Launch)컨퍼런스를 진행중이다. 이 사람은 아까 말한 조이스 킴의 형부다. 또 한 분은 우연히 컨퍼런스에서 만난 인텔 캐피탈의 다니엘 닥터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다니엘 닥터입니다.’라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웃음). 이런 분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호적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조금 더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들을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무척 많지만 내가 아는 분들만 리스트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손을 뻗으면 연결될 수 있는 한국 분들이 많다. K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실리콘밸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현지 VC들과 어떻게 연결을 하느냐는 고민이 참 많다. 결론부터 말해 사람은 사람과 연결이 된다. SNS로 연결하고 팔로업 하는 것도 훌룡한 방법이 되리라 본다. 상대가 SNS를 한다면 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본인에 대한 신뢰도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연락하면 상대방이 당황하기 마련이다. 무작정 연락을 하는 것보다 SNS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NS를 통해 상대를 먼저 이해하고 멘션이나 댓글을 통해 서서히 존재감을 높인다면, 추후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실리콘밸리를 가게 될 때 반갑게 맞아 줄 것이다. 더불어 링크드인 등의 툴을 이용해 중간의 레퍼런스를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사례로 어떤 분이 픽사에 가서 투어를 했다고 하길래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트위터를 통해 멘션을 주고받은 사람이 픽사의 CTO였다는 거다. 실리콘밸리에 가서 연락했더니 정말 반갑게 맞아줬다고 하더라.
이처럼 ‘WEAK TIE’, 즉 ‘느슨한 연결’을 가지고 가는 것이 현 시대에는 실리콘밸리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