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더 버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본이 더 버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 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른바 ‘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인데요. 도대체 엔화 환율에 무슨 일이 생겼고, 어떤 파급 효과가 있을까요? 오늘은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엔화 문제는 미·일 금리차? : 아래 그림 하나만 보면, 왜 일본이 현재 문제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올해 미국은 매우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2년물 금리도 4.5%까지 급등했죠. 하지만, 일본의 금리는 0.25%로 그대로 유지돼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만약 여러분에게 누군가가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4.5% 이자를 주는데, 일본 정부에는 10년 동안 빌려줘도 0.25%밖에 안 준다”라고 하면, 어느 쪽에 돈을 빌려주시겠어요?
엔·달러 환율이 150엔에 육박한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가 약세라는 의미입니다. 그럼 기존에 일본 정부에 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일본 국채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돔황챠~’를 외치며 팔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죠. ‘아니 그럼 어떻게 금리를 0.25%로 고정할 수 있냐’는 건데요. 그 이유는 일본 중앙은행이 채권을 “전력을 다해서” 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국 국채 사들이는 日 중앙은행 : 그럼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봅시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25%로 유지하려면,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무제한으로 사줘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죠. 인플레 대응을 위해 각국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무제한 양적 완화라니요.) 그럼 일본 중앙은행은 계속 국채를 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 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 국채 중 중앙은행의 보유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올해 7월에는 일본 국채 10년물의 50%를 일본 중앙은행이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놀라지 마세요. 석달이 지난 지금은 그 비율이 67%까지 증가했습니다. 금리는 유지하더라도 엔화 약세는 막겠다는 거죠. 엔화 약세를 막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팔아야 합니다. 그 결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보유고는 급감하게 됩니다.
수입 물가 급등 부작용 : 게다가 이렇게 강한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도 타격을 줍니다. 수입 물가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어제 발표된 일본의 수입 물가는 무려 40%나 급등했다고 합니다. 엔화가 약해지니 수입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죠.
유동성 문제도 불거져 : 사실 더 큰 문제는 유동성 리스크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장·단기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채 상품의 매매 가격 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격차가 그만큼 벌어졌다는 뜻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벌써 눈치를 챘는지, 회사채 발행량이 급증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평소 발행하지도 않았던 회사채를 2주 전에는 5570억엔어치나 발행했다고 합니다. 일부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중앙은행의 입장 변화를 우려해 서둘러 채권을 발행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제는 놀랍지 않다”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부디 큰일 없이 진정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6.5% 금리에 오픈런 이어 서버 마비까지 : 연 6.5% 이자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이 등장했습니다(🔗관련 기사). 다올저축은행이 롯데카드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상품을 출시한 건데요. 별도 기준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연 6.45%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이처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리 경쟁이 벌어지자, 고금리 예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영업 전부터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도 빚어졌는데요. 각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저축은행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도 서버가 마비돼 19일부터 20일 오전까지 접속 장애를 일으켰을 정도라고 합니다.
은마아파트, 35층 재건축 심의 통과 :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4424가구의 대단지입니다. 주민들은 건물 노후와 안전을 우려해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진단에 3번 연속 떨어지는 등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는데요. 19일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으면서 향후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관련 기사). 다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변경과 최고 층수 상향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으로 지어질 예정인데요. 서울시의 35층 층수 규제가 폐지되면 49층으로 변경한 정비계획안을 새롭게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