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협업툴이 가득한 세상에서 직장인이 살아남으려면
전세계 기술 산업군에서 정리해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과 거대 인터넷 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글로벌 테크기업의 구조조정 현황을 추척하는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의 통계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비롯한 미국 기술 기업의 정리해고 수는 올해에만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언뜻 보면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긴급조치처럼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기업의 자동화와 협력툴의 보편화,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맞물리면서 바꿔놓은 조직의 인력구조의 영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정리해고 대상자로 ‘중간 관리자’를 지정한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에는 ‘관리자(매니저)’ 직함을 가진 직원만 3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정리해고의 타깃이라고 합니다. 메타는 2023년을 ‘효율의 해'(Year of Efficiency)로 공표하는 동시에 정리해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lean and mean’의 대표 추종자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전체 인원 절반을 해고했습니다.
관리는 조직이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현재 환경에서 ‘관리’라는 단어는 오히려 ‘효율성’과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간주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부가 가치를 못 만드는 ’휴먼 라우터’?
모든 조직원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함에 따라 ‘lean’이라는 단어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문제가 복잡 다양해짐에 따라 부서간 협력과 소통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다른 부서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관리’ 직원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통량이 점점 많이 짐에 따라 소통하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인지적 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리자들은 끊임없는 회의와 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생산적인 업무 진행이 어려워집니다. 기업 조직의 비대화와 비효율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기술 산업계에서 자주 들리는 ‘휴먼 라우터’라는 단어는 바로 다른 부가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이 주요 업무인 중간 관리자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생산성 협업툴은 어떻게 조직 운영을 다시 쓰고 있는가?
자동화와 기업 협업툴의 출현으로 기업 운영은 다시 쓰여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간 관리자의 주요 업무 항목을 크게 팀 생산성 모니터링, 작업 진행 확인, 서식 작성, 문서 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는 협업툴이 이미 존재합니다.
큐브릭 벤처스(Cherubic Ventures)에서 투자한 기업용 메신져 및 협업툴인 잔디(JANDI)는 프로젝트, 부서, 작업 항목, 의제 등 주제별로 그룹을 설정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타사 협업툴과 호환되어 창 전환 및 메시지 복제와 같은 반복 작업을 줄이고 메시지 관리를 중앙 집중화 할 수 있습니다.
가트너는 2024까지 위에서 언급된 중간 관리자의 일상 업무 중 70%가 완전 자동화가 되어 그들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보고서 검토 등과 같은 일상 업무들이 자동화가 되면 인적 오류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토를 위한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발표한 ‘자동화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과거 자동화 기계의 출현으로 농장 근로자가 서비스 산업에서 이동했던 사례를 들어, 자동화는 인간에게 더 많은 고용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챗GPT(chatGPT), 미드저니(Midjourney) 등 생성 AI(Generative AI)가 자동화 툴의 미래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몇 분 만에 AI가 자동으로 블로그 게시물이나 사진을 만들어 주고,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생성합니다. 인간은 명령을 내리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바야흐로 기술이 업무 상당수를 대체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관리자가 기술을 더 잘 활용하고 팀 생산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팀 구성과 능력 향상 등 높은 수준의 관리 작업을 수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사설처럼 ‘이제 중간 관리자를 놓아주어야 할 때’입니다. 기업도 직원들이 관리와 책임을 지지 않고도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혁신적인 신기술이 나타나면 몇몇 일자리는 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고급 기술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배우고자 하는 ‘성장형 사고’를 갖춘 인재야말로 최고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트 첸(Matt Cheng) 체루빅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 아워송 코파운더
Matt Cheng, Founder and General Partner of Cherubic Ventures
Matt is a Taiwanese venture investor, serial entrepreneur, company advisor, and former junior tennis player. Prior to founding Cherubic, Matt co-founded Tian-Ge in China and 91APP in Taiwan, both went public at over $1B+ in market cap. Matt is also a company advisor to Wish and Atomic VC, as well as an early investor in Flexport, Calm, and Hims & 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