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하 회장 “시대 정신은 창업…’지방소멸’ 잘 키운 스타트업이 막는다”
인구절벽과 사람과 자본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방소멸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창업 지원, 해외 기업 유치, 워케이션 및 농촌유학 거점 조성, 유입인구 정착 지원 등 지역 유입 인구를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해 각 지역에 맞는 지방소멸 대응 정책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면에서 금전 지원과 더불어 창업교육 등 유입 인구를 위한 교육 지원의 균형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방 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장기적으로 경제활동 인구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잠재력 있는 중소상공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서밋 2023’ 키노트 연사로 나선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지방소멸 타개책으로 ‘창업 인재 육성’, ‘엔젤 투자와 성장펀드 활성화’, 그리고 양질의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시대정신은 ‘창업’이다. ‘마인츠’와 ‘말뫼’를 보라.
전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이 창업 생태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시대정신은 창업이고, 혁신의 주역은 단연 스타트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를 연 것은 글로벌 대기업이 아니라 오픈AI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창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상위 40개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도시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고, 그 다음이 중국과 유럽이다. 이렇듯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창업가를 육성해 성과를 낸 도시 중에 대표적으로 독일 마인츠가 있다. 터키계 이민자가 세운 바이오앤테크(BioNTech)라는 스타트업의 세수로 도시 부채를 한 번에 해결하고도 남은 것이다. 스타트업 하나 잘 키워서 성과를 낸 거다. 또 스웨덴 말뫼는 제철 산업이 쇄락하며 도시 경제와 정주 인구가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마르 리팔루 시장이 1998년에 대학을 세워 혁신 인재를 키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그 인재들이 IT, 바이오 등 분야에서 창업을 시도해 성과를 냈고 인구도 다시 늘었다. 때문에 말뫼는 유럽의 혁신도시 성공사례로 거론된다. 밑바탕에는 장기간 시장직을 수행하며 혁신생태계를 만든 시장의 리더십에 있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창업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 교육과 창업 교육, 그리고 금융교육을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에 좋은 대학이 많기에 얼마든지 그런 인재를 잘 키워낼 수 있다. 다만 교육 방식의 전환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지식만 강조하고 지혜를 가르치지 않는다. 샘 알트만(오픈AI CEO)은 본인이 창업을 잘 하게 된건 스탠포드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은 아이가 어릴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과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것이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라 불리우게 된 배경일 거다. 어릴 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창업 비율은 3배이상, 자산도 60%이상 차이난다는 통계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안 시킬 이유가 없다.
마중물과 성장 동력이 되는 재원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잘 되려면 인재와 함께 재원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이 엔젤 투자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엔젤투자자가 3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정부와 상관없이 인재를 발굴해 투자하고, 수퍼엔젤은 시리즈 A까지 책임진다. 우리나라도 엔젤 투자자가 늘고 있다. 우리 협회가 창설될 때 500명 수준이었던 투자자가 지금은 5000여 명이 넘는다.
다만 투자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고 금액도 8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에서 엔젤 투자가 활성화돼야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키울 수 있다. 엔젤 투자를 받은 기업이 정부 투자를 받은 기업보다 생존률이 높다고 본다. 협회 차원에서 지역 엔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전라권과 충청권은 바탕을 만들어 놓았다. 부울경 등 경남권은 올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성장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엔젤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엔젤 투자로 프로토타잎을 만들었다면 이어지는 양산형도 만들어야 하잖나. 그것이 부족하기에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거다. 지방에 규모있는 투자 펀드가 만들어져야 이탈하지 않는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기업을 만들때 필요한 조건이다.
15년 전 싱가포르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싱가포르에 와서 창업하는 회사에게 10억 원씩 줬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기업이 호창성 대표가 창업한 비키다. 비키는 크게 성장해서 엑시트까지 했다. 전북도에서 1조 규모 펀드를 만든다고 한다. 그게 제대로 지켜진다면 10년 뒤 전북은 크게 달라져 있을 거다.
양질의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리더십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역에 양질의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려면 리더십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부흥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 공이 크다. 금융위기 이후 대통령이 된 뒤 오바마는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주창했다. 2011년에는 국가 기업가정신 주간을 만들어서 창업을 붐업시켰다. 미국이 창업국가가된 발판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역 창업 기관의 장이 3년마다 바뀌면 지속성이 떨어진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의미있는 성과를 낸 지역은 리더가 연임을 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자체 소관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체계가 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진국에선 이민자들이 창업해서 양질의 생태계가 육성되고 있다. 우리도 아시아의 유능한 젊은이들을 유입시켜 창업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대국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유니콘 기업 1,000개를 만들면 가능하다. 그러면 눈치볼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국가 GDP 1,900조 원 중 2조 원만 쓰면 10년 뒤 1,000개의 유니콘이 탄생할 거라 본다.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