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 모험자본이 부족한 이유… ‘자본거리지수’를 줄이려면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하면서 지역은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 기업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방의 일자리 질은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평가이다. 상당 수 지역 투자가 단발적이면서도 소규모로 추진되다보니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하고, 각종 규제로 민간은 지자체 사업 투자를 망설이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모험자본(VC)의 스타트업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펀드 결성-투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6%, 6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국내 지역별 벤처투자는 수도권에 73.1%나 쏠렸다. 서울(55.3%)과 인천‧경기(17.8%)에 편중된 것이다.
“VC와 스타트업의 거리감이 있을 수록 자본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현실적으로 기업 모수가 부족한 비수도권에 대형 VC가 정주하긴 어렵다. 투자자본과 스타트업의 거리를 좁히는데 액셀러레이터 등 지역 투자기관의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 이용관 회장(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은 2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서밋 2023′에서 모험자본이 비수도권에 부족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CDI(Capital Distance Index: 자본거리지수)’라는 개념을 소개해 청중의 주목을 끌었다. 이 회장이 말한 CDI라는 용어는 권력거리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 상사에게 반론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를 차용한 개념이다. 지역 스타트업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수도권 투자사가 느끼는 저항도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이용관 회장은 “통계를 보면 VC 91.3%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지역 기업과 모험자본 간 거리가 멀다는 의미이다. 거리가 멀면 VC가 기업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편하고, 사업을 이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VC가 자주 지역에 가서 스타트업을 파악하고 투자 결정까지 하는 것이 쉽지않다. 투자 결정도 늦어지게 하지만 투자 이후 사후관리에도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조직 안전성과 사업의지 등 정성적 요소 파악이 어렵다. 보통 VC는 기업에 투자할 때 사업성과와 실적지표 등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파악한다. 스타트업은 비정량 요소만으로 볼 수 밖에 없는데, 지역에서 면밀히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CDI를 줄이려면 지역 투자기관 또는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물리적 거리로 발생하는 비정량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스타트업 모수가 많지 않기에 스케일업 펀드를 운영하는 대형 VC가 정주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CDI 이슈를 해소하려면 액셀러레이터 등 지역 기반 투자기관이 역량을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정량적으로 측정이 안되는 요소를 파악하고 신뢰를 공영화해준다면 지역에 VC 자본의 유입이 늘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액셀러레이터는 VC보다 상대적으로 지역 편중이 적다는 거다. 액셀러레이터 34.1%는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수도권에 있다 해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희망이 있다고 봤다. 그는 “전체적으로 시리즈 B 라운드 이상의 스케일업 단계에서 자본 부족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지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기술 창업 부분은 지역 편중이 조금은 덜하기도 하다. 기술이 뛰어난 기업은 수도권이든 해외에서든 모험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지역 스케일업 자금 확대 방안에 대한 “지역 투자기관과 수도권 대형 VC의 연계 강화, 실리콘밸리식 벤처 대출(Venture Debt) 활용,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지역 쿼터 확대, 지자체 및 지역 기관, 지역 기업의 LP 출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