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및 전자 전문분야 변호사로 11년 차 경력을 자랑하는 유지원 변리사는 본투글로벌에서 특허 출원에 대한 전략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녀가 스타트업에게 꼭 해주고픈 특허 이야기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PCT 특허 출원 사례입니다.
특허 출원에 대한 전략적으로 접근한 방법을 사례로 소개해주세요.
올해 지원해주는 기업 중 A사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여기는 와이파이 공유기에 대한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에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떤 공간에 가면 공용 와이파이를 쓰잖아요. 그럴 때 쓰는 패스워드가 불안정하고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으니까 특정 지역에서 권한이 있는 사람만 자동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보안 솔루션이었죠. 해외 박람회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대만이나 중국 쪽과도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단계에 있었어요.
A사는 본투글로벌 멘토링 센터에서 멘토링을 받고 있었는데요. 해외 특허 출원을 지원받고 싶다며 멘토님과 같이 찾아 왔더라고요. 멘토님이 강조하기를, 제대로 도움 받으려면 자신의 상황을 전문가에게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를 하라고 했대요. 그러지 않으면 추상적인 이야기만 오간다고요. 정말 몇 번이고 왔어요(웃음).
A사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출원이 이미 세 건이 있었고 해외 출원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내용을 보니까 세 건이 꽤 비슷한 내용이고 핵심적인 특허는심사청구를 안 해놓은 거예요. 센터에서는 최대 천만 원까지만 지원해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전략을 짰죠.
세 개를 각각 들어가려면 나라 별로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들어가요. 세 건이면 3000만 원이잖아요. 비용이 엄청나죠. 그래서 세 건을 하나로 묶기로 하고 개별 국가로 출원할 것인지 PCT로 나갈 것인지 다시 생각을 한 거죠.
PCT 출원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PCT 출원은 국제 특허 출원인데, 해외 국가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는 시기를 약간 유보해놓는 거예요. 시간을 버는 거죠. 국내 진입기간이나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사업화를 진행할 국가 별로 들어갈지 말지를 확정하면 되고요. 번거롭고 비용이 조금 더 들긴 하지만 일단 시간은 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PCT로 먼저 걸어두고 해당기간 동안 현지 반응을 보는 거예요. 그 중 미국에서만 반응이 온다면 미국만 제대로 들어가는 거죠. 스타트업은 잘 될지 안 될지 잘 모르잖아요. 처음에 잘 될 줄 알고 한 1억 쏟았는데 잘 안 되는 것 보다 한 2, 3년 정도 지켜보는 게 리스크가 적으니까요.
사실 이 출원은 변화가 빠른 IT 분야와는 좀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해요. 특히 잘 활용되는 분야가 제약 쪽이죠. 많이 쓰는 전술이에요. 국가 별로 다르지만 우선일로부터 30개월 정도 시간을 벌 수 있거든요.
아무튼 A사 입장은 해당 분야의 사업 성숙도가 너무 빠르긴 한데 천천히 가고 싶어 했어요. 시간을 벌고 싶었던 거죠. 더불어 각 국가에서 판매망을 직접 뚫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괜찮은 파트너사가 생기면 특허에 관한 권리도 양도할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마침 중국에 괜찮은 파트너사와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고요. 그래서 중국 출원에 비용을 쓰는 것 보다 PCT로 걸어두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어요.
진출하려던 모든 국가에 PCT로 출원이 된 건가요?
A사는 대만 쪽으로도 진출할 계획이었는데요. 대만은 PCT 출원이 안 되는 국가예요. WTO 협정 때 중국이 들어오면서 대만이 빠졌거든요. 그래서 대만만 개별국으로 들어갔어요. 때문에 대만 건은 중국어로 번역된 명세서가 필요했죠.
중국, 대만 내의 많은 중국계 로펌은 조선족이나 한국인 중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들을 데리고 있어요. 한국 기업들이 그쪽으로 워낙 출원을 많이 하니까요.
문제는 여기에 번역 오류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한국 명세서엔 분명 그 내용이 아닌데 중국 심사관은 왜 이렇게 지적하지?’ 하는 경우인 거죠. 번역이 형편없을 때도 많아요. 그래서 좀 괜찮은 회사들은 해당 국가의 현지인을 고용해 번역을 체크하게 하고 있어요. 보통 대만에 한국어 명세서를 주고 중문으로 명세서를 번역해 달라고 하면 해주긴 해요.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꽤 있어요. 기술 내용과 특허법적 문제를 알고 번역을 하는 것과 단순 번역에는 무척 큰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과정을 진행할 때에 전문가의 자문이나 리뷰가 기업에게는 꼭 필요해요. 그런 역할을 저희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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