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HER)와의 인연은 제법 연차가 있다. 물경 7년이다. 그 사이 나는 직장과 직종이 몇 번 바뀐데 반해, 그녀는 직장은 바뀌더라도 직종은 항상 일관적이었다. 바로 회사의 홍보담당자라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한 그녀는 ‘꼬날‘이라는 닉네임으로도 유명한 파이브락스(구 아블라컴퍼니) 이미나 홍보이사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미나 이사를 수식하는 표현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대모’ 혹은 ‘홍보여신’이다. 물론 제삼자들이 언급하는 것으로 정작 당사자는 이 표현에 적지 않은 난색을 표한다. 그저 본인의 업을 좋아하고 16년 간 같은 일을 했고, 앞으로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고 싶은, ‘홍보하는 사람’ 으로 남고싶어 한다. 더불어 홍보업을 16년이나 해온 베테랑이기에 후배 홍보인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법도 하지만, 이 역시 그녀가 경계하는 부분이다. 본인은 그럴 위치도 아니고 홍보는 각각의 회사마다 경우가 다르기에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는데는 인색함이 없다.
일흔살까지 현장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고 싶다는 이미나 이사를 만나봤다.
우선 뻔한 질문 몇 개 드리겠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또 파이브락스를 소개해 주세요.
이미나라고 합니다. 2010년 9월 창업한 파이브락스(전신 아블라컴퍼니)라는 스타트업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고요.
‘파이브락스’는 모바일 게임 분석 운영 서비스에요. 사용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그것을 근거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원스탑 라이브 운영 툴이에요.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게임 분석과 운영을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게임 개발사에서 원하는 조건을 조합해 상세하게 사용자 이용 행태를 분석해 낼 수 있어요. 파이브락스에서는 이러한 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각각의 유저 행태에 딱 맞는 운영 전략을 세워 특정 유저를 대상으로 푸시 발송, 공지, 설문조사, 아이템 할인 이벤트, 크로스 프로모션 등을 바로 진행할 수 있죠. 게임 유저의 레벨 진행 상황이나 게임 숙련도, 구매 현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도 보다 즐거운 게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전 이창수 대표님 인터뷰 때 언급된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파이브락스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 탄생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파이브락스의 원 모델은 대외적인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예약왕 포잉(현 포잉, 트러스트어스에 매각)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보려고 만들었던 분석툴이었죠. 당시 포잉을 운영하면서 정밀하고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을 분석할 툴이 필요했거든요. 관련 서비스를 찾아봤지만, 각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딱 맞는 실시간 분석 툴이 없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개발을 해서 사용했죠. 그런데 어느날 저희 회사에 놀러 오신 로켓오즈(선데이토즈에 피인수) 임정민 대표님이 “이 좋은 걸 왜 당신들만 쓰느냐. 시장에 내놓아라.”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B2B 서비스로 만들어 내놓은 것이 파이브락스에요. 사실 그 전까지 저희 회사는 B2B를 전혀 안 하던 회사였고, 생각도 안 했었어요.
최근 들어 그로스해킹이 회자되고 있지만, 아블라컴퍼니 시절부터 회사가 그로스해킹에 대해 깊이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것이 연결되어 회사명이자 서비스인 파이브락스가 탄생했고요.
우리 회사 자체가 데이터 기반으로 뭔가 분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개발하기를 좋아하는 팀이에요. 최근 그로스해킹 회자되는데. 저희는 2011년부터 그로스해커가 돼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계속 공부를 해왔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데이터 기반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팀의 공감대가 커졌고요.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사내 분석 툴도 잘 만들게 됐고, 그 분석툴이 파이브락스로 발전을 한거죠. 요약하자면, 회사가 좋아하는 것이 서비스화 되고 잘하게 된 경우죠.
최근에 사내에 두 개의 신규팀(그로스해킹팀과 리서치팀)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각각 어떤 것을 하는 팀인가요?
아직은 시작단계예요. 우선 그로스해킹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세일즈, 학습 및 실행을 하는 조직이에요. 예를 들어 홈페이지에 사인업 하고 실제로 우리 SDK를 다운 받는 고객들이 많은지 적은지 등 데이터를 근거로 유동성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거죠.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효과적인 마케팅, 세일즈 전략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 팀에는 저도 들어가 있어요.
리서치 팀은 저희 비밀 병기에요. 아직 팀장 등 구성원에 대해서는 공개를 안하고 있어요. 이 팀은 사용자,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고객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팀이에요. 예를 들어 게임이 재미있나 없나,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것이 즐겁나 즐겁지 않나, 뭐가 쉽나 어렵나 등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팀이에요. 팀 구성은 두 분인데요. 엔지니어 기반으로 두 분 다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세요.
본 질문은 여기서 부터입니다. (웃음) ‘꼬날(kkonal)’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으세요. 이 별명에 대해 저희가 제일 먼저 기사에 반영하고 싶었지만 선수를 뺐겼는데요(웃음). 그래도 여쭤봅니다. 그 닉네임의 유래를 듣고 싶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꼬날은 ‘꼬마 날라리’의 줄임말이에요.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꼬날 너는 참 행복한 녀석이야’라고 편지에 써서 보내준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재밌네’ 하고 지나갔는데요. 대학교 때 pc 통신을 하면서부터 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하게 됐어요. 사실 아이디를 제 본명으로 하려고 했지만, 이미 등록돼 있어서 못하던 차에 불현듯 ‘꼬날’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2007년에 이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현직 홍보 담당자인데요. 다른 업종에서도 있으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음악 관련 일이었어요. 자연스레 첫 직장도 음반 기획사였고요. 그 곳에서 1년 정도 로드매니저 일을 했어요. 이후에도 계속 음악쪽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때 입사하고 싶었던 레이블들이 구인을 하던때가 아니라서 잠시 돈이나 벌자는 마음으로 리포트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 회사는 직원의 조건으로 딱 2개를 걸었는데요. pc 통신에 능통할 것과 타자를 분당 1,000타 이상 칠 것이었어요. 저는 그 두 개 조건에 다 해당되었던 지라 어렵지 않게 들어갔죠. 반쯤은 알바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는데 덜컥 정직원으로 채용이 됐어요. 그때가 95년도에요.
그때 제가 들어간 회사는 분당 얼마씩을 지불하고 해외 DB에 접속해 한국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한 뒤 그 내용을 가공해서 리포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였어요. 지금이야 생소하게 들리실 수 있겠지만, ‘검색대행회사’였던 셈이죠. 또 요즘에는 거의 없어진 자격증이지만, 정보검색사 교육을 하던 회사이기도 했고요. 알바하는 심정으로 들어온 회사였지만, 일을 하다 보니 검색 분야 일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실무 현장에서 인터넷을 빨리 접했고, 뉴욕 출장 중에 네스케이프 론칭 현장을 보는 등 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눌러 앉았어요. 제 IT분야 경력은 이 때 시작됐죠.
홍보 쪽 일은 98년도 부터 시작했어요. 검색도 재미있었지만, 홍보쪽 일도 관심이 커지던 차에 검색 엔진 만드는 회사에서 홍보 담당자를 뽑아서 입사했어요. 그곳이 엠파스였죠. 이후에 홍보 전문가가 돼 보고 싶어서 OPQR(현 피알원)에서 일을 했고요. 그리고 ‘첫눈(NHN에 피인수)’, 테터앤컴퍼니(TNC/구글에 피인수), 엔써즈(KT에 피인수)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했어요. 본엔젤스에서도 있었지만, 몸이 안좋아서 퇴사했고요. 5개월 정도 쉬고 있었는데, 노정석 대표(현 파이브락스 CSO)님이 ‘그만 쉬고 빨리오라’고 해서 파이브락스(당시 아블라컴퍼니)로 가게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가는 회사마다 잘된다는 이야기가 두고두고 회자되는데요.
제가 잘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에요. 입사하는 곳마다 좋은 결과를 내서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행복감이 있기는 해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마케팅, 광고, 홍보의 차이점을 궁금해 하는데요. 어떻게 구분해야 한다고 보세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그림이 있어요. ‘마케팅’은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러뷰’라고 하는거예요. 하고 싶은 말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거죠. ‘광고’는 ‘아이러브유’를 세 번해서 반복하는 거예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홍보(PR)는 제 3자가 얘기해주는 거예요. 즉 나나 우리 회사에 대해 우리가 직접 얘기를 안 해도, 얘기해주는 사람을 늘려가는 행위인 거죠. 홍보는 우리 회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계속 할 수 있게 관계 구축을 하는 작업이며, 더 앞으로 나가는 것과 관련된 모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중시해야 할 홍보 전략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홍보를 생각할 때 대다수가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하는 전략을 생각하는듯 싶어요. 하지만 도구는 거들뿐이고, SNS 활용은 홍보 방법 중 하나라고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나랑 우리를 분석해야 한다는 거에요. 홍보 담당자는 창업자와 이야기 할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왜 회사에 모였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고, 당장 3개월 후에 무슨 일을 할 건지, 그리고 회사가 어떻게 알려지길 원하는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등을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거죠. 홍보담당자는 이러한 것들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해요. 그것을 바탕으로 누구를 타켓으로, 어떤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얘기할 건지를 판단해야 해요. 또 타켓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정보를 습득하는지도 정리를 해야 하고요.
스타트업은 홍보담당자를 따로두기 어려워서 대표들이 하거나, 그냥 주니어 중 한 명을 홍보담당자로 임명해 일임하는 경우가 있어요.
좋고 나쁘다를 말할순 없다고 봐요. 그런 것 자체도 그 팀의 색깔이에요. 형식이나 방법은 중요하진 않아요. 사람마다 조직마다 팀의 색깔은 다 다르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어떤 팀인지 고유색을 뽑아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재밌게 할 수 있는지는 알아야겠죠. 특히 대표님 성향도 파악해야 하고요. 대표가 홍보에 도움이 안된다 불평을 하지 말고 그게다 우리 팀의 특성이라 받아들이고 그걸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홍보를 할 때 미디어들과의 관계형성도 필요할텐데요.
홍보 담당은 관계를 형성해야 할 사람이 참 많아요. 언론을 비롯해 조직이나 단체, 업계 전문가 등 엄청 다양하죠.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언론이에요. 사실 여러분야 전문가 중 기자 컨택이 가장 쉬워요. 기자들의 기사는 포탈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기사 하단에는 이메일 주소가 명기되어 있어요. 또 언론의 영향력 범위가 가장 크기도 하죠.
저는 엔써즈 때부터 차를 끌고 다녔는데요. 엔써즈가 기술 기업이었기 때문에 제가 쓴 보도자료임에도 저도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하물며 기자들은 오죽했겠어요. 그런데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설명을 하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신기하다고 빠져들던 기자도 있었고요. 그래서 직접 가서 보여주는 것이 낫다 라는 걸 깨달아서 기동력을 갖추기 위해 차를 산 거죠. 홍보 담당에게는 다른 여러 재능 보다 기동력과 작업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거죠.
보도자료 반영 안됐다고 따지는 분들도 간간히 계세요. (웃음)
기사 하나 때문에 ‘보도자료 내주세요’식으로 관계를 구축하기 보다는 사전에 좋은 이미지, 이름 정도라도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봐요. 이런 분야 서비스를 스타트업이 있다는 것 정도의 정보를 주는 것만 해도 좋은 거죠. 나중에 진짜 필요한 기사를 부탁할 때 이미 알고 있기에 반영될 확률도 높고요. 우리 사업이나 관계자가 언론에게 좋은 취재원이 된다면 서로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좀 더 많은 기자들과 관계 형성을 해야해요. 또 기자들이 소개해주는 인맥도 있고요. 우리 나라 산업 중에 우리 회사가 있다는 정보를 주는 게 좋아요. 더불어 단발성 기사를 위한 접근보다 지속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해요. 신뢰를 쌓는 중간 단계가 중요한 거죠.
최근에 위즈돔을 통한 홍보 마케팅 강연이 11차 앵콜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홍보 강연을 진행 중이세요.
강연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편한 자리에서 얘기하는 정도예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홍보는 이렇게 해야 해’식의 강연은 안합니다. 아니 못 해요. 업계의 아는 분들이 소규모로 모여 있을 때 편하게 그냥 내 생각을 말씀 드리고 고민을 나누고 이런 자리예요.
그럼 ‘티타임’으로 정정하겠습니다. 그 티타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고민은 뭐가 가장 많던가요?
막상 얘기를 해보면 ‘홍보는 회사를 알리는 것’ 이란 막연함 때문에 무조건 회사를 알리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하시는 것을 자주 봐요. 또 회사에 홍보담당이 필요한지, 시시때대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떡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을 고민하세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홍보는 이런 거고, 홍보 담당자로서 나는 이런 일을 한다 정도를 말씀드려요.
사견이지만, 홍보는 꼭 회사를 알리는 일만 하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계를 만들고,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사님은 현업에서 일흔 살까지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왜 여든 살이 아닌가요? 우리나라 여성 평균연령은 그 이상인데요. (웃음)
지금도 골골한데 70세도 많이 잡은 거죠. 80세 까지 하면 회사에 피해를 줄 것 같아요. (웃음)
20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꼬날과 현재의 꼬날, 그리고 70대의 꼬날은 어떻게 다를까요?
20대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었어요. 고민이 많았고, 성격이 예민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잘 삐지는 스타일이었죠. 직장인 보다는 예술가 쪽에 가까웠고요.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제가 어릴때부터 하고 싶었는 일은 음악 일이에요. 그 일을 안 하게 됐다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에요. 많이 놀기도 놀았고, 일도 열심히 했지만 사실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에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운이 좋았던 시절이기도 해요. 거쳤던 회사들이 다 좋은 회사였었죠.
30대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어요.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요. 진짜로 그런 경험을 했어요. 안정된 느낌이 들었고, 한 군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안정화 시기였다고 봐요. 대신에 몸이 많이 아팠던 때에요. 전신 마취 수술을 3번이나 경험했으니까요.
40대인 지금은 20대 때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홍보라는 일이 트렌드도 변화하고, 방법도 빠르게 변하고, 미디어 매체도 변하기에 저도 계속해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스해킹에 대해 배울 것도 많고, 테크놀로지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하면 맞춰 가야 하고 그래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나름 잘 따라간다고 보는데요. 한번 트렌드를 놓치면 못 따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기도 해요. 지금 더 뭐를 배워야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 중이에요.
어릴 때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글로벌 사회가 될 거라는 거였어요. 그때는 흘려들었지만, 지금 정말 그렇잖아요? 저는 글로벌 사회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언어뿐 아니라 더 많은 문화 체험, 더 열린 마음으로 세계인과 만나는 거침 없는 태도가 부족한데요. 그 부분을 더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향후 2-3년은 그런 것을 더 고민할 것 같아요.
70살쯤 되면 패티김 같은 현역이 되고 싶어요. 최고의 거장 자리어서가 아니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현재 하고 있는 일도 계속하면서 내 고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그런 포지션이요. 조용필, 김창완 등이 계속 신곡을 내듯이 저는 그런 직장인이고 싶어요. 현역으로 내 분야에서 일을 계속하고 싶고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뜬금없는 질문이긴 한데요. 이사님은 여러 창업자들과 함께해 보셨는데요. 그들과 있으면서 창업을 생각해 보신적은 없나요?
저는 저 스스로를 자주 분석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해 저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고, 누군가를 끌고 가는 자질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거예요. 창업보다 그런 일을 더 좋아해요.
예나 지금이나 업계에서 훌륭한 네트워커 역할을 하고 계세요.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간 징검다리 역할도 해주시고요. 회사와 관련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역할을 하는 신념이 있으신가요?
저는 블로그를 운영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2003년부터 블로그(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고, 2006부터는 텍스트큐브 기반 꼬날닷컴(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을 운영중이에요.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하고 있고요. 이들 SNS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고 있어요. 즉 블로그와 SNS가 창구가 되서 다양한 연락이 와요. 저는 그저 일개 홍보 담당일 뿐인데도 회사 대표, 업계분들이 연락이 많이 와요. 그렇게 해서 만나는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징검다리 역할에 대해 신념이라고 할만한 것은 전혀 없어요. 굳이 제가 애쓰지 않아도 기업과 기업 간, 기업과 미디어 간 다양한 매치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회사를 만났고, 어떤 기자를 만났다고 치자고요. 기자가 ‘음악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라고 운을 띄우면 자연스레 그 분야 사람이 생각나서 제가 알고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하곤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거죠.
홍보 쪽 일을 원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20대 때 심하게 방황을 했어요. 특히 음악을 안 하기로 한 98년 이후 지금까지 피아노 뚜껑을 한 번도 안 열어 봤을 정도예요. 그 부분에 대해 참 고민과 갈등이 많았죠. 하지만 음악을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일단 한 번 해봤으니까요.
저도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피아노만 쳤기 때문에 제가 글 쓰는 걸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몰랐어요. 하다 보니 알게 된 거죠. 그러니까 일단 하고 싶은것은 뭐든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몰라요. 그걸 알기위해서는 해봐야 해요. 나에게 오는 기회들을 그냥 다 잡아서 해보면 생각지도 않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봐요.
감히 조언을 드린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안 해서 후회하는 거 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아요. 일단 발을 담가 보세요. 저도 홍보 일이 제 적성에 맞다는 걸 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경우예요. 뭐든 해보고 적성을 찾아 보세요. 파이브락스가 B2B회사로 어느날 변신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오늘 울리고 웃겨주셔서 감사해요. 늘 그랬듯이 자주 연락드릴게요.
이미나 이사 프로필
- 2011.05 ~ 현 파이브락스(구 아블라컴퍼니) PR Executive Director
- 2010.09~ 2011.01 본엔젤스 벤처 파트너스 홍보팀장
- 2008. 09 ~ 2010.08 엔써즈 홍보팀장
- 2007.01 ~ 2008. 09 태터앤컴퍼니 홍보팀장
- 2005.08 ~ 2006.12 첫눈 홍보담당
- 2004.06 ~ 2005.08 홍보대행사 OPQR PR 3팀 팀장
- 2003.06 ~ 2003.10 로플 마케팅팀 차장
- 2002.03 ~ 2003.06 싸이버토크 홍보팀장 (음악사이트 ‘푸키’)
- 1999.05 ~ 2002.01 엠파스 (구. 지식발전소) 홍보팀장
- 1998.08 ~ 1999.04 싸이버토크 (싸이버 H.O.T, 싸이버 유승준)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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