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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비트 TIP] 쉽게 알아보는 저작권,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 중 사실상의 표준 원칙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기술과 제품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구조 등은 단순한 창작의 결과물을 넘어 업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법적으로 흥미로운 쟁점이 숨어 있습니다.

창작자가 초기에는 창의적으로 선택한 특정 표현이, 시간이 지나 표준처럼 자리 잡게 되었을 때, 이 저작물은 여전히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살펴볼 개념이 바로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입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된 이 원칙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며 창의성을 가진 표현만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 법리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이디어와 표현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 중 ‘사실상의 표준’ 원칙이란?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 중 대표적인 사례로 ‘사실상의 표준’ 원칙이 있습니다. 작품을 처음 창작할 당시에는 그 작품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많이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그 표현방법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상 제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문 키보드(타자) 글자판의 알파벳 배열은 키보드 왼쪽 위에서부터 오른쪽으로 Q, W, E, R, T, Y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QWERTY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영문 키보드를 만들 당시에는 여러 가지 배열방식이 가능하였지만, 언제부터 인가 이 배열방식이 업계의 표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키보드 업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키보드 자판을 만들어서는 팔 수가 없기 때문에 QWERTY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QWERTY 방식은 더 이상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사실상의 표준’ 원칙은 이와 같이 창작 당시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했으나, 나중에 그 표현방식이 업계의 표준이 되어버려서 다른 표현이 불가능해진 경우입니다.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가 처음부터가 아니라 후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이지요.

사실상의 표준화 현상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어떠한 장치를 사용할 때 그 장치로부터 정보를 얻고 조작을 하는 대면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 작업을 할 때 스크린에 나타나는 메뉴, 윈도우 프로그램의 각종 아이콘, 키보드나 마우스, 조이스틱 등의 하드웨어 장치, 자동차의 핸들과 스틱 등 운전자가 사용하는 각종 장치와 계기판의 배열 및 디스플레이 등이 사용자 인터페이스입니다.

‘사실상의 표준’ 원칙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한 유명한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Lotus 판결 (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1st Cir. 1995).

지금은 계산프로그램으로 대부분 Microsoft의 엑셀 프로그램을 쓰지만, PC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말에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Lotus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Lotus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이고, 피고는 Lotus 이후에 나온 계산프로그램인 Quattro Pro의 제작자입니다. Quattro Pro는 Lotus와 거의 똑같은 메뉴(인터페이스)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미 Lotus 프로그램의 메뉴구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복잡한 명령어를 다시 배워야 하는 노력을 덜어주기 위하여 Lotus의 메뉴구조를 모방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원고가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사실상의 표준’ 원칙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만약 Lotus 메뉴구조를 저작권으로 보호해 준다면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자는 메뉴구조를 Lotus와 다르게 구성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새 프로그램 사용자는 새로운 메뉴 명령어와 작동방법을 습득하여야 하고, 그것이 귀찮은 사용자들은 Lotus보다 더 우수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중에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이 Lotus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업자가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봉쇄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함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후생확대에 반합니다. 항소심은 이러한 이유로 Lotus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 되어 1996. 6. 16. 많은 관심 속에 판결이 내려졌는데, 미국 연방대법관 9명 중 8명이 심리에 참여한 결과 4 대 4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항소심을 뒤집기 위해서는 대법관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데, 과반수가 되지 못하여 결국 Lotus 메뉴구조의 저작권보호를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사실상의 표준’ 원칙을 적용한 가장 대표적인 판결로 평가됩니다.

살펴본 사례와 같이 융합의 원칙과 ‘사실상의 표준’ 원칙은 저작권 보호의 경계를 설정하고, 창작자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간의 균형을 조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특히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지털 디자인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분야에서 빈번히 등장합니다.

이처럼 기술과 창작이 결합된 환경에서는 저작물의 보호 가능성을 평가하고, 표준화된 표현이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법무법인 비트 TIP팀은 이러한 저작권 침해 방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년간의 경험과 복잡한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하며, 고객사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창작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지털 디자인과 같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법무법인 비트의 TIP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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