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Lean Life] 2. 린 스타트업과 린 라이프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희우의 린 라이프’
창업(創業) 이란..
창업(創業)이 뭔가? 사전적 의미로는 업(業)을 시작하는(創) 것을 말한다. 그럼 업(業)은 뭔가? 업(業)은 직업, 일, 기업을 말하는 것이다. 창(創)은 무슨 뜻인가? 단순하게 시작한다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창(創)은 칼(刂)로 상처를내다(倉) 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즉, 뭔가 새로운 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칼로 도려내는 아픔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그게 창업의 본 의미다.
근데 뭔가 비장하다. 창업이란 용어부터 이런 비장한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그저 좋은 측면이라면 비장한 각오를 한번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 뿐. 그렇지만 창업이란 용어를 영어로 풀어보면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스타트업(Start-up). 시작해라(Start), 그리고 시작했으면 위로 올라가라(Up). 스타트업이란 용어에는 창업의 비장함이 들어있지 않다. 그냥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기왕 시작했으면 위로 올라가야지.
동서양 문화의 차이인가? 하여튼 창업에선 비장함이 느껴지지만 스타트업은 가볍고 친숙하다. 나도 처음에 창업을 생각했을때엔 뭔가 거창한 것, 예를 들면 가정을 포기하고 전재산을 걸어서 해야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제 ‘먼데이펍’을 창업해 보니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즐길거리 같은 것을 가볍게 시작한 정도. 그것도 100만원 정도 들여서 예능관련 TV 다시보기 앱 ‘요즘예능’을 출시한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지금 10만 다운로드를 넘어 서고 있지만.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이란..
창업을 두려워 말라. 그냥 스타트업(Start-up) 이란 용어만 기억하자. 일단 시작을 해보자. 그런데 시작을 했다면 어떻게 회사를 끌고가야 할까? 그 답은 ‘린(Lean)’에서 찾을 수 있다. ‘린 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Eric Ries)는 스타트업을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실패를 했을 때에도 그 타격을 줄이게끔 만들어주는 방법론이 린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란 용어 앞에 고작 린(Lean)이 하나 붙었을 뿐인데 뭔가 거창해 보이는 방법론이 된 것이다.
즉, 린스타트업을 다시 얘기하면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군살을 빼 빠르게 움직이는 초기 단계의 조직이나 기업’을 말한다. 군살을 빼야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야 트렌드를 잘 읽고 망하더라도 타격도 덜하겠지. 시장에서 뭐가 먹힐지 모르니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제품이나 서비스인 최소존속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빨리 내 놓아야 하는 거겠고. 그러기 위해 MVP를 빨리 구축(Build)하고 그 구축된 서비스를 통해 시장반응을 제대로 측정해야(Measure) 하고, 결국 그 측정을 통해 자신의 실수나 개선점을 배워야(Learn) 한다. 이 세 단계, Build(구축)-Measure(측정)-Learn(습득)이 린스타트업의 핵심이며 이런 삼각서클 뺑뺑이(Iteration)를 빨리 돌려서 제대로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핵심인 것이다. 그 MVP가 잘못되었다면 다른 곳으로 살짝 방향도 전환(Pivot)하는 것도 필요하고.
뭐 여기까지 얘기해 놓고 보면 사실 재미없다. 미안하다! 그렇다고 교육감 선거에 나왔던 모 후보같은 말투의 미안함은 아니다. 단지 내 글이 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이다.
그리고, 린 라이프(Lean Life)
난 청혼을 총 네번 해봤다. 물론 각기 다른 여인 네명에게. 네번째 내 청혼을 받아준 이가 바로 현재 와이프인 것이고. 그렇다고 청혼을 허투루 막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 진심을 다해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세번은 실패했다. 그 원인은 내가 많이 서두른 탓도 있었겠다. 그렇지만 난 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가급적 빨리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멋드러지게 청혼 이벤트를 만련해서 청혼을 했건만 세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청혼이 실패할 때마다 난 상대방에게 물어봤다. 내가 뭐가 문제냐고? 뭘 개선해야 다음 번 다른 여자에게 하는 청혼에서 실패하지 않겠냐고?
비단 청혼에서만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수 많은 소개팅에서도 차일 때 마다 난 상대방에게 나를 찬 이유를 물어보았고, 그 이유를 개선해서 다른 여자를 만나왔다. 그렇게 수많은 아픔과 차임 속에서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나를 선택해준 여자가 현재의 와이프고, 아직까진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가 이상한 놈인가? 모르지. 요즘 같으면 썸(Some) 적당히 타다 그린 라이트를 켜거나 아님 끄거나 해서 상처를 덜 받게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결혼과 결혼 이후 생활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 나(MVP)를 맨 몸으로 던져 놓고(사실 그땐 돈도 없었고 집도 없었다. 막연한 이상만 있었을 뿐) 그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그게 아니라면 난 아무 미련 없이 다른 이에게 간 것 뿐이었다. 구축(Build)도 빨랐고 나름의 측정(Measure)도 빨랐으며 그것을 통해 난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울(Learn) 수 있었다. 그 뺑뺑이(Iteration)를 백번 정도 돌리니 결혼할 수 있게 되더군. 서른 다섯에.
인생 너무 무겁게 살지 말자. 스타트업만 린하게 할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며 나의 인생이다. 소중한 나의 인생도 큰 실수 없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작은 실수들을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창업이란 용어보다는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더 가볍게 느껴지고 스타트업 앞에 린(Lean)이 붙으니 더 가벼워 지는 것처럼 우리 인생(Life)에서도 그 앞에 ‘Lean’을 붙여보자. 우리 인생이 좀 더 단출해지고 가벼워 질 수 있도록 말이다. 작은 실수를 통해 그 배움의 뺑뺑이를 더 빨리 많이 돌리면 결국 그 목적지로 갈 수 있거든. 가끔 방향전환(Pivot)도 필요하기도 하지만.
지난 일요일 오후 6시무렵 여섯살배기 딸래미가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애는 놀고 난 피곤해서 거기 벤치에서 그만 누워 잤다. 아마도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노숙자냐? 어떻게 동네 아줌마들 있는데 거기서 자니? 당장 들어왓!!!”
난 이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