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가수 신윤미와 그녀의 히트곡 ‘칵테일 사랑’을 둘러싸고 발생한 마로니에 립싱크 사건은 당시 저작권법의 논의에 중요한 계기가 된 사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신윤미가 부른 노래가 인기를 모았으나, 음반에 수록된 노래의 코러스 편곡자나 실연자로서 신윤미의 성명을 표기하지 않았고 음반을 틀고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음에도 방송 무대에서 립싱크 방식으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신윤미는 자신의 이름이 누락된 것이 명백한 성명표시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신윤미의 손을 들어주며, 음반에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제작 및 유통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실연자의 성명표시권을 인정한 첫 사례로, 이후 음악 저작권 분야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성명표시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권리가 창작자와 실연자들에게 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성명표시권이란?
저작자가 작품을 공표하기는 하는데, 아직 세간의 평가를 받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공표할 수 있습니다. 아예 무명으로 공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가명이나 무명으로 공표하고자 했던 저작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본명을 밝혀 버리게 되면, 저작자는 그로 인해 의도하지 않았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하여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2항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를 ‘성명표시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그 저작자가 표시한 그대로, 즉 본명을 썼으면 본명 그대로, 가명을 썼으면 가명 그대로, 무명으로 했으면 무명 그대로 해 주어야 합니다. 저작자가 본명을 썼는데 본명을 지우거나 다른 이름을 쓴다거나, 가명이나 무명으로 공표하려 했는데 함부로 본명을 밝히는 것은 모두 성명표시권 침해가 됩니다.
예컨대 ‘하정우’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책 ‘걷는 사람’을 출판하는 경우에는 저작자와 상의할 필요 없이 ‘하정우’라는 저작자명(아호)을 표시하면 됩니다. 굳이 그의 본명인 ‘김성훈’을 찾아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본명을 밝히는 것이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라고 함은, 저작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이번 개정판부터는 ‘하정우’ 대신 ‘김성훈’으로 표시해 달라는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과 같은 성명으로 표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무명의 저작물은 무명 그대로 이용하여야 하고, 그것으로 족합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마치 자기 작품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을 흔히 ‘표절’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 그의 이름이 아닌 자기 이름을 표시하기 때문에 표절을 하게 되면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성명표시권은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는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성명표시를 생략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 매장이나 화랑, 레스토랑, 호텔 로비 같은 곳에서는 장소의 분위기를 위하여 은은하게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음악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그 곡이 누구 작곡 누구 작사의 음악이라고 저작자의 성명을 방송해 주어야 한다면 영 어색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득이한 경우에는 성명표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성명표시권은 단순히 창작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평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저작권법의 중요한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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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창작 산업에서 성명표시권 준수의 중요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성명표시권 등 저작권 보호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법무법인 비트를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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