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는 개인 간에만 일어나는 재산범죄가 아닙니다. 거래처 간 용역관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투자자와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심지어 사장과 직원 간 근로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여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처분을 하도록 하면 범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 용역을 할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 수주한 경우
발주자인 회사가 앱 개발 전문 IT 회사에 개발 의뢰를 했습니다. 해당 앱 개발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발주자는 PM부터 디자이너, 백앤드, 프론트앤드, AI 전문인력들이 인하우스로 있는 업체를 선정 조건으로 표명했습니다. 해당 IT회사의 대표는 개발자 출신도 아닌 마케팅 출신이었고, 다른 임직원 없이 대표 1인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IT회사는 개발용역을 수주하기 위해 전문 인력들을 전부 인하우스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속여 계약을 따내고 수억원의 계약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IT회사는 용역 업무를 착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연락두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발주회사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런 경우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형사상 사기죄에도 충분히 해당할 수 있습니다. IT 회사는 개발능력과 개발의사가 없었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발주자를 기망하여 계약금을 받은 것입니다. 여기에서 불법영득의사인 고의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주 회사가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받으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 사기 고소를 병행해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 허위의 사업계획을 통한 투자 유치를 한 경우
많은 사업가들이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니면서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중에는 비전 있는 사업가부터 투자금만 날름 받아먹으려는 사기꾼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사업계획서의 허위성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계획서”이니깐요. 그럼에도 회사와 경영진이 해당 사업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는 여러 상황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창업가가 해당 사업의 핵심은 본인의 관련 경력과 학력이라고 주장하고 객관적으로도 핵심 조건이었지만, 알고 봤더니 본인의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였거나, 정부의 인허가가 필수적인 사업에서 관련 사업의 인허가가 아직 승인되지 않았거나 이미 불승인 된 경우, 투자의 핵심 조건인 지식재산권이 애초에 없거나 취득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 등 이러한 투자 유치에 핵심적인 내용을 창업자가 투자자를 속이고 투자를 받은 것이라면 충분히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선 용역 계약 사기와는 달리 투자 사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그 기망행위와 재산 처분행위(투자금 납입) 간 객관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습니다.
- 합의해줄 생각이 없음에도 합의금만 받고 합의 안 해준 경우
어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통해 판단을 받지 않고, 원만한 상호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합의에 필수적인 장치는 바로 “합의금”입니다. 일방이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전달해주는 대신 상대방은 해당 분쟁과 관련하여 이미 제소한 것을 취하하거나 향후 어떠한 민형사상 조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를 해주는 것이죠.
피용자가 고용주를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해당 피용자가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 해고인지 권고사직으로 인한 자진퇴사인지 등 다양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용자는 고용주에 합의금을 요구했고, 고용주는 불필요한 분쟁을 조기에 종료하기 위해 합의에 응하고 약속된 합의금도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피용자는 합의금을 받고 나서 갑자기 합의서 날인을 거부하고 그 동안 신고한 것들을 취하하지도 않았습니다. 피용자는 애초부터 합의해줄 생각이 없었고, 합의금만 받고 고용주를 처벌받도록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피용자는 마치 합의해줄 것처럼 고용주를 기망하고 고용주로 하여금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므로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기범이 고소를 당한 이후에 돈을 돌려주면 무죄가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기망을 당해 재산상 처분을 할 때 성립됩니다. 사기범이 고소를 당한 뒤에 처벌이 무서워서 돈을 돌려준다고 해도 형량에 있어서 참작이 될 뿐이지 이미 사기 범죄는 성립한 것입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이동명 변호사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