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이윤이 아닌 선(善)을 찾아 나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인공지능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17일,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자사의 AI 혁신 성과를 발표했다. 흔한 기업의 성과 발표와는 달랐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 대신, 그들이 내놓은 것은 ‘사회적 가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첫째로 기상예측이다. 바관(Baguan)이라 이름 붙여진 AI 기상예측 모델은 1km 단위로 날씨를 예보한다. 시간마다 업데이트되고, 10일 앞의 날씨까지 내다본다. 단순한 일기예보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전력 생산량을 조절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는 요즘, 이런 정밀한 예측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의료 분야다.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진단도구 ‘판다(PANDA)’는 인간 의사보다 34.1% 높은 정확도로 암을 발견해낸다. 특히 췌관선암 진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매년 50만 명이 이 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조기 발견이 관건인데, 판다가 바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국 저장성의 두 병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이미 간암, 식도암, 대장암 진단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의료 비용 절감은 덤이다.

농업도 빼놓을 수 없다. 알리바바는 중국 저장대학교, 중국농업과학원과 손잡고 DNA 메틸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2억 8,700만 개의 단일 메틸화 다형성을 발견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전문용어를 빼고 말하자면, 더 좋은 농작물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지도를 그려냈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연구도 진행 중이다. ‘루카프로트(LucaProt)’라는 AI 시스템이 16만 개의 RNA 바이러스 종을 찾아냈다. 180개의 바이러스 초군도 발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우리에게, 이런 발견의 중요성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이다. 알리바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을 위한 AI 그림책 제작 도구를 내놓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 100명 중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이 도구는 한 줄의 줄거리만 입력하면 그래픽, 음성, 텍스트가 포함된 그림책을 만들어준다. 지난 6월 출시 이후 20만 번 넘게 사용됐다. 수만 명의 중국 가정과 교육자들이 이를 통해 특수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우징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AI의 한계를 시험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더 큰 선(善)을 위해 사용하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혁신의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시의적절한 변화다. 2025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위기는 심화되고, 의료와 교육의 불평등은 여전하다. 식량 안보도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제시하는 해답은 분명하다. 더 정확한 예측, 더 빠른 진단, 더 스마트한 농업, 더 효과적인 교육. 알리바바의 사례는 AI가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AI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더 공평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일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댓글 (1)

  1. 이태호 아바타
    이태호

    중국은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한다는 바이두 CEO 발언이 문득 떠오르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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