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AI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한 투자 전문가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 소재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딥시크는 글로벌 기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추론 특화 모델 ‘R1’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1월 27일에는 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급락하는 등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혁신을 “미국 기술 산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미국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딥시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픈소스를 통한 파격적인 혁신 전략이다.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 얀 르쿤은 “딥시크의 성과는 오픈소스 모델이 독점 모델을 따라잡고 때로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인텔리전스를 모아 딥시크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심천 첨단기술 연구소의 예커장 박사의 말처럼, 오픈소스 전략은 전 세계 개발자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딥시크의 또 다른 혁신은 비용 효율성에 있다. 고가의 컴퓨팅 파워에 의존하는 서구식 접근법과 달리, 극단적인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개발 및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이는 AI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의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우수성이 지정학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 내 AI 산업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알리바바는 춘절 연휴 첫날 자사의 AI 모델 ‘Qwen 2.5-Max’를 업데이트하며 일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딥시크의 V3 모델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현재 챗봇 아레나 순위에서 Qwen은 7위, 딥시크 V3는 9위를 기록했으며, 추론에 특화된 R1 모델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딥시크의 파격적인 인재 영입 전략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칭화대학교나 베이징대학교 같은 최상위 대학의 신입 졸업생들을 조기에 영입하는 전략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경험보다 잠재력에 투자하는 새로운 인재 확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딥시크의 성공에는 여전히 의문점과 논란이 공존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OpenAI나 Anthropic의 모델을 ‘증류(distillation)’ 방식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대형 AI 모델을 활용해 더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이 방식은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이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수천 개의 엔비디아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기술 제재를 어떻게 우회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중국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첨단 GPU를 미리 확보해두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딥시크의 혁신은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ClouDr이 딥시크 R1을 의료 플랫폼에 도입하자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애버딘 투자회사의 루오 루이스 중화권 멀티에셋 투자솔루션 대표는 “AI 공급망에서 하드웨어나 전력 부문보다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더 나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며 “딥시크의 혁신이 AI 산업의 투자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성공이 글로벌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2D 자문사는 “딥시크의 모델이 현상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예상해온 궤적을 따라 한 단계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제재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최첨단 칩에 대한 접근 제한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술에 대한 제재는 오히려 미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은 AI 기술 혁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오픈소스를 통한 글로벌 협력은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술적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AI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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