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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 사이’ 6월 대선, 딥페이크 비상

대통령실이 비어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대한민국은 6월 3일 조기 대선이라는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알고리즘으로 짜인 허상,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거짓, 딥페이크라는 이름의 유령이 선거 과정에 침투하고 있다.

“일반 유권자가 실제 영상으로 오인할 가능성만 있어도 위법에 해당합니다.”

지난 11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선거기간 인터넷 정보서비스 운영 간담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지금, 법은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려 시도하고 있다.

2023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딥페이크를 AI 기술로 생성됐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고, 음향・이미지・영상 형태인 콘텐츠로 정의한다. 법은 이러한 콘텐츠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언어와 기술의 현실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존재한다.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메시지의 확산 속도를 가속화했다. 틱톡에서 ‘윤석열’과 ‘딥페이크’를 함께 검색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장면에 합성된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한다. 이런 콘텐츠는 풍자와 패러디의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다. 어떤 콘텐츠는 ‘AI 생성 콘텐츠’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연설 장면에 AI 음성을 교묘하게 합성한 경우 일반 유권자가 진위를 구분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이재명 예비후보가 부인에게 욕하는 동영상’이라는 딥페이크도 유포되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런 콘텐츠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KISO 관계자는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짤’)도 딥페이크에 해당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인은 더 이상 긴 텍스트나 영상을 소화하지 않는다. 10초의 영상, 한 장의 이미지가 수천 마디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10초의 진실성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선관위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기준은 유권자가 직관적으로 가짜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현실과 조금이라도 혼동될 여지가 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한 법적 해석을 넘어, 정보화 시대 민주주의의 생존 전략이다.

제도만으로 충분할까? 기술은 항상 제도보다 빠르게 진화한다. 오늘 명확한 해석이 내일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확산되는 딥페이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즉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딥페이크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창작과 표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동시에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특히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에서 이 기술의 오남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6월 3일, 유권자들은 선거장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의 손에 들린 투표용지에는 단순히 후보자의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진실과 기술, 그리고 민주주의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담겨 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가상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보호할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의 ‘진짜’ 눈이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일지 모른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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