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달콤한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은 이 오래된 진리를 제품 선택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비만율이 상승하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중국에서 ‘당류와의 결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생활양식의 대전환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무설탕 음료 시장은 그 중심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중국 음료 산업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2025년 현재, 중국 성인 인구의 41%가 고 BMI 상태에 있으며, 9%는 이미 비만 기준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배달 플랫폼 어러머(饿了么)의 《2024 외식 배달 발전 트렌드 연구 보고서》는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음료 소비자의 약 70%가 저당도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당을 줄이려는 이 집단적 노력은 무설탕 음료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 이 시장의 규모는 401억6000만 위안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더 놀라운 것은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815억6000만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강 소비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음료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농푸산취엔(农夫山泉), 캉스푸(康师傅), 젠리바오(健力宝) 같은 기존 음료 거인들이 무설탕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위안치썬린(元气森林)과 같은 신생 브랜드들이 파격적인 성과를 내며 시장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위안치썬린의 경우, 2021년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간 5억6000만 위안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코카콜라를 밀어내고 판매량 2위를 차지했고, 2024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설탕’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내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경험한 무설탕 음료 유형 중 무설탕 차 음료(54.1%)와 무설탕 탄산수(45.2%)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중국인들의 차에 대한 문화적 친밀감이 현대적 건강 트렌드와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무설탕 음료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맛'(48.1%)과 ‘건강 및 체지방 감량 효과'(45.5%)다. 이는 ‘건강하지만 맛없는’ 제품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며, 음료 기업들은 이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맛의 무설탕 차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
궈즈슈러(果子熟了)는 2019년에 설립된 신생 음료 브랜드로, 2023년부터 젊은 층의 꽃향기 선호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치자꽃 향의 우롱차, 재스민 향의 용정 녹차, 벚꽃 백차, 국화 보이차 등 약 10종의 무설탕 차 음료는 꽃향기와 차 향의 절묘한 조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자꽃 향 우롱차의 경우, 2024년 4~5월 시장점유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0% 성장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의 성공을 넘어, 중국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미각적 경험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약식동원(药食同源)’—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이 중국 전통 개념이 현대 음료 시장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구기자, 대추, 팥, 율무 같은 전통 건강 식재료를 음료에 접목한 ‘중국식 건강음료’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오왕수이(好望水)’ 브랜드의 ‘돌봄 시리즈(照顾系列)’는 동양 허브와 지역 특산물을 결합하고, 설탕 대체제, 향료, 색소, 방부제 등을 첨가하지 않아 ‘0 지방, 0 칼로리, 0 카페인’ 컨셉을 제시했다. 이런 접근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출시 반년 만에 매출 1억 위안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중국식 건강음료의 총판매액은 3억 위안을 초과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1% 증가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자국의 전통적 건강 개념과 현대적 소비 방식을 융합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준다.
중국 음료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무설탕’은 단순한 키워드가 아닌, 필수적인 시장 진입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꽃향기나 건강 식재료를 가미한 제품이 있다면,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무설탕 음료 열풍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소비자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건강’과 ‘맛’이라는,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당을 포기하지 않고도 건강할 수 있다면, 혹은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설탕 없는 중국의 음료 시장은 이제 막 그 달콤한 성장의 서막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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