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우의 Lean Life] 5. 린(Lean)하게 팀 빌딩 하는 법(1/2)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희우의 린 라이프’
스타트업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것이 아마도 팀빌딩(조직구성)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 한테까지 안드로이드 개발자 찾아 달라고 그렇게 연락이 많이 오는 지도 모르지. 내가 인력 소싱하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
먼저 스타트업 팀빌딩을 얘기하기에 앞서 팀빌딩(Team Building)의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정답은 그 용어에 다 들어 있거든. 여러 정의를 찾아서 구글링을 했지만 내 맘에 딱 드는 건 ‘Arnold Bateman’이 한 말이 제일 와 다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팀 빌딩은 하나의 팀이 서로 함께 일하는 과정을 배워가고, 팀 구성원들이 좀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 이라고 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이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고, 팀 멤버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격려하며,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팀 빌딩은 왜 하는가?
이 질문은 답이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겠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거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등. 오늘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거대한 기업을 일군 초우량 기업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담고 있다.
먼저 위대한 기업가가 바라보는 거대한 시장이 있고 그 시장에 내 놓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시장과 궁합(Product-Market Fit)이 딱 맞을 때 항상 초우량 기업이 있어 왔다. 그럼 위대한 기업가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이 부분에선 난 실리콘밸리 어느 투자자가 말한 ‘P.S.D’를 주로 언급한다. 즉, 위대한 기업가들은 성공에 대한 굶주림(Poor), 거기에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는 방식이 매우 지혜롭고(Smart),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정했다면 집요할 정도로 몰두하는(Driven)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트업 팀빌딩에서 왜 위대한 기업가를 말하며 PSD를 얘기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창업자 스스로가 PSD의 요소를 갖고 있다면 그 만큼 팀빌딩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흔히 초기 팀빌딩 관련 얘기를 할 때 많이 인용하는 문구가 A급 인재들은 A급을 채용하고, B급은 C급을, C급은 D급을 뽑는다고 한다. 왜 그렇겠는가? A급 인재들은 스스로 A급 임을 알기 때문에 A급들이 모일 수 있고,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가 있다면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A급 인재들을 기꺼이 뽑아 함께 할 의지가 있다. 그런데, B급들은 A급을 뽑으면 본인이 밀릴까봐 두려워서 뽑지 못하고 거기에 자신과 경쟁하게될 B급도 뽑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자신이 부리기 좋은 C급들을 뽑게 되고 그렇게 되면 조직이 골로가게 된다.
팀빌딩을 함에 있어 초기 팀빌딩이 중요한 이유는 초기 15명까지 A급 인재들로 팀구성을 해 두면 조직이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그 조직 DNA는 변함없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 팀 구성은 각별히 신경써야 된다. 더군다나 함께 갈 공동창업자는 더 신경써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팀 빌딩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럼 팀빌딩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고 나서 공동창업자를 찾거나, 공동창업자를 먼저 찾은 다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방식이 있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찾으면 될 듯 하다. 내가 하는 ‘요즘예능’을 서비스하는 ‘먼데이펍’ 같은 경우는 기획자가 먼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놓고 공동창업자인 나를 찾은 경우이다. 물론 나중엔 앱 출시를 위해 나 중심으로 개발자들을 새로 다 섭외를 했지만 말이다.
팀빌딩의 타이밍을 결정했다면 팀빌딩을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라고 답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방법론을 중심으로 팀빌딩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왜냐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규모와 수준에 따라 팀빌딩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역시나 린스타트업 방법론이다.
린스타트업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군살을 빼 빠르게 움직이는 초기단계의 조직이나 기업을 말한다. Lean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살을 빼야 하고, 그 조직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 기준에 맞춰서 팀빌딩을 해야한다. 그 기준의 중심에는 최소한의 기능이 구현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가 있어야 한다. MVP는 다시 설명하면 최소 노력과 개발기간으로 제품을 만들고(Build), 시장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측정하고(Measure), 그것을 통해 배우는(Learn) 것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 팀을 구축하는 것이 Lean 팀빌딩의 핵심인 것이다.
MVP 중심의 Lean 팀빌딩
그루폰이 사무실이 있던 1층의 피자집 쿠폰을 워드프레스로 뚝딱 블로그로 만들어서 신청자의 수요가 있는지 조사한 후 구매자들에게 쿠폰을 PDF로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면서 소셜 커머스를 시작한 것은 유명한 린스타트업 사례이다. 이거 하는 데 몇명이 필요했겠는가? 그냥 혼자 해도 돼지. 자포스도 마찬가지다. 동네에서 제일 큰 신발가게 가서 ‘내가 이거 사진찍어서 온라인으로 팔면 안되냐’ 하고 사진 찍어서 웹에 올린게 다다. 여기에 무슨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서버가 필요했겠는가? 재고 구매는 더더군다나 필요 없고. 이렇게 본인이 하려는 사업을 테스트하는 데에는 굳이 팀빌딩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드로이드 폰 배터리 공유서비스를 하는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는 LG전자 다니는 중에 본인인 구상한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가능한 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동생을 꼬셔 한 겨울 홍대 앞에 배터리 좌판을 피고 방전된 배터리 가져오면 바로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해 주겠다고 외치고 다녔다. 물론 교체 건당 3천원을 받으면서. 다행인 것은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기 위해 놀러온 숱한 늑대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다. 여기에 무슨 팀원이 많이 필요하고, 번듯한 사무실이 있어야 하며, 개발자들이 필요했겠는가? 자동차 외장수리 앱 서비스 ‘카닥’은 또 어떤가? 다음(Daum)에서 사내벤처로 있을 때 대충(?) 모바일 웹페이지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사진찍어 올리면 그 뒷단에선 담당자가 직접 차 수리점에 이메일 보내고 견적서 팩스 받고 해서 몸으로 뛰면서, 그렇지만 그 결과물인 견적서는 자동으로 처리되어 그 의뢰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MVP를 테스트해 본 것이다. 여기에도 역시 무슨 고급 개발자가 필요하며 얼마나 돈이 들었겠는가?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게 발로 뛴 노력만 있었을 뿐이다.
MVP를 테스트 했다고 해도 실제 앱으로 출시하기 까지는 개발자가 필요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요즘예능’ 같은 경우도 앱 출시를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웹앱으로 간단히 출시하기로 하고 거기에 맞는 팀구성을 했다. 기존에 사업을 기획한 기획자, 안드로이드 개발자, 서버 개발자, 나 이렇게 4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디자이너도 없이. 단지 CSS 코딩을 위해 외주비는 50만원 소요되었다. 그래서 총 1백만원으로 2개월 만에 앱을 출시하게 되었다. 다들 직장 다니면서 말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MVP에 충실한 아주 Lean 한 팀빌딩인 것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