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토요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VC 3개사와 해당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3개 팀이 모여 그간의 투자 유치 과정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 5회 프라이머 데모데이 2014의 한 프로그램이었던 ‘스타트업 토크쇼 : 투자,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위해?’ 세션이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가 진행하고 본엔젤스파트너스 강석흔 파트너(이하 본엔젤스)-마이쿤(서비스명 : 플러거) 최혁재 대표(이하 마이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이하 캡스톤)–드라마앤컴퍼니(서비스 명 : 리멤버) 최재호 대표(이하 리멤버), 케이큐브벤처스 김기준 파트너(이하 케이큐브)-클디 백승욱 대표(이하 클디)가 패널로 참석한 본 세션에서는 그들이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면서 있었던 일들과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초기 투자 전문 회사의 파트너 세 분과 최근 본 회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 세 분을 모셨다. 이들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떤 사연들이 있었는지 낱낱이 까발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먼저 본엔젤스에서 마이쿤에 투자하게 된 스토리를 들어보자. 결혼에 비유하자면 어떻게 만나서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본엔젤스: 본엔젤스에서 투자한 30여개의 포트폴리오 회사 중 마이쿤은 가장 특이한 케이스였다. 사실 바람직하지 않았던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다. 결혼으로 따지면 사내연애나 소개팅 또는 선을 본 게 아니고 스토킹을 당한 거거든. (웃음) 보니까 나만 스토킹을 한 게 아니고 많은 투자자들을 스토킹 했는데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된 거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VC에게 콜드메일을 보낸다. 그러나 사실 콜드메일은 국내나 실리콘밸리에서나 VC들이 잘 보지 않거든. 소개를 받아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무튼 마이쿤은 본엔젤스에게 콜드메일을 보낸 경우였기 때문에 한동안 쌓여있는 콜드메일의 일부가 됐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제 눈에 띄게 됐고 내가 회신을 보냈지. 받은 지 한 달 정도 뒤였을 거다. 직접 우리가 만난 건 그로부터 또 한 달 뒤였고.
결국 마이쿤이 우리에게 콜드메일을 보낸 지 두 달 만에 만났는데, 만났을 때 내놓은 자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두 달 동안 가만히 기다린 게 아니라 그 때가 한창 추운 겨울이었는데, 새벽에 홍대 길거리에서 본인들의 가설 검증을 위해 실험을 했던 것. 배터리 교환을 하고 가격을 어떻게 책정을 했더니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등의 데이터를 내놓더라.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데이터거든. 잘난 척 하는 투자자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데이터다. 그걸 딱 받고서는 제가 사랑에 빠졌지.
투자자를 사로잡는 방법은 데이터라는 말씀 해주셨다. 스토킹을 했다는 마이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마이쿤: 마이쿤은 2013년도 6월에 친동생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투자사라고 하는 투자사에는 다 콜드메일을 보낸 것 같다. 안 쓴 데가 없어. 심지어 본엔젤스 이후 2차 투자를 받은 곳이 IDG벤처스코리아인데, 거기에도 저희 콜드메일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많이 썼는데 답변은 한 곳에서도 받지 못했지. 사실상 투자유치를 포기한 상태였다.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에 3개월을 잡고 이 기간 내에 우리가 목표한 것에 도달을 못하면 우리 가설은 상용화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나갔고.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 데이터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러다가 본엔젤스와 만나게 됐고 저희 이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그간의 데이터들을 보여드렸지. 본엔젤스와 4개월을 만났는데 그동안 숙제도 내주고 그 숙제로 저희는 테스트를 해보고 했다. 결국 투자를 받게 됐고.
본엔젤스 : 제가 7, 8년 간 투자를 해왔지만 마이쿤은 눈에 띄는 팀이었다. 집요한 실행력이나 황당한 아이템이나. 사실 황당한 아이템을 보내오는 사람은 많다. 보통 그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그런데 마이쿤은 그를 실행했다. 더불어 엄동설한에 홍대에서 진행했던 퍼포먼스는 비아이티 분야에서 그런 접근이 있긴 하지만 아이티 분야에서는 색다른 시도였거든. 우리가 줬던 피드백도 지속적으로 반영해 계속 발전 시켰고. 이를 긍정적으로 봤기에 투자를 안할 수가 없었다.
캡스톤과 드라마앤컴퍼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송대표님과 최대표님은 어떻게 만났나?
캡스톤: 최대표님과 만나게 된 것도 다른 VC의 소개였다. 본인 회사에서 투자하기엔 성격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으니 캡스톤에서 한 번 보라고 추천해주더라. 그렇게 첫 미팅을 가졌는데 당일에 바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최대표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게 다 마음에 들더다. 최대표가 전에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했던 것이 역할을 했겠지만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을 모두 말해줬다. 팀원들도 모두 경험이 있었고. 이에 만족하고 투자를 결정한 거다. 실제 서비스가 나온 건 그로부터 4, 5개월 후였지.
서비스가 있고 지표가 있는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다. 캡스톤은 원래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가?
캡스톤: 그렇진 않다. 캡스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게임과 비게임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게임 분야 회사들은 숫자를 볼 수가 없다. 숫자를 볼 수 있다는 건 이미 밸류가 한창 올라가 있는 단계이거든. 비게임의 경우는 초기 숫자를 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드라마앤컴퍼니는 후자인 경우지.
캡스톤은 드라마앤컴퍼니에게 첫 눈에 반한 케이스인 것 같다. 최대표님은 어떤가?
리멤버: 투자자와 스타트업 사이에는 비즈니스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스타트업들은 어느 투자사가 좋은 곳인지 알기 어렵다. 때문에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 인상이 바로 결정된다.
저희가 투자 유치를 위해서 콜드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소개를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만나게 된 VC가 10군데 정도 되는 것 같다. 캡스톤의 경우도 처음부터 캡스톤에서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간 건 아니다. 어디서든 투자 유치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었거든. 그런데 첫 미팅에서 저희가 하려는 시장에 대해 이해가 깊으셨고 주고받는 피드백이 저희가 고민했던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에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케이큐브와 클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케이큐브: 클디를 알게 된 건 작년에 임지훈 대표가 지방에 강의를 갔을 때였다. 지금까지 결혼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했으니 이어가자면, 케이큐브의 현재 와이프인 프로그램스 박태훈 대표가 이 사람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더라. 그렇게 올해 상반기 초에 만났고 세 번 정도 미팅 후에 프로포즈를 하게 됐다.
한 팀은 콜드메일을 통해, 한 팀은 다른 VC의 소개를 통해, 한 팀은 포트폴리오 회사의 추천을 통해 만났다. 케이큐브와 클디가 세 번 만나는 동안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케이큐브: 저희도 첫 눈에 반한 케이스이다. 예뻤거든. 무슨 말이냐 하면, 클디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팀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서비스를 한다. 프로토 타입을 봤을 때 신기하고 멋있고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을 받았다는 게 예뻤다는 의미이다.
미팅을 진행하는 중에는 이를테면 성형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아름다움인지 정말 오랫동안 만들어진 진정한 아름다움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저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
클디가 케이큐브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클디: 저희는 여러 투자사들 중에서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관심이 깊은 투자사를 선택한 거다. 서비스가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원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군데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특히 케이큐브가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가 깊었고 저희에게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결혼 전 만남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 이후 실제로 어떤 도움을 받아가고 있나?
마이쿤: 저희는 법인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서비스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본엔젤스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단계부터 멘토링을 해줬다. 특허를 내야 하는 것도 법률팀에서 상담을 다 해주셨고. 홍보 역시 언론보도자료 등 본엔젤스에서 맡아서 진행해주셨다. 더불어 2차 투자를 유치하게 된 IDG벤처스코리아의 이희우 대표님도 본엔젤스에서 소개해주셨다.
정리하자면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에 있어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VC의 역량을 통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저희는 진짜 일만 하면 됐던 것.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전화해서 귀찮게 해도 다 도움을 주셨다.
초기 투자사를 선정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지금 언급된 것 같다. 금액 외에도 VC의 역량을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 최대표님은 어떠한가?
리멤버: 저희는 서비스면에서 엄청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저희만큼 받는 스타트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 서비스가 명함관리 서비스이다 보니 투자사의 대표님 이하 모든 직원 분들이 엄청난 헤비 유저이다. 때문에 서비스로서의 피드백, 더불어 저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비전까지도 이해한 피드백을 주시기 때문이다.
클디의 이야기도 들려달라.
클디: 케이큐브에 독특한 문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세미데이이다. 사실 클디는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VC와 기술에 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케이큐브를 통해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케이큐브의 포트폴리오사들이었다. 이 분들과 세미데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저희가 몰랐던 것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된다. 개인적으로 연락해 만나려면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케이큐브에서 한 자리에 모아주니 편하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것 같다.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여러 스타트업끼리의 교류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씀이다. 투자 유치를 계획할 때 해당 투자사가 어떤 회사에 투자를 했는지도 살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제는 투자사들에게 여쭙겠다.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나?
본엔젤스: 진부한 답이지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사업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거든. 예를 들어 마이쿤은 카테고리도 아이템도 특이했다. 이 경우라면 다른 서비스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설 검정이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본엔젤스에서 인큐베이팅한 적 있는 틱톡의 경우는 카카오보다 더 전송 속도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BM이나 시장의 크기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지. 때문에 실행력과 팀구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배달의민족이라면 오프라인 전단지 마케팅을 온라인으로 풀겠다는 거잖아. 그럼 기존의 전단지를 대체할 수 있고 네이버가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럼 실행력과 IT적 역량을 보겠지.
이처럼 카테고리에 따라 중요 요소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공통점을 찾는다면 실행력과 시장의 크기인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 팀과 시장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캡스톤은 어떠한가?
캡스톤: 명확하게 말씀 드리긴 어려움이 있지만 첫째는 남들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좋아한다. 둘째는 철저한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하셨는지를 본다. 그래서 타겟이 넓은 서비스보다 굉장히 집중적인 서비스를 선호한다. 전선을 좁힌다는 표현을 하지. 세 번째는 저희가 선호하는 인더스트리에 있는 회사이면 더욱 좋다. 예를 들면 모바일 커머스나 보안, IoT와 관련된 회사.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의 스타트업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팀의 역량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중이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관련해 첨언하자면, 요즘은 사업계획서 작성법은 배우는 분이 많다. 클래스도 많고 말이다. 그렇다보니 다들 잘 쓰신다. 그런데 똑같아지지. 그럴 때 조금은 어눌하지만 다른 사업계획서를 보게 되면 눈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케이큐브의 의견은 어떠한가?
케이큐브: 시장이나 팀 등에 대해서는 앞의 두 분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첨언할 것이 없고 하나 강조할 게 있다면 ‘Be Yourself’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투자자에게 보이기 좋게 하기 위해 시장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진짜 본인의 스토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클디의 사례로 말씀드리자면 클디가 하려는 분야는 R&D 역량이 무척 필요한 분야이다. 결코 혼자 다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클디에는 다섯 명의 박사님이 계신데, 이 분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인연을 쌓으면서 지금의 과제를 풀어왔다. 그것을 즐기기도 했고. 이런 스토리는 짜 맞춘 게 아니라 진짜 자기 모습이거든. 이것이 드러났을 때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인이 진짜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참모습을 보여주면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공감하는가?
마이쿤: 공감한다. 사실 저희는 두려움이 많았다. 기존에 있었던 서비스도 아니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가설을 검증해나가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공감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 하신대로 억지로 포장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이렇게 살아왔고 소소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있었고 이런 비전을 그리고 있다’를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고 믿어주신 것 같다.
투자유치를 경험은 스타트업으로서 투자를 받고 싶은 스타트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라면?
마이쿤 : 할 수 있는 데까지 지금 당장 연락을 하시면 좋겠다. 투자 유치를 한다는 게 결코 간단한 프로세스가 아니다. 마이쿤도 4개월 만에 됐다고는 하지만 한 사례일 뿐이다. 그 전부터 얼굴도장 찍어놔야 다음부터 이야기하기가 편하다.
저희의 경우도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투자 유치 프로세스를 밟은 건 몇 달 되지 않지만 실제 만난 건 1년도 더 전이다. 그때 만나 인사를 나눴었고. 그게 컸던 것 같다.
빨리 그리고 많이 만나라가 조언이 될 듯한데, 많이 만나야 하는 건 알지만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가 어려운 부분이다. 콜드메일을 보내면 무시 당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투자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해준다면?
리멤버: 콜드메일이 안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컨택포인트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본인이 가지고 있는 1차 네트워크를 통해야 한다. 저도 송대표를 소개 받은 게 다른 VC의 대표님이었고 그 대표님도 한 언론사의 대표님을 통해 알게 된 분이다. 이 언론사 대표님은 작년 한 발표 자리에서 패널로 참석하셨던 분이고. 행사가 끝난 뒤 부스에서 명함을 주고 받았던 게 첫 인사였다. 그를 시작으로 지금 돈독한 관계가 됐고.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다른 분을 소개 받고 또 소개 받은 거지. 이런 걸 보면 결국 평소에 하루하루를 진정성 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회사가 투자 철학도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도 조금 다른 것 같다. 마이쿤 최대표님이 보기에 본엔젤스의 특징이라면 무엇을 꼽겠나?
마이쿤: 강석흔 이사님의 별명이 있다. 키다리아저씨가 아니라 강다리아저씨. 묵묵히 물심양면 뒤에서 도와주는 그런 분이다. 저희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본 비즈니스 외의 재무나 회계, 홍보 등을 많이 도와주시고 있고 후속투자에 대한 네트워크도 제공해주셨다.
하나의 사례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창업할 때 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무척 많았다. 그 고민 속에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도 강석흔 이사님이 마련해 주신 거다. 강이사님이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님을 소개해주셨는데 거기도 개발자–디자이너의 형제 회사거든. 저희는 개발자와 영업 출신의 형제이고. 첫 만남 때, 소위 말하는 ‘개밥 먹던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술도 한 잔 사주셨다. 형제 대 형제로 이야기를 나눈 거지. 동생과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말 저런 회사 만들자고 다짐하게 됐었다.
최재호 대표님이 캡스톤의 색깔을 표현하자면?
리멤버: 오늘 계속 결혼 이야기가 언급돼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 저희는 결혼보다도 더 센 관계이다. 저희가 투자를 받을 때 돈이 거의 떨어져 있었거든. 회사가 오늘 내일 하던 상태였다. 어찌 보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다른 곳들은 거기에 대고 이름이 뭐니, 어디서 살다 왔니 이런 걸 물었던 반면 캡스톤은 물에 빠져 있으니까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그 정도의 제안을 받았다보니 제 눈에 하트가 뿅뿅한 상태였지.
투자 유치 이후에도 피드백을 무척 적극적으로 해주신다. 오늘 같은 날도 만나자마자 서비스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다. 마치 본인이 만드는 서비스인 양 도와주고 가이드해주시기 때문에 결혼 이상의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케이큐브는 어떠한가? 특히 케이큐브는 팀원들의 학벌을 보고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클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저희가 보여드린 주요 포인트들이 있었고 팀소개에서 학벌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케이큐브의 특징이라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부분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VC 입장에서는 큰돈을 쓰는 거니까 저희의 비전과 다른 피드백을 할 수도 있다. 저희 서비스의 경우는 기술로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하기 때문에 믿어주는 게 필요한데, 케이큐브와는 이런 부분이 잘 맞았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케이큐브 세미데이 때 말고는 잘 없다.
확실히 세 개 사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이제 청중 분들이 궁금해 할 부분에 대해 몇 개 여쭙겠다. 먼저 투자자들의 일상이 어떠한 지 말씀 부탁드린다. 스타트업들이 스토킹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나. (웃음)
본엔젤스: 투자자는 보험설계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가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다.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가는 날이 더 많다. 배낭에다 노트북 들고 카페같은 곳에 들어가서 자료를 보다가 미팅하고 행사다니고. 일상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 아닌가?
본엔젤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한텐 맞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야 하고. 미팅이 많으면 일주일에 2, 30개 정도다.
캡스톤의 송대표님은 어떤가?
캡스톤: 비슷하다. 많이 만나는 날이면 오전에 미팅 세 개, 오후에 다섯 개. 한 달에 4, 5일 정도는 이런 일정이다. 더불어 경쟁피티 현장에도 자주 나가고 내부 회의 가지고 투자자들 모임에 나가고. 특히 초기 투자사들은 심사역이나 임원이나 무척 정신없이 살 거다.
케이큐브는?
케이큐브 :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미팅을 많으면 5, 6건 정도 씩은 하는 것 같다. 첨언하자면 대부분의 VC가 그럴 텐데,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자유롭게 살지만 월요일은 오피스에서 함께 만나 전 주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들기 때문에 한 주 한 주 더 열심히 지내게 되는 것도 있다.
VC가 자주 언급하는 말 중 스타트업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사람을 본다는 표현이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 부탁드린다.
본엔젤스: 저도 7, 8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따금씩 생각해보는 주제이다. 최근 수렴되는 결론을 말하자면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갖게 되는 교류기간이나 검토 기간에 저와 얼마나 잘 통하는 지를 보는 것 같다. 해당 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사업 외에 관리적인 부분 등 모든 이야기를 할 때 잘 통하는. 여기서 통한다는 건 논쟁이 있더라도 결론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잘 난다는 걸 의미한다. 이 모든 관계가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고 느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다.
우리가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을 때는 창구에 있는 텔러가 나랑 통하는지 아닌지 보지 않는다. 그러나 VC는 나와 컨택포인트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는 게 무척 중요하다. 비즈니스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투자사와의 관계를 풀어주는 것도 결국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상성이 안 맞으면 담당자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거고 반대로 저도 그걸 보게 되는 것이다.
캡스톤: 강이사님의 말씀에 십분 동의한다. 저에게 좋은 사람이란 좋은 사업계획서를 가져와서 실행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 분들의 특징이 뭐냐면 파고 들고 액션이 빠르다는 것이다. VC가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바로 해결해주는 또는 해결해주려 하는 사람인 것이지. 이게 공통점인 것 같다.
케이큐브: 두 가지 정도 생각했다. 하나는 미팅을 하러 왔을 때 그 분이 하고 있는 사업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눈에서 뿜어내는 사람이 있다. 저는 이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알기 위해 말씀하는 것뿐 아니라 작은 행동까지도 관찰하고 느끼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그렇게 하는 게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잘 맞아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과 사업의 합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이 살아온 결대로 사업도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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