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국 비즈니스 트렌드 & 동향] 배터리 자주화부터 안전 규제까지…중국 모빌리티·플랫폼 산업 대전환

리오토, 신왕다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기술 자주화로 전기차 공급망 재편 나서”

중국 신에너지차 선두주자, 5C 초급속 충전 배터리 개발 본격화 2026년부터 자체 설계 배터리 탑재…CATL 의존도 낮추고 기술 주도권 확보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강자 리오토(Li Auto, 理想汽车)가 배터리 제조 전문기업 신왕다(欣旺达, Sunwoda)와 손잡고 배터리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전기차 핵심 부품의 수직계열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양사는 지분 50:50의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산동리오토배터리회사(山东理想电池有限公司)를 공동 설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합작사는 리오토가 자체 설계한 리튬이온 동력 배터리의 생산, 제조, 판매를 전담하며, 2026년부터 리오토 전기차에 본격 탑재될 예정이다.

‘위탁생산’ 아닌 ‘자체개발’…리오토의 기술 주도권 전략

이번 협력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위탁 생산(OEM)이나 공동 개발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리오토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공정, 소재 선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자체개발 배터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리오토 내부에서는 신왕다와 생산하는 제품을 ‘자사 배터리(自研电池)’로, 업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CATL(宁德时代)과의 협업 제품은 ‘공동개발 배터리(联合开发电池)’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이는 리오토가 배터리 기술에서 얼마나 강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오토는 현재 약 200명 규模의 자체 배터리 연구개발(R&D) 팀을 운영 중이며, 리오토 총재 마동훼이(马东辉)가 2주마다 직접 프로젝트 리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C급 초급속 충전 배터리를 핵심 기술 목표로 설정하고, 화학 소재부터 구조 설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알고리즘까지 심층적인 기술 자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합작사 전략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커스터마이징 동시 확보

리오토의 이번 합작사 설립은 전례가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리오토는 과거에도 핵심 부품 분야에서 전문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맞춤화를 동시에 달성해왔다.

자동화 및 전동 구동 시스템 전문업체 훼이환연합동력(汇川联合动力)과는 합작사 훼이썅(汇想)을 설립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전동 구동장치)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또한 반도체 기업 후난산안반도체(湖南三安半导体)와는 합작사 스커(斯科)를 설립해 탄화규소(SiC) 기반 반도체 칩의 맞춤형 설계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합작 방식은 리오토가 핵심 기술에 대한 수직적 통제력을 강화하면서도, 단독 투자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리스크는 분산할 수 있는 효율적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CATL 의존도 탈피…맞춤형 기술 수요 충족이 관건

신왕다와의 합작사 설립 배경에는 기존 배터리 공급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리오토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표준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량 공급을 선호하는 ‘비공식적 표준 기술(准标准化技术)’ 중심의 사업 모델을 운영한다. 이는 완성차 업체의 개별적이고 맞춤화된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의 차별화와 공급망의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자체 설계 역량과 신뢰할 수 있는 생산 파트너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리오토의 판단이다.

신왕다, ‘납품업체’에서 ‘공동 이해당사자’로 격상

이번 협력을 통해 신왕다는 단순한 부품 납품업체를 넘어 리오토와 수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관계가 격상됐다. 신왑다는 이미 동펑자동차(东风汽车), 지리(Geely, 吉利)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도 합작사를 운영해온 경험이 있으며, 이번 리오토와의 협력으로 관계는 한층 더 밀착됐다.

리오토는 2022년 신왕다 배터리 자회사에 4억 위안(약 787억원)을 투자해 3.22%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현재 신왕다 내에는 리오토 전용 사업부가 1,70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신왕다는 리오토의 데이터 시스템과 완전히 연동돼 제조, 재고,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리오토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L6, L7 Air, L8 Air, i6 등에 신왕다 배터리가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신왕다의 배터리 출하량 증가는 물론, 수익성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배터리 주도권 확보로 ‘기술형 스마트 전기차 브랜드’로 도약

이번 합작사 설립은 단순한 생산 거점 확보를 넘어, 리오토의 공급망 전략과 기술 주도권 강화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 셀 및 팩 단위에서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리오토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초급속 충전 기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30~3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은 곧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과 기술 전략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는 “리오토는 이번 합작을 통해 기존의 ‘완성차 제조사’에서 ‘기술형 스마트 전기차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가격에서 기술로, 규모에서 혁신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리오토의 선택은 매우 전략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기술의 자체 확보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리오토의 이번 행보가 중국 전기차 업계의 공급망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징둥, AI 기반 생활서비스 앱 ‘징시’ 공개…메이투안과 슈퍼앱 주도권 경쟁 본격화

“한 문장으로 쇼핑·배송·여행 해결”…자연어 기반 완결형 서비스 구현 메이투안 ‘샤오메이’에 이어 2주 만에 격돌…생활 소비 패러다임 재편 전쟁

중국 전자상거래 양강 구도의 한 축인 징둥(JD.com, 京东)이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생활서비스 앱 ‘징시(京犀)’를 공개하며, 생활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섰다.

징둥은 25일 자사의 연례 기술 컨퍼런스인 ‘2025 글로벌기술탐험자대회(京东全球科技探索者大会, JDD)’에서 징시를 처음 선보였다. 이는 불과 2주 전 메이투안(美团)이 자사 최초의 AI 생활 에이전트 ‘샤오메이(小美)’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데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중국 생활 소비 플랫폼 업계의 AI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검색창을 넘어 대화창으로”…자연어 기반 완결형 쇼핑 실현

징둥 CEO 쉬란(许冉)은 징시를 “차세대 쇼핑·생활 슈퍼 게이트웨이”라고 명명하며, 기존 앱 구조의 한계를 AI로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 쇼핑 앱이 검색→필터링→상품 선택→결제 등 다단계 인터페이스를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징시는 자연어 대화 한 줄로 쇼핑부터 생활 서비스 요청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3세 아동용 빨간 우비, 내일까지 도착”이라고 입력하면, 징시는 자동으로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을 추천하고 징둥의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음날 배송 가능한 재고를 우선 매칭해준다. 별도의 필터 조작이나 복잡한 검색 과정 없이 한 문장으로 완결형 쇼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쇼핑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1시간 배송부터 출장 패키지까지

징시의 야심은 단순한 쇼핑 앱을 넘어선다. 즉시 배송, 현지 생활 서비스, 출장 및 여행 등 실생활 전반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징둥따오자(京东到家) 네트워크와 연결돼 외식, 생필품, 약품을 1시간 내 배송해주며, “주말 상하이 출장, 정장 필요”라고 입력하면 항공권, 호텔, 의류 구매, 세탁 서비스까지 자동으로 패키징 추천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통합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징둥이 새롭게 공개한 ‘Oxygen AI 리테일 아키텍처’와 오픈소스 기반의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JoyAgent’다. 이 두 기술은 복수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협력시켜 사용자의 맥락을 정밀하게 해석하고, 징둥의 물류·재고·서비스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메이투안 ‘샤오메이’와 정면 대결…”생활 OS 선점” 경쟁 치열

징시의 등장은 메이투안이 12일 공개한 AI 생활 에이전트 ‘샤오메이’와의 정면 대결 구도를 예고한다.

메이투안의 샤오메이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 ‘LongCat-Flash-Chat’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지난주 자주 마신 라떼 다시 주문해줘”와 같이 입력하면 과거 이력 분석→매장 매칭→즉시 주문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하고, “주말에 가족이랑 나들이 가”라고 말하면 식당, 티켓, 주차 정보까지 포함된 전체 일정을 자동 추천해준다.

징둥과 메이투안이 공통적으로 노리는 것은 단순한 앱 사용자 확보가 아니다. 모든 디지털 소비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기본 생활 운영 체제(OS)’의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도전이다.

징둥은 유통, 물류, 생활 서비스를 통합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상품을 사는 행위’와 ‘서비스를 받는 행위’를 하나로 묶는 데 집중한다. 반면 메이투안은 생활밀착 서비스에 AI를 깊숙이 삽입하여 사용자가 ‘생각만 해도 바로 대응 받는’ 초개인화 경험을 앞세운다.

알리바바는 침묵…인프라 제공자로 전략적 포지셔닝

AI 슈퍼앱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자상거래 1위 알리바바는 독립적인 AI 생활 앱을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클라우드, AI 모델,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후발주자 전략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 인프라 제공자’로의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리바바가 직접 소비자를 대면하기보다는 다른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 플랫폼의 미래…”앱에서 OS로” 패러다임 전환

중국 생활 플랫폼 시장의 AI 전환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소비자의 일상 전체를 재편하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IT 산업 전문가는 “징둥과 메이투안의 AI 앱 경쟁은 ‘어떤 플랫폼이 사용자의 모든 생활 니즈를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가리는 싸움”이라며 “단순히 앱을 넘어 생활 운영 체제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AI 생활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징둥과 메이투안의 치열한 격돌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편리하고 지능적인 생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 숨김형 도어핸들 사실상 금지…전기차 디자인 패러다임 전환 예고

공업정보화부, 자동차 문 손잡이 안전 기준 제정 착수 “모든 외부 도어에 기계식 해제 기능 의무화”…전자식·숨김형 디자인 퇴출 수순

중국 정부가 자동차 문 손잡이에 대한 안전 기준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그간 전기차 디자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전면 숨김형 도어핸들’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전망이다.

24일, 중국 공업정보화부(工信部)는 <자동차 도어핸들 안전 기술 요구사항(의견수렴안)>을 발표하고 사회적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초안이 정식 규제로 확정될 경우, 테슬라를 비롯한 다수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채택해온 미래지향적 디자인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식 해제 기능 필수”…전면 숨김형 디자인 사실상 불허

이번 의견수렴안은 문 손잡이의 기술 사양 및 시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모든 자동차의 외부 도어에 반드시 기계식 해제 기능을 갖춘 도어핸들을 설치해야 하며, 명확한 조작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전기차와 고급차에서 유행하던 전자식, 전면 숨김형 도어핸들 디자인이 신규 차량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차량 내부 도어 역시 마찬가지로 기계식 해제 장치를 갖춰야 하며, 전기식 제어만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기역학의 산물에서 안전 논란의 중심으로

숨김형 도어핸들은 1950년대 레이싱카에서 처음 등장했다.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테슬라 등 선도 기업들이 이를 채택하면서 ‘스마트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미적 우수성 이면에는 치명적인 안전 리스크가 존재했다. 문제는 사고 발생 시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적 지연이었다.

2021년 미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는 도어가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구조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23년 중국 칭다오에서는 숨김형 도어의 장식 패널을 뜯어내는 데 구조대가 3분이나 소요되는 사건이 있었다. 긴급 상황에서 3분은 생명과 직결되는 시간이다.

구조 지연 사고 3배 증가…충돌 시험서도 낮은 성공률

안전성 문제는 통계로도 입증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0년 이후 도어핸들 문제로 구조가 지연된 사고가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90%가 숨김형 도어핸들과 관련된 사례였다.

중국보험연구원(CIRI)의 차량 충돌 시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전자식 문 손잡이 차량의 충돌 후 문 열림 성공률은 67%에 불과했다. 이는 기계식 손잡이 차량의 98%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사고 발생 시 3명 중 1명은 문을 열 수 없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물리적 안전장치 의무화가 핵심

이번 규제 초안은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안전장치 의무화가 핵심이다. 아무리 스마트한 전자 시스템이라도 화재, 침수, 전력 차단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기차 산업의 급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기본적 안전 요소를 재정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디자인과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탑승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전기차 업계, 디자인 전략 재검토 불가피

이번 규제가 정식 시행될 경우,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은 디자인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숨김형 도어핸들을 핵심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온 테슬라, 니오(NIO), 샤오펑(XPeng) 등은 신규 모델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디자인의 혁신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 전기차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이번 규제가 다른 국가들의 안전 기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미래지향적 심미성’에서 ‘안전 중심 실용성’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기로에 섰다.

호라이즌 로보틱스, 상장 후 세 번째 유상증자…1년간 3조원 조달

1조 1천억원 규모 증자 단행…누적 적자 속 공격적 투자 지속 칩 출하량 1,000만개 돌파했지만 주요 고객 자체 칩 개발로 위기감 고조

중국 자율주행 칩 대표주자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 地平线)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연이은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26일,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63억 3,900만 홍콩달러(약 1조 1,42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자금 조달에 이은 두 번째이자, 상장 후 세 번째 자금 조달로, 1년간 총 조달 금액만 168억 8,700만 홍콩달러(약 3조 438억원)에 달한다.

매출 급증에도 적자 확대…수익성 개선은 난항

하지만 연이은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호라이즌의 재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7.6% 증가한 15억 6,700만 위안(약 3,085억원)에 달했지만, 순손실은 오히려 52억 3,300만 위안(약 1조 304억원)으로 전년 동기(50억 9,800만 위안) 대비 확대됐다.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커지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라이즌은 단기 수익성보다는 시장 지배력 확보와 기술 선점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3년내 손 떼고 운전, 10년내 자유주행” 비전 실현 위해 자본 총동원

호라이즌의 창업자이자 CEO인 위카이(余凯)는 올 초 “3년내 손을 떼고 운전, 5년내 눈을 감고 운전, 10년내 자유주행”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릴 자본이 필수적이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은 국내외 시장 확장, R&D 강화, 로보택시용 신기술 투자, 밸류체인 전략적 제휴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실제로 호라이즌은 이미 다수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로보택시 분야에서 헬로우(Hello, 哈啰)와 협력 계약을 체결해 초저가, 고안정성, 고가용성 솔루션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청6 출하량 6배 급증…고사양 칩으로 수익성 개선 노려

호라이즌의 핵심 제품군인 정청(征程) 시리즈는 2025년 상반기에만 198만 개가 출하되며 누적 출하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특히 중고급 자율주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레벨 2, 3급 도심 주행 보조 기능이 가능한 정청6 시리즈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6배 급증한 98만 개에 달했고, 이는 전체 출하량의 50%를 차지했다.

이러한 고사양 칩의 보급 확대는 차량 한 대당 평균 판매가(ASP)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으며, 관련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배 이상 급증했다.

호라이즌은 이미 27개 기업과 협업 중이며, 300개 이상의 차량 모델에 자사 솔루션이 탑재됐다. 그중에는 폭스바겐, BYD(比亚迪) 등 대표적인 완성차 대기업도 포함된다. 호라이즌은 중국 자율주행 칩 시장의 33.97%를 점유하고 있다.

주요 고객 자체 칩 개발…백업칩 전락 우려 커져

그러나 호라이즌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상위 5개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2025년 상반기, 상위 5개 고객이 전체 매출의 52.48%를 차지했고, 최대 고객 1곳에 대한 의존도는 19.7%에 달했다.

이는 주요 고객들이 자체 칩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백업칩 전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웨이라이(NIO, 니오, 蔚来汽车), 샤오펑(Xpeng, 小鹏汽车), BYD 등은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용 칩을 자사 신차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하는 것은 공급망 통제력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는 호라이즌과 같은 부품 공급업체에게는 중대한 도전 과제다.

소프트웨어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수익 다각화 시도

이에 호라이즌은 단순 칩 판매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칩’ 통합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은 수익 다각화와 고객 락인을 동시에 노리는 시도다.

2021년 전체 매출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던 비중은 44.6%였으나, 2024년에는 27.9%까지 하락했다. 반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매출은 같은 기간 43.3%에서 69.1%로 확대됐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은 단순히 칩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 알고리즘, 데이터 플랫폼, 지속적인 업데이트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성장 산업의 정점에 섰지만…과제도 산적

호라이즌은 자율주행 칩이라는 성장 산업의 정점에 서 있다. 고성능 칩 출하, 도심 NOA 솔루션 확산, 로보택시 전략 제휴, 소프트웨어 전환 등 다양한 전선을 동시에 확대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익 구조는 취약하며, 고객사의 독립 움직임과 글로벌 대형 기업과의 경쟁, 지속적인 R&D 자본 투입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는 “호라이즌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주요 고객들의 자체 칩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의 성공적인 전환 여부가 장기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자율주행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호라이즌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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